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비친 퀘벡

<우리의 영상> 세르주 부샤르

2014-07-02     필립 페르송

 

퀘벡의 영화감독들은 서부 영화를 찍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말은 대륙을 정복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농부가 수레를 끌기 위해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세르주 부샤르는 퀘벡 출신의 감독들에게 주목한다. 부샤르의 저서 <우리의 영상>(1)은 영화를 분석하는 기존의 영화사 같은 책이 아니라 영화감독들이 보여주는 것과 드러내지 않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책이다. 퀘벡이 가진 거대한 자연 공간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법이 없는 퀘벡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관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야생 자연 즉, 야생 자연이 지닌 다양성, 깊이, 거대함은 영화 속 주요 배경이 아니라 장식 배경 정도면 적당하다.”

오히려 퀘벡 감독들은 ‘삶의 불안감’을 관심 있게 조명한다. 퀘벡 감독들은 퀘벡이 가진 열등감과 무력감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조명했다. 영화마다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영화의 정체성 문제 역시 중심적으로 다룬 책이다. 캐나다 주류 언어인 영어, 피지배자의 언어인 퀘벡 속어, ‘글로벌 프랑스어’라 불리는 퀘벡 프랑스어 사이에서 퀘벡 사람들은 늘 자신의 표현을 찾아 헤맸다.

부샤르는 퀘벡 영화에 빠져드는 것은 퀘벡의 영혼에 대한 기록 속에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5년 전에 론칭된 <코끼리, 퀘벡 영화의 기억>이라는 프로그램은 퀘벡의 모든 영화 유산을 복원하고 디지털로 전환해 퀘벡의 영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1940년대 프랑스어권 영화 제작 시작에서부터 1,200편의 영화 작품을 한눈에 조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약 200편 정도의 퀘벡 영화는 이미 미국의 애플의 온라인 부티크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이번 프로그램을 후원한 기업 퀘베코는 이드로 퀘벡 그룹의 미디어 분야 자회사로 대표이사 칼 플라도는 지난 4월 총선에서 퀘벡당의 의원으로 선출되었다.(2) 플라도는 이번에 야심찬 프로그램을 이어가면서 퀘벡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퀘벡 사람들은 퀘벡 영화사를 보면서 마음속에 갖고 있던 열등감에서 해방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퀘벡은 열등감 때문에 오랫동안 자랑스러운 퀘벡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자비에 돌랑과 스테판 라플뢰르가 주축이 된 젊은 세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두 사람은 올해 칸느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돌랑은 26세에 <로랑스 애니웨이>, <농장의 톰>,(3) 칸느 심사 위원상 수상작 <모미> 같은 영화를 다섯 편 찍었다. 돌랑과 함께 퀘벡 영화는 영화 기법과 방법에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돌랑은 영화 속에서 북미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평범한 퀘벡 사람들을 그릴 뿐만 아니라 퀘벡의 각계각층과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다루고 있다.

한편, 라플뢰르는 평범한 일상을 주로 그리며 현실을 미스테리하고 몽환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대륙>과 <익숙한 땅에서>(4)는 퀘벡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면서 동시에 퀘벡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새로운 것을 조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점이란 세상을 끊임없이 묵묵히 받아들이는 퀘벡 사람들의 성격이다. 퀘벡 사람들은 혼자 지내면서도 연대의식을 배워간다. 세 번째 영화 <니콜, 잠든 그대>(2014년)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농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리고 있으면서 따뜻한 시선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다시 새롭게 피어나고 있고 젊은 감독들에 의해 생기를 찾고 있는 퀘벡 영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퀘벡의 독립성을 부각시켜 줄 것이다.

 

글·필립 페르송 Philippe Person

영화평론가 겸 작가. <기원하라! 기쁨의 짧은 순간을>(2004)의 공저자

 

 

(1) Serge Bouchard, <우리의 영상>(Les Images que nous sommes>, Editions de l'Homme, 몬트리올, 2013년

(2)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장 프랑수아 나도, ‘정치적 방황으로 대가를 치른 퀘벡당’

(3) <농장의 톰>은 2014년 4월에 프랑스에서 개봉했다.

(4) <대륙(Cotinental)>과 <익숙한 땅에서(En terrains connu)>는 DVD로 구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