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지출 삭감에 나선 감사원의 기이함

2013-11-08     세바스티앙 로랑

가혹한 사회적 희생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갈수록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제국시대에 탄생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받아온 감사원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긴축정책에 그럴싸한 외양을 부여하여 반(反)복지적 행태를 보여온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감사원(Cour des comptes)은 오랫동안 회계부정을 적발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1995년 크레디 리오네 스캔들, 1996년 항암연구센터(ARC) 간부들의 부정 적발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요즈음은 ‘공공지출 절감을 요구’하는 일에 나선다.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디디에 미고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교리에 충실히 따르는 인물로서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다. 2013년 6월 27일 <공공재정 상황과 전망 보고서>(RSPFP)를 발표하는 장면이 생방송을 타기도 했다. 같은 날 저녁, 전 사회당 의원이자 국회 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미고 감사원장은 <르몽드>, <LCI>, <수아르3> 등과 인터뷰를 했고, 다음 날에는 <유럽1>, <BFM 비즈니스>에 출연했다. 1주일 후, <르 피가로>는 “미고 같은 사람이 총리가 되어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정치적 목적 때문일까? 장마르크 에로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서 제출한 첫 예산안은 감사원의 ‘초안’에 기초해서 작성됐다. 2013년에 330억 유로, 2014년과 2015년에 280억 유로를 절약해야 한단다. 이러한 힘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 기관을 거쳤다는 사실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는 그곳을 잠시 거쳐 갔을 뿐이며 공식석상에서 비웃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이만한 권한을 누리게 된 것은 디디에 미고의 특별한 재능 때문일까? 아니다. 전임 감사원장들, 가령 피에르 족스(1993~2001년)나 필립 세갱(2004~2010년)과 비교해보면 금세 드러나는 사실이다. 감사원의 위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1990년대 시작된 개혁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미고가 감사원장에 임명된 2010년에는 개혁이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후였다.

회계 부정 적발보다는
긴축 재정에 더 신경

디디에 미고는 흔히 ‘예산성과관리법(LOLF:재정에 관한 조직법)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1998~2001년, 그는 국회에서 공공지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OECD의 권고사항들을 반영한 법안 도입에 앞장섰다. 오래 전부터 이른바 이 ‘예산 헌법’의 수정을 주장해온 감사원의 감사위원들이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 감사원(GAO)의 평가기준에 매료된 이 감사위원들은 캉봉클럽(감사원 건물이 위치한 거리 이름)을 조직하고 1989년 이 주제와 관련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1994년 감사원 수석 자문위원 장 피크는 <프랑스 정부, 세계로 열린 국가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감사원은 개혁을 통해, 구시대적이고(재판 권한의 기원은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쓸모없으며(구체성이 결여된 일반론으로 가득 찬 보고서들), 비생산적이라는(감사위원들은 직장을 클럽 드나들 듯 한다) 기존의 이미지를 벗게 된다.
법 개정을 위해 프랑스 국회에서의 논의는 영국의 감사원(NAO)을 모델로 삼았다. 1983년 마가렛 대처가 공공지출의 비용 대비 효율성을 평가하기 위해 설립한 NAO의 평가 기준은 민간 회계사무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국 하원의 공공회계위원회는 NAO의 평가 결과에 기초하여 정부 부처들에 예산 관련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미고는 1999년의 한 보고서에서 “공공지출을 관리하기 위해 같은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대처는 두 번째 임기 동안 이 방식 덕분에 공공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10%포인트 삭감할 수 있었다. 2001년 도입된 프랑스의 예산 개혁 법안은, 공산당 소속 상원의원 마리클로드 보도의 표현에 따르면, “공공지출 감축 원칙을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민주주의의 진보라기보다 의회와 감사원 간의 밀착관계 강화로밖에 볼 수 없는 이 결과는 앵글로색슨 모델의 연장일 뿐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감사원은 마치 감시견(watchdog)처럼 성과 지표들을 통해 각 정책별로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평가한다. 소신 때문이든 무능력 때문이든 예산을 초과하거나 낭비하는 국무의원들을 감시하는 번견 노릇을 하는 셈이다.
새 법은 새로운 회계기준을 강요한다. 부채가 가중되고 국채 발행이 늘면서, 민간 기업처럼 투자자들에게 부채와 자산 관련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제기됐다. 프랑스 감사원은 2006년부터 민간기업 감사원이 주주들에게 하듯, 금융시장에서 국가 재정 관련 자료의 신빙성을 보증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조직 역량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여 ‘국가 재정 건전성’을 보증하는 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증을 위한 특정 요구사항들과 의무화된 국제회계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민간 회계사무소의 전문가들을 고용해야 한다. 2012년 그 수는 40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감독 인원의 10%에 해당한다. 2006년 이 조직법이 발효되었을 때, 세갱은 2년 전부터 감사원을 이끌고 있었다. 과거 마스트리히트 조약(1993년 11월 1일부로 발효된 유럽통합조약)에 반대했던 그가 이번에는 유럽연합의 경제적 교리에 따른 개혁에 앞장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세갱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재정부에 대한 자율성, 정부 부처들의 권고사항 이행 여부 감독 권리를 얻어냈다.
무엇보다 감사원을 공공지출과 관련된 사안에서 피해갈 수 없는 준거로 만들어 놓은 것은 그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이다. 2005년 12월, 미셸 페브로가 내놓은 <안이한 공공부채와의 결별>이라는 보고서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2만 유로의 빚을 안고 태어나는 아기의 이미지”(1)가 등장하기도 했다. 세갱은 매년 2월에 발간하는 보고서의 한 장을 이 주제에 대해 할애하도록 했고, 6월에 한차례 더 RSPFP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했다. 이런 활동들 덕분에 감사원은 언론의 주목을 끌며 공공재정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설립 200주년을 맞은 2007년, 헌법 개정이 이루어진 2008년은 감사원의 진화를 위한 분기점으로서, 새로운 위상을 얻기 위한 발판이 됐다. 2007년 11월 5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감사원을 “공공정책 평가와 감사를 위한 중요한 기구”로 변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 7월 23일 마침내 의회는 헌법에 이런 권한 부여를 내용으로 하는 새 문안(47-2)을 삽입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세갱이 세상을 떠나자 미고가 그 뒤를 잇게 된다.

탈세자들에게 관대한
감사원의 주객전도

이런 평가 작업을 위해서는 컨설팅 회사나 조사기관 출신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며, 공무원들도 민간 기업이 사용하는 평가 방식을 따라야 한다.(2) 가령, 2012년 2월 감사원이 펴낸 평가보고서, <조세 기관과 개인, 기업의 관계>는 “대상에 대한 적절한 분류와 다양한 벡터의 합리적 사용을 통해 정보 수집과 제공, 안내 체계의 전체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고안, 시험,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한 후, “질적, 양적 기준으로 측정된 인력, 비용, 서비스의 증감을 고려한 실질적인 생산성 지표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감사원의 현대화 노력이 사르코지 정부에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면, 올랑드 정부에서는 정치적인 결실을 맺게 된다. 2012년 이후 감사위원 출신 다수가 정부 부처로 진출한 것이다. 수석 자문위원 출신 제롬 필리피니는 공공정책검토팀(RGPP)의 사회당 정부 버전에 해당하는 공공정책현대화팀(MAP)의 책임자로 임명됐다. 무엇보다도 감사원은 올랑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부와 나란히 예산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했다. 2012년 5월 18일, 장마리 에로 총리는 공공재정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했고 RSPFP 2012 보고서에 포함된 그 결과를 통해 긴축 정책을 정당화했다. 2014년으로 예정된 추가 긴축 역시 2013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결정된 것이다. 보고서가 발간된 날 에로 총리는 “감사원이 한 말이 맞다.”고 선언했다. 정말일까? 경제학자 앙리 스테르디니아크는 “감사위원들은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고 지적한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감사원은 RSPFP 보고서 등을 작성할 때 IMF 등의 기관들에서 내놓은 분석 자료들을 인용하여, 세금을 올리느니 공공지출을 줄이는 편이 낫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감사원의 보고서들은 이런 식으로 자유주의적 평가 정보의 순환적 유통을 돕고 있으며, 2008년 법 개정 이후 감사원의 조직 목표로 설정된 ‘시민의 정보’ 명목으로 공적 토론의 장을 장악해 버렸다. 워싱턴과 브뤼셀, 캉봉 가의 전문가들은 “공공지출을 억제하라”는 복음을 전파하느라 여념이 없다. RSPFP 2013년 보고서는 구체적 권고사항들로 이 복음을 표현해 놓았다. 그 중에는, 공무원 근무 시간 연장(169쪽), 급여 삭감(170쪽), 행정부 인력 1만 명 감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탈세자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게 접근한다. “조세 감독 방식의 현대화”를 통해 “조세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184쪽)(3) 감사위원들은 아마도 부유세(l’impôt de solidarité sur la fortune, ISF)나 최고세율의 소득세를 내는 부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모양이다. 현재 감사원 수석 자문위원의 평균 월급은 7천 유로를 넘는다. 국가의 귀족들은 자신에게 불필요한 공공서비스를 해체하려고 한다. 또한 권력의 자리를 독차지함으로써 영향력을 강화하고 자신의 존재를 강화한다. 가령, 디디에 미고는 공공재정고등위원회(HCFP) 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2013년 유럽연합 조약에 따라 설립된 이 기구 위원 총 11명 중 4명이 감사원에서 온 인물들로 미고 위원장을 수행 중이다. 감사원의 권한이 권고에 머문다면, HCFP는 유럽 집행위원회가 정한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팔을 비틀 수 있는 힘을 지닌다. 2001년 개혁으로 감사원에 능률 관리 체계가 도입되고, 인증과 평가 업무가 추가된 것에 그치지 않고, 공공권력의 재정정책 자율성이 다시금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 임무

공공재정의 회계장부 감사, 즉 개인 및 금전적인 책임을 판단하기 위해 1807년 창설된 감사원은 과실이 있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따라서 비정상적으로 지불된 비용이나 징수되지 않은 수익의 총규모는 국가·공공 기관에 대한 채무액으로 표시된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정부기관과 공공기업, 국민건강보험과 국가에 손 벌리는 기관들도 감독하고 있다. 예컨대 이 기관들의 수익과 지출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자금 운용에도 만전을 기한다. 감사원은 주요 소견을 연례 공공 보고서(RPA)와 국민건강보험 재정 보고서에 기록한다. 1991년 이후, 감사원은 주제별 공공 보고서도 같이 발간하고 있다. 올해 7월에 발간한 보고서 ‘지속적 위기로 파산 직전에 몰린 덱시아(Dexia, 벨기에와 프랑스 합작 금융그룹-역주)’가 그 예이다. 정부와 국회의 헌법적인 자문 기관인 감사원은 다른 두 임무, 즉 금융법의 집행과 공공재정의 상태와 전망에 대해서도 소견을 피력한다. 또한 국회의 요청에 따라 조사와 평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2006년 이후, 감사원은 국가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책임지고 있다.


글·세바스티앙 로랑 Sébastien Rolland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파리8대학 철학과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리듬분석> 등이 있다.

(1) Yann Le Lann & Benjamin Lemoine, ‘세대별 회계. 미래의 가치와 사회적 국가의 변형(Les comptes des générations. Les valeurs du futur et la transformation de l'Etat social)’, <Actes de la recherche en sciences sociales>, n°194, 2012년 4월, p.72.
(2) Isabelle Bruno et Emmanuel Didier, ‘벤치마킹, 평가수단인가 파괴 무기인가(L'évaluation, arme de destructio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5월호.
(3) Alexis Spire, ‘세무서 창구 뒤에서 본 부자들의 꼼수(Comment contourner l'impôt sans s'exil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2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