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오키나와의 반미 수난사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협상은 오키나와 주민의 반대로 인해 매번 복잡하다. 전직 아시아 담당 특파원을 지낸 도널드 커크는 오키나와 현지에서 취재를 하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관점을 조사했다.(1) 미군 기지에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사람들, 공무원들, 미국 해군과 공군의 담당자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들 목소리를 담은 작은 책을 출간했다. 자세하고 부담 없이 읽히는 이 책은 오키나와 미국 기지와 관련된 논의사항과 쟁점을 잘 요약하고 있다.
커크는 오키나와의 상황과 관련해 한국의 섬 ‘제주도’를 언급한다. 제주도 역시 새로운 해군 기지 건설을 넣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오키나와와 제주도는 서로 개별적인 사안이다. 제주도의 경우 해군기지는 미군이 아니라 한국 해군이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제주도 주민들은 오키나와가 겪은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오키나와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미군 기지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현재는 미군 기지가 섬의 주요 영토 중 2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 주민들은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에 이어 한국이 미국의 두 번째 우방국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오키나와와 제주도는 똑같이 피로 물든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는 1948~1949년의 유혈 진압 사태(제주 4.3사태-편주)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미군정 정책에 반대하는 제주도민의 시위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3만~6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한편, 오키나와는 1945년 4월과 6월에 일어난 전투에서 주민 12만 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주도와 오키나와 모두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있는 섬들이 중국과의 영토 분쟁과 얽혀있다. 제주도의 경우 이어도(한국명)/쑤옌자오(중국명), 오키나와의 경우 센카쿠(일본명)/댜오위다오(중국명)이다.(2) 실제로 이어도/쑤옌자오, 센카쿠/댜오위다오는 중국의 해군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해양로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두 섬은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군사기지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 출신의 히가 스스무의 만화 두 번째 시리즈, <마부이, 오키나와의 영혼>(3)도 오키나와 주민의 관점을 소개하고 있다. 전쟁에 대해 다룬 첫 번째 시리즈에 이어 이번 두 번째 시리즈는 미군 기지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히가 스스무는 오키나와 주민 여러 명의 증언을 모아 때론 유머스러운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전한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혼란스러운 마부이(오키나와 방언으로 ‘영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미군 혹은 미군 기지의 직원들에게 금값으로 자기 땅을 임대해 준 토지 소유주들로 확신과 돈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방황한다.
(1) 도널드 커크, <오키나와와 제주도 : 불만의 기지>(Okinawa and Jeju : Bases of discontent, Palgrave Macmillan, 베이싱스토크(영국), 2013
(2) 올리비에 자젝의 기사 ‘열도 주변의 새로운 태평양 전쟁’, <Le Monde diplomatique>, 2014년 1월호
(3) 히가 스스무, <마부이, 오키나와의 영혼들>(Mabui, les âmes d'okinawa), Le Lézard Noir, 푸아티에, 2013
글 ․ 에밀리 기요네 Emilie Guyonnet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지극히 적게>(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