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덤핑과 싸우는 파견 노동자

2014-04-01     질 발바스트르

 차기 유럽이사회 회장 선출에 영향을 미칠 유럽의회 선거가 2014년 5월 22일부터 25일 사이에 치러진다. 이에따라 인사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다. 과연 유럽연합은 소셜덤핑 기구로 특징지어지는 정치 로드맵을 포기할 것인가?

 
질 발바스트르 | 언론인
 
관리인실이 있는 작은 길로 이어지는 마지막 로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네 명이 서있다. 그들은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측 활동가 20여 명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양팔에 유인물을 한가득 안고 있는 이들은 1월의 새벽 추위에 얼어붙은 채, 100여명의 노동자를 채용하려는 인근의 대형 공사현장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화물차가 다가온다. 노조활동가들이 차를 세우고 근로자들에게 어느 나라 출신인지 물어본 뒤 포르투갈어로 된 유인물을 건넨다.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반쯤 열린 창문을 통해 그들의 권리에 대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곧 로터리 근처에 서있던 네 명이 다가온다. 그중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사람이 “이동하라”면서 “이 사람들과 말하지 말고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위협적으로 말한다. 노조활동가들이 혼혈 2,3세로 보이는 그를 세게 밀쳐내자 그는 조금 비켜선다.
 
새로운 화물차가 정지할 때마다 네 명은 자동차등록번호를 적고, 직접 사진을 찍고, 소형 녹음기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린다. 2014년 프랑스, 더 정확하게는 북쪽 바다 룬 해안, 칼바람이 부는 황무지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위협적으로 말리던 사람은 프랑스전력(EDF)의 LNG선 터미널 공사장 책임자이고, 나머지 세 명은 그의 하수인들이다. 그들 모두 우리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폴리메리 유로파 프랑스의 CGT 대표 마르셀 크로크페르가 “우리가 있던 곳은 공공 로터리”라면서 “그 공사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고 끼어들었다.
사실 프랑스 제2의 공사현장 - 최대 공사현장은 플라망빌의 유럽 가압형 원자로(EPR) 공사현장 - 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좋다. 됭케르크 LNG(EDF 계열사) 공사현장 현장감독의 2014년 2월 19일자 보도 자료에 따르면, 1337명의 근로자중 “95%가 유럽인이고 그중 3분의 1이 노르파드칼레(Nord-Pas-de-Calais) 주 출신”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노조활동가들이 외국어로 된 유인물을 들고 온 것은 이곳 근로자들이 대부분 이탈리아, 포르투갈, 루마니아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근로자 파견’이라 불리는 유럽의 기업체가 파견국에 사회분담금을 지불하고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유럽지침 96/71/CE가 가져온 결과인가? 됭케르크 CGT 지역연맹의 크리스텔 베지니 총무는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어쨌든 60%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노조활동가들은 오랫동안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상부지시로 그들이 묵고 있는 캠핑장에 발이 묶여 있다가, 마지막 노조활동가가 떠난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공사장에 가 일하라는 허락을 받았다.
 
2013년 12월 10일에 간부직 총연맹(CFE-CGC)과 CGT의 ‘전격 작전’으로 됭케르크 LNG 공사현장의 파견근로자 비율이 지역 언론에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이 사건이 커진 것은 국민전선(FN)의 열성활동가 15명의 활약 덕분이었다. 12월 12일, 이들은 됭케르크 상공회의소(CGI) 옥상을 점거하고 “일자리는 우리에게 먼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몇 달 뒤에 있을 지방의회 선거를 앞둔 정계와 도 행정당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공사현장의 멋진 외관에결국 균열이 생기고 만 것이다.
 
2011년 5월 3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룬 해안에 LNG터미널 건설계획을 발표한 이후, 터미널 건설계획은 고용주 측에 의해서나 정치적으로 됭케르크의 심각한 실업을 타파할 수 있는 계획으로 홍보책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 전해에 플랑드르 제련소가 문을 닫으면서 직원 370명이 해고된 상황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수백 개의 일자리를 약속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당시 됭케르크 LNG 현장감독과 정치 경제 지역 관계자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일례로, 2011년 12월 12일에는 EDF 계열사가 고용지원센터(Pôle Emploi), CGI, 그리고 ‘앙트르프랑드르 앙상블’(됭케르크 시장인 미셸 들르바르 전 노동부 장관이 의장으로 있는 통합, 고용을 위한 단체)과 공동으로 됭케르크 의회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다. 들르바르 시장은 이 행사에서 이 지역을 위한 “정신적 채찍질”임을 상기시켰다.(2011년 12월 19일자, <노르 리토랄>)
 
고용이라는 성배를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1500명의 사람들이 됭케르크로 몰려들었다. 2011년 12월 19일자 <노르 리토랄>은 “인파 쇄도, LNG터미널 공사현장이 불러일으킨 원대한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현지 고용지원센터 책임자 시릴 로믈라에르 씨는 2012년 10월에 “LNG터미널은 객관적이고 명백한 효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618명의 구직자가 고용계약을 체결했고, 그중 반 이상이 12개월 전부터 고용센터에 구직등록을 한 사람들이며 68%는 오팔 해안지역에서 온 사람들”(1)이라고 설명했다.
 
사슬에 묶인 노동자들
 
몇 주가 지나자 이 지역에서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를 듣게 됐다. 신기루는 사라지고, 주민들은 이해하게 됐다. 베지니 씨는 “우리는 사회적 덤핑, 노동권 침해와 싸우는 것이지 외국인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크로크페르 씨는 “하지만 사람들은 번드르르한 약속에 신물이 났다”며 “국민전선은 쌓여가는 환멸 위에서 파도타기만 하면 됐다. 지방선거에서 르펜에게 표가 몰리면 그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2013년 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실업률을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하면서,룬 해안의 파견근로자 사태는 장 마르크 에로 내각을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12월 브뤼셀에서 파견근로자 관련 지침에 관한 협상이 이루어졌고, 미셸 사팽 노동부장관은 “시종일관 지켜온 입장에 부합하는 만족스러우면서 야심찬 합의”(2)를 얻어냈다고 떠벌릴 구실을 얻었다. 언론은 사팽 장관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의회의 처음 제안 - 게다가 의원들의 비준을 받아야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 을 완화시키는 유럽이사회 내 유럽 노동부장관들 간의 ‘타협’에 불과했다. 그래도 사팽 장관은 마뉴엘 발 내무장관과 함께 수많은 카메라가 뒤따른 가운데 LNG터미널을 깜짝 방문했다. 장관의 한 측근은 “노동법과 파견근로자에 관한 유럽지침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단호하게󰡑 AFP에 밝혔다.(2013년 12월 19일)
 
현장에서는 일부 행정관들이 여전히 흥분하고 있다. ‘깜짝’ 방문은 방문 전날 지역 언론을 통해서 예고됐다. 장관 방문 당일, 고용주들은 그들이 고용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노동자들에게 컨테이너 임시 숙소에 머물러 있을 것을 당부했다. 됭케르크 근로감독국 올리비에 무아용 부국장은 이 ‘연출’에 동참하기를 거부하고, 2월 5일 관할부서인 노동부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이 방문이 잘못된 것임을 알렸다. “방문전날 지역 언론을 통해 방문 사실이 알려진 것은 불법노동이라는 명백한 위반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하고, 근로감독업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다. 근로감독의 일환으로 현장에서 만난 일부 노동자들은 벌써 근로감독업무에 대한 그들의 의구심을 털어놓는다. (중략) 그들의 질문 요지는, 현실적으로 고용주들에게 노동법을 준수하게 할 확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관리는 실패하고 홍보전은 성공했다. 미디어는 룬 해변을 떠나고, 지역 행정당국은 또다시 시선을 회피하고, 됭케르크 LNG는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공사를 떠넘긴다.
침묵의 계율이 다시 돌아오는 것에 노조활동가들은 만족할 수 없다. 2월 14일, 여전히 꽁꽁 언 겨울 새벽에 됭케르크 CGT 지역연합은 한 번 더 확성기와 유인물을 실은 작은 트럭을 공사현장 입구에 세워놓는다. 기자들은 보이지 않고, 훨씬 더 많은 이탈리아, 포르투갈 근로자들이 보인다. 버스, 화물차, 자동차도 몇 대 보인다. 최소한 400명의 근로자들이 이런 상황을 참지 않겠다는 듯 노조활동가들 앞을 지나갔다.
 
다음날 17시 30분, 같은 상황이 반대방향으로 진행되었다. 35시간 근무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포르투갈 근로자가 용기를 내 우리에게 답했다. “요즘 우리는 주 40시간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은 50시간 근무한다. 우리는 50시간 근무가 더 좋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으니까. 우리는 돈이 필요하고, 일이 필요하다.”
 
공사현장에는 노조도 없고 위생, 안전 및 근무조건 위원회(CHSCT)도 없다. 따라서 추가근무수당 지급 준수 여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뱅씨(Vinci) 그룹 CGT 대표 다비드 상 씨는 “건설업계에서는 35시간을 초과한 최초 7시간은 시간당 임금의 4분의 1을 추가로 지급한다. 그 이상 시간에 대해서는 50%를 지급한다. 추가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업체 측이 어느 정도 이익을 남길지 상상이 가는가?”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급여명세서에는 추가근무수당이 표시돼 있지 않다. 근로자들의 출신국에 직접 지급되기 때문이다. 어떤 근로자들은 정말 작은 집에 다섯 명이 묵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들은 물론 최저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집세는 급여에서 공제된다.” 스피(Spie) 사의 CGT 대표 디디에 차즈카는 “전기 부분에 대한 됭케르크 LNG 경쟁 입찰에서, 전체 2500만 유로로 제시된 가격에 대해 스피(Spie) 사는 1600만 유로를 희망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테킨트 세너가 1200만 유로를 써내 입찰에 성공했다”고 털어놓으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사회분담금 격차가 그 정도로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3월 5일, 사팽 장관에 따르면 유럽의회 협상가들 3자 대면에서 “고객업체 관리강화와 책임감 부여”를 목표로 하는 원칙적 합의가 도출됐다. 사회문제담당 유럽판무관 라즐로 안도르 는 이 합의가 “파견근로자를 희생시키는 적용규칙 위반 또는 남용을 유럽이 용인치 않는다는 명백한 표시”(3)라고 주장했다.
 
벌금 보다 비싼 소환장 번역비
 
행정관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근로감독관들 중에는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에는 프랑스로 직원을 ‘파견’하는 외국기업이 근로를 제공하는 현지 관할관청에 사전신고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직원의 성명, 숙련도, 근무업체, 근무기간, 근무시간, 휴식시간, 시간당 임금 등을 명기해야 하는 서류는 합법적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근로감독관이 문제의 신고서를 송부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해도, 고용주에 대한 처벌은 간접적인 위협으로 남을 뿐이다. 릴의 근로감독관이자 쉬드 트라바이의 전 총무인 피에르 조아니 씨는 “외국 업체에 소환장을 발부하려 해도 소환장 번역 비용이 업체가 물어야 하는 벌금보다 더 든다. 대부분 검찰에서 사건이 종결되고 만다”고 씁쓸해 한다. 그러면 법정에서 기업에 형을 선고하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는 “벌금이 회수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잘라 말했다.
 
규정을 준수한 파견근로자 만여 명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숫자를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LNG 터미널 공사현장의 일부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2013년과 2014년의 파견 신고표를 보면, 프랑스 주요 항구 중 하나이면서 세베소 지침 2에 해당하는 공장(대다수 다국적 기업이 보유) 16개가 들어서 있는 이곳에서 이런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폴리메리 유로파 프랑스에 루마니아 근로자 25명, 토탈에 리투아니아 근로자 8명, 맥도날드에 루마니아 근로자 13명, 됭케르크 알루미늄에 포르투갈 근로자 수백 명이 있다. 2013년 됭케르크의 기업에 파견된 유럽 근로자는 수 천 명에 이른다. 2013년에 발간된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16,545명이던 프랑스 파견근로자는 2011년 144,411명으로 늘어났다.(4)
 
포르투갈 화물차, 이탈리아 자동차, 말수 적고 신중하며 조심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이 이동주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려면 일요일에 됭케르크 지역의 야영장 - 레프랭쿠크(행정구역번호 59)의 ‘바다와 바캉스’ 야영장, 레 엠 드 마르크(행정구역번호 62)의 로스 팔미토스 야영장, 크로셰(행정구역번호 59)의 베르 빌라주 야영장 -을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후 6시 이후에 앙부스 카펠(행정구역번호 59)의 1급 호텔에 가면 폴란드어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루마니아어를 배우려면 루베르그에, 리투아니아어를 접하려면 브레듄에 가보면 된다. 노르 도(道)의 프랑스 민박 사이트에는 한겨울에도 됭케르크 주변의 모든 숙소가 만원이다.
 
조아니는 “기업들은 특화된 인력을 프랑스에서 찾을 수 없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 프랑스 근로자들이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베지니 씨는 “진정한 동기는 시간, 임금, 직업 수당, 숙식 등으로 실현한 수익 문제”라면서 “프랑스 근로자들 눈에는 과일에 벌레를 주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외국인 파견근로자가 대량 집중되면서 이전부터 중요한 업무를 맡아 온 됭케르크 근로감독국 소속 근로감독관 10명의 업무는 더욱 늘어났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개혁은 사태를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조아니의 말을 들어보자. “노르파드칼레 지역에는 현재 147명의 직원이 있다. 이 개혁이 성공하면 129명만 남게 된다. 정부가 진정 근로자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경찰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국제협력의 근간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우리 동료들과 함께 다른 유럽 국가로 일하러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의지가 존재하는가? 사팽 장관에게 보낸 서신에 무아용 씨는 이렇게 썼다. “2012년에 조사를 받은 외국기업의 수많은 위반행위에 관한 조서 두 건이 이미 됭케르크 지법 검사장에게 가 있다. 아직까지 판결이 나지 않았다.”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은 아마 96/71/CE 지침 강화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글·질 발바스트르 GILLES BALBASTRE
다큐멘터리 감독
 
번역· 김계영
파리 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2006), <르몽드세계사3>(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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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베라시옹>, 2012년 10월 5일.
(2) <리베라시옹>, 2013년 12월 9일.
(3) AFP, 2013년 3월 5일.
(4) 에릭 보케, “근로자 파견 관련 유럽 규정에 관한 유럽사무위원회의 정보보고서”, 527호, 상원, 파리, 2013년 4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