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불어닥친 샤머니즘 열풍

2014-02-11     장루 암셀 -인류학자

“나는 마치 우주를 게워내는 한 마리 뱀이 된 것 같았다.”
1963년,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버로스가 아마존의 환각 약물 ‘아야와스카’를 마신 후 남긴 글이다. 온갖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알려진 이 신비로운 약물을 마시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페루를 향해 발길을 옮기고 있다.


최근 몇 십 년 새, 페루의 아마존 숲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끝없이 몰려들고 있다. 그들이 아마존에 온 이유는 바로 환각성 약물 ‘아야와스카’. 아마존 주술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야와스카를 마시면 환상을 볼 수 있고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른바 ‘샤머니즘 투어’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고, 서양에서도 대중과 언론 매체 곳곳에 노출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페루를 찾아와 ‘마법의 물약’을 마시고 환각상태를 통해 신비 체험이나 치료 효과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 더 이상 셀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통계 결과도 없고,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개인적으로 이곳을 찾아와 드넓은 열대우림 곳곳에 퍼져있는 통에 정확한 방문객 수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추측에 따르면 매년 수백 명, 많게는 그 이상까지도 샤머니즘 투어를 위해 페루 아마존을 찾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들의 국적은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칠레 등의 남미 등지까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키토스, 푸칼파, 타라포토 등의 주요 정글 도시 근처에 위치한 ‘롯지’ 또는 ‘알베르그’라고 불리는 캠프에 묵으며, 주술사들의 안내를 받아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이곳에 머문다. 이러한 캠프들은 아마존의 동식물 표본 채취가 용이하도록 말 그대로 야생 환경 속에 위치해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서양식 숙박시설에 가까운 숙박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북아메리카 출신 주술사 해밀튼 사우더가 이키토스 근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블루 모르포’ 캠프는 이곳에서 아마존 정글의 매력과 동시에 최고의 위생 및 안전 조건을 누릴 수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1)

관광상품으로 변질된 아마존 정글

샤머니즘 그 자체뿐만 아니라 아야와스카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수많은 과정들이 더해지면서 아야와스카 중심의 아마존 관광은 이제 하나의 경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보다 앞서 샤머니즘 신앙의 전파자들이 있다. 이들은 서적, 신문, 잡지, 영화, 다큐멘터리, 영상물, 인터넷 사이트 등의 다양한 매체뿐만 아니라, 페루 관광청이나 프랑스의 심령술 관련 단체, 희귀 체험 연구에 대한 뉴에이지 단체 등 각종 기관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2) 이들은 아야와스카가 ‘가르침을 주는 약초’, ‘길을 인도하는 약초’라는 믿음을 전파하고 있는데, 이런 낭만주의적 개념은 영적 능력, 초자연 현상, 홀리스틱 의학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야와스카에 대한 믿음은 환각성 물질에 빠진 여러 유명 인사들의 글을 통해서도 널리 퍼지곤 했다. 과거에는 앙토냉 아르토, 올더스 헉슬리,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스,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등이 대표적이었다면, 현대에 들어서는 아멜리 노통브,(3) 뱅상 라발렉(4)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에세이스트 제레미 나비와 영화감독 얀 쿠넹은 샤머니즘계의 ‘바이블’을 내놓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아마존으로 인도했다.

제레미 나비는 그의 저서 <우주뱀=DNA>를 통해 아야와스카를 마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의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환상인 우주뱀(아나콘다)의 모습이 꼭 DNA의 이중 나선구조와 닮아있다고 주장했다.(5) 또한 얀 쿠넹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또 다른 세계>는 페루 아마존, 특히 시피보 부족의 보여주는 아야와스카 세계에 대한 기록과 몇몇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아야와스카를 통해 보게 되는 환영의 내용은 사실로 확인되었으며, 오히려 환영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 과학적 수준을 앞서기도 한다고 답했다.(6) 한편 얀 쿠넹은 프랑스의 만화가 뫼비우스가 인기리에 그려온 동명의 만화를 비교적 자유롭게 영화화한 <블루베리>를 내놓기도 했다. 실은 만화가 뫼비우스조차도 2012년 사망하기 전까지 늘 최면 현상의 일종인 ‘변성의식상태’에 심취해 있었다. 영화 <블루베리>에는 실제로 페루 주술사인 기예르모 아레발로가 주술사 역할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7)

“사기꾼들이 판을 치는 시장”

사실 샤머니즘 투어가 발달하면서, 페루 아마존 토착 의사인 주의(呪醫)를 일컫는 ‘쿠란데로’라는 말을 ‘샤먼(주술사)’이 대신하기 시작한 것도 고작 최근 20년 새의 일이다. 이 샤먼들 중 관광 산업 발달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유명한 주요 주술사는 페루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인 경우도 있으며, 메스티소(원주민과 백인 혼혈) 출신 주술사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아야와스카 관광을 하나의 시장으로 볼 때 포지셔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사실 큰 의미는 거의 없다. 앞서 언급했던 주술사 기예르모 아레발로는 강력한 주술적 영력을 지닌 부족으로 유명한 시피보족 출신이지만, 그와 함께하는 주술사들 중엔 메스티소나 북미인들도 있다. 심지어 타라포토에 위치한 치료 센터 타키와시에는 유럽 및 페루 출신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한 쟈크 마비라는 의사가 있는데, 그 역시도 프랑스인이다. 그러나 주술사들이나 캠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받는 봉급은 아주 낮은 수준이다.(8) 이는 샤머니즘 투어 관광업자들이 관광객에게는 일인당 하루 50~170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요구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아주 상반되는 상황이다.

페루 아마존을 찾는 관광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아야와스카를 마신 후 재규어나 아나콘다 따위가 등장하는 환상을 보고 즐기기 위해 오는 ‘신도들’이다. 둘째로는 의료를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인데, 암, 다발성 경화증, 에이즈 등의 육체적인 질병 뿐 아니라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이들 중에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마존을 찾아온 말기 환자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 센터들의 대표적 수입원은 사실 스트레스 환자들이다. 주술사들은 스트레스야말로 서양의 질병이라고 여기고 있다. 많은 주술사들이 “당신들, 서양인들은 부를 가지고 있고, 우리 페루 주술사들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실은 후진국이 선진국을 치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양 국가의 노년층 질병 치료비용이 점점 더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점점 거대한 노인요양병원이 되어가고 있는 아마존의 모습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일부 샤머니즘 투어 관광업자들이 이제 아야와스카에서는 손을 떼고, ‘전통요법’이라는 이름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체의학 병원 건설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셋째로는 아야와스카 요법을 배워서 스스로가 주술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에 있는 여러 대형 센터들이 이제는 관광객을 받는 데만 그치지 않고,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사람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아야와스카를 마셔본 뒤 완전히 빠져들어 전 세계 각지에서 ‘약초학 의사’로서 아야와스카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는 데 열심을 다하고 있는 이 ‘가르침을 주는 약초’의 추종자들이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들은 나아가 정신질환과 기질성 질환, 각종 약물중독 등의 치료법을 구하는 사람들을 아마존의 치료센터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야와스카에 대한 이러한 단체들은 일종의 사이비종교가 되었고, 덕분에 아야와스카를 둘러싼 샤머니즘에 대해 프랑스 정부 산하의 ‘사이비종교의 감시 및 퇴치를 위한 부처  간 조직’이나 ‘정신치료 감시협회’ 등 각종 공공·민간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9) 해당 단체들은 변질된 뉴에이지 샤머니즘이 사람들을 교화시켜 선동가들의 손아귀 안에 가두고 있다고 규탄하고 있다. 정신치료 감시협회의 기 루케 협회장은 “샤머니즘은 허풍쟁이, 마술사, 사기꾼들이 판을 치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랜 전통을 지닌 아마존의 지혜와 노하우를 전 인류의 재산으로 남기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10)

아야와스카로의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을 아마존으로 안내해온 프랑스 내 관련 조직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건의 소송이 치러졌다. 이러한 소송 세례는 2008년 최종 판결로 마침내 끝을 맺었고, 이 판결에 따라 현재 프랑스에서는 아야와스카를 마약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페루 정부가 문화유산으로 분류한 전통 샤머니즘이 어느 정도 미화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실 페루 정부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마존 토착 부족민이 사용하는 정통 아야와스카 치료법은 금지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야와스카 관광 산업은 많은 위험을 수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야와스카 복용으로 인해 일어나는 위험으로는 강간, 심장마비, 돌연사 등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프랑스 여론에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프랑스의 장애 곡예사였던 파브리스 샹피옹의 사망한 사건일 것이다. 그는 페루 이키토스에 위치한 ‘에스피리투 데 아나콘다’ 센터에서 2011년 사망했고, 이 갑작스러운 사망 사건의 진실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주술사 기예르모 아레발로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보다도 이 혈기왕성한 젊은이의 무모함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뉴에이지 정신으로 충만한 관광업

이렇게 이따금씩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어쨌든 아야와스카 관광이 정확한 계측은 어려워도 어쨌든 상당한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페루 정부로서도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페루 당국은 주술사를 하나의 전문직으로 규제하고, 아야와스카를 마시기 위해 페루를 찾는 관광객들의 체력 상태가 약물 복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강한지를 미리 확인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사실 아야와스카는 본래 아마존의 일부 원주민들이 주술사 입문의식 등 부족 사회의 특정 순간에 한해 마시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의 경제적 발달과 함께 메스티소와 외국인 등 토착 원주민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몇 십 년 만에 퍼져나갔고, 결국 담배처럼 사회적 의례이거나 치료 목적으로 많이 쓰였던 향정신성 약물을 대신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아마존을 직접 찾거나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아야와스카 복용이 허용되는 서양 국가에서 아야와스카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아야와스카라는 이 ‘영력’이 있는 약초가 하나의 새로운 종교 수준에 이르렀다. 아야와스카는 기존의 종교적 신앙을 대신하고, 인간 외적 세계, 즉 여기서는 식물계로 대표되는 외부 세계에 대한 파생종교를 낳고 있다.

아마존의 샤머니즘은 주변 세계로부터 개인을 분리시켜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내적 자아에 초점을 맞추고, 이 내적 자아를 아야와스카의 ‘영혼’에만 연결하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새로운 탈정치화의 한 형태로 나타나고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샤머니즘이 대상을 규범화하고 사회에 순응하도록 하는 심리학적 기법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서사’가 저물어가고, 반대로 미래를 보거나 사자(死者)와 대화하는 등 낭만주의의 주된 사조를 계승하는 뉴에이지 정신이 떠오르고 있는 한 아야와스카 관광업은 어쩌면 전도유망하다고 할 수 있다.

비이성의 샤머니즘 투어

이러한 흐름의 기저에는 인간은 현재 이 세상에 갇혀 있고 이제 다른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즉 우리를 에워싼 과학·기술의 껍데기로부터 벗어나, 영적 세계와 우주, 나아가 광물 및 동식물이 감추어 지니고 있는 속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뉴에이지·샤머니즘 투어에서는 흔한 테마인 우주와의 접촉, 인도에서 남미로 옮겨온 영적 에너지 포착 등을 통해 기존의 물질세계를 깨뜨리는 낭만주의적인 상(像)을 재현하여 영적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삼고 있다.

1960~70년대 히피족이 기성사회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기 위해 선택했던 것은 LSD(환각제)이었다. 아야와스카도 이와 유사한 길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둘 중 어느 쪽이든, 이것에 빠져드는 개개인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맞추어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한편으로 아야와스카를 둘러싼 샤머니즘 투어의 발달은 비이성의 부상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샤머니즘 투어의 비이성성은 아주 오랜 옛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그 맥을 함께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후기 자본주의’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시민’이나 ‘정치적 주체’와 대비되는 표현으로서의 ‘개인’)을 다각도로 꾀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중독적 자본주의’라고도 칭할 수 있다. 대량소비문화에서 오는 상징적인 중독성이든, 아야와스카와 같은 환각 물질을 섭취하는 행위에서 오는 중독성이든, 결국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글·장루 암셀 Jean-Loup Amselle
인류학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 저서로는 <아마존 숲에 불어닥친 아야와스카 열풍>(Albin Michel, 2013) 등이 있다.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고려대 불문과 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특집] 관광, 탈출 산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7월호.
(2) 물론 프랑스 희귀체험연구소(INREES)를 빼놓을 수 없다.
(3) ‘Les voix intérieures d'Amélie Nothomb’ <Inexploré> 17호, INREES, 파리, 2013.
(4) Vincent Ravalec, Mallendi et Agnès Paichelet, Bois sacré, Initiation à l'iboga, Au diable Vauvert, 보베르, 2004.
(5) <Le Serpent cosmique, l'ADN et les origines du savoir>, Georg, 제네브, 1997.
(6) ‘D'autres mondes. Jan Kounen’, www.youtube.com
(7) <Blueberry, l'expérience secrète>, DVD, 2005.
(8) 한 센터 소속 비서는 자신의 월 급여가 250달러라고 밝혔다.
(9) <2009년 연간보고서>, Miviludes, www.miviludes.gouv.fr
(10) ‘Entretien avec Guy Rouquet’, <Bulles> 108호, UNADFI, 뷔슐레, 2010년 4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