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사하라의 부는 누구의 것인가

2014-04-01     올리비에 콰랑트

  사람들이 서부 사하라의 북부 대도시인 엘아윤(1)과 이곳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남부 도시 다흘라를 잇는 주요 도로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곤 낙지와 저생(底生)물고기를 운송하는 트럭들 뿐이다. 세계 최대의 어장 중 하나인 서부 사하라 해안선의 총 길이는 1200Km에 달한다. 모로코의 경제사회 환경위원회(EESC)의 보고서에 따르면(2), 수산분야의 종사자 수는 7만4000명에 달하고(3), 미신고 종사자들의 수를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 수산업은 서부사하라 국내 총생산(GDP)의 17%를 충당하고, 현지 일자리의 31%를 창출하며, 모로코 어획량의 78%를 차지한다. 요컨대 사람들이 흔히 이른바 모로코의 서부사하라라 부르는 ‘서부지방’의 수산업이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1975년 모로코 왕국은 1963년 유엔(UN)총회에서 해상도에 관한 결의안(no. 2072)이 채택된 이후 ‘비(非)자치국’으로 간주되던 서부 사하라를 점령한 후 이 영토를 모로코에 편입시켰다.

 사람들은 이 하나 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도로 위에서 다흘라 근처에서 생산한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멜론 등을 운송하는 트럭들을 만날 수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서부 사하라 자원 감시기구(WSRW)에 따르면, 다흘라 도시 주변엔 11개의 농업단지가 있고, 이들 중 타와르타 단지의 비닐하우스가 도로를 따라 대략 500m정도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 농장에서는 프랑스 기업 이딜(Idyl)의 브랜드인 일명 ‘남부의 별’이란 방울토마토를 생산한다. 2008년(4), ‘모로코산’ 불법 라벨을 단 이 상품들이 대략 600 헥타르 반경에 공급되었고, 이곳에서 200km 떨어진 모로코 남부 아가디르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도 되었다.
EESC는 농업활동의 ‘고부가 가치’를 기대한다. ‘녹색 모로코’ 계획은 2천 헥타르에 달하는 이 서부 사하라에서 생산되는 청과물이 2008년엔 3만6천톤, 2013년엔 8만톤 그리고 2020년엔 16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 물량은 수출될 예정이다.
 
 현재 약 6천명의 농장 노동자들도 그때가 되면 3배로 늘어날 것이다.
엘아윤에서 북쪽으로 10km정도 떨어진 곳에 모로코 인광석 공사(OCP)가 운영하는 인광석 항구가 있다. 미세 먼지가 시야를 흐린다. 미세 먼지는 보우크라(Bou Craa) 광산에서 컨베이어 벨트로 실어 운반하는 인광석에서 나는 것이다. 황량한 사막 위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의 길이는 대략 100 Km에 달한다. 보이는 것이라곤 광석을 저장하는 사일로와 광석을 실어 나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벌크선의(5) 실루엣 밖에 없다. 인광석은 모로코 왕국에 아주 중요한 자원이다. OCP는 인광석 및 인산의 세계 제 2위 생산 기관이자 세계 최대 수출기관이다. OCP는 또한 세계 주요 인산 비료 수출기관 중 하나이다. 2012년, 모로코는 국내 총생산(GDP)의 6%를 인광석으로 충당했다. 모로코는 세계 최대 인광석 매장량 보유국이다.
엘아윤에 있는 한 가옥에서 서부 사하라의 천연자원 문제를 다루는 (서부 사하라) 위원회의 부위원장 모하메드 알리살렘 보베이트가 우리를 차분하게 맞았다. 그는 포스보우크라(보우크라 인광석 광산)의 인광석이 모로코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인식하고 있었다. OCP가 채굴하는 총 인광석의 대략 10%가 이 광산에서 채굴한 것이다. OCP는 이 광산의 인광석 채굴량을 2020년까지 두 배로 늘릴 예정이다. 보베이트는 “이는 서부사하라 국민의 자원을 약탈하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서부 사하라 위원회의 시드 아메드 람제이드 위원장은 2010년 12월 25일 구데임 이지크(Gdeim Izik)에서 모로코 정부에 대한 대규모 시위(6)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되어 수도 라바트의 군사 재판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비자치국 주민의 반발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모로코가 서부 사하라의 자원을 약탈한다는 그의 진단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자주적인 국민투표로 마찰을 해소할 때까지 자원개발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 10월부터 구데임 이지크 시위 이후, 폴리사리오 전선(Front Polisario, 유엔이 서부 사하라 국민을 대표하는 합법적인 무장 정치세력으로 인정한 단체)은 이처럼 주장하며 모로코 정부에 맞서고 있다. 서부 사하라의 모로코 정부 중대범법행위 피해자 총연합(ASVDH)의 브라힘 사바르 사무총장은 “유엔 결의안이 모로코의 서부 사하라 자원개발을 차단한다면, 마찰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제사회”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모로코는 27만㎢에 달하는 서부 사하라를 차지했다. 따라서 모로코는 예전 포스보우크라의 점유자인 스페인과 합의해 이 광산의 채굴권을 넘겨받았다. 1962년부터 이 광산에 대한 개발권을 가지고 있었던 스페인은 2002년까지 이 광산의 주주였다. 그러나 스페인 지배하에 있을 때도 폴리사리오 전선과의 전쟁은 있었고, 서부 사하라가 자치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엔이 유엔헌장 73조에 따라 이 지역을 관할했다. 1962년 유엔 총회는 자국민의 권리를 인정하는 ‘천연자원에 대한 영구주권의 권리 선언’을 채택했다.(7) 이후, 유엔 법률은 비자치국의 천연자원은 자국민의 ‘양도 불가능한 권리’이며, ‘천연자원의 미래의 가치에 대한 주인’ 또한 자국민에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재의 모든 논쟁은 모로코가 주도하는 경제개발(인광석 채굴)의 이득을 서부 사하라 주민들이 누리고 있는 지를 두고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2001년 10월 모로코는 토탈피나엘프(TotalFinaElf)를 포함한 두 정유회사와 석유 탐사 계약을 맺었다. 토탈피나엘프의 법률담당 사무차장은 “앞서 유엔이 내린 모호한 유권해석, 즉 ‘천연자원에 대한 영구주권의 권리 원칙’은 비자치국인 서부 사하라에서 천연자원과 관련된 관할 당국인 모로코의 모든 활동을 금한다는 말인지, 아니면 단지 비자치국 국민의 필요와 이득을 무시한 채 모로코가 진행하는 천연자원과 관련한 활동만을 금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소명을 유엔에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천연자원에 대한 영구 주권의 이익을 평가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전무하다. 예컨대, 천연자원에 대한 영구 주권 행사를 비자치국 식민지 국민에 허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런 여건을 마련하는 문제가 갈등 당사자들 간의 힘의 역학관계의 문제가 되었다. 폴리사리오 전선은 자원 ‘약탈’과 ‘서부 사하라 주민의 방치’를 규탄한다. 2012년 11월, 폴리사리오 전선은 지난 3월 유럽연합과 모로코(서부 사하라를 포함) 간 서명한 상업 및 농업 자유무역 협정을 취소해달라며 유럽 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폴리사리오 전선이 유럽 사법재판소에 이 사건을 제소한 첫 번째 이유는 이 협정 때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모로코의 당근 정책
 
 모로코 당국은 경제개발(인광석 채굴)이 “서부사하라 주민에 이득”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새로운 투자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프랑스 언론은(8) 정기적으로 이런 발표를 보도하고, 모로코 언론은 이런 발표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사람들은 서부 사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서부 사하라 원주민들인지 그곳에 정착한 수십만 모로코인들인지 알지 못한 채, “현지 주민”이라 부른다. 폴리사리오 전선은 “서부 사하라 원주민”만을 “서부 사하라 국민”이라 칭한다. 유엔의 법률 자문단은 이 두 가지 용어(서부 사하라 원주민과 서부 사하라에 정착한 모로코인)를 한데 묶어 이곳 주민들을 사라우이(Sahraouis, 사하라 지방의 주민)이라 부르고 있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모로코 정부는 사라우이들이 천연 자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를 위해 OCP는 사회적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OCP의 2012년도 활동 보고서에서 “포스보우크라의 모든 순수익은 현지에 재투자되었으며, 현지 주민들이 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글을 볼 수 있다.
구다임 이지크 시위 사건 이후, 광산 책임자들은 광산에 530여명을 웃도는 젊은 사라우이들을 채용했다. 채용된 사람들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광산에서 일하다 퇴직했지만 불만을 품은 이들의 자녀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금지된 불법노조인 사라우이 노조연맹의 사무총장이자 현지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 데디아 시디 아메드 무사는 “젊은이들이 최저 임금 받고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모로코 정부는 또 다른 당근 정책도 같이 펼치고 있다. 국민증진 카드, 즉 매달 대략 150 유로에 해당하는 일종의 사회복지 카드를 사라우이에 지급함으로써 모로코 정부는 이들로부터 큰 환심을 사고 있다. 우리가 사라우이를 취재하며 느낀 현장의 목소리도 이를 뒷받침 해줬다. 부족장을 통해 지급되는 이 수당으로 모로코는 사회적 평화를 사고 정치 불안을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모로코 당국은 친(親)사하라 시위에 가담하다 발각된 사람들의 수당을 중단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사라우이가 실질적인 혜택을 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부 사하라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모로코의 관할권(9)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엔은 모로코 당국에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모로코 왕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부 사하라에 대한 관할권 인정문제를 도구화하고 있다. 2013년 11월, EESC가 도입한 ‘서부 지방에 대한 새로운 발전 모델’은 시민 사회를 끌어들여 ‘모로코의 자치국 수립’이 그 목적이다(10). 2007년 이후,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은 서부 지방에 대한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마치 대안 프로젝트, 즉 유엔이 1991년부터 해마다 국민투표로 서부 사하라에 대한 자치권을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데에 대한 해법처럼 소개하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지난 2013년 12월 10일 유럽의회의 대다수는 모로코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미 만료된 첫 어업협정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장하는 새로운 어업협정을 승인했다. 이번 협정에 모로코가 명기되어 있진 않지만, 모로코가 서부 사하라 해역을 관할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새로운 협정으로 모로코 정부는 유럽의회로부터 매년 보조금(산업부문 개발을 위한 보조금으로 3천6백만 유로를 받기로 했으나 3천만 유로를 수령할 예정)을 받을 예정이고, 그 대가로 모로코 정부는 유럽 선박에 어업허가권을 발급해주고 어선 한 척당 어업할당량도 정해줄 예정이다. 2011년 12월, 모로코 정부와 어업협정 연장을 거부했던 유엔의회는 이번에 새로운 어업협정을 승인함으로써 모로코 정부와 모로코의 ‘개혁’ 정책에 확실한 지지표명을 한 셈이다.
 
 유럽의회의 법률 담당 부서는 서부 사하라에 대한 이권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모로코가 서부 사하라 해역을 관할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모로코 왕국이 서부 사하라 주민에 대한 의무이행을 준수한다면 모로코와의 어업협정도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모로코 정부가 서부 사하라 방문 허락을 EU와 모로코 간 친목단체에 소속된 유럽의원들로 제한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친목회의 회장인 프랑스 사회당의 질 파르니오 의원은 이런 모로코 정부에 화답이라도 하듯 “유럽의회가 어업협정을 거부함으로 서부 사하라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나는 모로코 정부가 2007년 유엔에 제출한 서부 사하라 자치국 안건만이 서부사하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고 말했다(11). 물론 이번 어업협정이 순전히 경제적·금융적 이익만을 고려한 것도 유감이다. 왜냐하면 이전의 어업협정과 별개로 작성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협정의 비용 효과는 아주 낮고 비효율성도 전례 없이 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모로코의 최대 해외투자국인 프랑스는 사라우이들에 불리한 여건을 지속시키는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지난 11월, 길이 724m에 폭이 260m에 달하는 웅장한 제방을 갖춘 새로운 어항, 부주두르항이 프랑스 개발청의 자금지원으로 개항했다. 프랑스 개발청이 모로코에 지원한 금액은 2011년 3억8천만 유로에서 2012년에는 8억3천100만 유로로 상승했다. 서부 사하라의 젊은 여성 인권운동가인 술타나 카야는 부주드르에 천연자원 보호 연맹을 창설했다. 그녀는 2013년 7월 토탈사가 진행한 석유개발을 걱정하고 있다. 토탈사는 12년 전에 맺은 서부 사하라와의 최초 계약을 빌미로 서부 사하라의 ‘안자란 오프쇼어’지역의 10만㎢에서 지진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글·올리비에 콰랑트·Olivier Quarante
 
번역·조은섭chosub@hanmail.net
 
(1) Gaël Lombart et Julie Pichot, <엘아윤의 공포와 침묵>,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6.06.
(2) <서부 지방을 위한 새로운 개발 모델>, CESE, 라바트, 2013.10.
(3) 이 수치는 모로코 남부에 위치한 탄탄 지역과 켈민 지역의 수치를 포함한 것이다.
(4) 비정부기구(NGO)인 서부 사하라 자원 감시기구(WSRW)에 따르면, 유럽위원회도 이 수치를 활용하고 있다.
(5) 대량화물을 운송하는 선박.
(6) <사라우이들의 완고한 저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02.
(7) 1962년 12월 14일에 채택된 결의안 no.1803( XVII ).
(8) Anne Cheyvialle, <서부 사하라에 광범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모로코>, <Le Figaro>, 파리, 2013.11.11.
(9) 2002년 2월, 유엔 법률 자문단이 밝힌 것처럼, 1975년 스페인, 모로코, 모리타니 등, 3개국이 서명한 마드리드 협정엔 서부 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10) EESC의 언론 보도자료, 8 novembre 2013.11.08.
(11) <유럽의회는 EU와 모로코 간 어업협정을 최종 승인했다>, Groupe d’amitié UE-Maroc, 2013.12.10.  http://groupedamitieuemaroc.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