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자본, 인간증권거래소의 서막?

2014-07-28     로라 랭

크자비에 도리송과 토마 알라르는 이른바 인간 증권거래소(HSE)라는 공상만화 작품을 계획했다. 어쩌면 곧 이 만화를 ‘다큐멘터리’로 재분류해야 할 것 같다.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선진국의 경제가 고갈되는 동안, 유일한 금융자산, 즉 인간만이 위기를 버틴다는 게 이 만화의 핵심이다. 예컨대 위기를 견뎌낸 사회의 기득권자들은 인간 시장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시세를 매길 수 있고, 자신들의 시가총액을 챙길 수도 있다. 직업, 소득, 결혼여부, 당 수치, 사회관계 등과 같은 준엄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이 행운아들은 본인의 일부 소득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불한다.

실존인물인 아담 스티지는 HSE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콜럼비아대 졸업생은 자신이 창업한 외과 수술 장비 업체에 자본을 대기 위해 2012년 개설한 사이트인 크라우드펀딩 업스타트(crowdfunding Upstart)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렸다. 울룰레(Ulule) 같은 고전적인 금융파트너를 찾는 사이트에선, 투자자들(1)에게 프로젝트를 판매하는 데 반해, 이곳에서는 개인을 판매한다. 스티지의 이력서는 호감을 얻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 27살의 엔지니어는 26명의 투자자들로부터 6만 달러를 투자 받았고, 그는 이제 이들에게 자신의 연소득의 6%를 10년 동안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미국인들은 ‘인적자원 계약’에 서명하기 위해 페이브(Pave)와 럼니(Lumni)와 같은 업스타트(Upstart) 회사들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족쇄가 풀린 자금은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회사 창업, 학위 취득, 학자금 대출 상환, 음악 순회공연 자금 충당, 영화 제작, 스포츠 훈련비 등등. 업스타트 회사에 뽑힌 지원자들은 자신들의 이력과 프로젝트를 상세히 밝히고, 반대로 업스타트 플랫폼은 이들의 향후 소득 계획을 세워준다. 이른바 “백커(backer)”라 불리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맘에 드는 지원자들에게 투자를 하고, 그 대가로 이들은 5~10년 동안 지원자들의 향후 소득에서 최대 7%까지 챙긴다. 업스타트 회사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투자받은 금액의 3%를 챙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 같은 금융 투자는 솔깃하다. 왜냐하면 위험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창업업체 4곳 중 1개꼴로 망할 확률이 있지만,(2) 하버드대나 콜럼비아대 출신 미국인이 성공할 확률은 99%에 달하고 그에 합당한 소득도 올리고 있다. 설령, 이들이 첫 사업에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이들은 대개 금방 재기하는 데 필요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투자자는 기업보다는 개인에게 투자를 함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법과 사회적 궤적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하이브리드식 계약의 특성은 명확하지 않다. 이 계약은 일정 기간 동안 대출 기능을 하는 것은 맞지만, 금리처럼 보수 금액이 정해지지 않았다. 보수 금액은 주식처럼 투자한 사람의 역량에 달렸다. 백커들을 채권자로 간주하든 주주로 간주하든 간에, 업스타트 회사들은 어쨌든 만약 생성된 소득 수준이 자신들의 예상과 맞아 떨어지면 8%의 투자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젊은 사업가에겐 고전적인 은행 대출이 더 싸게 먹힐 수도 있다. 하지만 업스타트 시스템은 젊은 사업가에게 다른 장점을 제공한다. 첫째, 사업가가 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하는 해엔 투자자들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가 있다. 둘째, 그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 아이다호 유기농 농장으로 염소를 키우러 간다고 해도, 법적으로 그를 제제할 법이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햇병아리 사업가에게 본인들의 인맥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게 득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신참 사업가에게 조언과 네트워크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게다가 미래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창업자가 자신의 ‘후원자’에게 꼼짝없이 수백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상환 금액의 상한선을 정한 방지책도 마련되어 있다.

인간 금융자산의 실험무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적자본’에 대한 모든 의미를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로 규정했다. “인적 자본은 개인·사회·경제적 복지 창출을 촉진시키는 개별적인 특성, 능력, 자격, 지식의 총체이다.”(3) 1960년대에 등장해 1980년대부터 굉장한 붐을 일으킨 이 개념은 현재까지도 개별 기업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인 담론에서 특히 수사학적인 유추처럼 쓰이고 있다.(4) 이와 마찬가지로 물리적 자본(공장과 기계)도 기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의 원천이다. 특히 물리적 자본 하나하나는 지속적인 직업훈련을 통해 ‘인적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업스타트 회사와 함께 꿈을 실현시킨다. 스티지의 자본은 명시적 수치로 환산된 그의 시장가치와 그에게 투자한 주주들을 위한 기대 수익률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상품화가 수용되는 게 불편한 것은 이것이 사실상 자본주의와 임금제만큼이나 오래된 현상이 낳은 명시적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는 ‘노동력’과 ‘노동자’를 구분하는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노동자, 즉 임금 노동자는 노예와 달리 자신이 주인이다. 단지 그는 자신의 ‘노동력’의 성과를 임금을 받고 대여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 같은 상품화는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직업의 범위 내로 한정된다.

그러나 ‘임금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란 임금노동자와 노예 간 구분의 근거가 존재한다지만, 이런 구분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노동자가 수많은 직업병에 시달리고, 더 나아가 육신을 희생당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한편, 회사 중역들은 본인의 창의력, 기억력, 동기부여, 인격, 사회적 관계, 즉 궁극적으로 본인의 삶 전부를 기업에 바치지 않던가? 최악의 허구와 현실이 서로 만나는 것처럼, 인적자본의 개념은 이제 몸과 영혼의 동원, 말하자면 신자본주의가 실제로 직원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현재 다른 단계로 넘어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력이 단순 상품 상태에서 금융상품 상태로 넘어가고 있는 과정이랄까? 이 말인즉, 노동력이 다양한 소유권으로 전환되어, 소유권 보유자에게 현금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이 소유권이 사채시장(5)에서 거래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투자자들은 짐이 되는 물리적 자산을 소유한 게 아니라 간단한 계약만 체결했기 때문에, 언제든 자신들의 투자에서 발을 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투자자들은 유동성 재산이 주는 혜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잠재적으로 모든 것은 금융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석유 한 통, 밀 1kg, 회사의 자본, 국가 부채,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 등.(중략) 스티지의 노동력 또한 도리송과 알라르의 반유토피아적인 만화 속에서처럼 금융자산으로 전환될까? 일부분만 그렇게 될 것이다. “스티지 주식”은 업스타트의 알고리즘이 계산해 산정한 상품 가치를 지녔으며, 이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진짜 주식 소유자들에게나 지급될 법한 배당금도 지불하고 있다. 그 대신, 스티지는 지금 당장은 다양한 소유권으로 분할되지 않지 않은 채 전체로 남아있다. 그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이 그를 조각내어 되팔 수 있는 사채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 선수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상품화가 특이한 형태를 취하는 프로 스포츠 분야에선 이미 이런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축구 클럽들은 축구선수의 이적 시장을 지칭하는 이른바 메르카토(mercatos)에서 다양한 스타 선수들을 사들인다. 물론 기술적으로 이들 이적 선수의 계약은 일정 기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축구선수들이 상품화와 금융화 간 경계를 뛰어 넘은 최초의 물리적인 인간(인간 자본)인 셈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선 금지되어 있지만, 축구 선수들의 지분 구입은 이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대략 1,000여 명의 축구 선수들이 보통 경제위기를 겪는 클럽으로부터 자신들을 사들인 투기자본(헤지펀드)에 속해 있다. 2011년, 예를 들어 포르투갈 축구 클럽, FC 포르투는 260만 유로에 젊은 프랑스 축구 선수 엘리아킴 망갈라의 남은 3분의 1의 계약기간을 우라늄 광산 전문 투자펀드의 자회사인 두와이엥 스포츠에 양도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이 선수로 인해 발생된 현금 유동성에 대한 성과급을 챙긴 게 아니라, 계약을 되팔아 넘기는 시점에 발생한 이 선수에 대한 가치 상승분을 챙긴 것이 된다.

망갈라의 지분은 아직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채, 불투명한 사모펀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 지분들은 합의에 따라 전문 헤지펀드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축구선수는 여러 증권으로 나눠진 채, 자신의 클럽과 투기펀드 사이에서 분산될 수 있다. 하지만 축구선수 시장은 아직은 유동성이 미미하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아무것도 축구선수 시장이 유동성이 있는 시장이 되는 것을 가로막진 않는다. 캘리포니아의 증권거래업체인 판텍스의 플랫폼은 운동선수들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식축구 스타 아리안 포스터의 기량을 걸고 이미 투자자들을 상대로 1,050만 달러를 투자받겠다고 나섰다. 요컨대, 판텍스는 포스터의 지분 1,050만 달러를 1주당 10달러를 받고 대중에게 판매해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만약 판텍스가 이 투자 펀드를 조성하면, 포스터는 1,000만 달러를 받고, 이 회사는 나머지 50만 달러를 챙기고, 주주들은 이 선수가 올릴 연간 소득의 20%를 챙기게 된다.

운동선수를 금융 상품화한 이런 증권은 이미 스포츠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다른 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가상현실과 유사한 미래에는 학생들의 지분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거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인적자본의 금융화가 대세라면, 인적자본의 금융화는 대중화와 표준화를 꼭 거쳐야 한다. 금융은 항상 유동성을 찾기 때문에, 금융은 채권이 거래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사채시장을 필요로 한다. 설령 2,000만 유로의 가치가 있는 축구 스타가 경제 영역(사채시장)에 나타난다 해도, 충분한 거래 규모로 (채권)시장을 떠받쳐 유동성 재산을 보장해주기엔 턱 없이 미약하다. 그래서 금융은 최대한 인적 자본을 끌어 모으고, 이들을 동질화시켜 기획 상품이나 주식 지수 속에 결집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운동선수를 금융화한 상품에 굉장한 매력을 느껴 투자자들이 덤볐다간 실망을 할 수도 있는 시기이다. 왜냐하면 이 시장의 대중화가 자본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물론 업스타트는 최고 명문대학 출신 젊은이들, 즉 알짜배기만 뽑는다. 하지만 업스타트가 국가 인재들을 싹쓸이 한다면, 다른 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여타 챔피언들(비명문대 출신들)의 품질에 관심을 덜 보일 수가 있다. 또한 가난한 대출자들의 담보 대출, 이른바 “서브프라임”에 목줄이 조이게 될 투자은행들은 기획 상품(인적 자본)에 “트리플 A” 상표를 붙여 이들 대출자들에게 팔아볼 요량으로 이들을 규합하려 들 테니, 이국적인 새로운 금융 상품 도구는 연기금을 집어 삼킬 테고, 그 속에서 수집한 “인적 자본 계약서” 뭉치의 품질은 의심을 사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순진한 투자자들이 부실 자산을 떠안게 될 게 뻔해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이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은 이미 업스타트와 유사한 원칙을 기반으로 한 선도적인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종종 빚을 지게 되는) 등록금을 내는 대신에,(6) 본인들의 미래 소득의 3%를 20년간 오레곤 주에서 운영하는 특별 펀드에 내기로 계약을 맺고 있다. 말하자면 소득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학위를 다른 사람보다 비싸게 파는 셈이다. 심지어 금전에 쪼들리는 게으른 학생들조차도 빚의 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 고안자들은 서슴없이 이 프로그램이 “사회보장”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만약 이들이 조롱을 감수할 수 있다면, 이들은 다음과 같은 공산주의 격언도 기치로 내걸었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살던 시대에서 각자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로.”

더 나아가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치도 내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경제적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오레곤 대학은 되도록이면 ‘취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는 줄이고 학생도 지적인 잠재성 아닌 경제적인 잠재성을 바탕으로 선발할 것이다.” 금융공학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것이 루이 블랑(노동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 작업장론’을 주장했던 프랑스의 사회주의학자)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아직 멀었다.

글.로라 랭·Laura Raim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Jacques Denis, <모든 생산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3월호

(2) Deborah Gage, <The venture capital secret, 3 out of 4 Start-Ups fail>,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12년 9월 20일

(3) <복지 국가. 인적 사회적 자본의 역할>, OCDE, 파리, 2001년

(4) Alain Bihr, <인적(중략)자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7년 12월호

(5) “기회”의 시장, 즉 이미 유통되고 있는 증권을 되파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