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적 게이머가 포인트 얻는 법
매년 4월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여왕의 날 축제>. 거대한 벼룩시장이 열리는 가운데 남자들이 거리에 소변을 누는 곤란한 습관이 반복되고 있었다. 경찰이 벌금을 배로 늘려도 소용없었고, 이 오줌싸기 전통을 끝낼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였다. 수도회사인 워터넷(Waternet)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거리에 설치된, 모니터가 연결된 전자식 공중변소. 암스테르담의 벼룩시장 애호가들이 오줌을 누면서 점수에 연동된 자신의 아바타를 본다. 축제가 끝날 때 <큰 소변줄기(Big Pipi)> 콘테스트의 1등이 상으로 가장 최근 수도요금을 환불 받는다. 모니터, 점수, 순위 그리고 보상, 게임 세계에서 빌려온 것들이 역겨운 냄새를 엄청나게 줄여줬다.
“게임은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닙니다. 게임은 진정한 문제 해결책이고 행복의 원천입니다.”(1) 게임화(gamification)를 신봉하는 사회학자 제인 맥고니걸이 게임을 옹호한다. 유희적 틀 안에서 상징적 혹은 물질적 보상을 주면서 그 대가로 사람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게임은, 맥고니걸에 따르면 “나라부터 건강, 교육, 미디어, 마케팅,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게임이 “전 세계에 평화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한다.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방법으로 고객이나 민원인을 올바른 행동으로 이끌기 위해 고심하던 회사, 행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점점 더 많이 이 기발한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게임화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사회학자 부루스 프레데릭 스키너(1904~1990)(2)의 <조작적 조건화> 이론에서 나온 것이다. 스키너는 우선 설치동물에게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대상인 설치동물의 행동이 ‘외인성 동기’의 영향을 받는데, 동기에는 부정적(억압, 체벌에 대한 두려움) 혹은 긍정적(즐거움을 추구, 보상의 유혹) 동기가 있다. 암스테르담의 전자식 남자용 공중변소는 두 번째 경우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자선 복권이 축제장을 달구고 있는 데 반해, 현재의 게임화 움직임은 다음 세 가지 요소의 결합에 근거한다. 개인 모니터의 증가, 저장용량과 개인자료 처리용량의 폭발적 증가, 인간을 자신의 관심을 계산하는 기기와 동일시하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면서 자기한테 재미있고 유익해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성향이 바로 그것이다. “게임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자선 복권과의 비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유희적인 기계장치가 우리 삶을 점령한 방식은 우리 사회, 문화, 정치 제도의 중심에 시장 논리가 팽배하다는 사실을 긴밀하게 반영한다.”고 에브게니 모로조프 IT 신기술 분석가는 지적한다.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게 하거나 담배를 끊거나 학교에 가게 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 것은 그렇게 하도록 돈을 주는 것과 아주 다르지 않다.”(3)
그렇지만 비디오 게임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은 사회 메커니즘을 조명하고 정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고자 했던 독립 게임 개발자들이 제기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맥도날드 비디오 게임(McDonald’s Videogame)은 게임 참가자들에게 다국적기업 경영자의 위치에서 미국의회에 대한 로비부터 남미국가의 부패까지, 패스트푸드업계의 톱니바퀴 같은 요소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아티스트 조쉬 온이 개발한 안티워 게임(Antiwar game)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미국 대통령을 내세워 경제적, 군사적, 미디어적 이익 간의 결탁을 보여준다.
위와 같은 ‘설득적 게임’(4)은 오늘날 행해지는 대로의 유희적인 격려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게임화가 올바른 행동(아무 데나 주차하지 않기, 균형 잡힌 식사하기 등)을 보상하면서 원인이 아닌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의 닛산자동차 회사가 자사의 최근 전기자동차 운전자에게 불필요하게 가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포인트를 주겠다고 할 때(5) -같은 지역의 닛산자동차 운전자의 점수와 함께 계기판에 자신의 점수가 표시된다- 이 회사는 운전자들의 반사 습득을 장려하는 것이지 에너지 절약이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절약한 운전자에게 수여되는 가상 메달은 사람처럼 정식으로 옷을 입은 비비 원숭이와 다를 바가 없다. 스마트폰의 실시간 업데이트와 가독성에 힘입어 포인트 시스템을 이용한 보상제는 비교를 용이하게 하면서 다른 ‘게이머’와의 유희적 경쟁을 쉽게 만든다. 게다가 끝없이 다양한 게임을 제공한다. 딜로이트 컨설팅은 2013년 3월 보고서에서 형무소에서의 실험을 공개했는데, 조건부 석방 재소자들에게 보호관찰기간 동안 약속에 제시간에 나올 때마다 포인트를 부여(형벌 감소로 전환 가능)하거나 지정장소에서 멀어질 경우 포인트를 차감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고 한다.(6)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오랫동안 시장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7) 기업들은 직원을 채용, 교육하고 그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단골 고객을 늘리고 혹은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데 있어 게임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빠르게 인식했다.
이에 따라 컨설팅업체 가트너는 2015년 전 세계의 거대기업 2000개 회사 가운데 70%가 게임기술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게임화 시장 규모가 2010년 1억 달러에서 2015년에는 1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8) 비디오 게임 형태의 놀이 보상 시스템 개발 전문인 뉴욕의 넥스트 점프(Next Jump)사의 고객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모건 체이스나 AT&T 같은 거대기업이 있다. “우리는 즐거움으로 무장하는 경쟁의 한 가운데 있다.”고 게이브 지컬만(2011년 1월 제1차 <게임화 정상회담 Gamification Summit> 의장)은 흡족해하며 말한다. 코카콜라는 홍콩에서 시청자들이 수동적으로 흡수하는 광고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다. <촉!촉!촉! Chok! Chok! Chok!> 어플리케이션은 흥에 겨운 사용자들이 TV에 탄산음료 스폿 광고가 나오면 스마트폰을 흔들게 했다. 가장 열광적으로 스마트폰을 흔든 사용자들은 상품으로 할인쿠폰을 받았다. 이 앱은 출시되던 날, 홍콩 애플 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게임은 직원 간 경쟁을 독려하는 전통적인 전략에 유희적인 색채를 입힌 강력한 인력관리 도구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랭귀지 퀄리티 게임(Language Quality Game)은 윈도우 운영체제의 오작동을 발견하는 직원을 순위를 매겨 보상하는 게임이다. 콜센터 실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미국의 레스토랑들은 보스턴 오브젝티브 로지스틱스사(Boston Objective Logistics)가 개발한 웨이터의 등급을 매기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테이블 식기 세트 세팅, 손님에게 받은 팁 액수 등으로 실적을 매겨 가장 높은 실적을 자랑하는 직원들에게 ‘카르마 포인트’를 지급, 이 포인트가 쌓일수록 가장 후한 팁을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서빙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문의 콜을 많이 받든 테이블 세팅을 많이 하든 기록 깨기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이 같은 형태의, 실리콘 밸리의 새콤한 색상의 리폴린(에나멜 도료 상표-역주)을 칠한 디지털 스타하노프 운동(구소련에서의 노동자 주도 생산성 향상 운동-역주)은 소비에트 연방에서 있었던 노동자들의 경쟁을 어쩔 수 없이 참고한다. 게임의 부차적 요소(포인트, 레벨, 순위, 메달)를 동원하는데, 마지막에는 이들을 첫 번째 요소로 승격시킨다. 게임 자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충분한 월급을 받으며 유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게 하고, 하고 싶은 업무로 만들기보다는 비인간적이고 스트레스 가득한 그리고 대체로 제대로 보수도 받지 못하는 업무에 대한 투자를 조장하는 비본질적인 자극만 만들어내고 있다. 게임의 재미가 아닌 보상의 매력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운영 소프트웨어’에 종속된 ‘변질된 게임’이 문제라고 보고스트는 말한다. 미국의 슈퍼 체인 타깃의 캐셔들에게 보급된 타깃 체크아웃 게임의 유희적 집단 현혹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캐셔가 제품의 가격표를 스캔하면 모니터에 사인이 뜬다.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면 초록색, 너무 느리면 빨간색. 82% 이상의 성공률을 달성한 직원은 승자가 되어 점장의 축하를 받는다. 결과가 좋지 않은 직원은 하위직으로 강등되거나 심지어 해고당할 수도 있다. 잃기는 쉽지만 절대로 이길 수는 없는 게임이다.
글·브느와 브레빌 Benoit Breville
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번역·조승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통번역
(1) 제인 맥고니걸 <누구나 게임을 한다 Reality is Broken. Why Games Make Us Better and How They Can Change The World> 알에이치코리아.
(2) 부루스 프레데릭 스키너 <유기체의 행동 The Behavior of Organisms> 코플리 퍼블리싱 그룹, 액턴(Acton), 매사추세츠, 1938.
(3) 에브게니 모로조프 <모든 것을 구하려면 여기를 클릭하라. 기술, 해결주의(solutionism)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 To Save Everything, Click Here. Technology, Solutionism and the Urge to Fix Problems That Don’t Exist> 펭귄 북스, 런던, 2013.
(4) 이안 보고스트 <설득적 게임들. 비디오 게임의 굉장한 힘. Persuasive Games. The Expressive Power of Videogames> MIT 프레스, 캠브리지, 2010.
(5) 라파엘 킹 <게임 회사의 플레이 The games companies play>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뉴욕, 2011, 04, 05.
(6) 에브게니 모로조프 <혁신의 감옥에 갇히다 Imprisoned by innovation> 뉴욕 타임즈, 2013, 03, 23 .
(7) 로라 랭 <행동경제학, 케인스와 프리드먼 이후 ‘제 3의 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7월
(8) 게이브 지커만 <게임화는 바로 여기에 있다 Gamification is here to stay> 디 아틀랜틱, 워싱턴 DC, 2013년 11월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