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부조리 속의 위대한 환상

2014-04-01     앙드레 비탈리

  주류 역사학에서 전쟁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소재가 된다. 군인들은 하나 같이 같은 경험과 고통을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콜라 마리오의 저서(1)는 ‘전쟁을 하고 경험하고 판단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소재는 앙리 바르뷔스, 롤랑 도르젤레, 기욤 아폴리네르, 페르낭 레제 등 지식인들이 매일 전쟁터에서 쓴 메모와 증언집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전쟁터에서 지식인들이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소개한다. 바로 군대 내 계급에 대한 발견이다.

 군인들도 출신 계급, 직업, 재산의 여부에 따라 생활 조건이 달랐다. 상류층 출신의 군인들은 특혜를 받는 대신 상류층이 아닌 동료 군인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상류층 출신의 군인들은 전체 군인들의 2% 밖에 되지 않아 따로 그룹을 형성하기에는 수가 턱 없이 모자랐다. 지식인들 역시 손에 삽을 들고 배낭을 메는 일이 어설퍼 멸시를 당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출신이 부르주아 계급이냐 노동자 계급이냐에 따라 애국심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식인들은 이 상황에 대해 씁쓸함을 느꼈다. “나는 의식이 있지만 저들은 의식 없이 사는 것 같다.” <증언자>의 저자 장 노르통 크뤼(2)가 했던 말이다. 그나마 가장 따뜻한 시각을 가진 지식인들도 주변 상황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예를 들어 페르낭 레제는 전쟁은 평화 시의 경제적인 투쟁만큼 어리석다고 봤다. 그러나 전쟁터에서도 지식인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사람들은 전쟁 때 계급의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느꼈다.” 저자의 글이다. 실제로 전쟁은 사회적으로 다른 계급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2013년 공쿠르 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 라오>(3)도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애국심 형태를 보여준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가운데서도 열심히 독일군과 싸우는데 매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의 배경은 1918년 11월 2일에 시작해 다음 18개월 동안 이어지며 두 군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르메트르는 이 소설에서 냉소적인 유머를 보여주며 전쟁의 부조리함을 비판한다.

  <각주>

(1)Nicolas Mariot, <참호에서 모두 모이는 사람들?>(Tous unis dans tranchée?), Seuil. 파리, 2013년

(2)Jean Norton Cru, <증언자>(Témoins), Presse universitaires de Nancy, 1999년

(3)Pierre Lemaître, <오르부아 라오>(Au revoir là-haut), Albin Michel, 파리, 2013년

  글 ․ 앙드레 비탈리 Andre Vitalis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지극히 적게>(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