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언론 재벌의 낯 뜨거운 광고판촉

2014-04-28     벵자멩 페르낭데즈<언론인>

 

 인도 최대의 경제도시 뭄바이가 무기력한 밤기운으로부터 서서히 깨어나는 꼭두새벽, 길거리를 가득 메운 수천 명의 신문 배달원들이 빌딩이나 길거리의 나무 신문가판대 아래 신문 더미를 쌓아 놓기 시작한다. 벌써 신문 진열대 주변에 모여든 손님들이 가판대 위에 루피 몇 닢을 던진다. 이어 이들은 이른바 차이(tchaï)라 부르는 뜨거운 차 한 잔을 홀짝거리며 조용히 신문 읽기에 몰두한다. 신문이 1억 3천만 명의 충직한 독자들을 확보한 인도에서 이러한 의식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2011년 7월 7일자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1) 인도는 중국을 앞지르고 세계 1위 언론시장으로 등극했다. 이런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문맹퇴치에 있다. 1974년 12%이던 국민의 문맹퇴치율은 현재 74%에 달한다.(2) 여기에 비록 초기단계(인도인의 10% 미만)이긴 해도, 인터넷 접속과 유로 5센트에도 못 미치는 일간지 가격, 길거리에서 마시는 차이 한 잔 값도 안 되는 신문 가격이 한몫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남아시아의 거대한 국가 인도가 그렇게 자랑하는 대단한 다원성과 민주주의 활력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인터뷰한 인도 일간지 <데일리 뉴스 및 분석(DNA)>의 기획실장 바스카 다스는 인디아불스 금융센터 11층에 위치한 탁 트인 자신의 휘황찬란한 사무실에서 화이트보드에 지도를 그리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했다. “인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복수 국가이다. 2천만 명 정도의 영어권 인구가 지배하는 선진국 인도와 개도국 인도 그리고 후진국 인도로 나뉜다. 우리는 첫 번째에 관심이 있다. 두 번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세 번째엔 관심이 없다.” 그는 이 말끝에 세 번째 인도를 화이트보드에서 삭제했다. 그의 사무실에선 10여 개의 콘크리트 빌딩과 뭄바이 파렐지역 옛 공장의 잔해더미 위에 하늘을 향해 서 있는 크레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스카 다스는 “영어는 비즈니스 의사 결정자의 언어이다. 85%의 광고가 영자신문에 쏠리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정보는 곧 상품”이다. 32년 동안 다스는 인도 최대 출판사인 ‘베넷 콜맨 & 컴퍼니(BCCL)’ 그룹 내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 2001년 이 그룹의 회장에 임명되었다. 1년 후, 그는 인도의 거대 언론사인 지 미디어(Zee Media)를 장악했다. BCCL이 인도 국내 언론 중 가장 전통 있는 <인디아 타임즈>의 소유주가 된 것이다. <인디아 타임즈>는 매년 10억 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리는 세계 최대 영자 일간지이다(발행부수 5백만 부, 컬러 신문).(3)

<인디아 타임즈>는 1991년부터 인도 전역에 경제 자유화 물결이 일 때, 상업 미디어의 터닝 포인트 역할을 한 선구자이다. 다스는 “우리는 두 번째 독립, 즉 경제자유화를 누리며 살고 있다. 포스트 1991 세대(경제자유화를 누리는 세대)를 ‘한밤의 신생아’ 세대라 일컫는데, 1947년 8월 15일 인도가 독립한 이후에 갓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고 흥이 나서 말했다. 경제 자유화 속에서 32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BCCL의 관리국장 비넷 제인과 그의 동료 다스는 이 같은 BCCL의 르네상스를 좀 더 현실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언론사가 아니라 광고 회사이다. 소득의 90%가 광고에서 나오는데 광고회사가 맞다.”(4) 이 같은 시각 변화가 인도 언론 사업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언론사가 아니라 광고회사”

  <인디아 타임즈>의 성공은 비넷의 형, 사미르 제인의 공이 크다. 매우 신중한 성격의 그는 1980년대 말 BCCL 그룹 부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다양한 개혁을 추진했다. 예를 들면, 신문 하단 광고 실시, 신문 1면 광고를 45만 달러에 판매, 광고와 편집을 줄인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시스템 도입 등을 주도했다. 편집부에서 이러한 광고기사들을 쓰고, 돈은 홍보에 목마른 영화계, 크리켓업계, 혹은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냈다. 독자는 안중에도 없고, 고객인 광고주가 최우선시된 셈이다. 이렇게 투철한 사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인디아 타임즈>는 경쟁 언론사들에게도 치열한 가격 전쟁을 선언했다. 현재 뭄바이에서는 이 신문 한 부의 발행 비용이 10루피가 넘지만 5루피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이 일간지 가격은 1998년도 방갈로르에선 현재 가격의 3분의 1밖에 안된 적도 있었고, 델리 판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도 1.50루피에 제공되고 있다.

사미르 제인의 또 다른 천재적인 발상은 광고비를 회사의 지분, 대부분 부동산 지분으로 받은 것이다. 전례 없는 이 전략 덕분에 BCCL은 350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고, 이들 지분의 배당금은 회사 수익의 15%를 차지한다. 이 같은 혁신은 곧바로 대부분 인도 일간지들의 기준이 되었다. 이 회사의 주요 경쟁사인 <힌두스탄 타임즈>의 전 편집장은 “<인디아 타임즈>가 무슨 짓을 하든, 이틀 후면 우리가 따라가야 한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5)

파란조이 구하 타커타는 “부동산이 (선진국 인도와 개도국 인도 그리고 후진국 인도에 이어) 현재 4번째 정부”라고 말했다. 2001년, 인도 미디어 모니터 웹사이트 더훗(The Hoot)의 공동 창설자인 타커타는 미디어 풍경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가 독점”이었지만 이제는 “민간 독과점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현재 10개도 채 안 되는 재벌기업들이 주요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BCCL은 또한 <이코노믹 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에 이어 영어권 세계 2위 경제신문)도 발행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신문 11개를 비롯해 잡지 80개, 위성 뉴스채널 2개, 영어 영화 전문 채널 1개, 볼리우드(인도판 할리우드)를 다루는 채널 1개, 라디오 방송국 1개, 광고회사 1개와 여러 인터넷 사이트 등을 소유하고 있다.

1950년대 보팔에서 단일 신문을 발행하던 인도 제2위의 힌디어 일간 신문사인 다이니크 바스카는 현재 7개의 신문, 2개의 잡지, 17개의 라디오 방송국,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 7개 등을 소유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영자 일간지를 발행하는 3대 미디어 그룹(BCCL, HT Médias, KSL)의 독자는 인도 전체 독자의 6%밖에 되지 않지만, 이들은 인도 전체 언론 매출의 39%와 전체 광고 수익의 44%를 차지하고 있다.(6) 뉴델리에서만 매일 같이 16개의 영자 신문이 발행된다. 영자 신문 시장의 4분의 3을 <인디아 타임즈>와 <이코노믹 타임즈>(두 신문 모두 BCCL의 소유) 그리고 <힌두스탄 타임즈>가 차지하고 있다.

돈 되는 광고시장이 해외 기업들, 특히 통신그룹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타커타는 “갈수록 재벌 산업체들이 미디어에서 직·간접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도의 ‘스타그룹’의 소유주인 호주의 거물 루퍼트 머독을 상기시키며, 이런 현상을 주저 없이 “머독화”라 일컬었다. 머독은 1990년대 스타그룹을 인수함으로써, 인도 방송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2012년 인도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릴리언스 인더스트리의 소유주 무케시 암바니(인도의 최고 갑부이자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1위의 갑부)는 그룹 이나두(Eenadu) 그룹을 인수했다. 이 그룹은 19개의 텔레비전 채널을 소유한 네트워크18과 최초로 텔루구어(인도 남서부에서 사용되는 언어) 일간지(하루 발행 부수가 약 6백만 부)를 발행하고 있으며 지역 TV 채널인 이나두 TV 채널도 소유하고 있다. 릴리언스 인더스트리는 이 같은 인수합병을 통해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그룹인 BCCL와 머독의 그룹인 스타와도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타커타는 현재 기업들의 미디어 장악 문제가 좀 심화되긴 했지만, “기업들의 미디어 장악 문제는 국가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1948년, 독립 인도정부의 첫 번째 총리 자와할랄 네루은 캘커타의 황마 농지 불하권을 소유한 제인 가문이 통제하는 <인디아 타임즈>를 “황마 언론”이라 비난한 적이 있다. 네루는 또한 벵골지역의 주요 일간지 <더 스테이츠맨>의 소유주인 타타 그룹을 간접적으로 “철강 언론”이라 비난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1960년대 인도의 철강회사, 즉 타타 그룹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 친구, 곧 <인디언 익스프레스>의 국장 람나트 고엔카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다. 언론사들은 정권에 적응하는 법을 알았다. 네루의 뒤를 이어 인도의 총리가 된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가 취한 국가 비상사태 동안,(7) 아쇼크 제인(비넷과 사미르의 부친)이 경영하는 <인디아 타임즈>는 <인디라 타임즈>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미디어와 재벌기업 그리고 정계 간 이 같은 유착관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솝하나 바르티아는 아버지로부터 <힌두스탄 타임즈>를 상속받아 소유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2008년부터 이 일간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가운데, 2012년까지 인도의 여당인 의회당의 국회의원으로도 활약했다. <힌두스탄 타임즈>의 전 논설주간에 따르면, 편집 “수정”을 요구하는 그녀의 일상적인 전화에 편집부의 전 직원들이 몸살을 앓았다고 했다. 힌디어 최대 신문(1650만 독자를 확보한 신문)인 <다이니크 자그란>은 인도 극우정당인 인도 인민당(BJP) 의원이었던 기업가 나렌드라 모한이 세운 언론 제국이다. 모한의 아들, 산제이 굽타가 부친의 뒤를 이어 이 언론제국을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일련의 스캔들로 이어졌다. 2009년 총선 캠페인 동안 후보자들이 돈을 주고 광고 기사를 싣던 “페이드 뉴스” 사건은 인도의 주요 정당과 언론들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 사건에 연루된 언론들은 <인디아 타임즈> 영자 일간지와 <다이니크 바스카) 힌디어 일간지를 비롯한 다양한 지방 고유의 언어로 발행되는 주요 지방 일간지들, 예를 들면 마라티어 일간 <록마트>와 펀자브어 일간 <펀자브 케스리>, 텔루구어 일간 <이나두> 등이 포함되어 있다.(중략)

2008년에 이미, 인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독립 공익기관인 인도 광고 기준 위원회(ASCI)에 미디어 소유권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의뢰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는 “확고한 언론시장 장악”을 지적하며 미디어의 교차 소유권을 제한할 것을 권장했다. 이어 정보통신부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의 다원주의와 다양성 보장을 통해 (미디어 소유권을 제한하는) 방책들이 자리 잡기를” 바랐다.(8) 하지만 이 같은 권고들은 사장되고 말았다.

2013년 2월, ASCI는 (언론시장 장악에 대한) 국제적 비교를 통한 두 번째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수평적 언론 독점(다양한 유형의 미디어 소유권)과 수직적 언론 독점(동일한 언론의 유통과 창간을 책임진 기업들의 공동 소유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금 당장은 단지 텔레비전 부문에 진출한 기업들-그것도 재벌 기업들은 쏙 뺀 채-만 규제하는 소심한 미디어 규제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현재의 미디어 규제법을 확장해 모든 미디어, 즉 BCCL과 다이니크 바스카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언론 자유 위협하는 미디어 교차 소유권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 재벌 그룹들은 이러한 변화에 강하게 반대했다. <인디아 타임즈>의 편집장 아린담 센 굽타는 “규제와 통제 간 경계는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975년과 1977년 사이에 있었던 국가 비상사태 동안의 언론 탄압 시도와 유사한 언론에 재갈 물리기”가 시도되고 있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미디어 규제는 자동규제여야 한다. 자동규제는 수십 년 전부터 해오던 것인데, (중략) 향후에도 작동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9)

한편, 정보 및 기술에 관한 상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의회당 국회의원인 라오 인델짓 싱은 “미디어의 교차 소유권은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걱정했다. 타커타가 지적한 것처럼 “독과점 시장에서의 소유권 집중은 다원주의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했다.(10) ASCI의 보고서는 소수 기업가에 의한 시장 지배는 지방 고유의 언어로 발간되는 지역 언론에 특히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언론 그룹들은 인도의 문화적·언어적·사회적 다양성이 모든 독점을 방지해 줄 것으로 여겼다. <인디아 타임즈>의 경제시사 팀장 라츠나 버만은 “인도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다. 경쟁력 있는 미디어 산업은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다원적인 환경의 최상의 보장이 될 것이다”라고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11) 자유로운 의견 시장이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흐름을 위한 유일한 수호신일까?

이 같은 질문에 주간 <테헬카>의 전 국장 쇼마 차더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디어의 교차 소유가 큰 혼란을 빚고 있다. 언론들이 민간 기업과 불평등한 경제정책을 거의 비판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이다.” <인디아 타임즈>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사를 다룬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예를 들면, <인디아 타임즈>의 소유주인 BCCL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 소바 디벨로퍼는 방갈로르에 건축 중인 고급 빌딩 건설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7명의 부상자자 발생했지만, 이 신문은 해당 건설사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2005년, 구르가온에 위치한 혼다자동차 공장의 노동조건을 규탄하기 위해 이 공장의 비노조 조합원까지 합세해서 8개월간 파업에 돌입했을 때, 이 일간지는 혼다자동차 회사 경영진의 관점을 보도하며 인도의 금융환경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인디아 타임즈>의 ‘탐방 광고’ 중엔, 농업 생명공학 기업인 몬산토를 건드리는 기사도 있어, 인도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해당 기사는 유전자를 조작해 자신의 몸에서 살충제를 생산하는 몬산토의 유전자 변형 목화씨가 “마을들을 경제적·사회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썼다.(12) 한편, 차더리는 “인도의 경제의 94%가 비공식경제인데, 미디어들은 주식시장과 경제적인 성과에만 관심이 있다. 인도의 기적을 지칭하는 이른바 샤이닝 인디아(Shining India)는 1990년대 경제 자유화 이후 미디어들이 만들어 낸 환상이다. 이들은 인도가 매년 5~10%씩 성장한다고 떠들어대며, 사회 정의의 문제는 모른 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인도 독립 투쟁 당시엔, 언론이 영국 지배에 대한 투쟁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작가 타룬 테지팔이 창설한 탐사보도 인터넷판 <테헬카>는 언론의 이러한 전통적인 투쟁, 즉 부패와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2001년 3월, 당시 BJP가 이끌던 정부의 구성원들이 무기를 구입할 때, 수수료를 챙긴 것을 폭로하면서 이 사이트는 주목받기 시작했다. BJP는 이 언론을 상대로 광란의 법정 싸움을 벌였고, 이 소송은 거의 3년 동안 지속되었다. 2003년 발행 중단 판결을 받은 <테헬카>는 독자들과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지지로 1년 뒤, 격주간지 형태의 종이신문으로 재발행을 시작한 데 이어, 현재는 주간지로 발행되고 있다. 이후 BJP의 전 당수 방가루 락스만과 국방장관 조지 페르난데스가 부패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의도적으로 취약계층 보도 사절

  <테헬카>는 지속적으로 주요 탐사보도를 주도했다. 특히 1984년, 의회당이 개입한 델리의 시크교도 학살사건이라든지, 2002년엔 BJP가 개입한 구자라트 주의 반(反)무슬림 유태인 박해사건 등과 같은 탐사보도를 내보냈다. 당시, 이 언론은 BJP의 당수 나렌드라 모디가 이 사건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집중 보도했다. <테헬카>는 타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문제들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예를 들면, 부족 또는 무슬림 공동체,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자)의 반란, 사형제도,(중략) 여성학대 등을 다뤘다. 그리고 2013년 11월 5일, 테지팔은 어린 여중생 성희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BJP가 주도하는 고아 주(州) 경찰은 그를 성희롱이 아닌 강간죄로 기소한 뒤, 이 신문 발행인을 구속시켰다. 사건 이후, 차더리를 비롯한 5명의 직원들이 사임했다.

이 암울한 사건(테지팔의 성추행 사건)은 인도의 3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KSL(Kasturi and Sons Ltd)이 소유한 유명한 진보매체인 <더 힌두>의 편집장인 시드하스 바라다라잔(13)이 해고된 지 며칠 만에 일어난 사건이라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KSL의 회장 나라시만 램과 카스투리 가문의 임원들은 바라다라잔 해고조치 결정은 “기업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의지”(14)임을 천명했다. 이들의 의도가 확실해진 것이다.

한편, 델리의 기자 노조(DUJ)는 언론사 소유권과 인력 채용 패턴에서 비롯되는 간접적인 정부의 검열을 지적했다. 실제로, 하위계층 출신 기자는 드물고, 천민과 불가촉 천민 출신 기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15) 기자들은 시골 주민의 걱정거리들, 즉 불평등과 카스트 제도의 폭력 등은 대부분 외면한 채, 선진 인도의 상징인 영어권 도시민에 부응하는 기사만 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힌두스탄 타임즈>와 <DNA>에 카슈미르 분쟁 기사를 싣고 있는 젊은 여기자 딜나즈 보가는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지만, 편집부의 반발도 많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료들로부터 “반민족주의자”, 심지어 “언론사에 침투한 이슬람주의자”로 낙인찍힌 그녀는 결국 더 이상 카슈미르 분쟁 기사를 쓰지 않는다. 그녀는 “민족주의에 반하는 모든 담론은 배제된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여전히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는 국가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사회를) 모독하는 기사만 다뤄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

2012년 12월, DNA는 뉴델리에서 중산층 여성이 강간 살해된 사건을 몇 주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뭄바이 빈민촌에서 3명의 아동들이 당한 유사 폭력에 대해선 단 몇 줄 보도로 끝냈다. 이후 바스카 다스가 경영하는 언론(DNA)의 새로운 경영진은 빈민촌 기사는 더 이상 쓰지 않았고, 보가를 환경문제를 다루는 부서로 전보 발령냈다. 이후 사임한 보가는 “인도 언론은 계급 언론이다. 가난한 자들은 광고를 주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DUJ는 “우선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내주고 보다 많은 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미디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보가는 “인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가난한 자들의 인도는 서로 뭉쳐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 영어를 배우게 하고, 인권과 정의를 요구한다. 빈민촌 사람들도 신문을 읽는다. 신문 속엔 이들에 대한 기사는 한 줄도 없지만, 거리에선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린다. 이들의 수가 절대 다수이기에, 이들이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 날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글․벵자맹 페르낭데즈·Benjamin Fernandez

  언론인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Bulletins from the future>, <The Economist>, Londres, 2011년 7월 7일

(2) 통계청, 뉴델리, www. Censusindia.gov.in

(3) http://thehoot.org

(4) Ken Auletta, <Citizens jain. Why India’s newspaper industry is thriving>, <The New Yorker>, 2012년 10월 8일

(5) <Suprem Being. How Samit Jain created the modern Indian newspaper industry>, <The Caravan>, New Delhi, 2012년 12월

(6) <Building resistance, organising for change>, Press Freedom Report in South Asia 2012-2013,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http://asiapacific.ifj.org

(7) 1975년, 부정선거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인디라 간디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구속하고 언론 검열에 들어갔다.

(8) <Consultation paper on media ownership>, Telecom Regulatory Authority of India, New Delhi, 2008년 9월 23일 www.trai.gov.in.(9) Arindam Sen Gupta, <Muzzling the media, freedom at risk>, <The Times of India>, New Delhi, 2013년 6월 19일

(10) <India needs cross media restrictions>, <The Hoot>, 2010년 6월 10일

(11) <The Times of India>, 2012년 8월 20일

(12) PalagummiSainath, <Reaping gold trough BT cotton>, <The Hindu>, Chennai, 28 août 2011년

(13) Siddarth Varadarajan,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필사적인 인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11월호

(14) <Varadarajan resigns from ‘The Hindu’>, Mint, New Delhi, 2013년 10월 22일

(15) <The untold story of Dalit journalists>, <The Hoot>, 2013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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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기사>

 

수치로 보는 인도 언론

* 8만 2천개의 신문과 잡지 발행

* 22개 언어로 매일 7천 870만부의 신문이 발행 및 유통

* 매출액은 2240억 루피(26억 유로)

* 주요 언론시장을 장악한 10대 재벌 명단

베넷 콜맨 & 컴퍼니(인디아 타임즈), HT 미디어그룹(힌두스탄 타임즈), 자그란 프라카산 회사(다이니크 자그란), 다이니크 바스카와 KSL 주식회사(더 힌두), 인도 익스프레스 그룹, 데칸 크로니클 홀딩스, 아난다 바자르 프라티카 그룹, 말라얄라 마노라마 주식회사, 이나두 그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