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잃어버린 대지

2013-12-10     아네스 스티엔

2008년의 식량위기는 개발도상 국가들에서 기아 폭동으로 표출되었고 경작 가능한 땅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즉 대규모 농산물 가공회사나 금융회사들이 소농들에게서 6천~8천만 헥타르의 비옥한 땅을 빼앗은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예가 그렇다.

“과일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은 잊고 있다!”
- 장 자크 루소, <인간불평등 기원론>
많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아로 고통 받는 나라 에티오피아…….

지리적 환경

경작과 방목이 가능한 농업용지는 이 나라 전 국토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작 가능지 중에서 40%만 경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9천만 명의 국민 가운데 83%가 농촌에 살면서 주로 가족 단위로 농사를 짓고 있다.

과거

1970년대 중반에 실시된 농업개혁에 의해 농지 전체가 ‘집단재산’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국가의 소유지가 된 것이다. 농민 단체들은 원하는 가구에게 약간의 경작지 및 10헥타르를 넘지 않는 지편(紙片)에 대한 용익권을 분배하였다.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목축민들은 이 조처에서 제외되었다. 그밖에도 방목과 사냥, 낚시, 약초 채취가 이루어지는 공유 공간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권도 있다.(1)
1996년 헌법은 토지의 지위를 ‘에티오피아 국가와 민족의 공동소유’로 규정하였으며, 이로 인해 이 나라에서 토지는 팔 수도 없고 교환할 수도 없다. 경작민들과 목축민들은 토지에 대한 무상 접근의 권리 및 경작권을 박탈당하지 않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렇지만 그 다음 해에 네 개의 지방(감벨라, 아파르, 소말리, 베니간굴구무즈)은 토지의 임대를 허용하는 헌법 조항을 채택하였다.(2) 

분할

농민들은 그들이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었던 10헥타르의 토지를 손에 넣지 못했다. 미래농민협력단에 소속된 사무엘 지브리스라시는 “2000년도에 농촌 가구의 87.4%는 2헥타르 미만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 중 64.5%는 1헥타르가 안 되는 땅을 경작하고 있었고, 40.6%는 0.5헥타르 미만의 땅을 경작했지요. 그렇잖아도 작은 농지가 거의 대부분 두세 개의 지편으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중간 크기의 농지는 한 가구가 빈곤 상태를 간신히 벗어나 사는 데 필요한 최소수입의 약 50%밖에는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네 명인 에티오피아의 한 가정이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최소한 2헥타르가 필요하다. 그리고 생산물 중에서 식구들이 먹고 남은 것을 시장에 내다 팔고 싶다면 그보다 넓은 농지가 있어야 한다.(3) 

독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은행은 면적이 최소 1000헥타르, 즉 10㎢에 달하는 토지(5백 가구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규모다)의 양도를 ‘토지독점’이라고 지칭한다. 2000년대 초에 멜레스 제나위 총리는 농업부 소속의 에티오피아 농업투자은행(BIA)에 대규모 토지의 임대를 외국 투자자들에게 제안하라는 임무를 맡겼다. 2011년에 오클랜드 연구소에서 면밀하게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소한 360만 헥타르의 토지가 이미 투자자들에게 이전되었다. 이 숫자는 인권감시센터(HRW)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는데, 이 센터는 추가로 210만 헥타르의 토지가 지금 현재 매우 저렴한 임대비용과 풍부한 수자원 등 특혜에 가까운 조건으로 BIA를 통해 처분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때로는 지역경찰의 감시 하에 과도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광활한 땅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울타리 뒤에서는 기업농의 육중한 장비들이 이곳 풍경을 완전히 뒤바꾸어놓고 있다. 함대를 연상시키는 불도저들, 끝없이 이어지는 플라스틱 터널, 기계화, 석유화학 생산기기들…. 

주민

토지 독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대규모 원주민 재정착 계획이 시행되었다. 이 계획에는 150만 명이 관련되는데, 그중에서 50만 명은 아파르 지역 주민들이고 또 50만 명은 소말리 주민들이며 22만5천 명은 베니간굴구무즈, 나머지는 감벨라 주민들이다. 토지의 42%가 몰수된 감벨라 지역 주민들은 가축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 방목시키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4만5천 가구에 달하는 아누악 족과 누에르 족을 이동시키기 위한 제 1차 ‘주민 강제 이주 계획’은 2010년부터 3년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최상의 인프라(학교, 건강센터, 도로, 시장)를 갖춘 더 현대적인 마을에 주민공동체의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주고 각 가구에 3~4헥타르의 토지를 제공하는 계획이다. 이론상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이던 것이 실제로는 재난을 초래했다. 이 계획에서는 가축 떼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예를 들면, 물을 마시는 것)이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을 시행하는 측에서는 지금까지 경작지로 쓰이던 땅이 수확물과 함께 버려지는 순간과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미리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물을 대고 경작한 새 땅에서 수확물을 거두는 순간 사이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2011년에 현장을 방문한 인권감시센터(HRW)는 지방정부에서 세운 개발계획에 반대했던 주민들이 경찰과 군대에게 내몰려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고 보고하였다. 이 같은 탄압으로 인해 3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시골 사람들이 감옥에 갇혔고,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했다. 

분노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곡식을 빻는 방앗간도 부족하고, 마실 물도 충분하지가 않다. 학교에는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가 없고, 건강센터에는 환자를 맞을 인력이 없다. 왜냐하면 모두들 재정착 계획이 진척되도록 재정착 사업장에 나가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학생들까지도 시험에 합격했다는 증서를 받으려면 사업장에 나가 일을 해야만 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각 가구에는 땅이 0.5헥타르씩 주어졌는데, 이런 땅은 거의 불모지에 가깝고 농기구도 없이 개간해야만 했다. 
주민들이 분노한다고 해서 정부에서 결정한 전략이 바뀌지는 않는다. 토지 취득자 가운데는 사우디 그룹인 사우디스타와 인도 회사인 카루투리도 포함되어 있다. 사우디스타 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물을 포함한 자원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카루투리 사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이스라엘의 회사들도 있는데, 특히 농업연료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두의 이익’

가장 취약하고 가장 차별받는 주민들의 불법적인 수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부는 뻔뻔하게도 양도된 토지가 개발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통적인 농업과 과거의 농축산업을 결합함으로써 농민공동체의 문화적 관행을 파괴하는 일이다. 당연히 이 같은 기술은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노동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현대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식량생산을 위한 농업은 여전히 에티오피아 정책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농민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대규모 농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만일 각 가구가 경작 가능하며 물을 충분히 댈 수 있는 농지를 4~5헥타르씩 갖게 된다면 에티오피아는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와 경제대국은 다른 식의 결정을 내렸다. 즉 2006년부터 기본 농업원료(밀, 수수, 종려유)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2010년에 에티오피아는 수수의 95%를 미국에서 수입하였다! 권력은 국가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외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 같은 국가 약탈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말레이시아에서는 1년에 헥타르 당 300유로에 임대되는 토지가 똑같은 토질임에도 에티오피아에서는 겨우 1.5유로에 임대된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글·아네스 스티엔 Agnès Etienne
기자 및 그래픽 디자이너

번역·이재형
한국외국어대 불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전문번역가.

(1) Johan Helland, ‘에티오피아 농촌의  토지제도(Régime foncier pastoral en Ethiopie), <VertigO>, hors-série n° 4, 2007년 11월호, http://vertigo.revues.org
(2) Tomaso Ferrando,  ‘토지 독점, 법이 사람들을 그들의 땅에서 어떻게 쫓아냈나(L’accaparement des terres ou comment la loi expulse les gens de leurs terres)’, <Pambazuka>, n° 247, 2012년 7월 4일, www.pambazuka.org
(3) ‘에티오피아 농업을 위한 해결책 : 옵션과 시나리오(Issues pour l’agriculture éthiopienne : options et scénarios)’, <Point Info 002>, Future Agricultures Consortium, 200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