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합작으로 시너지 효과 얻을까?

2014-07-02     마르틴 뷜라르

 

 

기업 경영진이 모두 빠짐없이 모였으며, 프랑스와 중국 대표는 완벽하게 동수였다. 중국 측 지도부 가운데에는 중국 공산당원의 배지를 단 정식 당원도 한 명 끼어 있었는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중국만 그런 건 아니었다.

둥펑-푸조시트로앵 자동차는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과 중국 둥펑사의 자회사이다. 중국의 중심부 우한에 소재한 둥펑차 본사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둥펑차의 주 푸쇼 부대표는 PSA 그룹의 차후 로드맵을 그렸다. 그룹 지도부는 현장에 있던 소수의 기자들에게 20년 전부터 지속되어 오던 제휴 관계의 이점을 설명하려 했다. 몇 가지 난제가 현실적으로 있긴 하다. 사실 오래전부터 중국에 진출해온 유럽 기업들 중 하나였던 푸조는 독일과 미국,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한국의 브랜드에게조차 인기를 빼앗겼다. 1990년대 말에는 10% 안팎이었던 푸조의 판매 점유율은 2002년 8%였던 것에서 작년에는 3% 미만으로 떨어졌다. 고작 10여 년 남짓한 기간 동안 5% 이상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제 푸조의 제1시장이 되었다.

푸조의 장 무로 부사장은 그룹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수치를 하나하나 늘어놓는 것부터 시작했다. 둥펑-푸조시트로앵 자동차에는 모두 1만 5천 명의 직원이 있고, 연간 매출액은 600억 위안(약 10조 80억 원)이며, 우한에 소재한 공장 세 곳에서는 55만 대의 자동차가 생산된다. 기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샹양에는 엔진 제조 공장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기업 지도부를 맡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 무로 부사장은 둥펑-푸조시트로앵의 앞날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자동차 150만 대를 생산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년 각 브랜드 별로 하나씩 차량 세 대를 출시할 계획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여 중국에서 판매되는 해외차 브랜드의 굳건한 톱5 그룹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눈에 띄게 부산을 떨며 이 같은 신념을 강조한 무로 부사장은 이어 중국 측 파트너인 초 시앤동 씨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그는 “푸조-둥펑 합작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밖에 없다”고 했다. 어찌됐든 둥펑은 이 기회를 잡아 자사의 브랜드를 안착시키려 하고 있으나, 이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합작투자는 중국정부가 내건 의무사항”

사실 중국 자동차업체 가운데 업계 2위인 둥펑차는 차량 다섯 대 중 한 대만을 자사의 이름으로 생산한다. 다른 차들은 닛산이나 혼다, 기아, 다임러-벤츠와의 합작사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게다가 소득이 안정적인 중국 가정에 앞으로 어떤 차를 구입할 것인지 물어보면, 사람들이 둥펑차를 사겠다고 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둥펑 이름을 거론하면 ‘마치 제정신이냐’는 듯 의아해할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의 팬이라면 “우리의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정중히 사양할 것이다. 말하자면 둥펑차는 시골에서나 타는 차로 인식되고 있다. 이 또한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탈 수 있음은 물론이다. 100% 중국차든 아니든 중국에서 자동차는 여전히 사치품에 해당한다. 인구 천 명당 자동차 보유자 수가 프랑스는 481명, 미국은 627명인 데 반해 중국은 47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의 규모를 생각하면 아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욱이 전기차를 장려하는 중앙 당국의 고집도 이해는 간다. 다만 현재로서 이 같은 정책은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는 전체 판매량의 70%를 차지하며, 폭스바겐과 제너럴 모터스가 각각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 미국의 포드가 각각 3~5%의 판매율로 그 뒤를 잇는다. 보호주의 성향이 높기로 유명한 중국에서 이러한 상황은 꽤 놀랍다.

사실 중국의 입장에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맨 처음 개혁이 실시되었던 1980년대,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물론 이치자동차(FAW)에서 생산하는 ‘훙치’라는 검은색 국산차가 있기는 했다. 이는 주로 고위 공무원을 위한 관용 차량으로 쓰였다. 둥펑차 역시 1968년 마오쩌둥이 만든 국산차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대로가 모두 자전거로 가득했고, 기껏해야 소형 오토바이가 보이는 정도였다. 대량 자동차 생산 같은 건 없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부유한 엘리트 계층이 생겨나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구식 모델에만 만족할 수 없게 됐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근사하고 현대적이며 믿고 탈 수 있는 차를 원한다. 중국은 이를 수입할 방편이 없다.

그 이름에 걸맞은 산업의 부재로 중국 지도부는 시장과 고용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국경을 막아서는 대신, 대다수가 국영 기업인 중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해외 기업들을 자국 내로 영입하는 것이다. 푸조 내 한 전문가의 설명처럼 중국은 ‘만드는 법’을 배우려는 것이다. 현재로서 중국이 완전히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관점이라면 그리 엉뚱한 발상도 아니다. 둥펑차처럼 다른 국내 기업들 또한 중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인이라고 해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2010년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속될 것인가?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해외 브랜드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무로 부사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합작 투자는 중국 정부가 내건 의무 사항이다. 해외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로 차량을 판매하려면 의무적으로 현지 파트너와 조인해야 한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의 매력에 이끌린 기업이라면 예외 없이 규정에 따라야 한다. 중국에 16개 공장을 두고 있는 폭스바겐은 상하이 자동차 그룹 SAIC 및 FAW 등의 공기업과 손을 잡았고, 제너럴 모터스는 SAIC를 비롯한 현지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공장으로 최신 기술을 이전해야 하는 걸까? 무로 부사장에 따르면 절충 지점은 늘 있게 마련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마음을 놓아서도 안 된다. 중국은 물론 신흥 시장이긴 하나, 이를 장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까다로운 편이고, 중국 사람들은 보다 나은 차를 원한다. 엔진, 차량 내부의 소음, 시트 안착감, 내구성 등에 있어 최고의 기술적 성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에서는 ‘녹색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제 차량 내부 공기의 질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도국에서 흔히 이뤄지던 관행대로 수명이 다 된 모델을 중국 시장에 내놓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쩌면 푸조시트로앵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구시대적 관행에 익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푸조가 하이엔드급 제품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푸조 및 시트로앵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둥펑차와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공통된 플랫폼에서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이어 모델의 디자인을 선택한다. 최종 소비자에 따라 최종 제품의 차별화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육안으로도 둥펑차 고유의 모델과 둥펑-푸조 마크를 단 모델 사이의 차이점이 실제 잘 느껴지지 않았다.

“중국인은 머리가 둥글고, 프랑스인은 각지다”

어쨌든 우리가 방문했던 제2공장의 조립 라인은 2009년 지어진 것으로 신식 장비들을 갖추고 있었다. 푸조의 프랑스 소쇼 공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설비였다. 생산 시스템 쪽의 프랑스 전문가인 도미니크 샤리크 씨도 “4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작업 속도도 프랑스보다 약간만 더디게 이뤄질 뿐이다. 이곳에서 하루 41대의 차량을 작업하는 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평균 46대를 작업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 근로자들은 하루 10시간, 휴식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11시간 근무하며 주 6일 근무제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도 없다. 의무 규정에 따라 중국의 어용 노조인 중화전국총공회에서 파견된 대표자가 있긴 하나, 이 사람은 중국 공산당과 기업 지도부가 함께 선택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반동적 언행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야말로 뭇 사장님들이 꿈꾸던 삶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2010년 도요타 노동자들은 파업을 강행했다. 다만 파업이 이뤄진 곳이 광동 지역이었는데, 이곳은 노동자의 수가 많이 집중되어 있고, 비정부기구들이 변호사들과 연계하여 근로자들의 독립적인 조직 활동을 돕고 있는 지역이다. 우한에는 이런 형태의 조직이 두 개밖에 없으며, 이들로서는 국영 기업에 맞설 재간이 없다. 더욱이 후베이 성도에 포진되어 있는 수많은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처지는 여전히 열악하며, 작은 민간 공장에서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둥펑-푸조시트로앵 자동차의 생산 라인에 들어서면서 놀랐던 점은 일하는 사람들의 연령이 평균 20세 정도로 굉장히 젊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보호안경을 쓰고는 있었으나, 최신 유행에 따라 헝클어뜨리거나 한껏 멋을 낸 헤어스타일 등 외모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변두리 촌락에서 일거리를 찾아 떠나온 이 청년들은 일 년에 한번밖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지만 이들은 1990년대 도시로 나간 부모 세대들과 전혀 달랐다. 샤리크씨는 “이들은 교육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상당한 암기력을 요구하는 한자 공부를 했고, 이는 작업 시에도 꽤 유용하게 쓰인다. 이들은 미래의 설계에 다소 어려움을 느끼지만, 대응 능력에 있어서는 이들을 따를 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무로 부사장은 비서 중 한 명이 인용한 비유적 표현을 다시 썼다. “중국인들은 머리가 둥글고, 프랑스인들은 머리가 각지다.” 다시 말해 중국인들은 장애물을 뛰어 넘을 수 없을 때 이를 돌아가는 반면, 프랑스인들은 가설을 세우고 계획을 수립하길 좋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간의 문화가 혼합되어 더욱 풍부해진다는 뜻이었다. R&D 합작사의 설립을 어느 정도 정당화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상하이에 이미 진출해있는 푸조 연구 센터와 합치는 건 어떠한가?

분명한 건 둥펑-푸조시트로앵 자동차와 푸조 본사가 상당히 경쟁력 있는 인건비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주당 60~66시간 근무에 한 달 인건비가 2,000~2,500위안(약 33만~41만 원)으로, 확실히 기업 입장에선 탄탄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무로 부사장은 “주주들에게는 각각 1억 유로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1차적으로 17만 대를 생산하고 이어 34만 대를 생산하게 될 제4조립공장에도 현금을 풀 계획이다”라고 희망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 모든 건 중국 시장과 아세안 10개국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은 이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푸조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역수입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이 지속될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는 수입품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리고 유럽과 프랑스에서의 개발 예산이 제한적이라면, 고용과 연구는 불가피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하단박스> 

푸조, 기술력은 있으나 중국 시장 수요 못 맞춰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소재한 둥펑 자동차의 본사. 온통 유리로 된 뱃머리 형태의 건물에서 이 회사의 주 푸쇼 부대표가 소수의 프랑스 기자단을 맞이했다. 주식회사 푸조의 지분 참여 협상 이후 그리 속내를 밝히지 않던 그가 이번에는 말문을 열기로 결심한 것이다. 둥펑 자동차의 푸조 지분 참여를 위한 최종 협정이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최소 8억 유로(약 1조 1,489억 원)의 투자금을 댄 둥펑차는 이제 푸조 가문 및 프랑스 정부와 같은 수준인 14%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됐다.

푸쇼 부대표는 프랑스와 중국 수교 100주년과 1992년 이후 시작된 푸조와의 오랜 협력 기간에 대해 정중하게 모두 발언을 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미 지휘봉을 쥔 사령관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경제를 최우선시한다는 국가의 최근 이념적 모토도 빼놓지 않았다.

50대 풍채의 푸쇼 부대표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자신의 ‘윈윈’ 관점에 대해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그는 “역사를 통해 보더라도 푸조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선도적 기업이었으나 현재 난관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푸조가 다시 예전처럼 중국 시장을 정복할 수 있는 기력을 되찾으려면 ‘현금’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이 현금이란 것은 기업에게 있어 사람으로 치자면 일종의 피와 같다. 피가 부족하면 사람이 죽듯이 기업 또한 현금이 부족하면 무너진다. 그리고 푸조는 바로 이러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둥펑사가 푸조에게 구명줄이 되어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물론 푸조가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겠으나, 그쪽에서도 푸조의 상황은 그리 여의치 않았다. 그러므로 둥펑차의 수혈로 푸조는 다시금 소생하게 될 것이다. 푸조가 앞으로 날개 달린 전설의 사자처럼 바다 건너 저 멀리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러 나설 수도 있다. 푸쇼 부대표의 시각에서 봤을 때 ‘푸조는 세계화된 경제에서 지역에 한정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 표현이 딱히 칭찬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푸조의 매출 중 62%는 유럽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이 현재 위기를 겪고 있어서 푸조 역시 곤경에 처해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제시한 두 번째 방향은 ‘푸조가 시장 포지셔닝을 재고하여 유럽 시장 비중을 50%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는 “푸조가 아시아와 기타 신흥 개도국 시장에서의 입지 마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푸쇼 부대표는 “푸조가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란 시장을 놓친 것에 기인한다”며 예리하게 지적했다. 미국이 유럽 자동차 회사들에게 요구한 금수조치라는 ‘정치적 결정’ 때문에 푸조가 이란 시장을 잃은 반면,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상당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이징과 테헤란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중국 시장을 필두로 푸조-둥펑 합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푸쇼 부대표가 말한 세 번째 축은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다. 푸쇼 부대표는 엄연히 중국 공산당원임에도, 마치 프랑스 기업인 연합의 지역 대표처럼 이야기했다. 그는 “함께 손을 잡고 위험을 공유하며 둥펑 푸조, 시트로엥 푸조, 푸조 등 세 개 브랜드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역수입은 안 될 말이다. 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모델은 유럽 쪽 모델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푸조-프랑스 정부-둥펑이라는 이 엄청난 트리오는 개도국 시장에서 점유율 신장 등을 위해 프랑스와 유럽에서 진행할 재원이나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일까? 딱히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푸쇼 부대표가 지적하듯이 “푸조는 지나치게 지역에 한정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푸쇼 부대표는 “둥펑이 ‘슬리핑 파트너’(형식적인 협력관계로 끝나는 기업-편주)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둥펑은 동일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다른 두 파트너와 동등한 자격으로 감시위원회에 참여한다. “중국인들이 자본만 출자하고 겁을 먹은 채 뒤로 물러나 떨고 있다”는 것도 이젠 다 옛말이다.

프랑스 정부의 경우, 딱히 환영받는 존재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프랑스 정부가 고용 보장을 걸고 나온다거나 프랑스 내에서의 이런 저런 투자 보호를 위해 개입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중국 측이 우려를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프랑스 정부 측에서 이 같은 의사를 비친다면 중국 측에서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일 것이다. 공기업인 둥펑은 정부 당국과 함께 일을 처리한다는 게 어떤 것일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보다는 둥펑 쪽에서 좀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싶어 했을 가능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푸조와 협상을 벌여왔다. 정부에서는 개입을 원해왔다. 상황은 그렇게 된 것이다. 주주가 더 늘면 그만큼 지지 세력이 더 느는 것이다. 제약이 더 늘지는 않는다.”

주 푸쇼 부대표는 둥펑차가 푸조로부터 가져오게 될 모든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욕심을 많이 부리는 모습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꽤나 소극적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파트너 각자가 상대로부터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둥펑차에게는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다른 파트너들이 있다. 둥펑차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인 닛산과도 제휴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기아, 혼다와도 협력하고 있다.

“각 기업들이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해준다. 우리는 여러 가지 루트를 시험해보고 있으며, 푸조와의 관계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사람들이 푸조의 선진 기술에 대해, 특히 전기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에서의 앞선 기술력에 대해 강조하자 푸쇼 부대표는 “푸조 또한 기술력은 있지만 중국 시장의 요구에 맞추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푸조는 2002년 시장 점유율이 8% 감소한 것을 필두로 계속해서 점유율이 줄어들어 2013년에는 가까스로 3%를 넘는 수준까지 되었다. 작년에 26%의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푸조가 기술 지원을 해주면, 둥펑차는 시장에 관한 정보와 자사의 유통망, 그리고 값싼 인력을 제공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물론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더해 연구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합작사도 세워질 전망이다.

‘동풍(東風)’을 의미하는 ‘둥펑차’라는 ‘용’이 ‘푸조’라는 ‘사자’를 흡수할 것인지에 대해 푸쇼 부대표는 완곡하게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푸조를 집어삼킬 욕심도 능력도 없다. 우리의 목표는 도처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다. 둥펑이 푸조의 지분 참여를 하지 않았다면, 다른 금융 파트너들이 그리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유화가 이뤄질 게 아니라면 이러한 그의 의견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는 순전히 프랑스에 관계된 문제로,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