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석유재벌 셰브론에 맞선 에콰도르
인구 1천 5백만의 남미 약소국인 에콰도르와 2012년 매출액만 2천 3백억 달러가 넘는 거물 석유 회사인 셰브론. 어려운 싸움일까? 에콰도르는 이 다국적 기업이 저지른 오염에 대해 배상금을 받아낼 태세다.
우리가 타고 가던 차 하나가 고장이 났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아마존의 한 작은 마을에서 잠시 멈춰야 했다. 아마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을 작은 마을이었다. 끈적거리는 더위였다. 차고 옆에서 한 여인이 발이 묶인 운전자들에게 조악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우리는 여인에게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물을 주려다가 이내 뭔가를 생각하더니 난처한 기색으로 다소 멀리 떨어진 한 가게를 가리켰다. “저 옆 가게에서 병에 든 생수를 사 드시는 게 나을 겁니다. 우리 물을 마셨다가는 아플 수도 있어요.” 이 여행 동안 두 번이나 이런 주의를 들었다.
에콰도르 수쿰비오스와 오렐랴나 지방의 다른 마을들처럼 이곳도 1962년 미국 석유회사인 텍사코가 진행한 원유 개발 사업 때문에 멀리서 이주해 온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수수핀디, 타라포아, 유카, 소차 등 일부 마을은 작은 촌락의 규모를 넘어섰다. 코카 또는 라고 아그리오 같은 곳은 거의 인구 3만 명에 달한다.
20년 전 본국의 폭력 사태를 피해 이 근방으로 이주해 온 콜롬비아인 조세파는 그 전날 운 좋게도 빗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디언 얼굴이 뚜렷한 이 여인은 얼마 전 식수 관로를 설치하는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들려주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여기는 석유로 진창이었죠.”
물을 받는 우물로부터 2백 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수천 리터의 원유 찌꺼기를 담는 거대한 두 개의 구덩이가 있었다. 이 큰 구덩이는 기름의 독성 물질이 땅 속 대수층과 지하수층으로 침투되지 않도록 하는 분리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텍사코사는 아마존의 흙은 점토질이라 불침투성이라고 공언했다. 비가 오면 기름 찌꺼기는 그냥 흘러 넘친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유는 물과 반응을 일으켜 가장 무거운 분자는 분리되어 밑으로 침전되고, 표층에는 가벼운 기름 성분의 물질이 뜬다. 그 가운데 물이 자리잡는다. 물을 퍼내기 위해 텍사코는 ‘거위 목’이라고 깜찍하게 이름 붙인 튜브를 고안해냈다. 텍사코는 이 물에 대해 음용이 가능한 듯 말하지만 회사 기술자 중 어느 누구도 감히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 웅덩이 주변에 떨어진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은 액체와 섞인다. 이는 점점 쌓여 흡사 물침대처럼 굼실대는 층을 만든다. 사실은 끈적거리는 검은 기름띠다.
2003년 텍사코사가 원유 개발 지역 중심으로 실시한 조사 발표에 따르면, 이 지역의 조사 대상 주민들의 87.3%가 원유 채굴 갱도와 저유조, 그 외 기타 원유 개발 관련 시설로부터 5백 미터 미만의 거리에 살고 있었다. 또한 “42%의 주민들은 50미터 미만 반경에 살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오염’(1)에 노출되었다고 결론내렸다.
28년간 텍사코는 석유 개발에 대해 거의 독점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그동안 기름 구덩이와 갱도 주변의 사람과 동식물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정보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
텍사코는 총 356개의 저유조를 팠다. 여기에 기름 찌꺼기 구덩이까지 포함하면 오염 지역 수는 820개에 육박한다고 수쿰비오스 주(州) 법원은 밝혔다. 아마존 인디언들과 농민들은 계속 기름이 스며 나오는 숨겨진 웅덩이를 연이어 발견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악시옹 에콜로지카(Accion Ecologica)에 따르면 텍사코는 44만 2,965헥타르에 달하는 지역에서 약 15억 배럴의 원유를 채취하였다. 이 동안 수 톤에 달하는 독성 물질과 원유 개발에 따른 폐기물을 고의로 내다버렸다. 게다가 190억 갤론, 즉 720억 리터 이상의 물을 오염시키는 환경 재해를 남겼다.(2)
석유 오염물 마시면 건강해진다고 눈가림
각각의 저유 구덩이에서 나오는 가스는 길이도 짧은 굴뚝을 통해 아무런 규제 없이 태워지고 배출된다. 비가 오면 검은 비가 내린다. 원주민들은 식사 준비를 하고, 마시기 위해 빗물을 받는다. ‘하늘에서 내리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았을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아마존 인디언 촌락들이다. 아마존 인디언들과 에콰도르 정부 간 논의에 참여 중인 지미 헤레라는 “그간 정부는 어디에도 없었고 텍사코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 원유 개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한다고 인디언들에게 잡동사니 물건이나 이들에게 아무 소용도 없는 물건들을 제공하거나, 항의 시위를 할 경우 군대를 보내겠다는 협박을 했다. 그 후에 미국에서 선교사들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디언 마을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니며 알루미늄 냄비, 바지, 색색의 리본, 단추, 선교사들의 사진(3)을 뿌렸다”고 전했다. 유카 마을의 여인은 “우리에게 마을 사람들이 텍사코가 주는 월급을 받아야만 살 수 있게 되면서 그녀가 살던 마을은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으로 사냥이나 낚시를 더는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농민인 멜다르도 싱그레는 약 40년 전부터 타라포아에서 살아왔다. 그는 텍사코사에게 피해를 입은 3만 명의 희생자들 중 하나다. 그의 경작지는 오염되었다. 20cm가 채 되지 않는 막대기를 꽂아 놓은 주위의 땅은 석유를 토해내고 있었다.
수쿰비오스와 오렐랴나 지역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국가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암에 걸린 가족들의 43%가 원유 오염원으로부터 100~250m 반경 안의 식수원에서 취수해 왔다.(4) 유카의 이 여인은 텍사코의 책임자들이 그녀의 아버지에게 아마존 인디언들이 암에 걸리는 것은 위생 관리가 부족해서라고 설명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심지어 그 금발의 남자가 “석유로 오염된 물을 마시면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인디언들에게 안심시키던 말도 잊지 않고 있다.
1992년 텍사코는 에콰도르를 떠났다. 1993년 11월 3일 오렐랴나와 수쿰비오스 농민들과 인디언들은 주로 미국인 비정부기구(NGO)들의 지원을 받아 뉴욕 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들은 환경 파괴로 인한 피해 및 보건 피해에 대해 소를 제기했다. 6개월 후 20여개의 지역 시민 단체들이 합류하여 ‘텍사코 사업 피해자 연맹(Updat)’의 소송을 지원하였다. 이때 아마존 보호 전선이 출범하였다.
공개사죄와 배상을 거부한 셰브론
3년 후 사법 처리를 피하고자 텍사코는 당시 에콰도르 정부와 오염 복구 이행 방안에 서명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회사는 162개의 저유 구덩이들을 깨끗이 치워야 했다. 싱그레는 “텍사코는 그저 하청을 통해 구덩이 위에 흙을 덮어버렸다. 그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석유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방치되어 있고 토양 오염은 더욱 심해졌다”라고 지적했다.
1998년 에콰도르 정부와 텍사코는 ‘피니키토(Finiquito:청산) 합의서’를 체결하여 ‘복구’ 이후 에콰도르에서 텍사코를 상대로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였다. 배상받지 못한 3만 여 명의 피해자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송은 계속되고 있고 텍사코는 법원의 결정을 준수한다고 하면서 에콰도르 법원으로 사안을 넘기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였다. 이 지역에서 자란 젊은 변호사 파블로 파하르도는 그 묘안을 설명했다. 텍사코는 정치계와 사법계에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재판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들의 판단은 맞았다.(5) 셰브론이 텍사코를 인수한 2년 후인 2003년 10월 재판은 에콰도르에서 재개되었다.
지난 10년간 39명의 변호사들과 소송을 벌여온 파하르도는 셰브론이 소송 관련 비용으로 수십억 달러의 돈을 썼다고 말했다. 그의 쪽에서는 아마존 보호전선의 재원과 국제 연대뿐이었다. 2008년에서야 투표로 신헌법이 통과되어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민간 원고들을 소집할 수 있게 되었다.(6)
그러나 셰브론이 미처 예상치 못한 게 있었다. 에콰도르가 2006년 대선을 통해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으로 정권 교체를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사법 제도도 바뀌게 되었다. 2011년 2월 14일 결국 판결이 내려졌다. 셰브론의 유죄가 확정되었다. 따라서 ‘텍사코 사업 피해자 연맹(Updat)’에 토양 오염 복원, 수도관 설치, 지역 보건 및 발전안 실행을 위해 95억 달러(약 10조 2천억원)를 지불해야 했다. 판결이 내려진 후 15일 안에 셰브론은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죄를 해야 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벌금은 두 배나 되었다. 그러나 셰브론은 판결에 승복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불해야 할 배상액이 2배가 되었으나, 2013년 11월 12일 에콰도르 대법원은 두 배 배상금 결정을 취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브론은 반격을 시작하여, 피해 복원에 대해 에콰도르 정부가 책임이 있는 듯 에콰도르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웠다. 최소 8개의 로비스트 회사가 개입하여, 미 상무부와 미의회 관계자들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들은 에콰도르 정부의 신용과 위신을 떨어뜨리고 에콰도르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2009년 셰브론은 미국에서 아마존 보호 전선과 희생자들과 함께 일하는 몇몇 단체들을 상대로 14개의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2월 뉴욕 연방 법원은 미국의 조직범죄 처벌법인 RICO(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법에 따라 피고인인 아마존 수호 전선에 대한 소송 제기를 받아들였다. 이들이 셰브론 사를 ‘협박 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셰브론은 현재 미국의 워싱턴 법원에서 미국과 에콰도르 간의 ‘투자 보호에 관한 양자 협정 위반’으로 에콰도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중으로 2015년이 되어야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그동안 셰브론은 희생자들을 위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있다.
글·에르난도 칼보 오스피나 Hernando Calvo Ospina
언론인 겸 작가. 주요 저서로는 <쿠바라는 곡조 위에서>(2005), <입 다물고 숨을 쉬어라! 고문, 감옥,
조롱 >(2013) 등이 있다.
번역·박지현 sophile@gmail.com
남극보호연합(ASOC) 동아시아 지부 담당.
(1) Adolfo Maldonado와 Alberto Narváez, Ecuador ni es ni será ya país amazónico.
Inventario de impactos petroleros, AcciónEcológica, Quito, 2003년
(2) <Que Texaco limpie lo que ensucio>(2002년 3월 11일자), www.accionecologica.org
(3) Fabian Sandoval Moreano, Pueblos indígenas y petróleo en la Amazonía ecuatoriana, CEPE, Quito, 1988년
(4) Adolfo Maldonado와 Alberto Narváez, op.cit.
(5) <El hombre que humilló a Chevron>, El País, Madrid, 6juin 2011년
(6) María Aguinda(공저자 Patrick Bèle)의 ‘타르에 대항하는 풀잎 하나(Un brin d’herbe contre le goudron)’, Michel Lafon, Paris,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