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코카콜라의 아이들

2013-11-11     카트린 뒤푸르

1982년에 태어난 미로슬라브 펜코브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섹스하고 주사위 놀음하고 부모에게 거짓말하고 바다까지 히치하이킹을 해서 가고 위조지폐를 만들거나 축구경기에 쓸 폭죽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불가리아 젊은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미로슬라브는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간다.

미국 문학은 에드거 포우에서 T.C.보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중편 소설가들을 배출하고 있었고 미로슬라브는 미국의 중편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또한 미로슬라브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와 찰스 부코스키의 작품도 읽었다. 현재 미로슬라브는 북부 텍사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바다에 던져진 병처럼 미로슬라브는 머나먼 서방에서부터 단편집 8작품 모음집을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단편집은 모두 불가리아와 망명의 고통을 그리고 있다.

미로슬라브가 그려내는 고통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고통이 아니다. 양로원에 방치된 노인들, 고아원에 버려진 고아 소녀의 처지, 20세기에 여러 나라에서 영토가 여기저기 나뉘며 생이별을 하게 된 연인들에 대한 처지에 대한 연민의 고통이다. 불가리아는 여기저기 분열을 겪으며 마치 여러 사람에게서 팔, 다리, 몸통을 각각 모아 꿰매 이은 괴물처럼 느껴진다. 또한 미로슬라브는 미국으로 이민 갈 정도로 돈을 모으지 못한 커플들, 미국으로 마침내 이주한 커플들, 사내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천덕꾸러기가 된 여자 아이들, 커다란 차에 깔려 죽은 소년들, 신발이 너무 커서 걸으면서 벗겨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발을 끌면서 가는 아이들, 너무나 못생겨 사랑 받지 못하는 젊은이들, 너무나 가난해 사랑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 무덤 위에 새겨지는 이름까지 전부 빼앗긴 사람들의 고통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작품 속에 그려 간다.

미로슬라브는 연민은 가득하지만 결코 투덜대지는 않는다. 미로슬라브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전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유머와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 미로슬라브는 여러 언어에 능통하다. 그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리의 사람 중 하나였으나 미국 아칸사스 주에서는 기독교 정신이 충만한 환경에서 교양 있는 젊은이가 된다.

미로슬라브가 불가리아의 시골에서 방황할 때 쓴 이야기는 러시아 문학의 느리면서도 강인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미로슬라브가 미국화된 불가리아 사람을 등장인물로 내세워 딸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에 들은 전설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미국과 불가리아, 두 문화권의 만남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마치 미국 소설가 잭 케루악이 ‘천일야화’를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다. 아름답지만 슬프고 유머러스한 느낌.


글·카트린 뒤푸르 Catherine Duf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