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숭배에 반대하며

2014-04-01     앙드레 비탈리

  자크 엘륄(1912~1994)의 글을 읽다보면 20세기에 벌써 21세기 독자들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엘륄의 저서 58권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엘륄의 저서가 재발행되면서 점점 많은 관심과 반응을 받고 있다. 엘륄의 글은 현실적인 비판 능력을 가졌고(1) 선견지명을 가졌다(2)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엘륄의 사상은 언제나 프랑스보다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고 미국에서는 계간지 <더 엘륄 포럼>(3)은 엘륄을 전문적으로 다룬 잡지다. 엘륄의 사상은 파격적으로 성경과 마르크스 이론서를 참고로 하고 있다.

 엘륄은 사회 현실을 연구하기 위해 마르크스 사상을 분석하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마르크스의 사상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시니컬한 입장을 보인다. 엘륄은 마르크스와 달리 생산관계보다는 기술 인프라가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엘륄은 개신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수 세기동안 복음서의 메시지가 왜곡되었다며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다.

 1964년에 발간된 <의지와 행동>(4)은 현재 재발간되었는데 기독교적인 생활 조건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독교의 윤리를 인생의 나침반으로 생각하지만 엘륄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경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독교의 행동 지침 역시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륄은 기독교 윤리가 초월성을 지닐 때에만 선과 악을 구분해 주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1970년에 미간행 저서 <이론학과 기술>(5)은 사회학과 이론학의 만남으로 엘륄로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책에서 엘륄은 사회학 연구를 출발점으로 해서 기술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을 이끌어 가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우리와 세상의 관계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주류 논리는 바로 효율성의 논리다. 효율성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성장, 경쟁, 지배, 극대화가 효율성의 논리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대신 협력, 순수한 자비, 화기애애함, 무소유 같은 가치는 잊혀져가고 있다. <이론학과 기술>은 기술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이에 대한 풍부한 논리를 내세운다. 엘륄은 기술을 필요할 때만 이용해야 한다고 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까지 기술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류를 위협하게 될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는 일이라고 엘륄은 주장했다.

 엘륄의 글들을 분석해 보면 친환경 아이디어와 성장 위주의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위해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인생을 이끌어가는 행동방식에 대해 고찰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1) Frédéric Rognon, <자크 엘륄. 대화로 이루어진 사상>(Jacques Ellul. Une pensée en dialogue), Labor et Fides, 제네바, 2007년.

(2) Jean-Luc Porquet, <자크 엘륄. 모든 것을 예상한 남자>(Jacques Ellul. L'homme qui avait (presque) tout prévu), Le Cherche-Midi, 파리, 2012년.

(3) www.ellul.org

(4) Jacques Ellul, <의지와 행동>(Le vouloir et le faire), Labor et Fides, 2013년.

(5) Jacques Ellul, <이론학과 기술>(Théologie et Technique), Labor et Fides, 2014년.

  글· 앙드레 비탈리 André Vitalis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지극히 적게>(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