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의 나라'마다가스카르, 빈곤과 횡령으로 얼룩진 사회

2009-04-04     레미 카라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쿠데타의 나라’ 마다가스카르,
빈곤과 횡령으로 얼룩진 사회


티코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다가스카르의 사람들은 얼마 전에 퇴진한 라발로마나나 전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이름인 ‘티코’를 따와 자신의 나라에 이런 별명을 붙였다. “그는 국가를 마치 자신의 회사처럼 운영하고 국민을 종업원 대하듯이 합니다. 그러나 나는 티코의 종이 되기 싫어요!”라고 과거 식민지 탄압의 희생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50년 전에 설립된 ‘피판남피아나 말라가시’(마다가스카르 연대 위원회) 의장인 지젤 라베자할라 여사는 외친다.


수개월째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1월 초부터 안타나나리보시의 젊은 시장 안드리 라조엘리나(34)는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가 되더니, 3월 중순 급기야 대통령 직무대행직에 올랐다. 지난 1월 26일과 27일, 시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상점 약탈 사태에서 110명이 불에 타 숨졌다. 2월 7일에는 반정부 시위대가 암보히초로히트라 대통령궁에 접근했을 때 28명(정부 발표)에서 50명(적십자 추산)에 이르는 시민이 대통령 경호원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교회 세력이 지원하고 국제금융기구도 칭송해 마지않던 라발로마나나에 대한 마다가스카르 국민들의 지지는 이미 오래전에 사그라졌다. 그가 권력을 잡은 2002년은 27년 동안 유지되었던 디디에 라치라카의 통치가 끝나는 걸 의미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희망을 품기도 했다.
 
탈법과 위법으로 점철된 기득권층의 파행
 라발로마나나 전 대통령의 반대 세력은 ‘낮은 동네’에 사는 저소득층, 중산층 배경의 대학생뿐 아니라 티코 그룹의 세력 확대를 반대하는 기업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 권력층을 구성하던 이 기업가들은 현재 반정부 운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라조엘리나도 기업인이다. 그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인쇄회사를 설립했으며 방송 매체를 소유하고 있다. 
“라발로마나나는 우리나라의 재앙입니다. 그는 양극화를 조장하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요. 한마디로 악마입니다!”라고 외치는 ‘열대비누’ 마케팅 담당이며 마다가스카르 경영자 단체(Conecx) 사무총장인 라마로손 여사도 라조엘리나를 지지한다. 그러나 개인 경호원을 항상 대동하면서 고급 스포츠카(SUV)를 타고 다니는 그녀에게 반정부 운동을 지지하는 진정한 의도가 담겨 있을지 의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라발로마나나 정권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은 국내 기업들의 기반을 허물었다. “독점과 지대 수입에 기초한 후기 식민지 경제를 통해 지난 40년 동안 부를 모은 이 기업들은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국제 무역회사 악시우스 그룹의 회장인 라도 라팔리마나나는 말한다.
 
권력자의 이중적 잣대, 비리와 불법의 온상

관세 통제를 강화하면서 전 대통령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탈법 행위를 일삼는 회사들을 파산시켰다. 그러나 그 자신은 오히려 권력을 이용한 편법을 사용한다. 티코가 주문한 엄청난 양의 수입 물품이 타마타브에 입항하는 날에만 예외적으로 환율은 낮아졌다.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무역회사가 수입하는 물품의 수입관세를 임의로 낮추기도 했다.
 반대 진영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2005~2008년에 대통령이 소유한 회사들이 입은 특혜로 인해 다른 회사들이 2400만 유로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유제품, 수입, 대형 할인매장, 건설, 호텔, 언론, 귀금속 사업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티코는 거의 모든 영역에 손을 대는 재벌이 되었다.

안타나나리보의 ‘달동네’ 중 하나인 안코론드라노에서 가장 운이 좋은 주민들은 월급 5만 아리아리(20유로)를 받고 자유무역지대에서 일한다. 그러나 쌀 50kg 한 포대의 가격은 14유로에 이른다. 다른 주민들은 주로 노점상, 일용 노동자, 짐꾼과 같은 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여기서는 하루 한 끼 벌어먹는 것도 힘들어요”라고 지역 상호부조 단체를 이끄는 라코톤드라소아는 말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싼 학비 때문에 학교에 갈 엄두를 못 내며 이들 중 오직 20%만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제1공화국(1960~1972년) 기간에는 임금 격차가 1 대 8에 불과했으나 현재에는 1 대 100으로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 5% 경제성장은 어려워 보인다. 370억 아리아리가 투자되는 타마타브 항구 설비공사와 수도를 잇는 도로공사, 220억 아리아리 상당의 안타나나리보 공항 확장공사, 그리고 국제 컨소시엄이 33억 아리아리를 투자하는 암바토비의 니켈과 코발트 광산 개발사업 등의 대규모 토목건설 공사의 혜택은 오직 일부 기업만이 얻게 될 것이다.
 
대우의 농업개발 계획, 주민 반발 불러

옛 대통령이 추진한 ‘개혁’ 대상에는 농촌도 포함되었다. 아치나나나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허가를 맡은 중국 기업이 100ha 넓이의 경작지에서 쌀 생산량을 3배로 늘리는 실험계획을 가동했다. 지역 농민들은 생산의 일부분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익을 모두 회수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인 대우로지스틱스가 투자하려는 곳도 바로 이 지역이다. 이 사건은 2008년 11월 많은 논란을 불렀다. 1999년, 대우그룹의 파산 이후 설립된 이 회사는 대규모 천연자원 개발을 전문 사업 영역으로 한다. 이 사업은 경작지는 풍부하지만 돈이 없는 나라에서 경작지는 부족하지만 돈이 많은 국가의 국민이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려는 ‘신식민주의’의 한 형태를 띠고 있다. 야자유와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한국 회사는 2008년 5월 마다가스카르 정부로부터 130만ha의 땅을 99년간 임차하기로 했다. 2008년 11월 19일 <파이낸셜타임스> 기사가 이를 폭로했을 때 계약은 거의 성사 단계였다.
대우로지스틱스와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오랫동안 계약의 존재를 부인했다. 토지개혁 장관인 마리우스 라톨로자나하리는 이 사업이 단순한 구상 단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전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대우는 지질학자와 지리학자를 고용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며 문제의 지역을 헬기로 관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지역에 사는 농부들과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익명을 요구하는 한 외교관은 증언했다. 아치나나나 지역의 10만ha도 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다. 해당 지역 군수인 란드리아마하리트라는 이 계획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우리는 이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상부에서는 우리에게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요구합니다. 계획표 하나만 나에게 보여주고 서명하라고 합니다”라고 그는 폭로했다.

공식적으로는 대우로지스틱스는 7만 명의 고용과 병원·학교의 건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농민들은 자신과 조상의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한다.
번역•김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