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장악한 시진핑의 고위층 흔들기

2014-07-02     마르틴 뷜라르

 

시진핑 주석은 상징적인 제스처를 매우 애용한다. 소셜미디어나 방송에서 유용한 그런 제스처들 말이다. 국빈방문차 프랑스에 간 시진핑 주석은 리옹 방문 희망 의사를 밝혔다. 리옹은 1930년대 덩샤오핑이 중국학생운동을 비밀리에 조직했던 곳이다. 1975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리옹을 재방문한 덩샤오핑은 리옹시청 계단에서 “양국 국민들의 우정을 위해!”라고 소리쳐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1)

덩샤오핑은 현재까지도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시진핑 주석은 과거의 계통을 잇는 ‘개혁심화’를 내세워 현대적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애쓰고 있다. ‘개혁심화’는 중국공영언론에서 가장 상용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2013년 3월 취임 이후 시진핑 주석은 역사에 대한 존중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라는 두 가지 관점을 지속적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만이 시진핑 주석의 유일한 관심거리는 아니다. 리옹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은 200여 명의 중국 기업인들을 대동해 해외투자를 촉구했다. 작년 프랑스는 중국 투자자들의 유럽 내 1위 투자대상국이었다. 물론 중국의 투자규모는 50억 유로를 약간 상회해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리옹 방문은 중국기업들이 정치권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시진핑 주석의 이미지 만들기는 중국 내에서도 한창이다. 지난 가을, 부정부패 및 중국공산당이 4대 악으로 규정한 허례허식, 관료주의, 향락, 사치풍조 척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취푸에 있는 공자 사당을 방문해 윤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3월에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오염된 미세먼지로 뒤덮인 북경 시내 한 역사지구를 마스크 없이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민의 애로사항을 이해한다는 제스처였다. 그보다 며칠 전에는 서민음식점인 칭펑 만두집에 들러 줄을 선 모습도 보여줬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최고위원직에 취임한 이후부터 그는 “당이 모범을 보여야 된다”라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중국의 한 네티즌이 만들어 CCTV채널에서 무수히 방영된 이미지들이 보여주듯, 시진핑의 행보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도층들도 시진핑 주석의 행보에 박자를 맞춰야 하는 분위기다. 2년 전만 해도, 전국인민대표회의 참석차 도착한 2,983명의 인민대표들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브랜드 상표가 박힌 옷과 고급 브랜드 가방을 든 모습은 오트 쿠튀르에서나 나올 법한 패션쇼”라고 비난했다. 올해 인민대표회의에서 디올 정장과 루이뷔통 가방, 롤렉스 시계는 모습을 감췄다. CCTV와 같은 공영방송들은 인민대표회의 참석자들의 ‘검소한’ 행동들과 수수한 옷차림을 앞다퉈 보도했다. 전국각지에서 온 대표들의 숙소에 꽃장식은 사라졌고, 과일바구니도 과일이 남아있는 한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았다. 방 1개당 물 두 병, 회의장은 뜨거운 차 정도로 제한했다. 베이징의 한 고위 관리는 “5성급 호텔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 정부 부처 주변 고급식당들은 문을 닫았다. 할인을 하는 식당들도 있는가 하면, 보다 광범위한 고객군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식당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억만장자 1천 명에 인민대표 158명 포함

그러나 최고 부유층들은 여전히 권력에 쉽게 접근하는가 하면, 심지어 권력의 한가운데에 있다. 싱크탱크 후룬이 매년 발표하는 중국 1000대 억만장자(미국달러 기준) 리스트에는 158명의 인민대표들이 포함되어 있다.(2) 하지만 달라진 것은 부에 대한 과시다. “브랜드 로고가 눈에 띄게 박힌 제품은 저속해 보여요”라고 한 젊은 중국 여성기업인이 지적했다. 이 기업인은 2년 전만 해도 구찌와 헤르메스를 휘감고 나타났었다. 제조년도가 박힌 와인, 해외여행 등 소위 사치성 선물로 일컫는 ‘붉은 봉투’는 이제 은밀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윤리 열풍으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계급에 따라 공무원들의 사무실 면적이 규제되면서 일부는 사무실 면적을 축소해야 했다. 그러나 한 지방 대도시 공무원도 인정했듯이, 그렇게 남겨진 공간들은 방치된 채 남아있다.

물론 중국국민들이 이러한 눈속임에 넘어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고, 일부 지도층의 거만한 태도가 수그러들었다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부패운동이 단지 눈 가리고 아웅은 아닌 듯하다. 부정부패로 퇴출 당한 지도층에 대한 기사들이 CCTV와 신문, 소셜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페트로 차이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 철도, 해상운송기업 Cosco 등 유수 공기업 최고경영인들을 비롯, 샨시와 난징 시장과 같은 지방정부 지도층 간부들이 비리로 수사를 받았다.

시진핑 주석과 그 측근들의 고위층 ‘흔들기’의 막이 오른 것이다. 군대 내 부패척결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고, 군 장성 여러 명이 강제퇴역 당했다. 2012년까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3) 상무위원을 지낸 저우융캉 전 정법위원회 서기도 자택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71세 나이에 암으로 입원한 쉬차이허우 전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지난 3월 체포소식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고발자나 인터넷상 정치운동을 벌이는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제재도 이루어졌다. 부정부패를 고발한 쉬치용 변호사가 올해 초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베이징 하이단구의회 대표이자 새시민운동 창립자인 그는 대표의원들의 재산 투명성을 요구했었다. 대표의원들의 재산 공개는 후진타오 전 중국주석도 검토를 했던 사안이나, 잊혀진 채 남아 있다.

시진핑 주석의 청산작업에 있어 국민이 참여할 자리는 없으며, 오직 시진핑 주석만이 유일한 결정자이다. 시진핑 주석의 모든 행보는 철저한 계산속에 이루지기 때문이다. 저우융캉 전 서기와 쉬차이허우 전 부주석은 시진핑 주석의 정적이자,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측근이었다. 보시라이 전 서기도 지난 전국인민대표대회 직전 몰락했다. 몰락한 유수 공기업 최고간부들 또한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그들의 시대가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당과 주석은 그들의 자리를 시장에게 넘기기로 결정했고, 이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왕치산 서기와 함께 청산작업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 되어, 시진핑 주석은 권력을 철저히 장악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을 직접 지휘하는 한편, 군사위원회 기능이 축소된 개혁위원회, 새롭게 출범한 국가안전위원회까지 모두 손에 넣었다. 모든 추진계획안이 그의 손아귀에 있다. 지난해 11월 제18대 중국공산당 3차 중앙전체회의(삼중전회) 결과, 경제, 사법, 군사, 국가, 국가안보, 인구, 인터넷을 아우르는 분야에 걸쳐 전례 없는 수위의 조치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한 조치들은 테크노크라트들이 “전체적인 개혁 심화를 위해 중요한 일부 쟁점에 대한 중대 결정”이라는 표현 속에 모두 포괄되었다. 일부는 이를 60개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일부에서는 이를 300개라 추산했다. 리커창 총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한 시간 반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고 재치 넘치는 연설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로드맵에 멜로디를 붙였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경제학자로 전 〈위마니테 디망스〉 편집장, 주요 저서로는 <Chine-Inde. La course du dragon et l'éléphant(중국-인도. 용과 코끼리의 경주, Fayard·Paris·2008)> 등이 있다.

 

번역·김윤형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

 

(1) 루루카이, <프랑스에 간 덩샤오핑>, Radio Chine Internationl, 2014년 1월 17일

(2) 비공산당원들을 포함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2,229명과 전국인민대표회의 대표들을 포함한다. HurunRich List 2013년

(3) 중국공산당중앙정치국상임위원회는 중국 정치권력의 심장부이며, 2012년 제18대 대표회의에서 상무위원수가 7명으로 축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