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의 기이한 ‘어린이 세계’

놀이공원의 노동체험 ‘키즈몬도'

2013-12-10     모나 숄레


해적, 요정의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놀이공원이 어린 손님들을
직장인의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그들 중 하나가 최근 레바논의 수도에 개장했다.

디즈니랜드나 프랑스의 아스테릭스 공원과 달리, 지난 6월 초 베이루트 해안가에 개장한 키즈몬도(KidzMondo)는 어린 고객들이 익히 알고 있는 가상의 세계를 재현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대신 키즈몬도는 어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신화’를 제작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어느 여름날, 두 아이는 바캉스를 보내던 레바논 시골의 별장 인근에 위치한 동굴 탐험에 나선다. 대담한 코즈모는 그곳에서 신비한 열쇠를 하나 발견하고, 누이동생 예나는 현재 자신이 읽고 있는 책 <전설의 보석과 고대세계>에서 이 열쇠를 보았다는 것을 떠올린다. 이 마법의 열쇠 덕분에, 이들은 방금 전에 방문한 폐허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이윽고 이들은 버려진 고대 도시로 들어서고, ‘뜻 모를 마법의 불빛이 이들 주변을 너울대며 반사광과 무수한 빛깔의 환상적인 회절 현상을 만들어낸다.’ 예나가 돌 비문에 쌓인 먼지를 훔치며 그 위에 새겨진 글을 읽는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다.” 이후, 오누이는 ‘어른들에겐 오래전에 잊혀졌지만 화려한 과거를 간직한’ 이 도시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수천 명의 친구들과 조우한다는 줄거리다.(1)

그러나 현실 속의 키즈몬도는 1만 300m²에 지어진 2층짜리 창고, 에어컨과 인공조명을 갖춘 쇼핑몰처럼 보인다. 이 건물의 개찰구는 공항의 출입국 심사대를 모방했다. 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순수한 마음을 지닌’ 방문객들에겐 스스로 풀 수 없는 무선주파수 식별(RFID) 팔찌를 채웠다. 공원엔 또한 250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키즈몬드의 마케팅 및 이벤트 행사 담당, 미나 수웨이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단 보안 검문소를 거치고 나면, 사람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사실적인’ 방법으로 현실 세계를 70% 선까지 재현해 놓은 도시를 발견한다. 투어의 첫 번째 단계는 키즈몬도 프로젝트의 파트너인 레바논의 최대 은행, 아우디 은행을 통과하는 것이다. 이 은행에서, 아이들은 방문 축하금으로 받은 50키들러(Kidlar·현장 화폐)짜리 수표를 자신들의 계좌에 예치하거나 현금으로 바꾼다. 또한 아이들에게 ‘금융적 책임’을 가르칠 목적으로 이들의 이름으로 된 신용 카드도 발급해준다. 이후, 이들은 받은 돈을 불리기 위해, 키즈몬도가 제공하는 80개의 노동체험 활동을 찾아 각자 제 갈 길을 간다. (이중 60여개는 스폰서를 받는다) 따라서 펩시콜라사(社)에서 콜라를 병에 담는 노동자, 세계 최대 치약 회사 콜게이트(Cogate)사의 치과의사, 버거킹의 종업원, 던킨도너츠의 제과사, 채널 MTV(레바논 주요 텔레비전 채널 중 하나)나 레바논 라디오 음악 채널(NRJ)의 기자, 또는 외과의사 등과 같은 직업들을 연속적으로 거친다.

심지어 오락 프로그램 속엔 베이루트 소재 미국 대학과 함께 설치한 대학도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학교가 아직 개교를 하지 않았지만, 이 대학이 학위증을 발급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이 학위로 다른 노동체험 활동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각 일터에서 받은 임금으로 공원 입구에 있는 선물 가게에 들러 선물을 살 수 있다. 수웨이드가 말한다. “이곳에서는 키들러만 받는다. 간혹 일부는 레바논 실링으로 계산하려 든다. 그럼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얘야, 이 장난감을 갖고 싶으면,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이것이 곧 키즈몬도의 목적이다. 아이들에게 “돈은 나무에서 자라는 게 아니란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열두 살쯤 된 두 소년이 가게 안으로 들이닥친다. 번 돈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으로 보아, 장차 공산당원이 될 기미가 엿보이는 두 어린이는 자신들이 번 돈으로 야광 플라스틱 공을 사고 싶어 한다. 수웨이드가 묻는다. “너희들이 들떠서 세고 있는 그 키들러는 무슨 일을 해서 번 거니?” 한껏 흥분한 이들이 대답한다. “파일럿 놀이요!”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비행기, 즉 앞부분이 공원 밖까지 돌출되어 있는 레바논 국적항공사인 미들이스트 항공(Middle East Airlines)의 모조 비행기는 누가 뭐래도 키즈몬도의 최대 성공작이다. 수웨이드가 아이들에게 재차 묻는다. “너희들은 논 거니, 일을 한 거니?”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며 대답을 못하고 쩔쩔맨다.

이 곳, 재구성된 도시의 특징은 모든 정치적 기관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중앙 광장에서, 아이들은 주랑현관(柱廊玄關)을 갖춘 극장과 버거킹 그리고 은행과 경찰서 등을 발견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극장에서 공원 직원들이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키즈몬도를 찬양하기 위한 퍼레이드를 벌인다. 일부는 마스코트인 코즈모와 예나로 변장하거나 이들의 동반자인 거북이 릴루와 개 도질라로 변장했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맞은편에서는 유니폼에 헬멧이나 군모를 쓴 어린이들이 경찰서에서 나와 교관이 외치는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일렬종대로 행진한다.

한편 구급차와 소방차와 같은 전동차들이 고막을 찌르는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오솔길을 줄지어 이동한다. 이 모든 배후엔, 통신 분야에서 큰돈을 번 레바논의 사업가이자 코모로 군도에 있는 거대 중동 투자회사인 코모로 걸프 홀딩(Comoro Gulf Holding)의 공동 회장인 알리 카즈마가 있다. 그는 우리에게 설명한다. “키즈몬도를 실현하는 데 2500억 달러가 필요했죠. 30%는 스폰서로, 30%는 은행 대출로, 40%는 내 자금이 들어갔어요.” 그는 시아파당과 동맹 관계인 동시에 헤즈볼라와는 정적관계인 아말당의 당수이자 국회의장인 나비 베리의 딸, 힌드 베리와 동업을 하고 있다. 카즈마는 꼬리를 무는 부패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된 상태이며, 최근 위키리크스의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2) 키즈몬도는 노르망디 호텔 앞 바다에 축적되어 있던 잔해와 쓰레기들을 매립해 만든 이른바 “노르망디 매립지”, 즉 황무지에 우뚝 서 있다. 호텔은 레바논 내전(1975~1990) 동안 파괴됐다. 한 부동산 업자는 “여길 매립하는 과정은 길고 험난해, 이제야 겨우 매립이 끝났어요. 30년 후면, 이 지역은 레바논에서 가장 비싼 땅이 될 걸요. 이 지역엔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고, 이미 그 윤곽은 나와 있어요. 그동안은 이 지역이 극심한 땅 투기에 몸살을 앓겠죠.”라고 말한다. 현재는 지평선을 따라 직선으로 뻗은 대로에만 초현대식 아트센터와 핑크빛 돔 지붕으로 덮인 나이트클럽 그리고 키즈몬도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베이루트는 시작일 뿐이다. 유사한 두 번째 공원이 이미 이스탄불의 트럼프타워 공원에 공사 중이고, 세 번째 공원은 아부다비에 개장할 것이다. 마지막 공원은 현지 콘텐츠에 맞추기 위해, 석유 정제 활동을 포함시킬 것이다. 카즈마는 또한 동부 유럽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곧 경쟁자자 생길지 모른다. 이 같은 개념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9년, 멕시코 사업가 자비에르 로페즈 앙코라가 멕시코의 한 무역센터 안에 이른바 키자니아(KidZania)란 공원을 개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아시아(도쿄, 자카르타, 서울 등)를 중심으로 14개의 공원들이 개장됐다. 2013년 8월, 카이로와 봄베이 공원이 마지막으로 개장된 가운데, 또 다른 공원이 2014년 마닐라에 개장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유럽엔 리스본에만 이 공원이 진출했다. 물론 키즈몬도에 취한 몇몇 베이루트의 갑부 가문들도 두바이 키자니아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자니아의 공식 구호인 “여러분, 보다 나은 세상을 구경할 채비를 하세요!”를 키즈몬도가 베낀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카즈마는 “이것은 오스트리아의 미노폴리스, 플로리다의 원너두시티(Wannado City) 등의 모토이기도 하다”며 그 의미를 상대화한다. 수웨이드는 한술 더 뜬다. “이런 콘셉트는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보편적인 모토죠. 모든 어린이들은 성인들처럼 직업을 갖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공원이 내세우는 슬로건 중 하나가 “유일한 한계는 아이들의 상상력”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모든 활동은 관리감독 속에서 이루어지고 분 단위로 진행된다. (각 노동 체험장) 문 위에, 체험 활동 시간(평균 20분)과 수용 인원 수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진행자들이 문 앞에 서서 한 번에 대여섯 명의 어린이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며 이들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기도 하고 때론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청소년 연합’이란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문 밖에 대충 줄지어 서서 참을성 있게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린다.

제공되는 체험활동은 생각보다 간결하다. 아이들은 종종 유니폼 착복식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이런 유니폼 착복식은 홍보성 연설을 위한 단순한 핑계일 뿐이다.  키즈몬도는 교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육’과 ‘오락’을 융합시킨 학교 밖 체험학습장, 즉 에듀테인먼트 개념이라며 자랑한다. 하지만 한 영국기자가 키자니아를 가리켜 오락과 광고가 융합된 ‘애드버테인먼트’라 일컬었듯(3), 키즈몬도도 이 개념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한편, 수웨이드도 프로젝트(키즈몬도)의 홍보 목적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는 레바논이나 중동 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리플A’ 기업들과 같이 일해요. 기업들에게도 기회죠. 왜냐하면 이 기업들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금방 형성되기 때문이에요.”

네슬레워터스사(社)가 후원하는 연구소 책임자를 우연히 만난 우리는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그가 입을 떼려고 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그의 상사가 그를 가로막고 대신 답변한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물의 산성도를 측정하는 법을 가르치고, 그 물을 다른 물, 예를 들면 콩트렉스(Contrex, 프랑스의 미네랄워터 브랜드-역주)와 비교합니다. 그리고 실험을 마치면, 아이들은 작은 네슬레 물병 하나씩을 갖고 자리를 뜨죠. 따라서 이것은 과학 활동이에요.” 그런데 ‘카즈마 씨는 어렸을 적 꿈이 뭐였습니까?’라고 우리가 묻자 그가 대답한다. “난 의사나 엔지니어가 되고 싶단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난 항상 사업가가 되고 싶었죠.”    


글·모나 숄레 Mona Chollet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로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강의 중. 주요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

(1) <What is KidzMondo?>, www.kidzmondo.com
(2) <What’s wrong with Amal?>, câble n°#04BEIRUT4941, 2011.09.01, www.cablegatesearch.net
(3) Mike Deri Smith, <State of play>, 2011.04.13, www.themorningnews.org


 

‘키즈몬도' 이용해 이미지 회복에 나선 기업

키즈몬도에 진출한 일부 브랜드의 최우선 과제는 공원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희활동의 제휴사인 스피니스(Spinneys, 중동 최대 슈퍼마켓 체인)에서 아이들은 바구니에 플라스틱으로 된 과일과 야채 또는 모형 캔을 담아 계산대에 근무하는 친구들에게 건네고, 이들은 물건을 스캔해 물건 값을 받는다. 이 그룹의 마케팅 담당자, 랄프 엘카히는 키즈몬도의 홍보책자에 이렇게 썼다. “스피니스의 직원들은 항상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의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레바논에서 1700명의 직원을 고용한 스피니스는 두바이에 기반을 둔 투자펀드사인 아브라히(Abraaj)의 소유이다. 당시 노동부 장관 샤르벨 나하스가 이 그룹에 대해 “작년 3월, (직원들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해달고 했지만 이를 거절해 장안의 가십거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3개월을 기다린 끝에, 100여 명의 직원들은 정부에 임금인상에 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룹 경영진의 압력에 직면하자, 이들 중 끝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직원이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청원을 주동한 사미르 타우크는 즉시 베이루트에서 사이다로 전근 조치됐고, 이를 거절한 그는 해고됐다. 그래서 나하스를 비롯한 스무 명의 사람들은 노조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직원들은 정부의 인기영합주의 덕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수백 명은 어쩔 수 없이 스피니스의 임금 인상을 원치 않는다는 확인서에 서명했어요. 그리고 시위 반대 시위에 참여하거나 심지어 가입한 적도 없는 노조에 탈퇴 서신을 발송하기도 했어요. 어느 날, 임금 투쟁을 벌이던 음케이버 하브치가 주차장에서 구타를 당했죠.” 결국 스피니스는 제네바의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프랑스 중동 연구소(IFPO)의 연구원이자 사회 운동 전문가인 마리-노엘 아비 야기가 강조한다. “그룹 체인 가게들 앞에서 연대 시위가 있었어요. 이는 아주 드문 일이죠.” 심지어 외부에서 이 기업을 지지한 세력들은 자신들의 고용주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나하스는 “이 투쟁이 한층 험난한 것은 스피니스의 임금 투쟁 승리는 전 부문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