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힘든 보물 지도
전작 <눈물의 역사>와 <머리카락의 역사> 이후 알란 파울즈는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는 돈에 얽힌 미스터리를 통해 현실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집단의 역사를 다룬다. 돈과 그 세계는 ‘커져가는 혼란’으로 표현되며 전반적인 재앙을 배경으로 한 개인적인 재앙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주인공들도 저자와 동시대에 속하고(저자는 1959년생) 소설은 1970년대 정치 혼란에서부터 2002년 인플레이션 사태에 이르기까지 30년에 거친 아르헨티나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세상은 불안하고 나레이터와 가족 역시 위태롭게 흔들린다. 나레이터와 가족은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돈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레이터의 어머니는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상속받은 유산은 언젠가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레이터의 아버지는 은행을 믿지 못하고 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갖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만 오히려 카지노나 위험 부담이 높은 투자로 인해 돈을 한꺼번에 많이 잃는다. 한편 나레이터는 돈 쓰는 재미에 빠지며 소비야말로 불안한 시대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경험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헛된 자신감이다. 많은 돈은 한 번에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어마어마한 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방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디테일한 묘사와 유머를 적절하게 아우르다가 다시 담담한 문체를 사용한다. 돈의 세계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며 돈이 가져다주는 불안감을 잘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사는 동안 탐욕스럽게 돈을 위해 달려가는 존재라는 교훈을 준다.
글·도미니크 오트랑 Dominique Autr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