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가 통곡할 현대판 카스트 정치
인도 통치를 갈망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는 구자라트 주(州) 수장으로서의 자신의 행동을 본보기로 소개한다. 그런데 그는 인도 최상위층에 속할 정도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1억 4천만 명에 달하는 인도의 무슬림들은 모디의 힌두과격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남자, 여자, 때로는 아이들까지도 소금 생산에 기여한다. 산업용이나 식용으로 생산되는 인도 소금의 78%를 이들이 만들어낸다. 아자리야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비정부기구인 ‘지역네트워킹 및 개발 구상(Anandi)’의 공동창립자인 잔비 안다리아 여사는 “시스템이 여전히 봉건적”이라면서 “대부분의 아자리야는 암묵적으로 노예와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시장의 법칙을 모른 채, 소금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자와 중개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정부의 노동조건 개선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소금 생산 철이 되면, 극도의 궁핍함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아예 염전에서 생활한다”고 털어놓았다.
리틀란 오브쿠치와 붙어있는 그레이트란 오브쿠치는 관광지로 유명한 염생습지(해안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는 습지)로, 인도인민당(BJP)의 저명인사인 나렌드라 모디가 주지사로 있는 구자라트 주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다. 구자라트 주는 매년 3일간의 축제를 개최한다.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하는 구자라트의 여러 단체를 연합한 ‘잔파트 공동체’의 판티 조그 여사는 “쿠치는 어떤 면에서 모디 주지사의 전시품”이라면서 “2001년 지진 이후 이 지역은 경제회생 명목으로 산업 유치 지원금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리틀란 오브쿠치의 염전은 학교나 의료기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넝마와 함석으로 지은 오두막집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촛불이나 모닥불로 조명을 대신하거나, 어디서 어떻게 끌어온 것인지 모르는 얽어 맨 전선에 전구가 그냥 달려있는 경우도 있다. 안다리아 여사는 “정부가 개발하는 새로운 시설은 고정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고, 아주 멀리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효율적인 서비스는 구급차다. 아자리야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바이판까지 가는 경우 구급차를 부른다”고 했다. 고속도로망은 정성스럽게 아스팔트 포장이 돼 있지만, 이 지역의 작은 도로들은 온통 터지고 갈라져 15km의 거리마저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생필품과 디젤유 구입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리니야는 “우리네 여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바이판으로 출산하러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애를 낳는다. 하지만 간호비용은 우리가 내야 한다. 여기서는 식수조차 돈을 내고 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공무원의 얼굴을 보게 되는 유일한 경우는 선거 때”라며 “그 사람들이 트럭을 타고 와서는 우리가 누구를 뽑아야 할지 말해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분 청소부 95%가 천민 여성
구자라트 정부에 따르면, 공식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물과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카스트 제도에 따른 신분 구분은 이제 전설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농촌지역인 쿠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자라트 주도(主都) 간디나가르에서 100여 km 거리에 있는 마헤사나 외곽에는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제도화되어 있다.
샌들을 신고 머리에는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차림의 하리슈파이 부부는 각자 빗자루와 긁개를 챙겨들고 매일 아침 읍내로 나간다. 아내가 길거리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싸놓은 똥을 성실하게 치우는 동안 하리슈파이는 변이 넘쳐날 지경인 공중변소 안으로 들어간다. 이 부부는 ‘발미키’다. 이들은 ‘달리트’, 즉 불가촉천민 중에서도 인분과 동물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한다. 이 직업은 1993년 발효되고 발미키의 지위 복권 규정을 보완한 2013년 법에 의해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다. 그렇지만 인도 전역에 130만 명 이상의 발미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달리트 인권연대 네트워크가 인용한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발미키의 95%가 여성이다.(2)
마헤사나 구역 담당 공무원 S.J. 파텔 씨는 미소띤 얼굴로 “이곳은 필요한 모든 사회기반시설을 갖추고 있고, 우리 주에서는 이제 어느 누구도 이 직업에 종사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배설물을 청소하는 사람들은 민간용역회사를 통해 시 당국에 고용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여직원 비겔라는 “이 직업이 금지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일을 하기를 거부하면 시나 구 공무원이 우리를 괴롭힌다”고 설명했다. 달리트 관련 중요 단체들 중 하나인 ‘나사잔 트러스트(Navsarjan Trust)’의 만줄라 프라딥 과장은 “우리는 로버트 케네디 인권센터의 지원을 받아 1500개 마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3) 2010년 출간된 연구 결과에는 수많은 차별사례가 실려 있다. 예를 들면 발미키 아이들에게 학교 화장실 청소를 강요한다거나, 지속적인 괴롭힘과 구타에서부터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잔혹한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례보고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연구를 기각하고 정반대의 다른 연구의 비용을 지원했다”고 하소연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외압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일간지 기자는 “이곳에서는 모든 게 전시된 것에 불과하다”면서 “좀 떨어진 지역을 방문해보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언론과 연구기관들은 압력, 특히 재정적 압력을 받는다. 운동가들은 은밀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 주지사가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몇몇 직위를 일부러 생략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려는 모디 정부는 “약진하는 구자라트”를 자랑한다. 모디 정부는 구자라트의 경제 성과를 과시하고, 일부에서는 구자라트를 ‘모델’로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물론 구자라트 주는 1994~1995년부터 2010~2011년 사이(4)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인도 전체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것이다. 하지만 봄베이 소재 인디라 간디 개발연구소의 경제학자인 나자즈는 “구자라트 주가 인도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지 않았고 여전히 7~8% 선에 머물러 있다”(5)고 지적했다.
게다가 성장은 지원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다. 생산된 부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밖에 되지 않는다. 상당한 공공부채에도 불구하고 산업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세금지원 혜택을 받고, 이들에게 전체 지원의 3분의 2(정확하게는 72%)가 집중돼 있다.(6) 델피 주의 경우 2011~2012년 26억 루피를 지원받았지만 구자라트 주에는 1783억 루피(20억 유로)가 배정됐다. 나자즈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본질적으로 석유에 의존한 것이다. 석유는 구자라트 주 전체 산업생산의 22.8%를 차지하고 대부분 수출한다. 유전자변형 BT 면화 같은 산업용 경작을 장려한 결과, 농업은 점점 더 생계유지형 식량생산으로 방치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은 훼손되고 토양이 고갈될 뿐만 아니라 불평등도 여전하다. 구자라트 주는 35개에 달하는 인도의 주와 연방지역 중에서 문맹퇴치(구자라트 주민의 79%) 부분 18위, 영유아 사망률과 빈곤수준에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지사 스타 행세, 겉만 화려한 경제정책
2012년 3월, <타임>지 1면은 모디 주지사로 장식됐다.(7) 그는 “수십 km에 걸친 해안,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노동력, 그리고 땅 등 구자라트의 천혜의 이점을 활용했다”면서, “여기에 효율적인 관료정치를 보태고 대기업을 위한 품질 좋은 전력 배급망을 제공한다”고도 말했다. 구자라트 무역연합의 암리쉬 파텔 사무총장은 “역사적으로 노조는 섬유산업 지역이었던 구자라트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오늘날 대기업들은 비정규직 등 임시직만을 고용하는 덜 투명한 소기업에게 하청을 준다. 노조의 사기는 저하돼 있다. 또 다른 전략은 노조활동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거주지 행정당국에 기부를 하거나, 파업을 봉쇄할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및 노동시간, 보상 관련법규는 준수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특히 경제특구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유명한 경제특구(SEZ)는 구자라트 정부의 자랑이다. 경제특구는 고용창출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파텔은 “경제특구 규정은 기업이 노동 조건, 임금 조건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들은 오리사 같은 빈곤지역 출신의 이주자들을 고용하기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특구 창설을 위해 정부는 각종 항의에 귀를 막았고, 전통적인 경제활동 지역의 구조 변경도 감행했다. 그 결과 구자라트 해안은 석유 및 시멘트 산업으로 황폐화됐다. 환경운동가 오스만 가니는 “대추야자열매 생산은 50% 감소했고, ‘치쿠’라 불리는 지역특산과일 재배는 자취를 감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구자라트 해안에서 어획된 어종의 변화와 망그로브 숲의 파괴에 대해 지난해 4월에 출간된 보고서의 내용을 알려 주었다.(8)
근사한 쇼핑센터와 호화로운 건물들, 완벽한 도로망 등으로 인도의 현대성을 상징하게 된 역사적 도시 아마다바드를 보면 주민들도 경제적 번영의 결실을 누릴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2002년의 무슬림 박해 이후 힌두 공동체와 이슬람 공동체 사이에 평화가 정착되었다고 모디 주지사가 자랑하고 있는 만큼 더더욱 그렇다. 도시계획가이자 아마다바드 도시공평성센터의 연구원인 레뉴 데사이는 “도시계획은 상당히 변화했다. 이제 무슬림들은 대개 도시 외곽에만 살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이것을 평화의 한 형태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학교와 민간병원들이 들어서 있는 신개발도시의 정적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쥬하푸라처럼 게토로 변해버린 구역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다바드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넓은 구역의 주민들에게는 흔히 ‘테러리스트’, ‘범죄자’, ‘부랑자’, ‘광신도’ 등의 모욕적인 표현들이 붙여진다.
인도의 수많은 판자촌과 마찬가지로 서로 뒤얽혀 얌전하게 줄지어 있는 1층 혹은 2층 집에 대략 40만 명이 살고 있다. 이 구역은 1976년 대홍수 때 이재민들의 거처가 되었다가 1980년대와 1990년대 종교 폭동 이후에 더 확장됐다. 2002년 구자라트 종교폭동 이후 인구는 두 배 늘었지만 사회기반시설은 늘지 않았다.(9) 힌두교를 믿는 가정의 주거공간은 철조망과 경찰서로 분명하게 경계가 설정된다.(10) 시가 매입하고 부동산 업체가 개발한 몇몇 부지는 힌두교도 주거영역에 위치해 있는 반면 무슬림의 주거영역은 ‘불법’으로 남아 있다. 무슬림 주거영역 중심부에서 여성 협동조합인 ‘마힐라 패치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파라 셰이크 여사는 “정부는 땅값 상승으로 큰 시세차익을 얻었다. 아마다바드의 무슬림들은 이제 살 곳을 찾을 수 없다. 부자들은 이곳과 쥬하푸라에 빌라를 구입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법으로 공유지에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셰이크 여사는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식수원과 하수가 뒤섞이는 이곳에서는 화장실이 네 집당 1개 정도에 불과하다. 공립학교 운동장은 쓰레기로 폭격을 맞은 모양새이고, 학급 정원은 과밀 상태다.
이 구역을 벗어나면 저 멀리 최근에 건설된 봄베이행 고속도로가 보인다. 고속도로변에는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부동산 업체의 광고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광고판은 하나같이 수염을 잘 다듬은 남편과 베일을 쓴 아내, 흰 옷을 입고 미소를 지으며 기도하는 건강한 아이의 모습, 유쾌하고 전형적인 무슬림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슬로건들은 모두를 위한 구자라트와 부동산 개발을 내세운다. 모두를 위한 건 맞지만, 각자 사는 집은 다르다.
글·클레아 샤크라베르티 Clea Chakraverty
여성 언론인
번역·김계영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2006), <르몽드 세계사3>(2013)
등이 있다.
(1) 찰 바와다 & 비네 마하자, “해방은 아직”, 염전노동자를 위한 상담, 아마다바드, 2008년
(2) 바샤 싱, <눈에 띄지 않는 인도 거리청소부에 관한 진실>, 펭귄북스 인디아, 뉴델리, 2014년
(3) “불가촉천민 이해하기”, 나사잔, 2010년, http://navsarjan.org
(4) 인도의 회계(통계)년도는 4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다.
(5) R. 나자즈 & 슈리티 판디, “인도의 다른 주들과는 달라 보이는 구자라트와 비하르 주를 소유하다? 통계 기록”, <주간 경제 정치>, 봄베이, 2013년 9월 28일
(6) 인디라 하이위, “불완전한 개혁 결과와 구자라트 ‘모델’”, <주간 경제 정치>, 봄베이, 2013년 10월 26일
(7) 죠티 토탐, “모디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타임>, 뉴욕, 2012년 3월 26일
(8) “Adani Port & SEZ Ltd의 시장점유율(M/S) 감독위원회 보고서, 문드라, 구자라트”, 환경연구센터-환경부, 뉴델리, 2013년 4월
(9) 자히르 지모하메드, “아마다바드의 버터 치킨”, <뉴욕 타임스>, 2013년 8월 20일
(10) 다르샨 데사이, “분리된 도시에서 갈라선 세계”, <힌두>, 뉴델리, 2013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