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이 아동교육을 책임져야

2013-11-11     루이미셸 르플르티에

산악당 혁명가 생파르조의 후작, 루이미셸 르플르티에는 루이 16세 근위병 출신에게 암살당하기 한 달 전인 1792년 12월, 국민공회 앞으로 교육 관련 법안을 담은 청원서를 보낸다. 그는 장자크 루소의 사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5~12세(여아는 11세까지)의 모든 아동을 부모가 아니라 공화국이 양육할 것을 제안한다.


인간을 육성하고, 지식을 전파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두 가지 과제다. 전자는 훈육, 후자는 교육이라고 한다. 교육은 모든 이에게 제공되지만 그 본성상 직업과 능력의 차이로 인해 사회 구성원 소수의 배타적 소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훈육은 모두의 공유물로서 보편적인 혜택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공공 교육위원회(1)의 소관으로, 그에 관해서는 여러분에게 이미 유용한 관점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훈육의 문제는 완전히 소홀하게 다루어졌다. 교육위원회의 공공 교육 계획은 무척 만족스럽지만 훈육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위원회는 전체 교육 체계를 학습의 4단계(초등학교, 중등학교, 학사원(Institut), 고등학교)를 기초로 구성한다. 그 중 상위 세 단계의 과정은 인간 지식의 보존, 전파, 개선을 위해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부모의 능력 차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 불식해야

이 세 단계는 적절하게 구성된 풍부한 원천을 교육과정에 제공한다. 시민들의 인문학, 과학, 예술 분야의 지식 습득을 촉진하기 위한 매우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에게만 유용할 수 있는 상위 세 단계에 앞서,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일반 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은 공화국이 모든 이에게 진 빚과도 같다. 한마디로, 진정으로 보편적인 국가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위원회가 초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첫 단계의 교육은 상기한 혜택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우선, 유감스럽게도 입법자들은 6세 이하의 아동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시기의 아동들은 잔존하는 편견과 전통적인 오류에 노출되어 있다. 아동이 6세가 되는 시점부터 법은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영향만을 미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법은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일부에만 작용하게 된다.

교육위원회의 계획에 따르면, 2만~2만5천 개의 초등학교가 필요하다. 1평방 리외(1평방 리외(lieue carrée)=4x4km)당 하나꼴인 셈이다. 여기에서 이미 첫 번째 불평등 요소가 발견된다. 초등학교가 세워지게 될 도시, 큰 마을, 읍내 등에 거주하는 아동들은 더 자주, 지속적으로 학교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시골이나 작은 촌락에 사는 아동들은 지리적, 계절적 상황 등 온갖 문제들 때문에 도시의 아동들만큼 규칙적으로 학교에 나가지 못할 것이다.

오지에 고립된 몇몇 가정들뿐 아니라 상당수의 코뮌과 지방에서도 이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매우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현재 공화국 내에는 4만4천 개의 시(市)가 존재한다. 계획에 따르면 2만~2만5천 개의 초등학교가 세워질 예정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한 곳에 두 개의 시가 배정되는 셈이다. 학교가 들어서는 구역의 아동들이 좀 더 지속적으로, 편한 방식으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부모의 능력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불평등은 더욱 클 것이다. 이번엔 최상위 집단에 속하는 소수의 아동들이 모든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일을 시키지 않아도 양육이 가능한 부모에게는 아이를 매일 몇 시간씩 학교에 보내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빈곤 계층의 경우는 어떨까? 가난한 집의 아동도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그에 앞서 먹을 것이 필요하다. 근면한 아버지는 아이를 위해 자신이 빵 하나를 덜 먹을 수도 있지만, 아이 역시 빵을 먹기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는 일에 매여 있다. 그의 생존이 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들판에서 한 나절을 힘들게 일한 후에 휴식 시간을 이용해 집에서 l 리외(약 4km) 가까이 떨어진 학교까지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버지를 처벌할 수 있는 강제법을 도입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의 작업이 가능한 8~10세의 아동에게 매일 몇 시간씩 일을 쉬게 해 주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만 가능할 것이다.

모든 아이를 구별없이
공화국이 공동 양육해야

현재의 학교 설립 계획은, 엄밀히 말하건대, 생존을 위한 의무와 빈곤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소수의 시민들에게만 혜택을 줄 것이다. 한쪽에서는 풍성한 교육의 과실을 수확하는 동안, 빈곤층은 떨어진 이삭이나 주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도덕적 존재 양성과 관련해서, 현재 제시된 계획은 몇몇 유용한 교육과 조금의 학습 시간이라는 협소한 원 속에 갇혀있다. 수업시간이 너무 적다. 나머지 시간은 그 날의 상황에 따라 우연적으로 채워진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 사치스러운 무기력함, 허영에 찬 자만심, 빈곤으로 인한 상스러움, 나태한 무질서 상태에 빠지고 만다. 악습, 오류, 불운, 무관심 등 주변 환경의 피해자인 아동들은 과거에 비해 단지 조금 덜 무식해질 뿐이고, 학교 수는 조금 더 늘어날 뿐이고, 교사들은 예전에 비해 조금 더 유능해질 뿐이다. 이것이 진정한 인간, 시민, 공화주의자를 양성하는 길인가? 다시 말해, 이런 식으로 국가의 재생이 가능할까?

공화국의 번영을 위한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위에 열거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이 모든 장애물들을 제거할 수 있고, 가장 완벽한 교육 계획을 용이하게 하고, 모든 훌륭한 제도들을 동원하고 실현하게 해주는 법을 제정하자. 10년 안에 우리 손으로 입법하는 영광을 누리자. 이 법은 부의 잉여를 되돌려주므로 빈곤층에게 유리할 것이다. 부자들도, 깊이 따져보면 이 법에 찬성하게 될 것이고, 감수성을 지녔다면 이 법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이 법은 진정으로 국가적이고, 진정으로 공화주의적인 교육, 평등하고 효율적으로 모두의 것이 되는 교육, 신체적 능력과 도덕적 성격의 측면 모두에서 인류를 재생시킬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마디로, 이 법은 공공 교육제도의 설립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의 유익한 원칙을 확인하자. 그러나 시대정신과 공화국의 산업적 필요에 따른 수정도 필요하다. 남아의 경우 5세부터 12세까지, 여아의 경우 11세까지, 구별 없이 모든 아이들을 예외 없이 공화국이 공동으로 양육하는 내용의 법을 선포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아이들은 평등을 보장하는 신성한 법에 따라 동일한 의복, 동일한 음식, 동일한 교육, 동일한 보살핌을 제공받게 될 것이다.

가난과 편견, 무관심에 희생되는
아동에 관심가져야

내가 제안하는 교육비 분담 방식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비용은 부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빈곤층의 세금 부담은 매우 경미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분이 도입하고자 하는 누진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혼란이나 불공평을 야기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공적인 불행이라 할 수 있는 엄청난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5세까지는 어머니의 보살핌에 맡겨야 한다. 그것은 자연의 바람이자 필요이다. 이 연령대의 아이에게는 매우 세심한 관심과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어머니뿐이다. 그럼에도 법은 인간 생애의 초기 몇 년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법적 적용은 아래와 같은 제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머니들의 용기를 북돋워주고, 그들에게 지원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수유에 관심을 갖게 하고, 간단한 수단들을 통해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실수와 부주의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로운 관심과 보살핌의 방법들에 대해 가르쳐주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고역이 아니라 여유이자 점진적인 희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상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생후 5년까지 해줄 수 있는 일들이며, 내가 제안하는 법의 몇몇 조항들이 목표하는 바이다. 상기한 조처들은 매우 단순하지만, 공화국 내에서 매년 가난과 편견, 무관심에 희생되어 목숨을 잃는 아동의 수를 4분의 1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국가는 5세 이상의 아이들을 자연의 품에서 넘겨받아 보살피다가 12세가 되면 다시 사회로 돌려보낼 것이다.


글·루이미셸 르플르티에 Louis-Michel Lepeletier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파리8대학 철학과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리듬분석> 등이 있다.

(1) 국민공회 의원 선출 후, 1792년 10월 13일 구성되었으며, 24명의 위원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