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유럽 정복은 가능한가?

2014-07-02     라파엘 리오지에

 

 "교장의 집은 ‘시장에 의해 매각된 뒤, 모스크로 개조’…" 최근 Europe1 방송에서 방영된 철학자 알랭 팽키엘크로의 이 말은 광범위하게 퍼진 환상을 속속들이 드러냈다. 여기에는 <유라비아>가 그 중심에 있다.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가 국유화한 수에즈 운하는 1956년 가을 한때, 이스라엘의 동맹국이던 프랑스와 영국이 며칠간 점거한 적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압박으로 이들은 곧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나세르 대통령은 이집트 내 수천 명의 유대인들을 추방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쫓겨난 유대인들 중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추방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세상에 대해 너무 단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녀가 후에 밧 예올(Bat Ye’or, 히브리어로 나일강의 딸)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지젤 오르비로 서구에 대항하는 무슬림 음모론의 가장 급진적인 이론을 내놓았다.

그녀는 유럽 구대륙을 깎아내리면서 ‘아랍 무슬림의 문명’이 이를 이용해 구대륙을 정복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세기말적 관점을 담은 그녀의 저서 <유라비아(Eurabia)>는 수십 년간 히브리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등으로 연이어 번역되는 성숙기를 거쳐 2005년 미국에서 출간된 뒤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부제 ‘The Euro-Arab Axis(유럽-아랍 축)’은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나치를 위시로 결성된 ‘무력의 축’을 연상시킨다. 노르웨이 극우 테러리스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의 선언에서 인용되기도 했던 밧 예올은 󰡒정복에 나선 아랍 무슬림이 쇠락하고 있는 염세적인 유럽을 침몰시킬 것󰡓이라고 했다. 밧 예올은 󰡒쇠락세인 유럽은 쏟아지는 오일 달러를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지중해 경계의 대폭 개방, 결국에는 이슬람화의 수용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예상치 못한 흥행을 일으켜(1) 유럽 극우파의 주요 주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국민전선(FN)의 마리 르펜 대표는 끊임없이 ‘이슬람 제국주의’를 격렬히 비난했다. 그녀에게 이슬람 제국주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자본의 엄청난 투자, 또 스카프를 두른 수많은 무리를 통해(2) 명백해지는 ‘유럽의 이슬람화’이다. 르펜의 국제 외교 정책 자문관인 지정학자 아이메릭 쇼프라드는 ‘아랍의 봄’이 오기 몇 달 전에 󰡒북아프리카의 독재 체제는 북아프리카의 비참한 상황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해 주는 최후의 방벽이다. 그런데 이러한 독재 체제 붕괴를 부채질하여 더 많은 이민자, 더 많은 혼잡, 더 많은 이슬람주의자 유입이라는 세 가지 결과를 양산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몇몇 극우 단체들(프랑스의 경우, 정체성 연합, 세속화 반격, 이슬람화 전망대 등)에서나 머물러 있던 ‘유라비아’의 이론은 이제 확산되어 보편화되었다. 이를 내세운 정당들은 선거에서 상당한 표를 획득하였다. 스위스에서는 중앙민주연합, 노르웨이에서는 진보당, 오스트리아에서는 자유당(FP), 영국에서는 영국 독립당(UKIP)이 그렇다. 지식인들 중 일부도 드러내놓고 ‘유라비아’를 주창한다. <유라비아>의 첫 장 맨 첫 줄에 인용되었던 이탈리아의 언론인 오리아나 팔라치(2006년 실종), 독일의 경제학자 틸로 사라친, 프랑스의 작가 르노 카뮈 등이 그들이다.(3) 이들 모두의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비현실적이지만 확산되는 유라비아

밧 예올의 예측은 신문 판매고도 올려주고 있다. 이제 무슬림의 ‘위협’에 대한 기사를 다루는 언론은 더 이상 ‘일부’가 아니다. <렉스프레스(L’Express)>지는 ‘이슬람에 맞선 서구’(2010년 10월 6일)의 투쟁이나 이슬람에 대한 ‘불편한 진실’(2008년 6월 11일)(4)을 쏟아 내었다. <르 푸엥(Le Point)>은 ‘이슬람 공포’(2011년 2월 3일)를 야기하고 부르카에 대해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2011년 1월 21일)을 까발리거나 ‘거리낌 없는 이슬람’(2012년 11월 1일)에 격분했다.

독일의 역사학자 에곤 플라이그(5)처럼 진지한 관련 연구자들조차 이러한 유라비아 이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인구학자 미셸 트리발라가 이슬람에 의해 정복된 유럽의 붕괴를 알리는 크리스토퍼 콜드웰의 성공작에 열광적인 서문을 쓰기도 했다.(6)

언론과 정치가 열광할 만큼 ‘아랍 무슬림의 위협’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우선 밧 예올은 걸프 지역의 오일 달러로 무슬림들이 유럽을 ‘사들인다’고 단언했다. 그 예로, 2013년 5월 20일 카날 플러스 채널의 한 방송 제목은 ‘카타르: 4가지 수업을 통해 세상을 정복하다’였다. 그러나 2011년 중동 지역의 전체 수출 중 22%가 유럽과 북미인 반면, 유럽과 북미 전체 수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다.(7) 달리 말해, 중동을 사들이고 있는 것은 서구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유라비아 시나리오의 ‘국제 관계’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관대하기는커녕,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굳건한 동맹국들이다. 물론 밧 예올이 강조하듯이 유럽 국가들이 1988년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유엔 총회의 43/177 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맞다. 그러나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가 찬성했다. 이후 유럽연합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 눈에 띄는 행보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 입장을 취했다. 2011년 9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무드 아바스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안전보장이사회의 팔레스타인 인정을 촉구했을 때,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이사회 불참을 선언했다.(8)

이제 걸프의 아랍 왕조가 유럽을 사들인다는 논리는 터무니없는데, 무슬림 인구의 확대로 유럽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추산 중 최대치에 따르면 유럽연합 내 현재 거주하는 무슬림의 인구는 약 5천만 명이며, 이 수치가 향후 20~30년 내에 두 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제멋대로 나온 수치가 아니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 내놓는 수치다. 바로 ‘유럽의 인종학살’이라는 표현을 쓴 장본인이자 북미의 유라비아 신화를 퍼뜨리고 있는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 캐나다 언론인 마크 스타인이다. 그에 따르면, 무슬림 인구는 2020년경 유럽 인구의 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라비아 공포가 극우의 반사이익으로

넓은 의미에서 무슬림 인구가 현재 유럽연합 인구의 2.4~3.2%(1200~1600만 명)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마크 스타인의 예견이 현실화되려면 이 비율이 15~20배로 증가해야 한다. 적어도 유라비아론의 추종자들은 가능한 변화라고 확신할 것이다. 무슬림의 물결이 유럽으로 몰려오고, 이어서 엄청나게 예외적인 속도로 인구를 재생산하고, 대대적인 개종 전략을 실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근거와 관련, 실제 수치는 이들의 주장과 어긋난다.

유럽 각국의 사회는 1980년대 이후 안정적인 이민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1.1%, 영국은3%, 독일은 오히려 -0.7%(2009년 통계)다. 유럽 연합 내에서 가장 많은 10개 이민자 공동체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나라는 오직 이 세 국가뿐이다. 대다수 모로코, 터키, 알바니아 출신의 무슬림들이 이 3개국에 거주하고 있다.(9) 더 나아가 무슬림들이 다른 민족들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에서 출생률은 서구 국가들과 매우 근사하며 때로는 이란 같은 나라에서는 더 낮은 수치를 보이기도 한다.(10) 유럽 내 정착한 무슬림 여성들의 출산율은 1970년대 이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고 2000년대 초에는 일반 인구의 출산율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11)

이제 남은 것은 개종 문제다. 일간지 <The Independent>는 2011년 1월 4일자에서 독자들에게 ‘영국의 이슬람화’ 위기를 알렸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이슬람 종교로 개종한 이의 수가 (전체 6천만 인구에서) 5만~10만 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6백 명 중 1명꼴로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이다. 연간 5천 명의 개종(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이보다 좀 더 많을 수 있다) 속도로 볼 때 영국이 무슬림 신도 대다수의 나라가 되려면 6천 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참 느리디 느린 ‘정복’이라 할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기독교 개종의 속도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중국이나 아프리카의 경우 매일 만 명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있다!(12) 1세기도 안되어 5억 명의 신도가 증가하는 기독교는 역사상 가장 빠른 종교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 세계의 복음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언론은 거의 없다.

이 같은 허상에도 불구하고 유라비아 시나리오의 영향력은 높아지기만 한다. 무슬림 음모론의 그림자는 새로운 문화적 방어론의 자양분이다. 즉 소수 민족들 전체에 의해 위협받는 ‘토박이’ 유럽인들의 ‘가치’와 ‘생활 방식’을 수호하자는 것, 그리고 그 소수 민족들 중 가장 핵심이자 공포스러운 민족은 무슬림이라는 것이다. ‘유라비아’의 신화 덕에 객관적으로 극우 진영에 위치한 유럽 정당들은 좌우 구분을 초월할 수 있게 된 듯하다. 그들은 이제 진보, 자유, 민주주의, 독립, 관용, 정교 분리와 같은 가치들을 위조하여 수호자인 듯 행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평시의 득표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글·라파엘 리오지에 Raphal Liogier

<다가오는 이 포퓰리즘(Ce populisme qui vient, Textuel, Paris 2013)>의 저자

번역·박지현

남극보호연합(ASOAC) 동아시아 지부 담당 

 

(1) <이슬람의 신화, 집단 집착에 관한 에세이> Seuil, Paris, 2012년

(2) 2012년 대선 때 국민전선(FN)이 소개한 대외 정책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표현이 있다.

(3) 각각 순서대로 다음의 책을 저술했다. <분노와 오만(Plon, Paris, 2002) ; 상실해가고 있는 독일(DVA, 뮌헨, 2010) ; 거대한 대체>(David Reinharc, Neuilly-sur-Seine, 2011)

(4) Julien Salingue이 쓴 «언론에 나타난 이슬람 강박증», Action-Critique-Médias(Acrimed), 2012년 11월 6일자, www.acrimed.org

(5) «이슬람은 세계 정복을 원한다»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rancfort, 2006년 9월 15일

(6) Christopher Caldwell 저서 참조 ReflectionsontheRevolutionInEurope: Immigration, Islam, andtheWest. London, AllenLane. 2009년

(7) 2012년 10월 WTO 통계 수치

(8) Laurence Bernard의 기사, « 유럽 연합의 팔레스타인 실패», 2013년 11월

(9) «유럽 국가들의 인구 및 인구 변화(1980-2010)», Population, vol. 66, n° 1, Institut national d’études démographiques, Paris, 2011년

(10) Gérard-François Dumont, «세계인구에 관한 잘못된 증거», 2011년 6월

(11) Charles F. Westoff 와 Tomas Frejka, «Religiousness and fertility among European Muslims», Population and Development Review, vol.33, n° 4, Hoboken(New Jersey), 2007년

(12) Patrice de Plunkett의 저서, 세계정복에 나선 기독교 복음주의자들, Perrin, Paris,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