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고립시키는 팔레스타인 BDS 운동

2014-07-02     줄리앙 살랭그

 

2013년 3월 14일, 미국에 있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 위원회(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 AIPAC) 연례회의에서 이스라엘 총리의 연설이 있었다. 이스라엘 안보, 시리아, 이란 핵문제, 팔레스타인과의 협상 등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주제는 크게 놀라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전적’인 주제 외에 새로운 주제가 튀어나왔다. 이스라엘 정책에 대항해 벌어지고 있는 “보이콧, 투자 중단, 제재(Boycott, Désinvestissement, Sanctions)”라는 국제적 운동이 그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운동 명칭의 첫 글자를 딴 ‘BDS’라는 표현을 18회나 언급했고, 연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이 문제에 할애했다.

팔레스타인 민간단체 172개가 연합해 2005년 7월에 시작된 ‘BDS 운동’(1)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자치권이라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할 의무를 지키고 국제적 의무원칙을 완전히 준수할 때까지 계속될 비폭력적 제재 조치”(2)를 주장한다. 이 조치는 이스라엘 경제 및 기관 보이콧, 이스라엘에 대한 해외 투자의 철회, 이스라엘 국가와 지도부에 대한 제재의 세 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AIPAC 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BDS 운동 주도자들이 “평화를 후퇴시키고”,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강경하게 만들며”, “쌍방 간의 타협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BDS 운동의 근거와 목표를 비난하면서 그 효율성도 부정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표현을 빌면 이 운동은 호경기를 누리고 있는 이스라엘 경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서 BDS가 차지한 비중과 그것의 비효율성에 대한 주장 사이에는 분명 모순이 있다. 이 같은 아이러니는 “그들이 실패하리라는 사실이 BDS 운동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에 집약돼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실제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의 어쩔 수 없는 모순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BDS가 이스라엘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이 되고, 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그들에게 자유롭게 활동할 여지를 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BDS 지지자든 반대자든 한 가지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BDS 운동이 최근 들어 운동 주창자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스라엘이 고립될 위험이 있다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BDS 운동이 유례없는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2014년 2월 1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케리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불법화하려는 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문제에 민감하다. 보이콧이나 온갖 종류의 일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스라엘 내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일부는 “케리 장관이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불리한 협상을 강요하기 위해 보이콧 운동을 정당화하고 BDS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런 비난은 잘못된 것이다.

이스라엘 내 해외투자 중단 성과 잇달아

이처럼 상황이 과열된 것은 BDS가 최근에 거둔 승리 때문이다. 2014년 1월 말, 현재 투자자산 6290억 유로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펀드 중 하나인 노르웨이 국부펀드(3)는 예루살렘 정착촌 건설에 관계했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이스라엘 투자회사(Africa Israel Investments)와 아프리카 이스라엘 합자회사인 다냐 세보스(Danya Cebus)를 ‘블랙 리스트’에 추가했다. PGGM(투자자산 1500억 유로) 또한 같은 이유로 수천만 유로에 달하는 5개 이스라엘 은행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했다. 역시 1월에 독일 정부는 이스라엘 첨단기술회사들이 예루살렘 정착촌이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지원금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례들은 경제 분야(여기서는 투자 중단)에서 BDS 운동의 발전을 잘 보여준다. BDS 운동은 최근 다른 분야, 특히 학술 및 기관 분야에서 상징적 승리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 올해 2월 초, 미국 지식인 5000명이 모인 학술단체 아메리카학회(American Studies Association, ASA)는 66%의 찬성을 얻어 이스라엘 학계와의 교류를 단절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영어권 학계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사건은, 2013년 5월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이스라엘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퇴장한 사건의 뒤를 잇는 것이다. 2013년 4월에는 아일랜드 교원연합(TUI, 회원 1만4000명)이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 비난하며 BDS 운동 지지 발의를 가결했다.

BDS 운동의 팔레스타인 측 주요 지도자 중의 한 명인 오마르 바르구티는 이런 성공이 경제 영역에서 거둔 성공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아메리카학회와 같은 중요 학회와 학계의 이스라엘 보이콧의 영향은 대학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미디어에서도 BDS 운동을 정당한 토론주제로 삼기에 이르렀다.”(4)

그러나 ‘소다스트림 사건’이야말로 BDS 운동의 발전 규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건일 것이다. 예루살렘 근처의 정착촌 마알-아두밈에 위치한 이스라엘 기업 소다스트림은 탄산수 제조기를 생산하는 회사다. BDS 운동은 오래전부터 이 기업을 규탄해왔다. 정착촌 건설로 혜택을 본 기업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이스라엘 단체 ‘후 프로핏(Who Profits)’은 2011년 1월에 팔레스타인 자원과 노동력 착취에 관한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간했다. BDS 운동에 관여하는 여러 단체는 소다스트림, 프랑스의 다티(Darty)처럼 소다스트림 제품을 판매하는 광고업체를 타깃으로 삼았다.

소다스트림 광고 파문에 당황한 이스라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소다스트림은 최근 우디 알렌 감독의 뮤즈 중 하나인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을 모델로 영입했다. 요한슨이 출연한 CF 광고는 2월 2일 미국의 슈퍼볼 광고로 방영될 예정이었는데, BDS 운동가들이 즉시 이 사실을 포착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착촌 건설과 요한슨에게 돌아간 출연료를 규탄하기 위해 이 광고를 패러디했다. BDS는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정부기구 옥스팜(Oxfam)에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요한슨이 2007년부터 옥스팜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월 30일, 옥스팜은 요한슨과의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옥스팜은 홍보대사들의 독립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요한슨의 소다스트림 홍보 역할은 옥스팜의 홍보대사 역할과 양립하기 어렵다. 옥스팜은 국제적 의무의 이름으로 불법적인 이스라엘 정착촌과의 모든 무역거래에 반대한다.”(5)

소다스트림 사건은 프랑스에서도 재빠르게 번져나갔다. 만화가들 역시 BDS의 경고를 받고 소다스트림이 1월 30일부터 2월 2일까지 개최된 앙굴렘 국제 만화축제의 공식후원기업이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는 요한슨 스캔들이 한창이던 때였다. 앙굴렘 만화축제 수상자 10여 명을 포함한 참가자 100여 명은 1월 31일자 공개서한을 통해 분노를 표명했다. “소다스트림이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의 공식후원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랍고, 실망스러우며,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면서 “앙굴렘 축제와 이 수치스러운 기업 사이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것”을 주최 측에 요구했다. 만화가 자크 타르디와 가수 도미니크 그랑주는 “이스라엘의 정착 정책과 가자지구 봉쇄,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 침해를 지지하는 기업이 이번 해 출판 자금 일부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주최 측 때문에 우리가 인질이 되었다”고 단언했다.

소다스트림 사건은 모순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BDS 운동에 대처하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네타냐후 총리가 AIPAC 회의에서 한 연설과는 달리 이스라엘 당국은 BDS를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2013년 6월, 이스라엘 총리는 BDS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회의를 주최했다. 당시 총리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을 불법화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였고, 향후 대책을 유발 슈타이니츠 전략정보부 장관에게 일임했다. 전략정보부는 이란 핵과 같은 ‘전략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안보, 첩보, 외교 기관과의 협력을 담당하는 부처다.

불안정화와 재정보화, 관점에 따라서는 ‘정보 조작’으로 간주될 수 있는 활동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략정보부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한 것은 이스라엘이 BDS 운동을 어느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략이 과연 효율적일까?

소다스트림 경우는 이스라엘 방식의 논리적 난점을 완벽하게 드러낸다. BDS를 무시하는 척 하면서 싸우는 것은 BDS 운동 주창자들을 불리하게 하려는 양날의 검 전략이다. 사실 이 전략은 이스라엘을 ‘그저 평범한’ 국가로 ‘불법화’하려는 시도와의 싸움이다. 달리 말하면, BDS 운동 주창자들과 국제연합 결의안들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평가한 상황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다.(6)

소다스트림 광고에서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식인들이나 예술가들 초대, 그리고 문화행사 후원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전략은 점령과 정착촌 건설 ‘세탁’ 작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대개 그 결과는 이전까지 거의 관심을 기울이면서 행동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분노를 증대시켰을 뿐이다.

“우리는 거품 속에서 살고 있다. 나라 전체가 국제적 현실과 단절되어 있다. 보이콧 운동은 한결같이,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전진하고 발전하고 있다. 그것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고통 받게 될 것이다.”(7)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법무장관의 이러한 선언은 이스라엘의 궁색한 입장을 잘 드러냈다. 이스라엘이 택한 전략의 취약점은 팔레스타인과 모든 타협을 거부하는 이스라엘의 고집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의 절대적으로 이념과 말의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BDS의 발전은 열성 행동가들의 행동주의와 말 때문이 아니다. 비록 그들이 견인차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이 비폭력 행동주의는 2008~2009년 겨울에 있었던 가자지구 무차별 폭격에서부터 끊임없이 재개되는 정착촌 건설, 가자지구 봉쇄와 2010년 5월 민간구호선단 리버티호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 등 이스라엘의 정치 현실에서 자양분을 얻고 있다.

최근의 운동 전개와 미디어의 관심은 BDS 운동의 확산과 비약적인 질적 발전에 대한 반증이다. 튼튼한 기반을 바탕으로 BDS 운동은 점차 몇몇 기관의 중간 단계, 아니면 상위 단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단순한 ‘악마적 성격 벗겨내기’ 전략에 의해서 와해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역사가 지브 스테른헬은 최근에 “우리의 배타적 영토권이란 명목으로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짓밟는 행동으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반감에 갖게 될 위험이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그 반감을 반유대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8)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글·줄리앙 살랭그

팔레스타인 전문가로 파리8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저서로 <팔레스타인을 찾아서>(2011), <아랍혁명회고>(2011)등이 있다.

번역·김계영

파리 4대학 불문학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2006), <르몽드세계사3>(2013)등이 있다.

 

(1) BDS 운동의 기원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윌리 잭슨, “이스라엘은 투자 중단 운동으로 위협받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월호

(2) 호소문 전문은 www.bdsfrance.org에서 볼 수 있다.

(3) 노르웨이 은행이 관리하는 이 국부펀드는 석유 수입과 해외 투자로 재원을 충당한다. www.regjeringen.no

(4) 얀 발바렌, “BDS는 상승 중”, www.palestinemonitor.org, 2014년 2월 24일

(5) “이스라엘/소다스트림 : 스칼렛 요한슨은 더 이상 옥스팜의 홍보대사가 아니다”, 2013년 1월 30일 AFP 공문

(6) 이 전략 이전에 프랑스에서는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BDS 운동을 형사재판에 회부하려 했던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도미니크 비달, “보이콧, 이스라엘과 그 친구들의 반격”,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2월호

(7) “리브니 : 우리는 세계와 단절돼 거품 속에 살고 있다”, www.ynetnews.com, 2013년 12월 30일

(8) 카트린 구에제, “보이콧은 왜 이스라엘에게 두려움을 주는가” www.lexpress.fr, 2014년 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