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에너지를 둘러싼 헛소문
미국 경제학자 알버트 허쉬만은 자신의 책 <반동의 수사학>에서 그 동안 세계인권선언, 아동노동 금지, 하루 8시간 근로,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진보정책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마다 보수 세력은 세 가지의 논리를 들어 반대했다고 적고 있다. 세 가지 논리는 다음과 같다.
쓸데없다.(새 정책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위험하다.(기존 시스템의 혜택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부작용을 낳는다.(‘새로운 정책은 끔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며’(1) 기대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세 번째 논리인 부작용은 진보를 오히려 후퇴로 인식시키는 파괴적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긁어 부스럼을 만들 것이면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패배주의를 심어준다. 그런데 부작용의 논리가 예상치 못한 에너지 절감과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강 이렇다. 태양광 패널은 제조에 소비되는 에너지만큼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재활용도 안 된다. ‘녹색’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는 유해하다.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CFL 전구(컴팩트형 형광전구)가 일반화되면 환경재앙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친환경제품은 환경에 해롭다는 얘기다. 하지만 허쉬만은 ‘부작용이라고 주장한 것의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헛소문들은 진실에 달라붙어 거짓을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에너지 절약형 CFL 전구에는 1~2mg의 수은이 가스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천체물리학자이자 지방의원인 자크 불레스텍스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컴팩트형 형광전구 : 거짓, 위험 그리고 기술적 착오’(2)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그것이 다는 아니다. “전통적인 네온 등에도 비슷한 양의 수은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수은은 유해하다. 하지만 환경설계 분야 컨설턴트인 에두아르 툴루즈의 말을 빌리자면 ‘CFL 전구를 사용하면 백열전구보다 4~5배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에너지가 절약되면 핵폐기물, 온실가스, 특히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발전시설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독성물질의 양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석탄에는 수은을 포함해 소량의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CFL 전구에 있는 수은에 대한 환경평가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FL 전구를 사용함으로써 얻은 전기절감 효과는 CFL 전구에 있는 수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3) 스위스연방 소재 실험연구소도 ‘CFL 전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사용 180시간째부터 형광등보다 월등히 줄어들고 CFL 전구의 평균 수명이 1만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경적인 측면에서 구매에 대한 신속한 투자회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4)는 유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도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태양광 패널을 제작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며 소비된 만큼의 에너지조차도 생산하지 못한다고 수군거리고 있다. 2011년 4월 나탈리 코시우스코-모리제 당시 환경부 장관도 프랑스2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허위사실과 잘못된 논리로 태양광 발전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 (IEA)가 발표한 2006년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에너지 회수 기간은 시설이 위치한 지역과 설치형태(지붕 혹은 벽면)에 따라 1.36~4.7년으로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5) 에너지 회수 기간은 ‘태양광 모듈 제조과정에 소요된 에너지 총량과 동일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6) 태양광 패널의 최소 보증기간이 20~25년이고 수명은 그보다 긴 것을 감안했을 때 프랑스의 평균 에너지 회수 기간은 3년이므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소비한 에너지의 10배를 30년에 걸쳐 되갚는다고 IEA의 자료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7)
태양광 패널의 또 다른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코시우스코 모리제 전 장관도 언급했듯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는 논점이 빗나간 지적이다. 재활용이 가능하려면 재활용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길기 때문에 재활용의 문제는 파손된 패널에 국한된다. 프랑스에서는 1992년 6월 처음으로 계통연계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었다. 2015년까지 ‘PV 사이클’이라 명명된 EU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명이 다한 패널의 대대적인 교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8) 2007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효율적이고 자동화된 재활용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카드뮴과 텔룰라이드를 혼합해 만든 CdTe ‘박막형’ 태양전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이다. CdTe는 외장재 징크패널을 만들 때 생기는 유독성 부산물로 처리방법이 없어 재고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태양광발전업체인 퍼스트솔라는 수익성을 발견하고 CdTe를 사용해 태양광 모듈을 제작했다. 그렇게 해서 화학 폐기물인 카드뮴 텔룰라이드가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2011년 현재 CdTe 태양광 패널은 전체 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다.(9) 유독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중화시키는 대신, 사용하고 판매해서 확산시키는 것이 괜찮다는 말인가? 진짜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CdTe 태양전지인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하지만 야간에 사용할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가 비판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배터리가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친원자력 인터넷 사이트인 <기후를 구하자>에는 전기저장에 관한 어느 연구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설명 없이 ‘수명이 다한 배터리 특히 건전지는 재활용을 하는 데 문제가 있다’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있다.(10)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 관련단체인 에스퓔 (HESPUL)의 마르크 제들리즈카 소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차 배터리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배터리 제작과 회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다면 배터리의 재활용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요컨대 ‘녹색’ 전기를 저장하는 문제는 배터리가 필요 없는 계통연계형이 아닌 독립형 시스템 사용자들에게만 해당된다. 그런데 도시에서도 배터리가 필요 없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된 전기를 전력회사에 보내 개별적으로 저장하지 않고도 전기를 나눠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은 낮에만 전기를 생산하고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산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그러니까 태양광이나 풍력은 현대 사회의 전기 소비를 지탱할 만큼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재생에너지는 생산이 불안정하지만 예측이 불가능하지 않다. 파리의 파워넥스트나 라이프찌히의 EEX와 같은 전력거래소가 매일 하는 일이 바로 전력생산량을 예측하는 것이다. 현재 청정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의 양이 여러 날 전에 정확히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수력이나 가스, 바이오가스와 같은 소프트에너지가 생산하는 전력과 연계해 생산량을 조절하면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독일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2013년 10월 3일 정오까지 전체 전력생산의 59.1%를 공급했다. 하루 전체로 보면 36.4%였다. 6월에도 이와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이 자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헛소문은 계속되고 있다. 에스퓔의 마르크 제들리즈카 소장은 태양광 발전이 다른 재생에너지보다 더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이유가 기존 시스템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다른 어떤 재생에너지보다 태양광 발전이 전통적인 전력생산의 독점구조를 가장 많이 위협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이 분권적이고 누구나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헛소문의 근원지를 찾아가다 보면 종종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산업에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태양과 하이테크놀로지가 만나 가동부품 하나 사용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해내는 태양광 에너지에 대항에서 보수주의자들은 ‘부작용을 조심하라!’는 낡고 오래된 논리를 다시 끄집어냈다. ‘변하기 싫으면 변하지 말라’는….
글·필립 보베 Philippe Bovet
번역·임명주
(1) 앨버트 허시먼 Albert O. Hirschmann,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웅진지식하우스, 2010.
(2) Jacques Boulesteix, ‘Ampoules fluocompactes : entre racket, danger et aberration technologique’, 블로그명 : 마르세이유, 과학, 혁신, 사회, 2009년 7월 2일, http://boulesteix.blog.lemonde.fr
(3) ‘The facts about light bulbs and mercury’, Natural Resources Defence Council, 뉴욕, www.nrdc.org
(4) <Energeia> n° 5, 베른, 2013년 9월.
(5) ‘Temps de retour énergétique’(에너지 회수 기간), 2012년 8월, www.photovoltaique.info
(6) Bruno Gaiddon, Cécile Miquel, ‘Systèmes photovoltaïques : fabrication et impact environnementa’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Hespul, 2009년 7월.
(7) Ibid.
(8) ‘Recycling von Photovoltaik-Modulen’, 2010년 2월, www.bine.info
(9) Photon International.
(10) ‘10 questions à Jean Dhers sur le stockage de l’électricité‘ (전력저장에 관한 10개의 질문), 2006년 12월 7일, www.sauvonsleclima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