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거울, 탈출구 없는 여로

<동짓날> 스베티슬라브 바사라

2014-07-02     자비에 라페루

민주 기독교당에서 활동하며 세르비아의 정계에서 전직 외교 대사를 지낸 스베티슬라브 바사라는 제목만 <몽골 가이드북>일 뿐 가이드북이 전혀 아닌 책을 썼다.

소설도 불안정한 문장을 써서, 읽는 사람은 어떻게 이 문장이 끝까지 갈까 조마조마할 정도다. 최근의 소설 <동짓날>은 여주인공 나나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 속 나레이터가 나나의 친구인지 나나와 어떤 관계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여자의 초상, 그리고 세상의 끝에 대한 초상은 깨진 거울 속에 비춰지고 바사라는 우리에게 이 깨진 거울 위를 맨발로 걸어가도록 한다.

1960년에 태어나 1993년에 세상을 뜬 나나는 정열적인 삶을 살았다. 열두 살에 노점상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아이 아빠는 나중에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나나의 두 번째 사랑은 고해신부이다. 고해신부는 얼굴은 창백하지만 겸손한 외모 안에 야수 같은 섹스 에너지를 숨기고 있었다. 결국 고해신부는 자살했다. 나나는 구원을 찾고 싶은 마음에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나는 미국에 정착해 이름을 ‘베라트릭스’로 바꾸고 마음껏 자유를 누린다. 누드 모델로 서고, 시도 쓰고, 성공도 맛본다. ‘전제주의 시스템에서는 무시당하던 그녀의 시 작품들이 미국에서는 열정적인 환영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모든 것이 돈으로 변해야 한다.’ 나나는 두 명의 부유한 남성과 차례로 결혼을 했다. 한 명은 텍사스 출신의 백만장자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고, 다른 한 명은 ‘러브 조이’라는 파격적인 이름을 가진 교수였다. 그러나 나나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쩌면 나나의 삶은 탈출구 없는 길을 떠나 또다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작가는 생각의 체계 속에서 움직이는 것 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해 확신을 뒤흔들고, 등장인물들을 문학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등장인물 가운데 나나의 아버지가 두드러진다. 아버지는 자신의 놀라운 관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쟁이 터지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도시들을 평화롭게 쓰러뜨릴 수 있어. 새로운 도시들이 나타나는 시대는 도약과 낙관주의가 가득하지. 이 도시들 앞에서 미래가 펼쳐지니까.”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자는 것이 작가 바사라의 신념일까? 어쩌면 작가는 러브 조이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아닐까? “인본주의자들이 보는 인간은 단순히 교과서의 예시일 뿐이지. 인간이란 직접 거리를 뛰지 않으니까.” 소설 <동짓날>을 읽는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환영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글․자비에 라페루 XAVIER LAPEYROUX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이렇게 될 줄 몰랐어>(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