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과 아큐의 기질이 변주되는 중국

2009-04-04     한승동

대륙과 아큐의 기질이 변주되는 중국

중국에 대한 인상은 크게 엇갈린다. 전 지구적 패권을 꿈꿀 만한 역량을 지닌 대국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폐쇄적인 여느 가난한 ‘제3세계’처럼 남루한 후진국으로 비치기도 한다. 중국인도 호방하고 통 큰 대륙인의 인상이 있는가 하면 이웃 작은 나라들과의 스포츠 경기에서조차 과도한 애국심을 발동하는 뒤틀린 소인배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아큐를 위한 변명>은 그런 극단적 편차를 일으키는 핵심 요소로 자연적·역사적·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발양돼온 중국인 기질과 심성의 다이내미즘에 주목한다.
우선 장자나 이백의 호방한 상상력으로 대표되는 ‘대륙 기질’. 여기에는 광활한 대지라는 지리환경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중원의 패권을 둘러싼 수천 년에 걸친 투쟁의 역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원심력이 구심력을 압도하는 시기, 말하자면 뭉치려는 힘보다 터져나가려는 군웅할거의 천하쟁패 시기에는 중원의 주인이 되려는 실력자들의 마음 그릇도 그만큼 커야 했다. 그래야 천하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해서 패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단 중원이 통일되고 나면 정반대로 간다. 쟁취한 자신의 천하를 지키려는 패자들은 분열과 원심력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온갖 가혹한 수단을 동원해 전체주의적 폭정을 휘두른다. 패권을 쥔 자들이 그렇게 바뀌면 눈치 보며 살아남아야 하는 신민들은 더 변한다. 왜소하고 비굴하고 졸렬해지는 것이다. 이게 ‘아큐 기질’이다. 아큐(阿Q)는 문호 루쉰이 <아큐정전>이나 <콩이지>에서 전통사회 중국인의 부정적 품성을 집약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창조한 전형적인 소인배다. 이도저도 피해 속세나 산속으로 숨어들어간 지식인들은 ‘은자 기질’을 대표한다.  현대 중국도 그런 시각을 통해 현재와 장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지은이의 문제의식은 이 부분에 맞춰져 있다. 그가 보기에 공산당 일당지배 체제하의 지금 중국은 강력하지만 예컨대 미국을 대체하거나 그것을 능가할 정도의 힘을 키워가기에는 너무 폐쇄적이다. ‘중화민족’이니 ‘폐문회의’ ‘내부참고’ 따위가 상징하는 한족 리더들 중심 또는 중국 중심의 폐쇄적 중원 개념으로는 ‘아큐 기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중원을 패권을 지향하는 한족 또는 공산당 리더들의 사유물로 만들지 말고 보편적 공론의 장으로 만들어라. 그렇지 못하면 중국 역사가 아큐 기질과 대륙 기질이 끝없이 변주되는 질곡을 앞으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