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낄 수 없는 현실성

2013-12-11     마르텡 르페브르

 

그래픽 아트, 인공지능, 시나리오 측면에서 기계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비디오 게임 산업은 현실주의를 열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된다. 현실주의는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강력한 감동을 얻는 것을 더 중시한다.

2001년 닌텐도사가 개발하여 2천 5백만 장이 배포된 <애니멀 크로싱(동물의 숲)> 게임의 주인공은 총천연색 마을에 살고 있다. 이 총천연색 마을은 직선적이고 유치한 소비주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부동산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사과를 모아 그것들을 너구리 식료품상에게 판매하기도 하고, 곤충들을 잡아서 지역의 박물관에 공급해 주면, 이웃들이 그에게 답례를 해준다. 일렉트로닉 아트 사가 2000년 개발하여 1천 7백만 장이 팔린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즈(Sims)>의 세계 역시 목가적이지는 않다. 게이머가 조정하는 가공인물은, 미국의 중산층이 사는 교외에서, 배고픔, 위생, 사회생활과 같은 존재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활동하는 욕망을 갖고 있는 아바타들이다. 이 가공인물은 이탈리아 브랜드 의복, 스웨덴 이케아 사의 가구 등을 구매한다. 이런 게임들은 생활을 두 가지 대립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본식 미학은 세상을 도안화하고 상상해서 표현하는 반면,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서구 비디오 게임은 늘 현실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비디오 게임을 통해 현실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뮬레이션에 정통해야 한다. 그 과정은 규칙체계를 통해 현실을 모델화하는 것이다. 역사전략게임 전문업체인 스웨덴 패러독스 사의 최근 게임인 <유로파 유니버셜리스 4>는 근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번영시켜야 할 국가의 지휘권을 게이머에게 부여한다. 이 게임의 주요 창안자인 요한 앤더슨은 규칙설정 방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우리는 해당 국가들이 처한 역사적(정치, 종교, 경제적) 선택을 검토하고, 게이머가 그런 선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그 선택을 유희적 논리로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기계 성능의 향상과 점점 더 공들인 준비작업 덕택에, 시뮬레이션은 현실에 더 가까운 경험을 제공한다.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인 <포르자 모터스포츠 5>의 제작사인 ‘턴 10(Turn 10)’의 댄 그리너월트는 아주 과학적인 접근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를 수행하는 문제와 관계될 때, 우리는 비용을 전혀 아끼지 않는다. 자동차의 역동성 면에서 첨단 과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레이저에 의한 모델화 방법을 사용하여 아주 세밀하게 트랙경주 코스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장자리의 질 나쁜 잔디와 트랙의 사소한 불규칙 면”도 구별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취리히 자이언트사의 아트 디렉터인 토마스 프레이도 세심한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이와 똑같은 염려를 하는데, 4백만 장이 팔린 이 회사의 게임인 <파밍 시뮬레이터>는 게이머에게 농업경작과 트랙터의 통제권을 부여한다. “우리는 수많은 숙련공들, 농기계 생산자들, 경작자들,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더슨은, 특히 인간적 불가측성을 고려해야만 할 때, 시뮬레이션의 한계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은 재생되기에 너무 복잡하다. 특히 유쾌한 경험을 창조해 내고자 한다면 그렇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게임들은 게임에 몰두시키는 장소과 힘을 경험시켜주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록스타 게임즈 사의 부회장인 댄 하우저는 “비디오 게임들은 완벽하게 공간을, 다른 어떤 매체보다 더 멋지게 재현해 낸다.”라고  말하며 즐거워한다. 록스타 사의 최신 제품인 <그랜드 세프트 오토 5>는 게이머가 로스앤젤레스를 미니어처화한 로스산토스라는 도시의 비참한 구역에서부터 호화 빌라까지, 해변에서 공업지구까지, 골프장에서 볼링장까지 누비고 다닐 수 있게 해 준다. 이 게임의 극단적인 폭력에 대해 그리고 공화당원뿐만 아니라 노조원들을 동시에 조롱하는 이 게임의 성향을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우리를 어떤 장소에 투사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로스산토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시각적 관광의 성격을 띠기도 하도 사회학적 측면의 산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또 이 도시에 감돌고 있는 긴장과 같은 도시 분위기를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비디오 게임들은 현실을 복제하기 위해 점점 더 풍요로운 도구들을 사용한다. 그러나 비디오 산업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려 하고, 경제적 이익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비디오 산업은 대중의 환상에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할리우드식 모델을 뒤쫓게 된다. 액티비전 사의 <콜 오브 듀티: 고스트> 같은 군대 사격 게임은 ‘포토리얼리즘(사진과 같은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극사실주의)’을 추구한다. 이 게임은 우리가 영화에서 본 이미지라고 간주할 정도의 그런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이런 방식은 엄격한 의미의 현실주의와 구별되어야 한다. 그것은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히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쟁의 일상적인 공포에 사로잡힌 어떤 포병을 구현하게 해주는 게임의 상업적 측면은 과연 무엇일까?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과 강력한 그래픽이 진짜 같은 스펙터클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는 특수효과를 통해 인상적인 장면들을 상상하게 해준다. 게이머를 게임 조종기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폭발 장면들이 사실인 것처럼 보여주어야 한다. 의심을 멈추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쳐다보라고 제공하는 것을 관객이 사실로 믿는 마음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게임이 재생하는 것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매체 특히 영화와 텔레비전의 프리즘에 의해 걸러진 제 2차 현실이다. 이처럼 일렉트로닉 아트사의 <피파> 게임이나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사의 <NBA 2K> 게임 같은 스포츠 시뮬레이션은 축구와 농구가 현장에서 진행되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느린 화면, 화면 삽입, 해설가들의 논평들과 더불어 재전송된 것들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런 장치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그것들이 관객의 조건을 초월하여 주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너월트 같은 현실주의 지지자조차 그런 사실을 에둘러서 고백하고 있다. 그는 ‘샌드박스(보호된 영역 안에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보안 소프트웨어. 샌드박스는 미국의 가정집 뒤뜰에서 어린이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모래통에서 유래함)’를, 즉 자신의 환상들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 현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꿈의 자동차 또는 메이커 있는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보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해보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상황들은 “실제 세계에서는 경제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거나 너무 위험한 상황들이다.” 달리 말해 턴 10 사(社)의 기술자들은, “마치 돈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작은 자동차들을 더 잘 갖고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고로 완벽한 엔진을 만들어 제공한다. 당신이 새 자동차를 살 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당신에게는 카니발 놀이와 비슷한 즐거운 비디오 게임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화면 안에서 게이머는 다양한 역할을 구현하고, 모든 유형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화면 안에서 모든 종류의 취미, 심지어 가장 기괴한 취미도 구현할 수 있다. 철도를 좋아한다면 <트레인 시뮬레이터 2014> 게임이 있다. 늘 트럭운전사가 되고 싶은 꿈을 꿔왔다면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2> 게임이 30톤의 짐칸을 달고 그다인스크에서 뒤셀도르프까지 엄청난 거리의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토마스 프레이는 “너무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은 반복적이고 지루해질 우려가 있다. 그것을 직감적이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단순화시켜야만 한다.”고 말한다. 비디오 오락게임의 궁극적 목표인 ‘재미’는 이처럼 재현될 수 있는 것에 심각한 제한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성을 단순한 술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비디오 게임들을 현실에서 학습도구나 관심 끌기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기능성 게임’에 대해 너무 환호해서는 안 되겠지만, 상당수의 새로운 게임들이 우리들의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곤잘로 프라스카의 <9월 12일> 게임은, 희생자들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청나게 큰 확대경으로 조준하여 테러리스트를 쓰러뜨리도록 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외과적’ 공격의 가공할 만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외과적 공격이 아무리 효과적이라 할지라도, 그 방법은 엄격한 의미에서 시뮬레이션에 가깝기보다는 오히려 언론이 그려내는 그림과 더 닮아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현실주의의 미래는 아마 꾸밈없는 일상에 밀착되어 내면을 묘사하는 자연주의에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디게임들이 보여주는 최근 경향으로, 흔한 주제들을 소재로 삼아 점점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특히 <디프레션 퀘스트> 같은 자전적 게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게임에서는 젊은 여성 프로그래머 조에 퀸이 공상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고유의 경험을 탐색하고 있다. 그녀는 의기소침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는 대중들의 의식을 일깨우고자 하며, 의기소침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그들에게 말을 걸고자 한다.

루카스 포프의 <페이퍼즈 플리즈> 게임 역시 흔하고 잔인한 일상의 현실을 생생히 묘사한다. 게이머는 가상의 독재정권 치하에서 국경경비병 역할을 수행한다. 경비병은 끊임없이 이민 신청자들의 여권을 검사하면서, 입국을 허락하기도 하고 그들을 억압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체포하기도 한다. 가자 지구 검문소 군인들, 혹은 상가트(프랑스 북부 파드 칼레 지방의 도시), 드골 공항의 세관원들이 하는 일과 비슷하다. <페이퍼즈 플리즈>는 점차적으로 규칙들을 만들어가면서 유희적 재미를 유지시키고 있다. 이 게임은 시간에 쫓긴 게이머가 스스로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이민자들의 인간성을 말살해 가는 것을 재현하면서, 일상의 일들이 얼마만큼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글·마르텡 르페브르 Martin Lefebvre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주요 역서로 <성의 역사> <방법서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