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합법, 마약은 불법?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 2013년 9월 30일, 영국 의학 저널의 웹사이트에 발표된 이 보고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했다. 예컨대 마약 금지정책을 주창한 미정치인들은 미국의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함께 1971년 7월 17일 마약 금지법을 선포하며 마약을 ‘공공의 적 넘버원’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1990년과 2010년 사이, 인플레이션과 향상된 마약 품질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급량으로 인해 아편과 코카인의 평균 가격은 각각 74%와 51% 정도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미국의 콜로라도와 워싱턴 또는 우루과이의 어두운 이미지, 즉 약물 재앙과 맞서 싸울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고 해도 이런 현상을 줄이지는 못한다. 2억 명의 고객들과 함께, 마약 시장의 매출 규모는 연간 3000억 달러로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에 버금갈 정도다. 이런 마약 문제의 심각성과 더불어 마약 밀매의 변화 흐름이 감지된다.
옛날과 마찬가지로 안데스 3개국,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가 세계의 거의 모든 코카인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편 제품(헤로인과 아편)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아편 제품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을 경유해 유럽에 유입되며 현지 경제와 정부기관들을 불안정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세계 코카인 수요도 신흥국가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의 코카인 소비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브라질의 코카인 소비는 세계 코카인 시장에서 세계 2위로 올랐다. 대륙도 다르고 제품도 다르지만, 똑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헤로인 수요 증가가 서유럽에서의 감소를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마약 시장이 선진국(러시아 포함)이었지만, 이제 마약 수요의 중심축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오래가지 않아 개발도상국들이 마약 수요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소수의 경제인들처럼, 국제 마약밀매인들은 “경제의 세계화가 제공하는 엄청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세계은행의 방침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배와 항공편을 통한 대륙운송의 편리함과 (세관 통관 검사가 종종 무시되는) ‘방임주의’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에 따르면, 또한 이들은 고위직에 있는 정보원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경찰의 수사망도 피하고, 물품 발송시기를 조정하고, 돈 세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금융규제 완화와 조세피난처를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포탈할 수 있는 ‘금융고속도로’의 등장은 국제 마약상들에게 자신들의 수익을 무한 재창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했다.
마피아 조직은 세계화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가난한 대중을 파고들었다. 시골 사람들이건 도시인이건, 이들은 마약 생산과 운송에 필요한 고갈되지 않는 ‘예비 인력자원’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국제 마약 시장은 농산업과 섬유산업 같은 국제무역의 불공정 사슬을 모방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2008년, 영세 코카인 생산업자들은 미국에서 판매된 코카인 수익에서 단지 1.5%밖에 챙기지 못한 반면, 미국 내 유통망을 장악한 마피아 조직은 판매 수익의 70%를 챙겨, 이 자금을 고급 산업이나 불법자금 세탁이 가능한 부문(부동산, 카지노, 관광, 로펌)에 투자했다.
마약 밀매의 남북 불균형
마약 퇴치와 관련된 국제 협력은 1909년에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의 영유권을 “매입하고”, 상하이 시에 진출한 몇몇 국가들은 미국을 설득해 극동지역에서의 아편재앙 근절에 합의한다. 도덕적 의무였을까? 이런 작전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며 영국의 아편 거래 독점을 깨는 주된 방편이 되었다. 20세기 중반엔 이미 미국의 지대한 영향으로 인해 국제 사회의 주된 흐름은 마약 금지와 마약 제공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 마약금지 시스템의 가동을 보장하는 제도적 구조는 현재 비엔나에 위치한 유엔(UN) 산하 3개 기구로 구축되어 있다. 첫 번째 기구는 53개국으로 구성된 임기 4년의 최종 의사 결정기관인 유엔 산하 마약위원회(CND)로서, 3가지 주요 약물에 대한 금지 협약을 만들었다. 두 번째 기구는 ‘준 사법기관’임을 자처하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로서, 마약금지 협약을 비준한 180여개국(정확한 숫자를 누가 알까?)의 국가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 기구는 국제연합 마약 범죄 사무소(ONUDC)로서 앞서 언급한 두 기구에 물류와 행정적 지원을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ONUDC는 유통 중인 컨테이너를 검색할 수 있는 기술 프로그램을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남미와 아프리카 10여개 국에 지원하고 있다.
남북(선진국과 경제개발도상국 간)의 불균형이 마약 밀매 문제의 처리 방향을 규정짓는다. 마약시장은 무기 시장에서 관찰되는 것과 반대이다. 무기시장에선 무기를 생산하는 선진국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호평을 받는 데 반해, 구매국인 개발도상국은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마약 시장에선 아편, 대마초, 코카인 등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또는 ‘값싼’ 제품을 소비하는 국가들)은 생산에 대한 비난도 함께 받는 특징이 있다. 마약 감시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이 이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유엔 시스템(유엔 산하 3개 기구)은 국제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다른 국제 시스템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는 1세기 전부터 전투적인 외교활동을 펼친 미국의 영향이 컸다. 미국은 특히 금지 약물에 대한 국제 협약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정한 규정에 따라 해마다 다른 국가들의 규정 준수 여부를 서열화하는 일방적인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제 그 어떤 국가라도 마약 금지규범을 어기고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경우, 자국의 ‘악명’(미국이 인증하는 마약 규정 준수 서열)과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극단적인 정책은 백악관의 지정학적 고려로 인해 이따금 조정되거나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버마와 니카라과 그리고 시실리에서의 미국의 대외정책은 공산주의의 “위협”에 맞서는 전쟁에 대한 자금 조달을 위해 정기적으로 마약밀매 조직의 구축을 돕는 것이었다. 1989년 12월, 미 해군은 미국의 동맹자이자 악명 높은 마약밀매업자였던 파나마 대통령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전복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은 냉전이 종식되며 생긴 이데올로기의 공백 속에서 전략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중대한 성과를 거둔다. 그러자 미국 마약 단속국(DEA)은 마약과의 전쟁이 지정학적인 이득에 희생되는 게 아니라, 이 전쟁이 지정학적 이득을 상승시키는 지렛대가 된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종식시킨) 미 중앙정보국(CIA)을 공격한다.
9·11테러 이후, 마약과의 전쟁은 보다 폭넓은 의미의 ‘테러 근절’을 겨냥한 전쟁이기도 하다. 미 국방부의 전략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볼 때, 테러와 마약밀매 조직은 상호 의존적이며 심지어 ‘패망한’ 국가가 방치한 무법지대에선 테러와 마약밀매가 서로 뒤섞인다고 봤다. 하지만 콜롬비아에서와 마찬가지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국의 보안 병력은 ‘테러’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추정되는 조직을 집중 감시했기 때문에, 마약 거물(동맹국들과 두터운 혹은 약간의 친분이 있는)들은 거의 걱정할 게 없었다.
너무 앞서간 면은 있지만, 우루과이는 세계 최초로 의료목적이 아닌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이와 같은 우루과이의 행보가 맑은 하늘에 친 날벼락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마약과의 전쟁이 수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다음과 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현 마약단속 시스템이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마약 소비자들이 감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시스템이 갈수록 수용하기 힘든 일련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10년 전에 시작한 첫 마약과의 전쟁의 원칙은 마약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약 소비를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대중의 건강문제가 최우선이었다. 이런 원칙 아래 현재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주사바늘 교체, 마약 흡연실 개설, 마약의 품질 테스트 등의 프로그램들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CND의 결의안에 의해 폐기처분됐다. 왜냐하면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마약금지 국가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마약금지협정국의 연이은 이탈
연구원 데이비드 뷸 테일러는 이 같은 강성 프로세스가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브라질 등과 같은 마약금지협정 회원국의 이탈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국가들은 “ 마약금지 협정 안에서 기술적으로 법적 제재 조치에 저촉되지 않은 선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며 마약금지 규정을 피하고 있다.” 더욱이 INCB와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 기구(UNAIDS)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대마초 소량 소지의 비범죄화가 오히려 대마초의 합법화를 금지하는 국제 법안을 준수하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이는 본연의 임무를 나 몰라라 하는 방식이지만). 이 타협안(대마초 소량 소지의 비범죄화)을 선택한 유럽과 남미의 여러 국가는 실질적인 문제(대마초 흡연자들에 대한 법적조치에 드는 비용 감소)와 철학적인 문제(가벼운 마약 소비는 본인의 자유 의사결정에 맡기는 것)를 가변적으로 융합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네덜란드가 자국 법으로 카페에서의 대마초 판매를 비범죄화한 오랜 선구자 역할을 현재 우루과이를 비롯한 미국의 콜로라도와 워싱턴 주가 뒤따라하고 있다(어쩌면 곧 뉴욕 주도 여기에 합류할 것이다). 그러자 INCB의 소장 레이몬드 얀은 “마약 협정안의 공명정대함”을 위협한다는 미명하에 우루과이의 행보를 경고했다. 이어 그는 마약의 합법화를 금지한 미연방 법률에 입각해 앞서 거론된 미국의 몇몇 주들이 마약 합법화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얻은 결과를 무효화하라고 오바마 대통령에 강력 요구했다.
2012년부터 세 번째 저항의 축이 미국의 도움으로 자발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던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콜롬비아 대통령)와 오토 페레즈 몰리나(과테말라 대통령) 등이 덕망 있는 멕시코 대통령 엔리케 페냐 니에토의 지지를 받아 주도하고 있는 이 저항의 축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 즉 범죄와 부패를 증가시켜 사법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전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호기를 부리는 중앙아메리카 대통령들은 2012년 3월 온두라스 테구시갈파에 모여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대안 메커니즘, 예를 들면 미국으로 가는 코카인에 대한 자국 통과를 비범죄화하는 것과 같은 대안을 구상하자는 과테말라의 제안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면전에서 채택했다.
워싱턴이 한층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지역에서, 그것도 보수적 성향의 정권 지도자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는 시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브라질의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멕시코의 에르네스토 세디요, 콜롬비아의 세사르 가비리아가 서명한 세계 마약위원회의 보고서는 “세계 마약 금지법 변경을 시작하기 위해” 세 가지 유형의 주장을 펼쳤다. 만약 마약금지법의 쇠퇴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특히 미국 대중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중기적인 측면에서 마약금지법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마약금지 협정을 유연화해야 할까? “마약금지협정 회원국의 이탈”이 늘어날까? 이탈한 많은 국가들은 유엔도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우루과이 법을 채택할까? 마약을 두고 벌어지는 외교무대에서의 힘의 역학관계가 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글·프랑수아 폴레 François Polet
저서로는 최근 논란이 된 <마약밀매>가 있다(Syllepse, Cetri, 파리, 브뤼셀, 2013).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로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강의 중. 주요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