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재산

<하늘과 바다> 알랭 코르뱅

2014-06-03     알랭 코르뱅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관계된 표현과 상상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 자체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은 해양 소설(1)을 다룬 일련의 세미나에서 이런 말을 했다. “풍경은 우선 독서입니다.” 독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온라인 게임에 이르기까지 해적이라는 인물은 대중의 상상 속에 오랫동안 있는 생생한 전설로 남아 있다.(2) 하지만 과거에 있던 포경선에 대한 오랜 동경(허만 멜빌(1851년)의 소설 <모비 딕>이 대표적)은 이제 사라졌다. 수산업의 발달로 해양 동물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이제는 해양 동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면서 포경선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포경선은 신비한 해양 세계를 알리는 역할도 했다.

모험가의 영혼을 가진 영국인, 프랑스인, 미국인 외과의사들이 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3)를 통해 우리는 스무 살에 배에 오르던 아서 코난 도일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19세기를 배경으로 북극의 빙하, 여러 섬의 축제, 피부색을 초월한 선원들의 우정, 다른 사회들에 대한 발견에 대해 들려준다. 뉴칼레도니아 토착민, 마오리족, 파푸아 뉴기니 원주민의 풍습이 아주 상세하게 소개된다. 식인 풍습에 대한 편견, 원주민은 게으르다는 편견도 다뤄진다. 오히려 야만적인 사람들은 탐욕스러운 문명인들이 아닐까?

그러나 영화와 달리 카리브해의 해적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우호적으로 다룬 사전(4)이 있다. 용어, 연대기, 선장들, 항구들, 해적선들이 매우 상세히 소개되어 있고 러시아의 해적선, 1733년 미국 독립운동의 전조가 되는 보스턴 파티 사건도 다뤄지지만 정작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에 대한 정의는 잘 이루어져 있지 않는 것도 있다.

미국 역사학자 길리언 베이스의 에세이(5)는 16세기와 19세기 사이에 지중해에서 오스만 해적선들에게 납치된 후 노예가 된 프랑스인들의 해방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노예 생활을 하다 해방된 후 프랑스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게 되었고 이것이 내셔널리즘으로 변해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지배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지중해의 해양 운송에 대한 경제 및 정치적 쟁점, 그리고 프랑스와 알제리 사이의 다양한 평화 및 무역 조약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언급한다.

 <각주>

(1)알랭 코르뱅, <Le Ciel et la Mer>(하늘과 바다), Flammarion, 파리, 2014

(2)마커스 레디커, <Les Forçats de la mer>(바다의 노예들), Libertalia, 파리, 2010

(3)<Les Baleiniers>(포경선들), Omnibus, 파리, 2013

(4)질베르 뷔티, 필립 로데, <Dictionnaire des corsaires et pirates>(해적선과 해적 사전), CNRS Editions, 파리, 2013

(5)길리언 베이스, <Captifs et corsaires>(포로와 해적선), Gallimard, 파리, 1981

 

글 ․ 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지극히 적게>(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