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마약과 맞서는 새로운 길

딜러의 손에서 약사의 손으로

2014-02-07     조한 하리 -저널리스트


멕시코에서는 실종된 사람들의 사진이 마치 어떤 인신매매업자가 만들어낸 거대한 광고 캠페인처럼 벽을 뒤덮고 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2006년도에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일으킨 이후로 6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유혈사태는 서로 연관되는 두 개의 상황에서 비롯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마약 밀매를 근절하기 위해 돈과 무기를 리오그란데 건너편으로 보내고, 또 한편에서는 카르텔들이 마약의 유통경로를 통제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것이다.(1) 작가인 찰스 바우덴이 말하는 것처럼, 마약과의 전쟁이 마약을 위한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야만적인 전쟁이 단지 장소만 바뀔 뿐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어느 정도 체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의 지도자들은 억압적인 도그마와 단절하는 한편 상이한 정책(그들은 이것이야말로 마약 시장을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이라고 단언한다)을 시행에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우루과이가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방법이다. 호세 무지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다른 모든 나라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마약의 생산과 판매를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원수가 되었다. 무지카 대통령은 흔히 볼 수 있는 지도자가 아니다. 1908년대에 투파마로스 게릴라 단체의 일원이었던 그는 2년 반 동안 우물 속에 갇혀 있었다. 2009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금빛 찬란한 대통령 궁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몬테비데오의 서민동네에 있는 작은 함석지붕 집에 살고 있다. 그는 국가원수로서 받는 월급의 87%를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를 도와주는 기관에 기부하며, 약속장소에 갈 때는 자진해서 버스를 이용한다.

2013년 7월에 그는 국내에서 대마초를 재배하고 그것을 성인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이후로 대마초 흡연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마리화나를 약국에서 구입하거나(1개월에 40g 한도), 아니면 자기 집에서 직접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한 가정에 여섯 그루까지). 한 나라가 마리화나의 상용(常用)을 금지하는 유엔 조약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폭력의 근원은 마약

무지카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마약 문제에 대한 처벌 정책들을 이런 저런 식으로 펴온 지 백 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백 년 뒤에 우리는 이 정책들이 명백한 실패로 끝났다는 결론을 맺었습니다.” 역시 투파마로스 게릴라 조직의 일원이었으며 몇 년 동안 우물 밑바닥에 갇혀 있었던 엘레우토리오 국방부 장관은 우루과이 정부로 하여금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일을 결행하도록 만든 자각(自覺)을 이렇게 요약한다. “만일 우리가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현재 멕시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정말 심각한 상황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우루과이는 대륙의 주요한 마약 유통로 중의 하나로서, 볼리비아의 코카인과 파라과이의 대마초가 이 길을 지나 유럽으로 향한다. 국회의원인 세바스티안 사비니에 의하면, 이 나라에서 저질러진 살인사건 세 건 중 한 건은 마약 밀매와 관련되어 있다. 

마약 밀매와 그로 인한 폭력은 금지 정책의 결과라고 후이도브로는 강조한다.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거부함으로써 범죄자들이 이 시장에서 나오는 이익을 차지하고 마약 밀매자들이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는 결과만 빚어졌을 뿐입니다.” 지하경제에서는 분쟁이 재판정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공포에 의해 해결된다. 알코올의 금지가 알 카포네를 부각시키고 성 발렌티노의 학살을 불러일으켰던(2) 것처럼 제타스 갱과 멕시코 북부를 슬픔에 잠기게 한 끝없는 살육은 마약 금지 조처의 당연한 결과다. 후이도브로는 이렇게 강조한다. “미국이 벌인 마약전쟁은 마리화나 그 자체보다 더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훨씬 더 많은 피해자들을 발생시키고 훨씬 더 불안정한 상황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그 어떤 마약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해결책이 악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는 얘기입니다.” 무지카 정부는 마약 밀매의 근절을 경건한 서원(誓願)으로 간주한다. 그는 ‘마약 없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는 유엔의 슬로건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디에고 카네파 대통령 비서실장은 양심의 화학적 변질이 모든 기존사회에서 나타나는 인류 모두의 욕망에 부응한다고 말한다.

군대를 파견해보았자 밀매 현장을 수백 킬로 떨어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풍선 효과’라고 부른다. 공기가 가득 들어 있는 풍선 속에 손가락을 깊이 집어넣으면 그것의 둘레가 압력을 받아 커지는 것이다. 콜롬비아에 있던 대마초 재배 현장은 군대의 공격을 받으면 사라졌다가 다시 볼리비아에 나타나고, 카리브해에서 와해된 마약밀매조직이 멕시코에서 다시 조직되는 식이다. 기껏해야 문제를 뒤로 미뤄놓을 뿐이지 그것을 제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무지카 대통령은 ‘시장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조절해야 한다. 그것을 음지에서 끄집어내어 마약 밀매자들이 활동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1933년에 주류를 합법화시키자 싸구려 독주가 더 이상 밀매되지 않았고 경쟁자들끼리 서로 죽이는 일도 없어졌다. 버드와이저 맥주회사는 자선 기업은 아니지만, 최소한 기네스 맥주회사의 직원들을 모조리 해고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방어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대마초의 합법화는(그리고 허가를 받은 상점에서의 상업화는) 조직범죄단체의 입에 들어 있는 빵을 빼앗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징수된 세금은 마약중독자 치료센터와 마약복용 예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은 조절해야

합법화를 지지하는 남미 사람들은 대마초의 효용을 널리 알릴 생각도 없고, 그것의 복용을 장려하려 하지도 않는다. 무지카 대통령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복용자들을 ‘나보스’(문자 그대로 ‘바보’를 의미하는 모욕적인 단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반대로 이 복용자들은 마리화나 한 번 피우는 것이 술 한 잔 하는 것보다 더 해롭지 않으므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루과이의 개혁가들은 자기들이 마약 판매 금지론자들의 분노에 직면하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고 있었다.

수십 년 전부터 금지론자들은 합법화는 혼란과 방탕의 동의어로, 어린아이들이 향정신성 마약을 마음껏 복용하기 위해 막대사탕 가게로 밀려들 것이라며 합법화의 망령을 내세운다. 여기에 대해 우루과이 사람들은 자기네 대륙이 지금 이 순간 겪고 있는 일이 바로 혼란이라고 반박한다. 그들의 개혁은 정반대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그것을 다시 통제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이 같은 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미성년자들이 대마초를 정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그들의 정신능력이 손상되므로 그들이 마약을 복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아메리카 젊은이들은 마약 밀매자들이 고객에게 신분증 제시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로 술보다는 마리화나를 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3) 반대로 약사들은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면허증을 박탈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법을 더 잘 준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 세계 곳곳의 많은 입법자와 정치인들이 합법화의 이점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한다. 우루과이에서 그들은 큰 소리로 이점을 인정하며 거기에 맞추어 행동한다. 왜 그들이며, 왜 이 나라일까? 다른 나라에서는 극복이 불가능한 장애들(무기력, 미국의 비위를 거스를지도 모른다는 걱정, 여론에서 소외당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무슨 이유로  우루과이에서는 더 쉽게 극복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있다. 첫 번째는 큰 반향을 일으킬 만큼 부당한 결정들이 연이어져 촉발된 반(反)마약판매금지운동의 예외적인 활기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2011년 4월에 군사학교 교사인 66세의 알리시아 가르시아는 자기 집에서 대마초 몇 그루를 키웠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그녀는 상업적 목적으로 불법적인 생산을 했다는 혐의로 20개월 형에 처해질 뻔 했다. 그리하여 광범위한 지원조직망이 결성되고 있는데, 무지카 대통령이 소속된 인민참여운동(MPP)의 젊은 의원들이 합법화를 위한 활동가로서 이 조직에 협력한다. 같은 순간에 이 문제를 담당하는 미국 당국이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콜로라도 주와 워싱턴 주는 2013년에 주민투표를 통해 마리화나의 복용과 생산, 판매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하였다. 그 이후로 미국 당국은 미국처럼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다른 나라들을 질책하거나 처벌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루과이 대통령의 인기와 결단력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우물 밑바닥에 몇 년씩이나 갇혀 있다가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국내와 국외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누구보다도 더 잘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무지카 대통령은 자기 나라 국민의 대다수를 자신의 대의에 찬동하도록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여전히 국민의 60%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반대자들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첫째는 횡재 효과다. “마약이 합법화되자마자 사람들은 더 많이 복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베로니카 알론소 의원은 이렇게 주장한다. 그녀의 논거는 상식에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에 의해 반박 당한다. 1976년부터 커피숍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 허용된 네덜란드의 경우 흡연자들의 비율은 미국의 6.3%, 유럽연합의 7%에 비해 전체국민의 5%에 지나지 않는다.(4) 그러므로 청소년들이 우루과이의 약국을 향해 몰려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는 대마초의 합법화가 복용자들로 하여금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으로, 특히 ‘파스타 베이스’(우루과이 사회의 주변부를 피폐하게 만든 크렉에 비교할 만한 코카인의 부산물)로 옮겨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위 ‘열려 있는 문’이라고 불리는 이론이다. 즉 작은 악폐는 반드시 더 큰 악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약중독 치료의 전문가인 라켈 페이로브 박사는 이 이론을 단 일초도 신봉하지 않는다. 그녀에 따르면, 오히려 마약판매 금지조처가 마약 밀매인들로 하여금 마약을 독점하게 함으로써 대마초 흡연자들이 훨씬 더 위험한 마약을 복용하게 만든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람이 어떤 물건에 마음이 끌리도록 만들기 때문에 당신은 그것을 삽니다. 마약 밀매자들도 똑같은 식으로 코카인이나 다른 마약을 고객들에게 팔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판매금지는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의 온상입니다.” 이것은 백만장자인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분석이다. 즉 네덜란드는 마약중독자의 비율이 유럽에서 가장 낮은데, 대마초를 중독성이 강한 마약들과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다음은 코카인 차례인가?
 
페이로브 박사는 마약 판매가 합법화되면 정신분열증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에 따르면, 만일 마리화나와 정신분열증의 출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신분열증 환자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마초 소비가 대단히 많은 국가에서 계속 증가해왔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분열증 환자 발생 비율은 계속 고정적이다. 그녀에 따르면, 반대로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신경안정 효과 때문에 대마초를 평균 이상으로 소비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때문에 양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리라는 것이다.

우루과이 행정부가 결코 무관심한 척할 수 없을 비난이 이 같은 비난에 덧붙여졌다. 대마초는 불법마약시장에서 거래되는 많은 상품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의 합법화는 물론 시장의 규모를 축소시키지만, 수익이 가장 많이 남는 생산물의 거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카르텔의 지배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요가 매우 많은 모든 마약의 유통로를 통제하도록 공조해야 할 것이다. 엑스터시나 코카인 같은 몇 가지 마약의 경우에는 판매를 관리해야 하고, 헤로인 같은 마약의 경우에는 스위스에서 선도적으로 행해진 실험이 권장하는 것처럼 신중을 기하는 의미에서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판매해야 한다.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MPP 소속 세바스티안 사비니 의원은 그 점을 인정한다.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나 그날이 되어 다른 마약의 차례가 되면 우리는 많은 사람 앞에서 우리의 주장을 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옵서버들이 무지카 대통령의 후계자로 간주하고 있는 세바스티안 사비니 의원은 이미 코카인의 합법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또 다른 방법이 아직 존재하고 있을까? 후이도브로가 ‘이미 패배한’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악착같이 계속해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멕시코 여성 엠마 벨레타는 자기 나라 정치인들이 대답해주기를 기다리며 마약 밀매자들이 아마도 지역 당국과 공모하여 납치하고 감금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덟 가족의 실종을 슬퍼하고 있다. <더 와이어>라는 텔레비전 연속극을 제작한 데이빗 시몬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마지막 멕시코 인까지’ 수행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글·조한 하리 Johann Hari

번역·이재형
한국외국어대 불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전문번역가.

(1) Jean-François Boyer, ‘마약과의 전쟁, 뒷걸음질 치는 멕시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7월호.
(2) 1929년 2월 14일, 알 카포네가 이끄는 사우스 사이드 마피아는 벅스 모랜이 이끄는 노스 사이드 마피아를 함정에 빠트려 조직원 일곱 명을 살해한다.
(3) Tom Fielding, The Candy Machine : How Cocaine Took Over the World, Penguin, Londres, 2009.
(4) ‘Dutch fear threat to liberalism in ‘soft drugs’ curbs’, 로이터 2011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