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들의 낙태권을 공격하는 게릴라들
2010년 미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한 것을 계기로, 미국의 낙태반대론자들은 전열을 다시 가다듬었다. 그들의 전술은 임신중절 제한에 관한 법을 모든 주State로 확산시켜,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행사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이제 낙태권 지지자들의 최후 보루는 연방최고법원이다.
2013년 미시시피 주에서 유일하게 낙태시술을 하는 잭슨여성건강기구 Jackson Women Health Organization 앞에는 날마다 ‘생명옹호pro-life’ 소속 대원들이 피켓을 치켜들고 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병원을 들어가는 여성들을 막아 세우기까지 한다. 그래서 급기야는 다이앤 더지스 원장이 여성들을 그들의 차에서 병원 문까지 동반하기 위해서 호위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정도였다. 미시시피 주가 낙태시술을 금지하는 미국 최초의 주가 될 것인가? 인구 300만 명에 영국 규모의 이 광대한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상징성은 강한 주다. 잭슨여성건강기구는 2012년 주 의회에서 통과된 관련법을 위반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 법에 의하면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질 인근의 종합병원과 협정을 맺고 있어야 한다. 이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3명은 모두 종합병원으로부터 이 협정을 거부당했다. “어떤 종합병원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나 두려움, 또는 의사가 미시시피 주 거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이 협정은 절차상의 안전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여하튼 입원이 정당하면, 어떤 종합병원도 우리 환자들을 거부할 수는 없으니까요. 입법자들은 새로운 법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더지스 원장이 밝혔다.
필 브라이언트 주지사는 미시시피 주를 미국 최초의 ‘낙태시술을 할 수 없는 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때까지 임신중절 수술만 1년에 2천 건이던 잭슨여성건강기구는 연방 법원판사의 법 효력 일시정지 결정으로 중절수술이 중단되고 있는 상태다.
연방주들, 낙태규제 법안 앞 다퉈 통과
미시시피 주의 이런 상황이 미국에서 유일한 것은 아니다. 유사한 힘겨루기가 노스다코타, 버지니아, 인디애나, 앨라배마 등의 주에서 일어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가 보건당국에 문의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총 54개의 낙태 시술병원 또는 시술소가 문을 닫았다.(1)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미시시피 3개 주에서는 낙태수술을 하는 병원이 이제 단 하나 남은 실정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낙태권은, 미연방 차원의 탄탄하고 뿌리 깊은 법적 기반에 근거하고 있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은 여러 주 간에 일치하지 않는 실행을 통일하고, 모든 여성은 자궁 밖에서 태아가 살 수 있을 때까지, 즉 22 ~ 24주까지 낙태할 자유가 있다고 결정했다. 프랑스의 12주보다 훨씬 길다(그러나 의학적 임신중절은 기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1992년의 또 다른 판결, 가족계획단체 대 케이지 판결은 주정부가 낙태권을 통제할 수 있게 하되, 이 통제가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서 판례를 보완했다. 따라서, 낙태반대론자들의 투쟁은 각각의 주 차원에서 이뤄진다. 구트마허 연구소의 계산에 의하면, 2011년 단 한 해 동안, 미연방 주들에서 92개의 낙태규제 법안들이 통과됐다.(2) 2012년에는 43개, 2013년 10월 1일까지 68개가 기록됐다. 이것은 전례 없는 과잉조치들이다. ‘생명을 위한 미국인 연합’은 낙태권을 제한하는 법률모델을 제시한 안내책자까지 발간했다.
21개 주는 이제 미시시피 주와 노스다코타 주처럼 미성년자들에 대해서 부모(경우에 따라 양부모)의 동의를 요구한다. 10여 개 주는 초음파 검사를 의무사항으로 만들었다. 위스콘신 주와 루이지애나 주에서 시술자는 여성 환자에게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고 설명해줘야 한다. 5개 주에서는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이미 관련성이 부인된, 낙태와 유방암 증가 위험의 관련성을 거론하고 태아의 고통을 언급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8개 주는 주 영토에서 영업하는 의료보험회사가 사립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절 수술비 환급을 금지했다.
낙태는 여전히 수치스러운 행위
그러나 실상 새로운 것은 보통 가족계획단체, 또는 여타 시민단체들에 의해 관리되는 병원들을 겨냥하는 규제조치의 증가다(미국에서 대부분의 낙태시술은 종합병원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여성 환자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새로운 규제 법안은 병원이 외래의료를 행하는 종합병원 수준에 준하도록 막대한 시설공사를 명령했다. 예를 들어 의료장비뿐만 아니라, 병실, 수술실, 복도 등의 크기, 주차장 등등. 그런데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사항에 의하면, 이런 설비는 초기 임신 3개월 기간 내 낙태시술을 하는 병원에 어떤 절대적 필요성도 없다는 것이다. 전국낙태연합회는 이런 법들이 “병원의 의욕을 떨어뜨리거나, 견딜 수 없는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규탄했다.(3) 낙태를 시술하는 산부인과는 종합병원 수준의 설비를 갖춰야 하고, 의사들은 종합병원과의 협정을 맺고 있어야 한다는 텍사스 주에서 통과된 새 법안에 반발해, 미국 산부인과 학회는 2013년 7월 다음과 같이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낙태시술은 가장 안전한 의료행위에 속한다. 합병증의 위험은 최소이며, 심각한 합병증은 0.5% 미만이다.” 텍사스 주 상원의원인 웬디 데이비스는 이 법안에 맞서, 무려 11시간에 걸쳐 모든 대중매체의 관심 속에 발언했다. 그럼에도 법안채택을 막을 수 없었다. 달라스 모닝 뉴스는 이 법 때문에 임신중절 수술을 행하는 4개의 시골 병원이 문을 닫게 됐고, 다른 3개 병원도 문을 닫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4)
이런 식의 폐원이 확실시된다면, 머지 않아 텍사스 주 병원의 1/4이 사라진다. 이런 곤경에 가끔은 시 차원의 규제가 덧붙여진다.〈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버지니아 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 중의 하나인 페어팍스 병원은 시 의회와 마찰을 빚어 2013년 여름 문을 닫고야 말았다. 시 의회는 이 병원이 2011년 주에서 통과된 관련법에 맞추기 위해 새로 마련한 장소로 이전하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다.(5) 이런 규제강화는 우선 공화당이 50개 주 중 27개주의 상하양원, 그리고 50개의 주지사 자리 중 30개를 장악하게 한 2010년의 보수주의 물결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 보수주의 물결은 또한 생식권의 문제에 대해 유별나게 반동적인 프로그램을 가진 티파티 운동The Tea Party의 새로운 인물들을 전면으로 부상시켰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임신중절이 권리로 인정되는데 반해, 미국인들은 찬반양론을 펴고 있다. 공화당 관할 하의 앨라배마,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에 속하는 남부의 주들(6)에서 퓨 리서치 센터가 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52%는 낙태가 ‘대부분의 경우’ 불법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본다. 1995년에는 같은 대답이 45%였다. 반대로 민주당 색채가 강한 코네티컷,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 등 동부해안 주들에서는 이 비율이 20%로 떨어진다.
뉴욕시립대학의 공중보건학 교수 테오도르 조이스는 “총기 소지와 아울러, 낙태문제는 미국 전역을 가르는, 또 우리와 유럽을 대비시키는 가장 큰 문화적 대립 중 하나다. 이는 놀라운 것이다. 동성혼과 같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 미국여론은 진보적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태는 윤리나 종교의 이름으로 여전히 수치스러운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사회학적 조사에 의하면,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약 50%가 온라인에서조차 낙태경험을 숨긴다는 것이다. 공중보건의 통계치에 의하면, 낙태경험을 숨기는 여성들의 비율은 더욱 높게 나타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성혼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상당한 진전을 기록했다. 동성애 결혼을 허용하는 주가 14개 주에 달하고, 그 중 아이오와 주 또는 뉴저지 주와 같은 몇몇 주들은 공화당 하에 있으며, 이 법안 채택이 프랑스에서처럼 시위를 촉발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보수성이 강한 주에서의 낙태권은 판사들의 성향에 의해 좌우됐다. 판사들은 주 상하양원이 통과시킨 법안들을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의 이름으로 여러 번에 걸쳐 파기했던 것이다. 2013년 초, 한 판사는 그런 식으로 노스다코타 주의 상하양원이 통과시킨 법률을 무효화했다. 이 법은 태아의 체외생존 가능성은 초음파검사에서 심장박동 인지시점(6주에 해당)부터 유효하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 기간을 넘어선 낙태는 금지했다. 2013년 5월, 또 다른 판사는 아칸소 주에서 통과됐던 임신 12주 후 낙태를 금한 법안의 적용을 중지시켰다.
법학교수 다비드 개로우는 “그 같은 법률들이 ‘로우 대 웨이드’와 배치되고 거부당할 것은 명백한 일이고, 이런 종류의 비합리적인 투자는 끊임없이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정보 매체를 독점하려는 정치적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구트마허 연구소의 엘리자베스 내쉬 연구원에 의하면 “연방 주들 사이에 일종의 경합이 붙은 것이다. 어떤 주가 가장 엄격한 법을 통과시킬 것인가.” 소송과 상소가 줄을 잇는 가운데, 어떤 경우는 연방최고법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최고법원은 다양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 주제에 관한 입장이 급선회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개로우는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의 유지는 단 한 표에 달려있다. 만약, 공화당 출신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새 대법원 판사가 균형을 깨뜨리면, 최고법원의 판결은 뒤집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몇몇 주는 그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남북 다코타,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 등은 1973년의 판결이 뒤집어질 경우 낙태금지를 즉각 회복시킬 ‘잠정적’ 법안을 이미 통과시킨 상태다. 위스콘신, 앨라배마, 웨스트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주 등은 옛 낙태금지법들을 폐기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판례의 번복이 있을 경우 이 법들은 자동으로 재가동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새 법안들이 여성들에게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사회학적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 미국의 낙태율은 10년 전과 변함이 없다. 가임여성 1천 명 당 19명 수준이다. 이 비율은 가장 엄격한 규제를 갖춘 주에서는 비교적 낮지만, 최근 몇 년간 경향은 변하지 않고 있다. 테오도르 조이스는 학술지인 ‘정책분석과 관리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2004년 텍사스 주가 임신 3개월 후의 낙태를 시술하는 병원에, 종합병원 수준으로 설비를 갖추라고 규정한 법률을 발효시킨 후, 1년 만에 16주 이후의 낙태 건수가 88% 감소했다. 반면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를 한 여성들의 수는 4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와 반대로 의무적인 초음파 검사는 여성들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 했던 듯하다. “초음파 검사는 여성과 의사, 시술행위에 오명을 씌우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연구조사에 의하면, 그것이 그들의 의견을 바꾸지는 못했다.”
다른 연구작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진행 중이다. 의과대학 교수인 사라 로버트는 “무엇보다, 그런 규제법률은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는 대부분 병원이 없어서, 병원에 가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점이 그들의 결정을 재고하게 하는 듯하다”고 추정했다. 사라 로버트의 연구센터, ‘생식건강에 있어서의 새로운 선진 규범ANSIRH’에서는 이미 언론에 많이 알려진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5년에 걸쳐, 낙태경험이 있는 저소득층 여성들의 실상과 낙태를 하려 했으나 하지 못한 여성들의 실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후자의 여성들이 빈곤한계 이하에 노출되고 공공지원에 의존한 수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이런 공공지원을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인들에게, 낙태반대정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환기시켜준다.
제시카 구르동 | 프리랜서
여성 및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프랑스 렉스프레스(l'Express)사에서 발행하는 <레튀디앙(L'Etudiant)>지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르몽드>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번역 | 손종규
프랑스 렌느 대학 박사과정 수료. 번역가.
(1) Laura Bassett, ‘반 낙태법, 전국에 걸쳐 낙태시술 병원에 막대한 피해 입히다Anti-abortion laws take dramatic toll on clinics nationwide’, 〈허핑턴포스트〉, 2013년 8월 26일
(2) ‘2011년, 연방주들 기록적인 수의 낙태규제법 제정하다. States enact record number of abortion restrictions in 2011’, 〈Guttmacher Institute〉, New York–Washington, DC, 2012년 1월 5일
(3) ‘올가미: 낙태 제공자 겨냥한 규제 The trap: targeted regulation abortion providers’, 〈National Abortion Federation〉, Washington, DC, 2007년
(4) ‘몇몇 텍사스 낙태 병원들 새 법안 통과 후 폐원 준비하다 Some Texas abortion clinics prepare to shut down after new law’, 〈달라스 모닝 뉴스〉, 2013년 9월 5일
(5) Tom Jackman, ‘버지니아 주에서 가장 분주한 페어팍스 시티 낙태 병원 문 닫다 Fairfax City abortion clinic, busiest in Virginia, closes’, 〈워싱턴포스트〉, 2013년 7월 14일
(6) Olivier Cyran, ‘미시시피에서 불거진 미국 사회의 분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2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