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남자' 케지리왈이 꿈꾸는 인도의 앞날

2014-04-28     나이케 데스켄<언론인>

사람들은 인도 선거에 대해 얘기할 때면 최상급을 사용한다. 인도 선거는 1억 1400만 신규 유권자들을 포함하여 약 8억 1천만 명의 총 유권자가 향후 5년간 활동할 인도 하원, 즉 로크 사바의 의원을 선출하는 세계 최대의 선거이기 때문이다. 투표는 5주 동안 지속되고 5월 12일에 막을 내린다. 2009년 선거에서는 유권자 59.7%의 지지를 받은 소니아 간디의 의회당(INC)이 승리했고, 인민당(BJP)은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엔 전세가 역전될 것 같다. 2002년, 구자라트 주의 주지사이던 나렌드라 모디는 당시 자신의 관내에서 벌어진 반(反)무슬림 유태인 박해사건에 개입하고, 주지사로서 형편없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끌고 있는 BJP가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투기에 눈먼 언론은 이런 사건들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 돈에 매수된 언론은 경기 침체와 스캔들 확산 기사는 쓰지 않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출범한 암아드미당(AAP)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을까?

열렬한 여성 환경 운동가 메다 파트카르(59세)는 “때때로 바다 속의 물살이 수면 위의 파도보다 더 세다”고 강조했다. 543명의 로크 사바 의원을 새로 선출하는 선거 캠페인이 한창인 가운데, 파트카르는 인도 미디어가 보도하는 “모디의 파도(나렌드라 모디의 돌풍)”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평가 절하했다. 한편, 인도의 유력한 총리 후보이며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BJP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는 구자라트 주에서 쌓은 치적을 내세우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 인기가 급추락하고 있는 INC는 걱정이 태산이다. 10년간 INC의 집권은 성장률 하락(5년 전 거의 10%에 달하던 경제 성장률이 2013년 4.4%로 하락함)과 전화 사업권 불법 부여, 광산 개발 사업권 불법 허가 등 굵직굵직한 부패 사건으로 점철됐다. 자와할랄 네루(인도 초대 총리, 비동맹주의 선구자-편주)의 손자 라울 간디 총리 후보는 카리스마가 없어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두 거물급 후보 이외에 다른 후보를 총리로 뽑을 여지가 있긴 한가? 파트카르는 그렇다고 믿는다. 그녀는 정치권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보통사람들의 정당을 표방하며 인도 전국 당으로 출범한 암아드미당(AAP)을 선택했다. 이번 하원 선거에서 인기를 믿고 야심차게 인도 전역에 400명 이상의 하원의원 후보를 낸 AAP는 2011년 봄 창당 이후,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당시, 장관들이 연루된 정치 금융 스캔들이 터지면서, 군대 운전병 출신인 70대 안나 하자레의 주도 아래 대규모 반부패 운동이 일어났다. 그는 모한다스 카란찬드 간디(인도 민족운동 지도자, 무저항주의자, 인도 건국의 아버지-편주)의 상징인 흰 모자를 쓴 채,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 한복판에서 단식투쟁을 하며 미디어를 활용했다. 그는 평소 부패에 무관심한 도시 중산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모리배 같은 지도층과 아주 사소한 업무에도 뇌물을 밝히는 공무원들에 지친 인도의 시위대는 이 노인과 뜻을 같이했다. 그가 일부 부정부패범에 대한 사형선고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시위의 물결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 시위는 결국 반부패 법안 프로젝트, 즉 부정부패 감독기관인 록팔(Lokpal, 일종의 인도식 옴부즈맨 제도) 도입 계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INC가 약속한 이 법안은 3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도입되지 않고 있다.
 
2012년 11월, 하자레의 참모인 아르빈드 케지리왈은 AAP를 창설하며 반(反)부패운동에 대한 불씨를 되살렸다. 콧수염에 작은 안경을 쓴 국세청 출신의 엔지니어인 이 남자(45세)는 ‘거리의 남자’로서 완벽한 프로필을 지녔다. 그는 자신의 속성을 드러내기 위해 간디가 쓰던 흰 모자를 고수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지하두(jhaddu), 즉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민인 달릿(Dalit, 불가촉천민)에 속해 청소일로 생계를 꾸리는 발미키인들의 빗자루를 선거의 상징으로 내걸었다. 부패를 청소하고 모든 이에게 공공 기간시설의 접근을 보장하겠다는 주요 공약이 가난한 사람들과 중산층을 사로잡았다. 1년 후인 2013년 12월, AAP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델리에 위치한 국회 의사당에 입성했다. AAP가 델리 주 하원 선거에서 전체 70석 중 28석을 차지한 것이다.(1)
 
델리의 수석 장관이 된 케지리왈은 자신에게 제공된 관사를 거부하며 청렴한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는 사회정책을 가동시키고 물 소비를 특정 임계점까지 무료로 책정했다. 그러나 그는 장관 자리에 오른 지 49일 만인 지난 2월 14일, 다른 정당들이 반부패법 프로젝트 도입을 차단하자, 이를 규탄하며 사임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AAP는 총선 캠페인을 위해 자신의 명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아주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지닌 AAP 운동원들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우리가 정치에 입문한 유일한 목적은 정치 시스템을 청소하기 위한 것이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정계와 산업계의 엘리트들이 연루된 스캔들이 정기적으로 터지자, 이들은 거대 정당들을 맹공격하고 있다. AAP는 INC와 인도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릴리언스 인더스트리가 가스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세상에 폭로했다. 이 정당은 “구자라트 주의 토지를 시장 가격보다 싸게 인도의 족벌 아다니 그룹에 특혜성 불하를 했다”며 모디에게 책임을 따져 물었다.
 
보통사람들의 정당(AAP)은 부패(Corruption), 집단주의(Communautarisme), 정실 자본주의 (Capitalisme de connivence) 등 3C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AAP는 이른바 정치적 자치와 지방분권을 동시에 내포한 간디가 쓰던 단어, 스와라지(swaraj, ‘자치’를 의미하는 인도어-편주) 도입을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이 정당은 각 선거구에서 저마다 정치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AAP의 목표는 피통치자들에게 권력을 줌으로써, 이들이 공동으로 지역 정치를 관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AAP의 뭄바이 후보 파트카르는 이러한 시도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2014년 초반 AAP에 입당한 그녀는 “우리 집을 구하고, 우리 집을 짓자”라는 시위를 주도하며 빈민촌의 대거 철거와 가난한 주민들의 추방에 맞서 싸웠다. 1985년, 그녀는 이미 인도 독립 이후 최대 시위인 반(反)산업 운동, 즉 나르마다 강 댐 건설에 반대하는 ‘나르마다 살리기 운동’을 주도한 적이 있다. 1995년, 그녀는 대략 250개의 단체를 결집시켜 인도민중운동연맹(NAPM)을 출범시켰다.
 
NAPM 초대 회장에 취임한 산토시 토라는 취임사에서 “NAPM은 스스로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NAPM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NAPM을 대변하는 것은 NAPM이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게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강조했다. ‘나르마다 살리기 운동’에 적극 가담한 환경운동가 토라는 불가촉천민이다. 그는 불가촉천민 정치 지도자인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1891~1956) 지지자들이 창설한 해방운동 단체들의 도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정당을 위한 정치 투쟁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 정부와 맺어선 안 되는 깨지기 쉬운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심지어 AAP도 카스트의 평등이나 억압 문제를 정당의 핵심 과제로 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유착관계는 이 새로운 정당(AAP)의 어두운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2014년 3월 14일, 뭄바이의 서민구역인 라피크 나가르 2구역에서 AAP가 주도한 시위대가 시위 행렬을 벌이기 직전, 한 시인은 ‘형제여, 저들의 얼굴을 보라’라는 혁명가를 불렀다. 이 혁명가가 카스트 제도와 부정부패를 한꺼번에 비꼬고, 간디를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을 조롱한 셈이다. 이어 AAP의 한 일원은 인도 극우파가 즐겨 사용하는 구호인 “어머니 조국 만세!”를 외쳤다. 이와 같은 급진적인 해방 구호와 극단적인 애국주의 구호 간 다툼은 AAP 이데올로기의 모순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4년 1월 15일과 16일 밤 사이, AAP 소속의 델리 주 법무장관은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본거지에 대한 경찰 수색 명령을 내리며, AAP의 외국인 혐오 성향과 민족주의 성향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이 장관은 사소한 범죄와의 성전을 선포하며 “흑인들은 여러분과 저와는 다르다. 저들은 법을 어긴다”고 주장했다. AAP도 법무장관 편을 들었다. 정치학자인 스테파니 타와 라마레발은 “처음으로 진보성향의 많은 AAP 지지자들이 당에 크게 실망하고, 이 정당 내에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세력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평했다.
 
이 시기에 한 덴마크 여성 관광객이 뉴델리에서 강간을 당했지만, 케지리왈은 “이 사건의 원인은 매춘과 마약에 있다”고 했다. 그는 성적 폭력과 가정 폭력의 구조적·사회적 원인을 분석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2) 아울러 그는 이른바 ‘판차야트’ (Panchayat)로 불리는 마을 평의회, 즉 지역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버팀목에 대단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판차야트를 ‘지배 계급에 의해 통제되는 권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기구’라고 지적했다.(3)
 
심지어 AAP는 산업체의 부패를 비판하면서도,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정책을 관리 감독하는 위원회의 여러 구성원들은 산업정책에 국가의 최소 개입을 외치는 기업들의 대표들이다. 인도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의 전 은행장 겸 싱크탱크 ‘리버럴 인디아’의 회원인 미라 산얄이 남부 뭄바이 선거구의 자랑스러운 AAP 후보로 나섰다. 여성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에 가동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개발정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비판할 수조차 없다고 한탄했다.(4) AAP는 “반자본주의와 반제국주의보다는 훌륭한 거버넌스를 선호한다”면서 법적인 절차를 준수하는 극히 제한적인 노동자의 해방 투쟁만을 옹호한다.
 
결국, AAP의 힘은 ‘제3의 전선’ 혹은 탄탄한 ‘좌파 전선’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르크스주의 진영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지역 정당들과 더불어 연정을 구성한 마르크스주의 진영은 BJP나 INC에 대항하기 위한 합치된 비전을 마땅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카스트 제도를 선호하는 상위 카스트 계층들로 구성된 인도 공산당(CPI)과 인도 마르크스주의 공산당(CPI-M)이 카스트 사회를 비판하는 데 뒷걸음질 치자, 대부분의 인도 국민들이 두 쪽으로 갈릴 위기에 처해 있다. 결론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진영의 정당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쟁 속에서 전복과 해방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도시에서는 주택이나 수돗물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고, 촌에서는 산업체나 원자력 프로젝트를 빙자한 토지 독점에 대항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폭력적인 수사학을 비롯한 마르크스주의의 홍보 부족과 율법주의 등이 좌파 진영에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고, 많은 지식층 운동가들과 반산업주의적인 환경운동가들 그리고 좌파 교수들과 민권운동가들은 바로 이런 혼합에 홀려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AAP 내의 보수적·퇴보적 성향과 맞서고 싶어 한다. 타와 라마레발은 “AAP의 정책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진보적이다. AAP의 공약 중엔 보편적인 건강보험제도와 모든 이를 위한 교육제도 도입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여태까지 하위 카스트들과 여성들을 위한 할당제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던 우리 정당이 이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동성애의 비범죄화에 대해서도 지지를 천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AAP가 공약 속에 천연자원 환수 프로그램도 포함시켰다는 것은 환경운동가들의 영향력을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AAP는 이 프로그램에 지역 및 소수 공동체의 권리를 적시해 이들 공동체들이 자신의 토지와 자원을 감독할 수 있게 했다. 또, AAP는 신재생 에너지를 거론하며 지방 분권화를 제안함으로써, INC가 개발한 태양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를 골자로 하는 중앙집권화 프로그램과 달리 했다. 한편, 인도가 산업성장과 국민들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지금부터 2050년까지 자신의 핵에너지 보유 비율을 3%에서 25%로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케지리왈은 핵에너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AAP가 의원 몇 명을 배출하든 간에, 이 정당은 이미 정치 풍경을 뒤흔들어 놓는 데 성공했다.
 
글․나이케 데스켄 Naike Desquesnes
*이 기사는 뭄바이에서 자베드 이크발과 공동 취재로 작성.
 
번역조은섭chosub@hanmail.net
  
(1) BJP는 32명, INC는 8명의 하원을 배출했다.
(2) Bénédicte Manier, ‘초조해 하는 새로운 인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2월호
(3) ‘2014 elections, a secular united front and the Aam Aadmi Party’,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vol. XLIX, no.8, 2014년 2월 22일
(4) Arundhati Roy, ‘Those who’ve tried to change the system via elections have ended up being change by it’, Outlook, New Delhi, 2012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