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문답으로 풀어본 '거대 범대서양 시장'의 세계
2014-06-03 라울 마크 제나르, 르노 랑베르
프랑스 통상 관광장관인 플뢰르 펠르렝은 범대서양 협정 프로젝트에 대한 논쟁이 ‘불필요한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프로젝트로 인해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GMT, PTCI, TTIP, APT인가 아니면 Tafta인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똑같은 실체에 대해 프랑스어로는 ‘무역과 투자에 대한 범대서양파트너십(PTCI)’이라는 용어를, 영어로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들의 약어인 PTCI나 TTIP가 뒤섞여 사용된다. 용어가 다양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이 협정이 비밀협상에 의해 맺어졌고 그로 인해 용어가 공식적으로 통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류 내용이 유출되면서 활성화된 호전적인 인터넷망들에서는 새로운 약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몇몇 프랑스어권 단체들[한 단체 이름은 ‘타프타를 멈춰라(Stop Tafta)’(1)]은 영어 표기로 ‘Tafta(Trans-Atlantic Free-Trade Agreement,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를 사용하고, 보통은 프랑스어로 ‘GMT(Grand Marché Transatlantique, 거대 범대서양 시장)’(2)를 사용한다.
공식적으로 협정은 어떤 내용인가?
GMT는 8억 명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만들 목적으로 2013년 7월부터 미국과 유럽연합이 협상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유럽위원회가 ‘독립적인 센터’(3)라고 밝힌, 거대 은행들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조직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분석에 의하면, 이 협정은 매년 유럽에 1천2백억 유로(약 167조 원)의 부(富)를, 미국에는 9백5십억 유로(약 132조 원)의 부를 가져다준다. 이 분석에 대해 유럽위원회가 해설한 미사여구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연간 가구당 545유로(약 76만 원)를 더 벌게 된다.(4)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원을 받는 자유무역협정들은 관세장벽(5)을 낮추고, 쿼터, 행정절차 혹은 위생·기술·사회 규범들과 같은 ‘비관세’ 장벽들을 축소시키고자 한다. 협상자들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과정이 사회적·법률적 규범들을 전반적으로 증대시킨다고 말한다.
협정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가?
1995년 창설된 WTO는 주로 세계무역의 자유화를 위해 활동해 왔다. 그러나 도하 라운드(Cycle de Doha) 협상이 실패하면서 (특히 농업분야에 대해) 다자간 협상은 중단되었다. 자유무역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우회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자간 협상과는 종류가 다른 수백 개의 협정이 두 국가 사이 혹은 여러 지역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체결되거나 채택 중에 있다. GMT는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 부(富) 생산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최대 두 무역 세력 간에 서명된 조치들은 결국 지구의 다른 모든 곳에 강요될 것이다.
유럽 측의 협상권한 범위와 미국 측의 기대효과를 고려해 볼 때, GMT는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의 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세 가지 중요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첫째는 마지막 남은 관세를 철폐하고, 둘째는 규범들을 조화시켜 비관세 장벽을 축소하고(이전 협정들의 경험에 의하면 규범들의 조화는 ‘미미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는 자유무역에 방해가 되는 모든 규제적 혹은 법률적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사법적 도구를 부여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1998년의 ‘다자간 투자협정(MAI)’(6)과 2011년의 ‘위조품 거래 방지협정(ACTA)’(7)에 의해 이미 예견된 상당수 조치들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 두 협정은 주민들의 저항으로 거부됐다.
언제까지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어야 하는가?
공식 일정에 따르면 협상은 2015년에 매듭지어져야 한다. 먼저 유럽위원회와 유럽의회에서 비준을 받고, 그리고 프랑스처럼 자국 내 헌법이 요구하는 경우, 회원국들 의회에서도 비준을 받아야 하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
누가 협상하는가?
유럽은 EU 집행위원회 공무원이 협상을 담당하고 미국은 상무부 공무원이 담당한다. 양측 공무원들은 대부분 민간분야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그룹들의 압력을 상당히 받고 있다. 협상 임무를 준비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는 2012년 1월에서 2013년 4월 사이, 총 130번의 회합을 개최했는데 그중 119번은 경영계와 금융계 대표들만 모아놓고 회합을 가졌다.
협정은 관련 국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GMT에 의해 예견된 자유무역 규칙들은 대서양 양측에서 시행 중인 현행법보다 우선시된다. 자유무역 규칙들은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들 취향을 대부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관련 국가들은 협정 때문에 주권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 규범들을 위반한 국가들은 수천만 달러에 달할 수도 있는 금융 제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지침명령에 의하면, 협정은 “미국에서 유럽 투자자들에 대해 최고 높은 수준의 법적 보호와 보장책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양측 똑같이 상호적으로).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법이나 규제가 경쟁에 장애가 되고, 공공시장의 접근과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고 민간 기업들이 판단할 때, 민간 기업들이 법과 규제를 공격할 수단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지침명령서 4조는 다음과 같이 명확히 서술하고 있다. “협정에 대한 준수의무는 정부의 모든 차원에서 지켜져야 한다.” 다시 말해 협정은 관련 국가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州), 시, 도, 읍, 면 등의 모든 공적 단체에도 적용될 것이다. 시(市)의 규제 하나가 프랑스 행정재판소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상설 중재재판소에서도 공격당할 수 있다. 미국의 압력 그룹들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투자자가 원하는 곳에서, 원할 때에, 원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투자할 권리와 자신이 투자에서 원하는 수익을 얻을 권리”(8)에 위배된다고 투자자가 판단할 때, 그 규제를 항상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된다.
서명국의 만장일치 합의에 의해서만 개정될 수 있기 때문에, 협정은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강제될 것이다.
미국이 유럽연합에게 억지로 강요한 프로젝트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유럽연합 28개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EU 집행위원회가 자유무역 신조를 신봉하는 GMT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범대서양 경제위원회’(영어로는 Trans-Atlantic Business Council, TABC) 같은 경영자 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다. 1995년 EU 집행위원회와 미국 상무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범대서양 경제위원회는 미국과 브뤼셀에서 두 대륙의 경제 엘리트들이 서로 ‘대화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글·라울 마크 제나르 Raoul Marc Jennar
<거대 범대서양 시장. 유럽 사람들에 대한 위협>(페르피니앙, 캅베어 에디션스, 2014)의
저자
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고광식
(1) stoptafta.wordpress.com
(2)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한동안 ‘범대서양 파트너십 협정(APT)’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결국 ‘GMT(거대 범대서양 시장)’라는 호칭을 채택했다.
(3)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경제분석해설”, 유럽위원회, 브뤼셀, 2013년 9월
(4)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경제분석해설”, 유럽위원회, 브뤼셀, 2013년 9월
(5) 국경을 넘을 때 외국에서 생산된 상품들에 대해 부과되는 관세
(6) 크리스티앙 드 브리(Christian de Brie), “어떻게 MAI가 산산조각 났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8년 12월호
(7) 필립 리비에르(Philippe Rivière), “위조품 거래 방지협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7월호
(8)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장이 투자자 권리에 대해 내린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