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의 진실은 납세 회피 수단?

2014-03-03     마틸드 고아네크<언론인>

  미셸 들로네 노인자립부 장관은 사회당 하원의원 시절인 2010년 하원에서 사회당의 지지를 받으며 비과세 기부금 혜택을 받는 공익성 인증 재단을 재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보르도 출신 들로네 장관이 현 정부의 각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제정된 예산집행법에는 이런 내용이 누락됐다. 합법적인 절세 방법을 축소해가는 상황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마련한 첫 번째 예산으로 2012년 말 통과된 2013년 예산법에서 공익성 인증 재단은 세제개편 대상이 아니었다. 제롬 카위작 당시 예산부 장관의 사무실에서는 “공익성 인증 재단에 대한 기부금 비과세 혜택을 손보는 일”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공익성 인증 재단에 대한 기부금에는 가구당 1만 유로로 정해진 세액 경감이나 소득공제 상한선도 적용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회당은 2010년, 지금은 노인자립부 장관인 미셸 들로네, 당시 지롱드도의 보르도시 하원의원을 통해 프랑수아 피용 정부에게 “절세방법을 합당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조정”하기 위해서 “공익성 인정 방식을 평가하고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조정안은 당시 야당이었던 장마르크 에로와 프랑수아 올랑드의 지지를 받았다.

 2011년 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 하원의원인 질 카레즈도 개인의 기부금을 전반적 절세 상한선 항목에 포함시켜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 널리 인정받는 사회단체인 ‘스쿠르 포퓰레르(Secours populaire, 빈곤퇴치 자선단체)’와 ‘레스토 뒤 쾨르(Resto du Coeur, 무료급식 시민단체)’는 물론 프랑스식 자선박애단체로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아베피레르 재단과 프랑스 재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단이나 기금(1)을 설립하면 비영리 자선사업에 재화나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토탈 재단, 베올라아 재단, 파리교통공사(RATP) 재단, 사노피 재단과 같은 기업 재단과 유사한 지위를 부여받는 공익성 인증 재단(FRUP)이 되면 특히 유리한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3년 3월 내무부의 예상수치를 보면 현재 프랑스에는 FRUP가 약 629곳이 있고 대부분 교육, 보건, 문화, 연구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개인이 FRUP에 기부하면 기부금의 최대 66%, 최대 521유로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장애가 있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재단의 경우 이 비율은 1989년 예산법의 일환으로 추진된 자선단체에 대한 ‘콜루슈 수정법’에 의거해 75%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FRUP는 기부금의 75%, 연간 최대 5만 유로의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대재산세(ISF) 납부대상자를 상대로 홍보 전략을 펼친다. 기부금의 60%, 매출액의 0.5%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업도 놓치지 않는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익성’을 인정받은 단체 962곳에도 이런 공제조건이 적용된다.

연대재산세를 국고 대신 재단에

 그런데 ‘공익성’ 인증기준이 아무리 봐도 모호하다. 비영리조직 전담부서가 마련된 몇 안 되는 프랑스 로펌 중 하나인 델솔 앤 어소시에이츠 로펌에서 근무하는 리오넬 데빅 변호사도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고 인정하며 “공익이란 전체의 이익보다 한층 강화된 개념이다. 전체의 이익이라는 말은 충분히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공익성 인증을 맡은 내무부도 말을 아끼며 “재단을 설립하려면 150만 유로에 해당하는 기부금과 (재단설립자의 이익과 구별되는)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정한 목표가 필요하고, 국무위원회가 인정한 표준규약에 부합하는 규약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전체의 이익이라는 개념은 시대와 풍습에 따라 변한다. 19세기 초에는 “매춘을 했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거나, 아직 매춘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유혹에 넘어갈 소지가 있는 여자아이들에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쉽고도 확실한 방법을 제공한다”는 ‘따스한 휴식의 집 재단’도 공익성을 갖췄다고 인정받았다. 좀 더 최근인 1996년에는 유전병 연구를 지원하는 제롬 르죈 재단이 치료 목적의 낙태에도 반대하는 공식적 입장이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성을 인정받았다.

 다른 종류의 재단으로 ‘프랑스 이슬람 활동을 위한 재단’이 있다. 2005년 도미니크 드 빌팽이 설립한 이 재단은 문을 연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프랑스 이슬람교위원회 후원을 받는 기도원 건설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인정받아 공익성 재단이 됐다. 허울뿐인 기구였던 이 재단은 그저 창립자인 도미니크 드 빌팽 전 내무부 장관이 숙명의 라이벌인 니콜라 사르코지에 비해 이슬람 문제에 있어서 유리한 입장에 놓이도록 도운 게 활동의 전부였다.

 1992년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은 친 사회당 성향의 장 조레스 재단과 로베르 슈만 재단, 2004년 퐁다폴(정치개혁을 위한 재단, 중도우파)과 가브리엘 페리 재단(프랑스 공산당)을 비롯해 2005년에는 장피에르 슈베느멍이 설립한 레스 퓌블리카 재단(연구재단)까지 최근 몇 년간 ‘정치색을 띤’ 재단이 급속히 늘었다. 이러한 재단은 당파 편향적인 성향이 있지 않을까? “이런 재단을 통해 정치인, 연구원, 대학교수, 노조책임자, 단체장, 기업가 등 각계 대표들이 머리를 모아 자기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성을 인정받았다”고 내무부 재단관리국에서는 입장을 정리했다.

 “ISF를 국고가 아닌 재단에 내십시오!” 공증인협회 사이트 ‘공증인의 마을’의 이 문구는 거액자산가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돈을 지나치게 많이 허비하는 국가가 떼어 가는 세금을 피하자는 것이다. 재경부는 기부금을 세금 지출로 간주하려고 추진 중이다. 기부금 납부로 인한 세금감면이 결국 국고의 마이너스 수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립고등원(ENS) 사회과학연구원이자 <절세의 그늘에서>(2)의 저자인 카티아 바이덴펠트는 “이론적으로 직접적인 공공지출과 간접적으로 여기는 세금지출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렇지만 세금지출은 이곳저곳에 나누어줄 지원금이다. 공권력이 아니라 민간 기구에 의해 사용처가 결정되는 점만 다르다”고 덧붙였다. 데빅 변호사도 이 방식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직접적으로 거두어들이지 않을 뿐이지 세금은 맞다. 그러나 국가가 공익성이 있다고 인정한 활동에 쓰인다. 개인이 세금을 납부할 때보다 전체의 이익을 위한 활동에 좀 더 많은 돈을 내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익한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재단 활동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와 경쟁을 하거나 이를 문제 삼기 시작할 때 이런 제도는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교육 분야를 살펴보면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2010년 공익성을 인정받은 ‘가톨릭 학교를 위한 생마티유 재단’은 웹사이트를 통해 “매년 천만 유로를 모아 1억 유로의 사업을 공동지원하며 가톨릭 학교를 위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설립 목표”라고 밝혔다. ‘학교를 위한 재단’은 2008년 공익성을 인정받았다. 이 재단은 국가지원을 받는 공립 또는 사립학교(프랑스에 있는 학교 대부분이 이 형태)가 아닌 국가지원이 없는 ‘자유’ 사립학교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 재단은 설립 당시부터 교권주의 가톨릭 교육을 한다는 등 비난을 받았다.

 전국자율노조연맹(UNSA) 교원노조에 참여하고 있는 에디 칼디(3)는 “공권력의 지원을 받는 민간교육이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사립학교 지원은 고블레법(4)으로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재단에 기부하면 사실상 공적인 지원인 비과세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고블레법뿐만 아니라 기관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해서 공적지원을 할 수 없도록 정한 팔루법(5)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들로네는 2010년 공익성 인증 방식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생마티유 재단과 ‘학교를 위한 재단’이 드브레법(6)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이제 장관이 된 들로네는 모든 코멘트를 삼가고 있지만 사무실에서는 하원의원으로서 그녀의 입장과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고 인정했다.

 법률적 논쟁을 떠나 국가의 해체를 위해 끊임없이 로비를 하는 재단에 국가가 자금을 댄다는 점 자체가 모순이다. ‘학교를 위한 재단’의 재단장인 안 코피니에는 “국가와 학교를 분리(7)해야 하고 거대한 병원인 공공교육에서 벗어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공익성을 인정받은 자유주의 성향의 싱크탱크인 프랑스 공공정책 및 행정 연구소(Ifrap)는 질이 나쁜 서비스를 위해 공공 분야가 민간 분야보다 지출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국가 고유의 분야인 안보, 법, 경찰 등을 제외한 분야의 공무원은 사법상의 계약을 통해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8) 결국 Ifrap는 재단과 메세나의 열혈 지지자인 셈이다.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공권력 대신 시민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현상은 유행이 됐다. 이는 몽테뉴 연구소가 내세우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몽테뉴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소장인 클로드 베베아르는 2000년까지 생마티유 재단의 명예위원회에 속한 악사 그룹의 대표였다. 몽테뉴 연구소는 “이런 현상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며 전체의 이익은 더 이상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또 “자발적 참여와 계약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노력은 부족한 공공활동을 보다 효과적이고도 현실적으로 이어갈 수 있으며 (중략) 개인의 이타성을 바탕으로 한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비영리단체가 사회 경제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 있다”(9)고 했다. 지난 15년간 마련된 주요 세제조치와 특히 사회문화 메세나에 대한 새로운 법령들이 추구하는 방향도 바로 이것이다.

 개인 자격으로 ‘학교를 위한 재단’ 사무국에 소속돼 있는 데빅 변호사는 “프랑스에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메세나 관련 법제가 마련돼 있다”고 환기시켰다. “라파랭에 이어 사르코지도 민간사회에게 전체의 이익을 위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돌려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논리를 바탕으로 일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덧붙였다. 한때 국가의 우선 순위로 여겨지던 교육, 보건, 문화, 연구 분야에서 국가의 역할을 점점 축소시킨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민간조직의 운신의 폭이 조용하게 확대된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글·마틸드 고아네크 Mathilde Goanec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있다.

(1) 프랑스기금재단센터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에는 2,733개의 재단과 기금이 존재한다.

(2) 카티아 바이덴펠트, <절세의 그늘에서>, 에코노미카, 파리, 2011년.

(3) 에디 칼디, 뮈리엘 피투시, <공교육의 붕괴>, <공화국, 학교를 거부하다>, 데마폴리스, 파리, 각각 2008년과 2011년.

(4) 고블레법(1886년 10월 30일)은 국립학교 교직원의 종교적 중립성을 인정하고 초등학교의 전반적인 조직을 결정했다.

(5) 팔루법(1850년 3월 15일)은 사설교육에 대한 공공지원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교육의 자율성 근거를 마련했다.

(6) 드브레법(1959년 12월 31일)은 국가와 사설교육기관 사이의 현재와 같은 관계를 정의했다. 이 법은 사설교육기관 자체가 아니라 단지 교육기관의 다양성만 인정하고 있다.

(7) ‘독립학교: 안 코리니에 인터뷰’, 2006년 11월 7일, caelumetterra.hautefort.com

(8) ‘국가 고유의 분야인 안보, 법, 경찰 등을 제외한 분야의 공무원은 사법상의 계약을 통해 고용하자’, 2011년 10월 21일, www.ifrap.org

(9) <개인의 참여와 공공의 재화>, 몽테뉴연구소, 파리,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