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흑인'인 작가

2013-11-11     마리나 다 실바

2013년은 에메 세제르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다. 세제르는 2008년 9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마르티니 섬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세제르는 현재 프랑스 팡테옹에 묻혀 있다. 세제르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여러 기념사업 중에서도 플레야드 출판사에서 11월에 출간된 에매 세제르, 레옹 공트랑 다마스, 레오폴 세다르 생고르의 작품을 실은 시집에 주목할 만하다. 이 위대한 세 인물은 잡지 <에튀디앙 누아르>에 최초로 작품이 기고된 흑인 아프리카인 작가들이다. 이 세 작가의 ‘흑인적인 특징’은 1934년부터 구체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세제르는 시 구절이란 오랜 인내로 켜켜이 쌓이는 귀한 구절이라고 생각했다. 막시맹은 근 40년 동안 세제르와 함께 시집을 출간하면서 식민지 반대 투쟁과 앤틸레스 제도의 정체성 확립까지 열정을 공유했기에 세제르를 가리켜 ‘열정적인 형제’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여러 가정을 전전하던 어린 시절, 식민지배의 역사 체험, 고향에 대한 애착 등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65년 파리 ‘프레장스 아프리켄’ 서점에서였다. 프레장스 아프리켄은 탈식민지 운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던 곳이기도 했다. 세제르의 시집 <귀향기>(1939)가 출간되었을 때 막시맹은 아직 어린아이였다. 막시맹은 청소년 시절을 <귀향기>를 읽으며 보냈고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키워갔다. 또한 막시맹은 세제르가 1941년에 아내 쉬잔과 함께 창간한 문학 해방 잡지 <트로피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 첫 만남은 막시맹이 세제르의 마지막 시집 <나, 라미나리아>의 흩어진 작품들을 모아 출간하는 일을 하던 1980년대까지 깊은 우정으로 발전해 갔다.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은 막시맹이 출간한 세제르의 시집에 감동의 색채를 더 한다. 세제르 일생의 주요 사건들이 진솔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세제르 일생의 주요 사건 자체가 작품이 된다. 막시맹이 출간한 세제르의 시집은 친근한 ‘너’와 나레이션의 ‘그’가 적절하게 섞여 사용되고 아내 쉬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녹아 있다.

막시맹은 쉬잔의 작품 <대변신>을 출간해 쉬잔의 숨겨진 문학적 재능을 알렸다. 쉬잔은 남편 세제르에게 깊은 영감이자 숨결이었다. 세제르의 희곡 <크리스토프 왕의 비극>은 식민지배를 당하던 아이티의 흑인 지도자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장 마리 세로가 1965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흑인 배우들을 등장시켜 상연했다. 알제리의 카테브 야신처럼 세제르도 저항과 참여의 언어를 통해 시를 써 나갔다. ‘참여한다는 것은 예술가에게 있어서 사회적인 배경 속에 녹아들어가고 민중과 함께하며 조국의 문제에 깊이 관여해 역사의 증인이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생각에서 세제르는 <콩고에서의 한 철>(1967년)을 집필했다. 콩고는 세제르의 조국은 아니지만 독립 운동을 하는 콩고의 정치 지도자 파트리스 루붐바는 곧 세제르이자 모든 독립 운동가들을 상징했다. 막시맹은 세제르를 가리켜 ‘모든 대륙의 피가 그의 혈관 속에 흐른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