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은 프티 부르주아 세상
판타지 3부작 <페르디도 거리 역>(1)으로 유명해진 40대의 영국 작가 차이나 멜빌은 사실 T.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을 매우 싫어한다. 판타지 소설보다는 공상과학 소설이 낫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정작 미에빌 자신은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 단, 용이나 성탑처럼 판타지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점이다. 런던 경제학교 졸업 후 마르크스 사상 및 국제법에 관한 논문을 썼고 영국 사회주의 노동당의 당원인 미에빌. 그는 과거시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고 순수했던 과거를 다시 찾고 싶어 한다. 미에빌의 작품 세계는 우리가 사는 현대 세상을 해체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미래의 환상소설이라 할 수 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포르말린에 넣어져 박제되어 있던 대왕오징어 크라켄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체동물 전문가 빌리 해로우는 사라진 크라켄을 찾아 헤맨다. 해로우만 크라켄을 찾는 것이 아니다. 런던 전역이 사라진 크라켄을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겉으로는 점잖은 런던의 은밀하고 어두운 부분이 드러난다.
해로우는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어린 시절에 느낀 감탄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 크라켄은 숭배자들에 의해 신으로 추앙 받는다. 과거 유물들은 병 속에 있는 기억의 천사들에게 보호를 받는다. 나치를 신봉하며 혼란을 조장하는 단체는 상상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어둠의 세계를 다스리는 지배자는 잔속의 잉크 상태로 되어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며 에너지를 아낀다. 카트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둠의 세력은 세상의 종말을 계획한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비슷한 여자 경찰의 등장은 판타지 웨스턴물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 미에빌은 <닥터 후>(2)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라는 인물과의 만남을 주선해 상상적인 분위기를 북돋는다. 로봇들이 일으킨 시위를 지휘하는 등장인물 와티는 “마법은 소부르주아 세상”이라고 말한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마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글 ․ 에블린 피에일레 Evelyne Pieiller
(1) Fleuve noir 출판사를 통해 발간된 소설 3부작 판타지 소설로 <페르디도 거리 역>(Perdido Street Station), <철의 공의회>(Le Concile de fer), <더 시티 앤 더 시티>(The City&the City)가 있다.
(2) 1963년 11월부터 BBC에서 방영된 공상과학 TV시리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