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제3의 신비주의 세계
2014-01-10 에블린 피에예
요컨대 음악은 전통적으로 우주의 표현과 관련이 깊다. 무한한 우주의 세계는 종종 노래를 읊조렸고, 그 가운데 선택된 몇 곡만이 소리로 울림을 만들어내며 지각됐을 뿐이다. 기원전 6세기에 이미 피타고라스는 부동의 지구 주위를 맴도는 별들이 완벽한 하모니 속에서 최고의 음계를 연주한다고 확신했다. 피타고라스가 생각해낸 ‘천구의 음악’은 오랜 기간 몽상가들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로부터 한참 후에는 비물질적인 것, 천사의 형언할 수 없는 목소리가 같은 영역에서 곡조를 뽑아내고 있었다. 뮤지션으로서는 이보다 더 반가우면서도 이보다 더 까다로운 것도 없다. 영원한 무언가, 신의 숨결이 남기고 간 흔적이 음악 속에서 뚜렷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화로운 천구와 천사들은 느리게 노래하며 차츰 우리의 상상력 속에서 퇴색되어 갔고, 음악은 무한으로 향하는 왕도로 남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천계에 변화가 생긴다. 이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둘러싸고 조금씩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은 이제 별을 무대로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록커들은 깊은 생각의 늪으로 빠져든다. 저 멀리 지구 너머의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게 되고 무엇을 발견할까? 영어로 ‘에일리언’이라 칭하는 외계인, 불어로 ‘미친 사람’을 뜻하는 단어 ‘알리에네’와 너무도 비슷한 이 이방인은 지구의 종족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일까, 아니면 이 외계인 역시 울적함이란 걸 알고 있을까? 1969년은 맨 처음 달에 발을 디딘 해이기도 했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 <2001 오디세이>에서 새로운 변혁이 인간을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 해였다. 그 해 데이빗 보위는 지구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우주비행사 톰 소령을 창조해낸 뒤,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보다 화려하면서도 연약한 캐릭터로 자신을 나타낸다. 우주 먼지인 ‘지기’는 굽 높은 플랫폼 부츠를 신고 화려한 금박 의상을 한 채 이마 위에는 금색 띠를 두른 뒤 화성에서 온 거미를 대동하고 나타난다.(3) 지기는 상자 안의 ‘에일리언’이다. 외계인이자 록 스타이며 남녀 양성적 존재이다. 천사들은 섹시하고 요란한 모습을 보여주며, 삶은 언제나 망명이고 노래로 위안을 얻는다. 별들의 바다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세계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일부 경계만을 사라지게 만들도록 유인할 뿐이다. 이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가 무너진다. 데이빗 보위의 지기는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후에도 지기는 여전히 선구적인 영웅으로서 부상당한 개선장군의 모습으로 ‘다름’을 만들어가는 존재로 남아있다.
우주를 노래한 서사시는 우주 안에서 인간의 자리 그 자체에 대해서도 과감히 질문을 던진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을 표방하는 히피 세력의 영향으로 이미 무기력한 신앙심은 흔들리게 되었으며, 사람들은 이제 기다란 향과 종을 들고 다니며 우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태양을 추종한다. 우주의 떨림에 관해서는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며, 특히 환각제를 사용한다. 1967년부터 이미 뮤지컬 <헤어>는 물병자리의 시대를 노래한다. 하지만 상위 인식 단계, 보다 폭넓은 정신성의 단계에 다가가는 문제가 제기되는 순간이 되어도 영적 지도자만을 앞세우며 인도풍 음악을 결합하고, 대안 문화를 통한 집단 해방의 꿈을 모호하되 집요하게 추구한다.
바라마지 않던 거인과 소인의 만남은 1970년대 ‘몽환적인 음악’이 등장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구체화된다. 몽환적인 음악에서는 대개 정치적인 바람이 어느 정도 후퇴하는 양상이 함께 나타난다. 그리고 새로운 악기들이 끼어든다. 효과음 페달을 장착한 전자키보드 등 초기 환각 상태의 하모니와 뒤틀림을 위한 모든 게 구비되었다. 전자음은 이국적인 분위기와 자주 어우러지며 말 그대로 무아지경의 흥분 상태로 이끌어준다. 나 자신을 나로부터 탈피시키는 것이다. 영국의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와 소프트 머신은 이미 별에 대한 환각적 시각을 맨 처음 시도했으며, 우주 탐사가 불어넣어준 새로운 상상의 세계는 보다 더 자유롭고 모험적인 음악의 탄생을 부추겼다. 그러나 ‘스페이스 록’이라는 장르는 탠저린 드림, 캔 같은 독일 그룹과 더불어 정체성을 확립한다. 인간은, 유감스럽게도 특히 서양인은 우주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하고, 자신의 작은 자아 안에 스스로를 갇히게 만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음악은 내 자신의 문을 열어젖히는 여행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주적 결합의 아찔한 순간으로 나아간다.
복잡하고 장황한 이 음악 장르는 샘플러와 일부 재즈 록 악곡을 결합시키며 거의 전 지구적인 성공을 거둔다. 적어도 과격한 성향이 제일 적은 곡들은 확실히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장 미셸 자르와 그의 <옥시젠> 앨범은 마트 음반 코너를 장악하였고, 영화계에서도 그의 초현실적인 전자음을 애용했다. 신시사이저 레이어와 원형 파장음으로 이루어진(4) 전자음은 곧 ‘발륨 록’이라는 뉴에이지 장르에 밀려났다. 그러나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고약한 성미의 우쭐한 경험담을 늘어놓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하드록과 그 유사 장르에서 무대에 등장하는 인명이나 비유는 종종 ‘코스모스키치’에 착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칠 정도로 모욕적인 패러디가 이뤄지기도 하나 ‘하늘’에 대해서는 자못 진지해지기도 한다.
스웨덴 록밴드 히포크리시에서 UFO, KISS를 거쳐 데빈 타운젠트의 <Ziltoid the Omniscient>에 이르기까지, ‘에일리언’은 미숙한 중고생 내지는 어려운 길을 가고자 시도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와는 약간 혈통을 달리하는 불굴의 작품 <록키 호러 픽쳐 쇼>는 <프랑켄슈타인>을 대폭 수정하여 뮤지컬 장르로 만들어내고, 우주의 신비와 록의 조우를, 욕구가 가진 힘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찬사로 변모시켰다. 이 작품에서 외계인은 매력적인 트렌스젠더로 나타나며, 자신의 피조물인 매혹적인 미소년을 애지중지하면서도 자신이 원래 왔던 행성으로 복귀하기 전 성을 포함한 모든 가치의 자유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로 어느 평범한 미국인 커플을 인도한다. ‘프랭크 N. 퍼터’라는 이름의 이 인물은 기존의 모델들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고, 행복한 무질서의 씨앗을 심어놓는다. 상투적인 말들은 모두 우회적으로 돌려 표현되고, 만남이 이뤄져도 삶의 복잡함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우주 공간이라고 다를 건 없다. 그리고 록 앤 롤이 남는다.
이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주선과 우주비행사가 오고가는 와중에 탄생한 록의 상상력은 한계의 물음에 직면한 당대의 풋풋한 분위기 속에서 존재하던 몇몇 주제들을 증폭시킨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로부터 태동한 음악과 무대는 더없이 독특하였으며, 때로는 세상을 뒤흔들어놓는 파급력을 지니기도 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인간이 아직 인류의 완수 과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확신이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계인과 행성들은 우리 안에 있다. 음악은 우리에게 은밀한 혁명을 기도하도록 호소한다. 그리고 ‘지기’는 기타를 연주한다.
글·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박함> 등의 역서가 있다.
(1) Nik Cohn과 Guy Peelaert가 인용, 《Rock Dreams》, Albin Michel, Paris, 2000.
(2) 1968년 같은 제목으로 소설집을 낸 이탈로 칼비노의 제목을 차용.
(3) 데이빗 보위, Space Oddity, Philips, 1969;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RCA, 1972. 니콜라스 로에그 감독의 영화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에서 인간들 사이로 ‘침투한’ 외계인 역할을 연기하면서 보위는 다시금 이 같은 인물을 선보인다. 영화 속에서 보위가 연기한 인물은 너무나도 특이하고 톡톡 튀어서 인간들이 그를 ‘정상’으로 만드는 데에 주력한다.(Walter Tevis의 동명 소설이 원작)
(4) SF 영화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음악이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 한편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은 노르웨이 록 밴드 포폴 부흐에게 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의 음악 작업을 의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