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학교 진출

2013-11-08     이자벨 브룩만

몇 년 전부터 수업시간에 참고할 만한 흥미로운 수업자료를 제작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다논과 켈로그, 리빅, 마르스, 마이크로소프트, 케스데파르뉴, 비벤디 등이 교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광고주들은 프랑스의 어린 학생들이 미래의 소비자인 동시에 가족의 제품 구매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해 학생들의 교육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어린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소비하는 제품(장난감, 옷)뿐 아니라 가족의 자동차나 컴퓨터 구매, 심지어 휴가지 선정처럼 비싼 비용의 소비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한 모두가 알고 있듯이 소비습관의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형성된다. 따라서 미국처럼 프랑스에서도 어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이미지 메이킹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게 갈망하는 표적과 소통하기 위해 기업들은 학교와 교실, 교사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치약 브랜드 콜게이트는 학생들에게 바르게 양치질하는 법을, 여성위생용품 브랜드 네트는 인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켈로그와 비스켓 브랜드 우드베르는 균형 있는 영양섭취에 대해, 다논은 ‘영양섭취의 즐거움’을, 수프 전문 브랜드 리빅은 채소 섭취의 중요성을 그리고 코카콜라는 ‘기업’에 관하여 가르친다. 또한 수업의 참고자료로 값비싼 도구나 표, 테스트, 카탈로그, 놀이기구뿐 아니라 교사용 가이드북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하거나 아니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파리 북쪽 발두아즈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발레리 우댕은 매년 기업에서 제작한 자료를 구매해 수업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교사 협의회나 생산자 조합에서 발간한 자료를 선호하긴 하지만 채소와 균형 있는 영양섭취에 대한 수업을 위해서는 리빅에서 제작한 교육용 모형세트를 주로 사용한다. 발레리는 “정말 완벽하고 재미있게 잘 만들어져서 학생들이 좋아한다. 게다가 무료거나 거의 공짜나 다름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개인 비용으로 살 수도 있지만 협동조합의 기금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한번 사면 잘 보관해두었다가 다음해에 다시 사용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학교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출판업체들은 공교육에서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것을 철저히 분석해 기업에 상세히 보고한다. 수업자료 제작 대행사인 에듀마디아의 창립자 파스칼 스타이켄은 “교사들에게는 수업 자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계속해서 변화를 줘야 하는데 다양한 교수법 활용은 쉽지가 않고 자금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말하며 “우리는 영양이나 건강, 환경처럼 ‘공익 메시지’를 추구하는 기업과만 거래한다. 또한 우리 고객들은 위선적인 마케팅은 원치 않는 성숙한 시민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 기업들이 중점을 두는 것은 판매가 아니라 교육적인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이를 의심하자는 건 아니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사심 없는 행보에 상당히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 교육 투자로 혹시 다른 이득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상상해보는 것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은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다논은 몇 년 전 존중과 나눔, 관용을 강조하는 TV 광고에 이어, 같은 맥락에서 시민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공민교육’ 수업 참고자료를 제작해 교사들에게 배포했다. 홍보대행사인 유로RSCG는 “소비자들은 기업에 사회적 역할을 요구한다. 다논은 엄마들과 협력해 아이들의 영양교육을 함께 책임지려고 한다. 엄마들은 점점 혼자가 되어가고 아무도 이 교육의 권한과 가치를 대표하려 하지 않는다. 아빠들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고 국가는 무관심하다. 누가 아이들에게 교훈적 지표를 줄 수 있겠는가? 바로 기업들이 이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처럼 기업들은 아이들을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길러내는 데 힘쓰고 있다. 코카콜라는 환경보호 문제를,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원자력과 에너지에 대해 가르친다. 이 두 회사는 결국 어떻게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학부모연맹(FCPE)의 대표 조르주 뒤퐁라이트는 “이러한 수업자료에는 광고가 담겨 있기 때문에 상업적 장소가 아닌 학교에서는 허용할 수 없다. 이는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교육부는 교육에 공화주의의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 국립 교육자료원이 발간한 공식 교육 자료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기업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시민을 자칭하는 기업들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고 교육 문제는 공교육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실에 진출하는 것을 꺼려하는 기업들도 공교육에 납품하는 출판사들을 통해 매우 효과적인 대체재를 발견했다. 아셰트 교육이 예비과정인 CP(초등학교 1학년)와 기초과정인 CE1(초등 2학년)용으로 출간하는 교과서에는 켈로그 쵸코가 두 페이지에 걸쳐 등장한다. 그리고 프랑스 보험회사인 AGF의 광고와 자사의 신문의 광고도 볼 수 있다. 교육부는 현 상황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듯하다. “물론 법적으로는 교내에서 모든 형태의 광고가 금지되어 있지만 교사들이 유용하다고 판단한 수업자료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국가가 제공해줄 수 없는 것을 기업에서 얻기 때문에 수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바라는 바대로 애매함은 계속된다. 법의 규제를 받고 학교에서 추방될까봐 전전긍긍해야 할 기업 기업들은 오히려 원하는 자료를 마음껏 출판하고 교장이나 교사들에게 우편광고를 직접 발송하기까지 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사회학자 이브 카렐은 “후원과 사회적 참여라는 미명하에 기업들은 교육시설에 침입해 자식들의 성공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교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학교로 기업 자금이 유입되면 현대식 시설을 갖춘 학교와 부족한 부분을 벌충하는 데 급급한 학교 간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현 상황은 학교로 자유주의가 확장되고 있는 과정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글·이자벨 브록만 Isabelle Brokman

번역•배영미 petite0222@hotmail.com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