프랑스 경영진은 어떻게 노동자를 감시하나

2013-10-16     안토니 뷔를로

신중하고 비밀스러운 세계로 알려진 경영진의 세계는 지금까지 연구가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한 주제다.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역사가들(1)과 호기심이 넘치는 일부 기자들(2)만이 경영진 세계의 어려운 시기를 포함한 과거의 역사를 밝혀왔을 뿐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구조를 현재의 시점으로 잘 정리한 사회학 연구 자료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셸 오페를레의 저서 <경영자들의 경영자. MEDEF의 역사>(3)는 흥미롭다 할 수 있다. 제1장은 프랑스 경제인연합회(CNPF)가 프랑스 기업가 운동(MEDEF)으로 어떻게 변모했는지의 과정을 통해 MEDEF를 방대하고도 자세하게 다룬다. 꽤 심도 있는 내용이어서 MEDEF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경영자들을 하나로 묶어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카테고리를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소기업과 CAC40 상장기업, 제조기업과 서비스 기업, 국내기업과 다국적기업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인 회원 수 78만 명 이상이라고 알려진 MEDEF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수치 자료를 통해 현실을 알려준다. 실제로 MEDEF에 가입한 기업인 회원 수는 30만 명으로 이 중에서도 대다수는 간접적인 회원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MEDEF에서 경영진으로서 회사를 대변하는 각각의 개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1999년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주당 35시간 근로제 법제화에 맞서 투쟁하던 경영자들에서부터 MEDEF의 핵심 세력 경영자들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게 다루고 있으며 경영자들이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가족 경영권, 명성에 대한 야심, 불확실성을 즐기는 성향 등 다양하게 추구하는 목표를 다룬다. 그리고 이 책에서 MEDEF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을 비중 있게 다루며 한 챕터를 할애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무리 MEDEF의 핵심부가 막강한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어도 계획을 시행하려면 다양한 회원사들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저자는 저서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을 잡지 <아곤>의 특집기사 ‘억압과 통제’(4)에서 따로 다루는데 경영진의 전략을 아래에서부터 살펴본다. 즉, 기업을 관찰하고 노조의 증언을 담고 통계자료를 살피며 경영자, 임원, 직원들 사이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탐구한다.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기업에서 사용되는 방식인 감시, 통제, 통합 등에 대해서도 다루며 이러한 방식이 어떻게 사내를 분열시키는지 살펴본다.

글·안토니 뷔를로 Antony Burlaud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지극히 적게>(2013) 등이 있다. 

(1) Jean-Claude Daumas, <프랑스 경영자들에 관한 역사 사전>(Dictionnaire historique des patrons français), Flammarion, 파리, 2011에 소개된 기고문 모음.
(2) Benoît Collombat, David Servenay, <1945년에서 현재까지 프랑스 경영진의 비밀 역사>(Histoire secrète du patronat français de 1945 à nos jours), La Découverte, 파리, 2009.
(3) Michel Offerlé, <경영자 중의 경영자. MEDEF의 역사>(Les Patrons des patrons. Histoire du MEDEF), Odile Jacob, 2013.
(4) <억압과 통제. 경영진의 전략>, 잡지 <아곤>(Agone) 제50호 특집 기사, 마르세유,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