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GMT, 불투명한 협상에 비난 쏟아져

2014-06-03     르노 랑베르

샹그릴라 호텔 전용 라운지의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서, 유럽연합(EU) 여성의원 마리에체 샤케가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게 정말 천만다행이다. 왜냐하면 지금 하는 논의들이 대서양 횡단 그랜드 시장 협정(GMT)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얘기해서, 오늘 아침에 제가 들은 몇몇 의견은 저들을 질겁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다”면서 한가로이 담소 중인 좌중을 환기시켰다.

2014년 4월 10일, 최근에 아마존닷컴의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 주간지 <유로피안 보이스(European Voice)>(1)는 파리의 이 5성 샹그릴라 팔라스 호텔-가장 저렴한 객실 가격이 850유로(약 119만 원)에 달하는-에서 ‘대서양 횡단 무역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위해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곳에 모인 참석자 모두는 팔라스호텔 화장실을 장식한 대리석만큼이나 GMT의 미래 또한 장밋빛이길 기대했다.

샤케 EU 의원은 “사치스러운 룸에서 하는 우리의 회동은 GMT 반대자들의 걱정만 키울 뿐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GMT를 독이 든 칵테일, 즉 미국, 유럽, 민간부문 등의 성분이 함유된 칵테일이라 여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미국의 공무원들, 유럽의 관료들, 고용주 대표들 등, 회의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담소를 멈추고 그녀를 주시했다.

샤케 의원은 탈세계통합주의자가 전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이 네덜란드의 EU 의원은 줄곧 자유무역의 장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와 같은 자기들만의 무도회(끼리끼리 하는 국제포럼)의 타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녀는 “만약 우리가 GMT를 성사시키고 싶다면, 전략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같은 시각, 대략 150명의 사람들이 이들의 회동을 규탄하기 위해 이 호텔 앞에 모였다. 정확히 말하면, 호텔 앞이 아니라 파리 번화가인 이에나 거리에 모였다. 호텔 앞엔 호텔 손님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기동대(CRS) 차량 8대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대 또한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2)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시위합시다”란 문구가 적힌 전단을 배포하며 (GMT 찬성자들처럼) 전략의 변화를 기대했다. 한쪽은 GMT를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한쪽은 GMT를 차단하기 위해 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었다. 배포된 전단지엔 ‘유럽의 식탁에서 염소가 함유된 닭고기와 성장 호르몬이 함유된 소고기를 보고 싶지 않고, 유럽국민들이 다국적기업의 요구사항에 굴종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다’는 GMT 반대자들의 거부감이 담겨 있었다.

<유로피안 보이스>의 여사장인 세헤라자드 셈사르드 보이세손은 “우리가 GMT는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기 위해’ 모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의 메리 조던 기자는 몇 시간 전, 자신의 모두발언 때 “우리가 이곳에서 모든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는 발언으로 참석자들을 안심시킨 바 있다.

그렇다고 포럼장이 싸움터로 변하진 않았다. 미국 협상가들의 발표에 이어 유럽 협상가들이 발표했다. 양측 모두 GMT 협정에 찬성했다. 터무니없는 규제 때문에 비용도 너무 들어가고, 투자에도 부담이 되고, 고용도 약화되고 있다는 고용주들의 성토에 패널로 초대된 유럽 노총(CES) 사무총장과 프랑스 민주노총(CFDT) 사무총장,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도 못했다.

조던과 중재자로 나선 그의 동료들은 그 어떤 민감한 주제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포럼을 진행하면서, “GMT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가?”와 “(GMT 협정) 협상 실패 때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포르투갈 출신의 주미 EU 대사인 호아오 발레데 알메이다는 자신을 상식적인 사람이라 소개하며 “난 이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본다. GMT는 좋은 아이디어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좋으면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쯤 되자, 포럼에 모인 사람들은 GMT가 수십만 개의 일자리 창출, 아니 수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2013년 9월에 발간된 EU 보고서는 “10억 유로(약 1조4천억 원)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이 이뤄질 때마다 EU에선 1만5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도이치 방크, BNP 파리바, 씨티 그룹, 바클레이즈, JP 모건 등이 자금을 출자해 운영되는 런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CEPR는 GMT가 유럽 수출을 28% 신장시켜 대략 1870억 유로(약 261조4천억 원)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EU위원회는 “GMT가 EU에서 수출부문과 연관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결론을 내렸다.(3) 물론 포럼장엔 설득시켜야 할 실업자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패널들은 이 같은 논지를 마치 후렴구처럼 되뇌었다. 이 날의 히어로인 카렐 드휴흐트 EU통상부 집행위원은 자신의 모두 발언 대부분을 이 같은 주제(GMT는 EU의 직업 창출에 도움이 된다)에 할애했다.

  협상 투명성 제고, 비관세 장벽 개선이 과제

 EU통상부 집행위원의 말을 전해들은 유럽 녹색당 의원 야닉 자도가 길거리에 세워진 스피커가 장착된 트럭 앞에 서서 “드휴흐트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드휴흐트의 추정은 근거 없는 헛소리다. 미국과의 무역협정으로 각 가정에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가 말을 번복했던 것처럼, 저 자는 이번에도 곧 자신의 말을 번복할 것이다”라고 EU 집행위원을 맹렬히 비난했다. 2013년 6월 14일, 드휴흐트 집행위원은 실제로 EU 회원국들이 브뤼셀과 워싱턴 간 GMT 협상을 수락하자, 이를 반기는 환영사에서 “미국과의 미래의 무역협정은 유럽 가정에 연간 평균적으로 대략 545유로(약 76만 원)의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다”(4)라고 말한 바 있다. 드휴흐트와 EU위원회는 직접 나서서 이 수치를 설파하는 데 전념했다.(5)

그러나 2014년 3월 31일, 유럽연합좌파(GUE)와 북유럽녹색좌파(NGL) 주도로 작성된 보고서는 드휴흐트의 이런 속임수를 파헤치지 않았던가!(6) 유럽 녹색당의 자도 의원이 드휴흐트 EU통상부 집행위원에게 “각 가정이 545유로의 혜택을 볼 수 있느냐?”고 묻자, 드휴흐트는 “우리가 혜택의 수치를 유로로 딱 얼마 정도 된다고 정량화할 수 없다”라고 조심스레 답변했다. 자도가 재차 “그럼 지금까지 당신이 한 말은 무슨 뜻이냐?”고 묻자, 드휴흐트는 “내 말은 각 가정이 연간 545유로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는 뜻이다. 나도 그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몰라서,  거의 안 쓴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조던이 채근하기도 전에 발레데 알메이다 주미 EU대사가 “물론 우리는 GMT의 이점을 측정해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GMT 협상이 실패할 때 들어갈 비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론하며, “전 GMT 협상을 성공시켜 샴페인이나 포르투갈산 포트와인을 마시고 싶지, 실패해서 보드카를 마시고 싶진 않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의 왼쪽에 앉아 있던 대니얼 해밀턴은 즉시 그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미국 싱크탱크인 대서양 횡단관계센터의 소장인 그는 GMT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부분이 지정학적 동기라고 지적했다. “GMT는 대서양을 사이에 둔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전략적인 협정이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를 탄생시킨 협정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에너지 문제는 협상가들의 주요 걱정거리가 아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며 러시아가 자국 가스의 70%를 EU에 수출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일반적으로, 자유무역 협정은 관세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7) 그러나 미국과 EU 간 관세장벽은 이미 (평균 3%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GMT는 할당, 행정절차, 보건·기술·사회 부문의 기준, 즉 이른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데 이용될 것이다. 협상가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비관세 장벽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그래서 아늑한 샹그릴라 호텔에 모인 참석자들은 “좋은 쪽으로 협상해 봅시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협상 절차는 사회적, 법적 기준을 개선하는 쪽으로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협정이 세계적인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던이 대서양 건너 포럼에 참석한 브라질의 영향력 있는 기업인 마르셀루 오데브레히트(8)에게 “GMT가 개도국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자, 그는 “미국과 EU가 결정하는 모든 규정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며 연쇄 반응을 예상했다. 조던이 오데브레히트에게 “그게 정말 당신한테 문제가 되느냐?”고 되묻자, 그는 “그렇진 않다. 만약 우리가 현재 미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노동법을 브라질에서 적용한다면, 미국 노동법은 브라질법에 의해 노예법으로 간주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의 답변에 깜짝 놀란 조던이 그에게 방금 한 말을 다시 한 번 해달라고 요청하자, 오데브레히트는 자신이 방금 한 말을 다시 한 번 되풀이 한 후, 브라질 규정들이 GMT에 의해 설정된 규정 수준에 맞추는 게 결코 복잡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분명한 것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단 한순간도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회적 조화’, 즉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베르나테트 세골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낙관적인 포럼장의 분위기와 대조적인 발언을 했다. CES의 사무총장인 세골은 “결론부터 말하면, 노조는 여전히 좀 더 얻어 내고 싶어 한다”며 차분한 어조로 발표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또 다시 발목 잡는 노조!’란 제목으로 보도한 적이 있는 내용을 세골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간 것이다. 세골이 주주들 이야기를 할 때 좌중은 흥미가 없었던지 드러내고 비웃기까지 했다. 세골이 우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협상의 투명성 부재이다.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조던 앞에서, 세골은 워터게이트를 상기 시켰다. 실제로, 많은 단체들은 수개월 전부터 워싱턴과 브뤼셀 간 불투명한 협상을 규탄하고 있었다. CES는 GMT로 인해 손실을 볼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지만 (GMT로 인해) 손실을 볼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MT를 포기해야 할까? 세골은 “우리의 입장은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떤 경제부문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인지 분명히 말해야 된다”고 못 박았다. 간단히 말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해고를 준비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발레데 알메이다가 세골의 요구에 전혀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좋은 생각이다. 우리도 노조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세골 사무총장의 의견은 아주 건설적이었다.”

회의는 이런 식으로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다.

포럼장 조명이 환해지자, 사람들이 양복 재킷 안쪽이나 (드물긴 하지만) 투피스 안쪽에 단 홍콩상하이 뱅크(HSBC), 제너럴 일렉트릭, 독일의 자동차 제조 그룹 다임러, 월트 디즈니사, 상호공제조합, 다우 프랑스 및 토탈 등(중략)과 같은 회사 배지들이 눈에 띄었다. 포럼 참가자들은 정말 이 같은 발표를 경청하기 위해 1인당 1만5천 유로(약 2천1백만 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지불했을까?

셈사르드 보이세손 <유로피언 보이스> 여사장은 “우리가 각자 궁금한 사항을 물어 볼 수 있도록, 협상 관계자들을 브뤼셀과 워싱턴으로 초대한 것이다. 여러분도 아다시피, 이분들이 자주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포럼 스폰서 중에는, 사무용 소프트웨어연합(BSA)과 미국 소재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APCO Worldwide)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APCO는 자사 홍보 책자에서 “양자 간 무역과 관련된 문제에 정통한 APCO의 협상팀은 이미 다양한 자유무역협정에서 고객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몇 년에 걸쳐, APCO는 유럽기관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워싱턴 내의 무역 정책 전문가들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메시지를 작성해야 대중의 눈을 끌 것인지를 안다”고 선전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토론 중간 중간에 ‘커피 브레이크’나 ‘네트워킹 브레이크’ 타임을 갖거나 혹은 기자들을 배제한 채 점심 시간을 가졌다.

시위대가 “유럽 국민을 로비에 팔아넘기지 말라”고 밖에서 시위를 하는 동안, 샹그릴라 호텔 회의장에서는, 제너럴 일렉트릭 인터내셔널 총재 페르디난도 베칼리팔코가 “소수의 이익이 전체의 이익을 방해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협상 진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동업조합주의에 대해 불평했다.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언론인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이코노미스트>가 창간한 <유로피언 보이스>는 2013년 셀렉트컴에 의해 인수됐다. Alexander Zevin,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신문, ‘이코노미스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8월

(2) 협정 영문 이름 중 하나가 “대서양 자유무역 협정(Transatlantic Free Trade Agreement)이다.

(3)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The Economic Analysis Explained>, 유럽위원회, 브뤼셀, 2013년 9월

(4) 2013년 6월 14일, 유럽위원회 보고서

(5) 2013년 3월 12일, 11월 4일, 12월 20일의 유럽위원회 보고서. 2013년 6월 14일, 유럽위원장 호세 마누엘 바로소의 보고서

(6) Werner Raza, Jan Grumiller, Lance Taylor, Bernhard Tröster et Rudi von Arnim, <ASSESS TTIP, Assessing the claimed benefits of the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TTIP). Final report>, Österreichische Forschungsstiftung für Internationale Entwicklung(ÖFSE), Vienne, 2014년 3월 31일

(7) 외국 물품이 어떤 국가로 유입될 때 부과되는 관세

(8) Anne Vigna, <브라질 사람들도 자신들만의 부이그(프랑스 거대기업)를 갖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