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만든 극우 FN의 약진
2014-06-03 실벵 크레퐁, 조엘 공벵
5월 25일 있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약진하면서 유럽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EU의 긴축 경제정책과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유럽의회 전체 751석 가운데 140석을 얻어 18.6%를 차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EU의 긴축 경제 정책에 따른 구조 조정과 실업 증가, 일자리 부족, 과도한 세금 부담, 친 이민자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이번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은 극우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에 주목하면서도 유럽의회내 득표율이 18.6%인 것을 들어 유럽의회내 정치변화의 후폭풍이 제한적일 것으로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집권당이 극우정당에 패퇴한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정치적 격변”, “정치적 지진”이란 평가가 나왔듯이 당분간 정치적 충격 여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끈 국민전선(FN)이 프랑스내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하였고,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은 2위, 집권당인 사회당은 3위에 그쳤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프랑스에 배정된 유럽의회 의석 74석 가운데 24석을 차지해 32.4%를 기록했으며 대중운동연합은 21%, 사회당은 14%로 그 뒤를 이었다. <편집자>
어떤 정당도 국민전선(FN)처럼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국민전선이 정치무대에 등장하면서 일으킨 파문은 논평가들의 분석 능력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회 선거 이후 재편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든 사고를 해체할 필요가 있다. 국민전선(Front national)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는 수많은 독단적 단언들이 쏟아졌다. 이런 단언들을 근본적으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FN의 표는 부르주아면서 보수주의자인 사람들의 표일까?
FN의 상당수 간부들이 최근의 ‘반동성애법’[일명 ‘만인을 위한 혼인법(le mariage pour tous)’]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보수주의자로 카톨릭을 믿는 부르주아가 FN의 유권자라는 추정이 증가한 것 같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후에 실시된 앙케트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FN의 선거 기반은 서민 계층일 뿐만 아니라, 이들이 종교 쪽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FN의 유권자보다 ‘대중운동연합(UMP)’의 유권자가 ‘동성애법’에 대해 훨씬 더 반대하고 있다(10%p 차이). 게다가 르펜당은 대부분 가톨릭을 믿고 있는 서부지역(브르타뉴, 방데 지역)에 전혀 파고들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양극화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 다시 말해 FN에게 거의 표를 주지 않았던 사람들(지식인, 공공 분야 혹은 연관 분야의 중간 간부들)은 FN에게 더 적은 표를 주었고, 반면 이미 FN에 많은 표를 주었던 사람들(노동자, 건설공사 십장, 현장 감독, 상점의 점원,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많이 FN에 투표했다. 기술자, 사무직 직원, 특히 예전에는 르펜에게 거의 호의를 보이지 않았던 여성 사무직 직원 같은 몇몇 계층이 이런 두 종류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이 몇몇 계층은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에 가장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프랑스 공산당(PCF)에서 FN으로 이동한 것인가?
FN에 호의적인 표가 점점 더 확실히 많아지자, 많은 관찰자들은 공산주의 표가 FN으로 이동했다고 추론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의 선거 지도를 면밀히 연구한 결과, FN 표의 대중적 기반은 결코 PCF가 예전에 차지했던 기반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FN에 대해 호의를 표시하는 노동자 표가 증가한 이유를 이데올로기 교리나 저항 논리에 의해 단순히 이동했다는 식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표에 대한 설명은 몇 년 전에 상당한 논란을 야기하여 세 그룹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한 그룹은 좌파의 표가 FN의 표로 이동했다고 주장하면서(좌파-르펜주의),(1) 정치적으로 표가 이동한 것으로 간주했다. 또 한 그룹은 좌파 표에서 이동한 것이 아니라, FN에 호의적인 새로운 사회계층이 생긴 것으로 간주(노동자-르펜주의)(2)했다. 마지막 그룹은 앞의 가설들이 노동자 표와 FN에 호의적인 표를 너무 성급하게 연결시킴으로써,(3) 결과적으로 서민 유권자 계층의 표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라진 지리적 분포
르펜 표는 산업화된 동부의 절반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동시에 주변 논리에 따라 점점 더 증가하는 특징을 띠고 있다. 주변 논리에 따르면, 자크 레비에서 미셸 뷔시까지 수많은 지리학자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거대 중심 도시들로부터 멀어질수록 FN의 표가 증가한다. 여기에 FN은 ‘한 종류’의 유권자라기 보다 ‘여러 종류’의 유권자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여야 한다. ‘프랑스 여론 연구소(IFOP)’는 최근 ‘북부의 FN’과 ‘남부의 FN’을 구별(4)했다. 또 다른 연구들은, 적어도 세 가지 논리에 따라, 2009년부터 FN의 지지층이 늘어나는 사실을 설명했다.
첫 번째 논리에 의하면 농촌 노동자가 거주하는 곳(북부, 동부, 부쉬 뒤 론과 론-알프의 일부 지역)에서 산업이 쇠퇴할 때 FN 지지층이 생겨난다. 좀 더 부차적인 두 번째 논리에 의하면 생산적 경제가 지난 40년 동안 뿌리를 내렸으나 그 후 경기가 침체되어 타격을 받을 때 FN 지지층이 생겨나는데, 서부의 극히 일부 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원래 서부 지역은 전반적으로 FN에 표를 주지 않았던 지역이다. 세 번째 논리에 따르면 고소득층 가구들이 사는 주거지 근처에 살면서 좌절감을 맛볼 때(5) FN 지지층이 늘어나는데, 도시 지역이나 도시 주변의 서민 지역 및 미디(Midi) 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당시 제기된 문제는 상대적으로 이질적인 사회 기반을 가진 그룹들에 대해 FN이 중기적으로 통합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의 문제였다.
복수의 이데올로기 제공
FN이 극우의 급진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으면서도 FN은 결코 1차원적 담론을 늘어놓지 않았다. FN이 1차원적 담론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하는 사고를 우리는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사실상 FN은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당파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유권자 고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려고 항상 노력해 왔다. 통시적 층위에서 뿐만 아니라 공시적 층위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74년 창당 후 2년이 지나 FN이 선거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FN은 선거 배당금을 얻기 위해 민주적 가치에 주의 깊게 순응하면서, 동시에 ‘혁명적 민족주의자’인 과격 투사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자 급진적 담론(6)을 생성해냈다. 이런 이중의 책략은 마린 르펜의 전략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새로운 여성 당수는 FN을 여전히 급진주의당으로 간주하는 대부분의 프랑스 유권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탈(脫) 악마주의’ 작전에 돌입하면서도,(7) 급진적 말투를 계속해서 사용한다. 그 이유는 급진성이 여전히 FN의 중요한 이데올로기 자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담 르펜이 그랬던 것처럼, 길에서 기도하는 무슬림들을 점령군에 비유하는 것은 바로 이런 논리선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차별화 수단으로 국가 정체성과 이민 거부
역사적으로 볼 때, 하나의 조직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그 조직이 적응을, 그것도 수많은 적응을 필연적으로 해야 한다. 냉전 상황에서, FN은 우선적으로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는 범대서양 동맹과 서구 자본주의의 수호에 역점을 둔다. 소련이 붕괴되어버린 1990년대부터 그리고 서민층이 점점 더 많이 FN의 유권자가 되면서, FN은 예를 들어 ‘야만적 자본주의’, ‘세계화의 폐해’, 브뤼셀의 ‘급진 자유주의적 유럽’ 혹은 미국의 경제·문화적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 좀 더 사회복지 측면을 지향하는 담론을 중시하고 있다.(8)
지리적 측면에서 볼 때, 각각의 FN 유권자들은 차후에 당 내부에서 서로 구분되는 이데올로기 버전을 갖게 될 것이다. 북부에서는 마담 르펜(장 마리 르펜의 딸)이, 탈공업화와 탈지역화로 인해 경쟁에서 뒤처진 노동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사회복지와 주권주의 담론을 자극할 것이다. 반면에 남부에서는 마리옹 마레살 르펜(국민전선 소속 하원의원이며 장 마리 르펜의 손녀)이 반동적이며 더 친경영자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훨씬 더 우파적인 담론 책략들을 사용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향이 다른 두 종류의 고객에 대해 두 종류의 다른 담론을 사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데올로기 차이가 조직 내부의 일관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만큼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국가 정체성이, 프로그램화된 버전(국가주의 선호, 국적법 개혁, 이민과 불안전의 연계)과 더불어, FN의 이데올로기적 주춧돌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 정체성이라는 주제는, 훨씬 현실적인 다양한 견해 차이를 넘어서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사안인 것이다. 그리고 이 주제는 정치 진영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절대적 수단으로 급진적 어휘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글·실벵 크레퐁 Sylvain Crépon
파리 우에스트 낭테르 라데팡스 대학 객원연구원으로 사회학자. 저서에 <새로운 국민전선의 본심을 찾아서>(누보 몽드, 파리, 2013)가 있다.
조엘 공벵 Joël Gombin
정치학자이며 피카르디 쥴베른느 대학 연구원. 피에르 메이앙스와 공동으로 <프로방스 알프 코트 다쥐르 지역의 투표 권리라는 것! 이 지역의 2007년 대통령 선거>(라르마텡, 파리, 2009)를 저술했다.
번역·고광식
(1) 파스칼 페리노(Pascal Perrineau), “르펜 표의 역동성: ‘좌파 르펜주의의 영향력’”, <위태로워진 투표>, 파리, 시앙스포 출판사, ‘선거 연감’ 컬렉션, 파리 1995년
(2) 노나 메이예(Nonna Mayer), <르펜에 투표하는 프랑스인들>, 플라마리옹, 파리, 2002년
(3) 아니 콜로발(Annie Collovald), <르펜의 포퓰리즘: 위험한 오해>, 크로캉 출판사, ‘사바르-아지르’ 컬렉션, 벨콩브 앙 보즈, 2004년
(4) 제롬 푸르케(Jérôme Fourquet), “북부의 FN과 남부의 FN”, <IFOP 포커스>, 92호, 2013년 8월
(5) 조엘 공벵(Joël Gombin), “생태 분석, 다층위 모델과 선거 사회학: FN을 지지하는 투표들에 대한 실례”, 프랑스 정치과학 협회 학술대회 발표문, 그르노블, 2009년
(6) 알렉상드르 데제(Alexandre Dézé), <FN: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인가?>, 아르망콜렝, 파리, 2012년
(7) <르몽드>, <프랑스엥포>, <카날플뤼스>를 위한 여론 전문기관 ‘티엔에스 소프레스(TNS Sofres)’의 조사 결과, “FN에 대한 이미지 지표, 2014년 2월”
(8) 실벵 크레퐁, “반공리주의와 자기 정체적 결정주의”, <마우스 학회지(Revue de Mauss)>, 27호, 2006년 상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