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진보정당에 부활의 길은 있다

2014-07-02     안성용

세월호 참사 이후 분명 민심은 바뀌었다.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투쟁에서 어떤 전략을 가져갈까?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단순명료하다. 반(反)새누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동시에 반(反)진보정당을 주장하는 것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근간으로 하는 양당제 체제를 가져가는 것이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 4당은 정당 지지율 합계가 10%를 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때 약진에 비해 진보 4당은 이번 선거에서 오히려 득표율이 줄어들었다. 표심에서 드러난 ‘반(反)새누리, 비(比)새정치연합’의 정치공간에서 진보4당은 어떻게 정치 복원력을 찾을 것인가.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에 대한 몇 가지 관점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 중 새누리당 117, 새정치민주연합 80으로 새누리가 앞섰다. 언론기사에는 인물과 정당을 구별하여 투표하는 소위 ‘줄투표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영남을 보면 부산, 대구, 경북, 경남은 새누리당이 싹쓸이를 보였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없다. 전남·전북을 보면 공천문제로 인해 무소속 당선자들이 많았다. 지방선거만이 아니고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호남에서는 진보정당들이 제2당인 곳이 많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역성에 기초한 투표행태는 여전하나 호남은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전체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공천 논란으로 인한 후보 확정이 늦어진 것과 바람직하지 못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먼저 지적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들의 기초단체장 선거 전략도 영향을 받았다.

분석이 집중되어야 하는 곳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다. 일단 서울은 지방선거가 갖는 또 하나의 기능인 권력에 대한 중간평가 기능이 잘 표현되는 곳이다. 예상대로 ‘정권 심판론’이 가장 거셌던 곳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원순-정몽준 구도에서 박원순이 순항함으로써 현역구청장 출신 후보들이 수성하기가 쉬웠다. 기초공천제 폐지를 가장 선두에서 반대한 것이 서울과 경기의 도시지역 민주당 현직 기초단체장들이고, 이 의견을 받아 강력한 행동에 나선 이들이 동일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들임을 고려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선거를 하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은 광역과 기초단체장의 공조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경기의 도시지역에서도 비슷했다. 단지 경기도가 서울보다는 지역성이 더 두드러지므로 이에 따른 편차가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여야구도, 인물대결, 지역공약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효과를 보는 것이 지방선거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일수록 또 지방색이 두드러지는 곳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서울에 비해 경기도는 광역단체장 후보가 약했다. 이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야당이 서울은 20대 5, 경기는 17대 13으로 앞섰다. 늦은 공천과 쟁점 없는 선거임에도 이런 야당의 승리가 가능했던 것은 세월호 참사가 결정적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이들의 행보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수백 명 피의 값으로 당선된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인천은 송영길 후보가 측근비리, 지역 야권 내에서의 부정적 평가, 실제 조직력이 약한 문제 등으로 인해 선거 전부터 야권패배가 예상되던 곳이다. 문제는 국회의원들과 기초단체장들의 관계, 단체장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 간의 경쟁 격화 등으로 인해 선거가 쉽지 않았던 곳이다. 또한 인천은 서울 분위기와는 다른 고유한 지방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또 2010년과는 다르게 범야권이 똘똘 뭉쳐 여당에 맞서는 분위기 형성이 되질 않았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는 다르게 야권참패로 귀결되었다. 선거연합을 해서 기존의 구청장 후보 두 명이 그대로 정의당으로 출마했지만 결국 낙선했다. 이 점에서 정의당 지도부의 인천 기초단체장 선거 전략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기존 진보정당 구청장들이 모두 낙선했기 때문이다. 물론 울산의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낙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과천시장 선거 결과를 보자. 결과는 새누리 33.05, 민주 29.01, 녹색당의 서형원 19.25로 정의당과 단일화하여 출마한 시의원 출신 서형원 후보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에 비해 녹색당 특히 과천 선거는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소개를 하였다. 정의당과의 단일화 또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낙선했다. 녹색당 지도부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대목이라는 생각이다.

진보정당 과연 몰락했나?

진보언론들조차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4개 정당으로 나누어진 진보정당의 당선자 수가 과거 대비하여 줄어든 것을 크게 문제 삼았다. 이로부터 진보의 분열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진보의 통합임을 대부분 역설했다. 진보정당의 지지자들도 선거결과를 보고 대부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고에서 주장하듯이 정치는 특히 선거는 ‘이미지가 매우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진보정당원 자신들도 여기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보수-진보 언론 모두 다음을 지적했다. “2010년 민주노동당 시절 지방선거 대비 당선자수와 당선율이 급감했다. 1/3도 안된다.” “2012년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10.3%, 진보신당 1.1%로 합 11.4%보다 떨어졌다.” 숫자 비교로는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를 숫자로만 비교할 수 있을까?

‘진보적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한 교수는 “시대와 사회 흐름에 맞는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세력이라는 ‘공감대마저 상실’하였다. 운동권 이미지, 종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이 아직도 옛날방식만 고집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진다. 필자 생각에 분명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맞다.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학습 및 연구능력 부족은 분명 문제이다. 또 일부 성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마 이를 표현하는 정치활동 능력도 매우 서툰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2012년 총선 직후부터 대선을 치르고, 최근까지 2년간 각자도생의 길을 걸으며 진보정당 간에 ‘서로 다름’이 ‘서로 같음’보다 훨씬 큰 감성적 주제였음은 활동가들이나 관심 있는 지지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교수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이렇다. “당신의 관심은 당선자 수에만 있군요. 그렇게 보면 이번 선거는 진보정당들만이 아닌 야권 참패네요.”

필자의 생각에 어떤 선거는 이전까지의 정치·사회·경제적 의제들에 대한 제 세력의 투쟁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선거는 제 세력의 미래를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민중의 소리’나 ‘레디앙’이나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보는 민주당, 정당투표는 민노당 시절이 있었다는 것, 분열로 인해 정책역량이 약화된 것,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두 언론의 관점에서 물론 다른 점은 있다. 진보의 분열이 핵심 원인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위 ‘종북주의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판단이 다르다.

광역비례대표의원 투표인 정당 지지율 분석

정당이 4개로 나뉘었으므로 녹색당을 빼는 사람들이 많은데, 녹색당 특히 지도부가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렇지 않다. 녹색당의 주 의제가 나머지 3당에서도 중심적으로 다루는 것이고, 실제로 당원들 중에는 이중당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평소 활동도 연대하여 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런 점에서 4당으로 본다. 당선자수가 급감하는 것은 당연하다. 분석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게다가 한 선거구에 둘이 나오면 볼 필요도 없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아니 선거 시작 전부터 6.4 선거에서 진보 4당은 당선자수나 당선율이 급감할 것이라는 점을 웬만한 사람들은 공유하고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을 보면 ‘진보가 몰락하거나 참패’했다고는 보기가 어렵다.

전국 결과를 보면 진보 4당의 합계는 9.81%이다. 2012년 총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의 합계 11.9%보다 2.09% 감소한 것이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알다시피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여 총선에서 의석수가 약진했다. 그때의 통합진보당의 대중적 이미지는 좋았다. 즉 이미지 좋고 민주당과 연합하여 얻은 당 지지율이 10.3%였다. 그러나 지금 통합진보당은 대중적인 이미지가 나쁘게 형성되어 왔다. 나머지 3당 또한 언론에서는 찬밥신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81%면 적지 않은 지지율이다.

통합진보당은 511명, 정의당은 158명, 노동당은 111명, 녹색당은 23명의 후보를 냈다. 총 당선자는 모든 선거유형별로 합계 2952명이었다. 진보 4당의 출마자수는 803명, 당선자수는 총 55명이었다. 출마자 대비 당선자의 비율은 매우 낮음은 앞에서 지적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 803명의 출마자로 인해 얻은 정당 지지율이다. 단순계산으로 통합진보당은 511명 출마에 4.27%, 정의당은 158명에 3.62%, 노동당은 111명에 1.17%, 녹색당은 23명에 0.75%였다. 이 결과만 보면 녹색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음을 알 수가 있다. 그 다음이 정의당, 노동당, 통합진보당의 순이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은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선거비용만 고려하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문제는 위 결과에 대한 해석이다.

다음은 광역의원비례 출마자 수 비교이다. 새누리당 75명, 새정치민주연합 68명, 통합진보당 29명, 정의당 21명, 노동당 13명, 녹색당 12명이다. 진보정당들의 출마자 수가 적지 않다. 합하면 75명이다. 이는 새누리당과 같은 수인데 결국 진보정당 간에 서로 경쟁을 했다는 뜻이 된다. 한편 이중 통합진보당은 정당 지지율 10%를 넘긴 광주, 전남, 전북에서 각 1석씩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점은 위에서 언급한 호남지역에서 제2당 전략을 사용하여 성과를 얻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 정당 지지율이다. 즉 통합진보당 4.27%, 정의당 3.62%, 노동당 1.17%, 녹색당 0.75%이다.

위의 두 가지 관점으로부터 다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일단 노동당과 녹색당은 총선 결과 학습효과로 인해 정당 지지율 2%를 얻기 위한 전략을 구사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명인사도 없고 특히 노동당은 당명 전환 이후 첫 선거인 만큼 지지율은 높은 편이다. 2012년 총선 때와 비슷하다. 녹색당은 오히려 조금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진보 3당에 대한 거부감이 녹색당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두 당 모두 전체 출마인원 대비 지지율은 높은 편이다. 정의당은 소위 ‘유명인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정당이다. 그 점에서 지지율 상승이 있었을 것이고, 통합진보당이 총 출마자수도 월등히 많고 광역비례 출마자 수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선택했음도 추론가능하다. 가장 많은 후보를 내고도 통합진보당은 당 지지율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물론 4%를 넘는 지지율 획득과 당의 건재함을 알리는 데는 일정정도의 성과를 내긴 했지만, 통합진보당은 정의당에 비해 ‘유명인사’가 덜 하다. 총선 출마자는 지방선거 출마자와는 급이 다르다는 면에서 앞으로 정의당과의 제3당 입지 다툼에서는 유리한 바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한편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새정치민주연합과 선거연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기초의원 10명을 제외하고는 당선자도 없고, 정당 지지율은 3.62%로 원내정당으로는 초라하다. 통합진보당과의 제3당 입지 다툼에서 독자성을 강화한 통합진보당에 비해 유리한 바가 역시 별로 없어 보인다.

진보 4당 부활의 길은 있다

위에서 본대로 진보 4당으로 나눠진 상태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당 지지율을 높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보수 야당과의 경쟁도 어렵다. 그러나 9.81%라는 지지율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예전 민주노동당이 정치권에 안착을 한 이후 나온 지지율이 평균 13%대였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반(反)새누리· 비(非)민주’라는 유권자층이 강력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이 층은 그러나 진보 4당을 나누어 지지한 것만큼 그 성격이 단일하지 않음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꼴 보기 싫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43.2%의 유권자 중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또한 꽤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진보 4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당통합 이야기나 신당창당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정치공학적인 통합이나 창당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은 충분히 경험을 한 바 있다. 제대로 된 정당은 가치와 비전 그리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정책, 이를 만들어 낼 실력을 토대로 한다. 강력한 보수정당에 포획되어 있는 한국 정치이다.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어찌 간단하고 쉽겠는가?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지지하는 대중이 있으면 반드시 이를 기초로 정당은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기억해야 한다. 대중은 언제까지나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글·안성용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사회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책을 번역, 기획, 집필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