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 비판수위 높이는 신보수주의

2014-07-28     기욤 볼랑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전 총리의 정치재단은 성실히 신보수주의의 길을 닦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길은 이미 잘 닦여있다. 아스나르 전 총리는 재단 활동을 통해 자신과 같은 보수주의자이며 정치 맞수인 마리아노 라호이 현 총리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번화가 살라만카에 있는 한 유리 빌딩 7층에 스페인 집권당인 국민당(PP)의 싱크탱크 사회연구분석재단(FAES)의 사무실이 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스페인 총리를 역임했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FAES 재단은 이데올로기 투쟁에 만족하지 않고, 마리아노 라호이 현 국민당 정부를 감시하는 임무까지 맡고 있다. 초긴축정책, 시민의 자유제한, 낙태허용 재검토 등으로 충분하지 않다. FAES 재단은 2009년부터 국민당 정부의 ‘중도 편향적’ 정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1) 아스나르 전 총리는 자신의 재단을 통해 경쟁적으로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치적 지원기지를 세우려는 것은 아닐까?

아스나르 전 총리가 FAES 재단의 대부

1990년대부터 스페인에서는 수많은 정치재단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는 재단은 아스나르 전 총리의 강한 인맥을 등에 업은 FAES 재단이 유일하다. 국민당 주위를 맴돌고 있는 수많은 군소 재단 사이에서 FAES 재단은 국민당의 유일한 싱크탱크로 군계일학과 같다. 아스나르 전 총리는 일찍부터 재단을 통해 총리 퇴임 후에도 계속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파블로 카르모나 파스쿠알, 베아트리스 카르시아 도라도, 알무데나 산체스 모야와 같은 사회학자들은 “국민당 밖에 있는 마드리드의 신보수주의자들은 선거에서 표를 거의 얻지 못하지만 국민당 내부에서 신보수주의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노선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2) 일차적으로 당내 주류세력이 되고 궁극적으로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 신보수주의자들의 야심이다. 그렇다면 FAES 재단의 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아스나르 전 총리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한 것처럼, “라호이 총리의 ‘체념적이고 무기력한’(3)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조직을 전시체제로 전환시키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 왔는데 이제는 사상적, 정치적 작전을 개시할 때가 된 것 같이 보인다. 위에 언급한 사회학자들은 이를 FAES 재단의 “이중 전선 작전”이라고 부른다. 한쪽에서는 스페인 사회노동당(PSOE)의 사회민주주의 좌파와 싸우고, 다른 쪽에서는 국민당의 소수세력인 ‘중도파’와 투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FAES 재단은 정확한 액수가 알려지지 않은 민간기금 외에도 상당 금액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금은 1997년 아스나르 총리가 취임한 후 몇 달 안 되어 후원법이 제정되었고, 이 기금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FAES 재단이다. 2013년 총 지원금 90만 유로 중 약53만 유로가 FAES 재단 몫이었다. 사회노동당의 싱크탱크인 아이디어스 재단보다 두 배나 더 많은 금액이었다.

전 총리의 정계 복귀 사전 포석

전 세계 6,500개 싱크탱크의 순위를 매긴 미국 펜실베니아대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FAES재단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대 싱크탱크에 선정되었다. 설명할 것도 없이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의 눈에 띌 정도로 수많은 언론 매체에 언급된 덕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전 총리(사회노동당)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깊은 인상을 받아 2009년 스페인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였다. 당시 스페인의 미구엘 세바스티안 산업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양측은 모두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그런데 극단적 자유주의를 표방한 후안 데 마리아나 연구소의 대표인 가브리엘 칼사다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반대하는 51페이지짜리 보고서를 급하게 작성해서 언론에 배포했다. 보고서에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인지 마드리드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대학교의 로고도 새겨 넣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일자리 하나가 창출되면 다른 곳에서 2.2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스페인 경제의 거품을 터뜨릴 것”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이 들어있는 보고서였다.(4)

이에 대해 스페인 일간지 <푸불리코>는 “FAES 재단은 칼사다 보고서를 퍼뜨리기 위해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을 중심으로 미국에 있는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고 썼다.(5) FAES 재단의 미국 파트너인 헤리티지 재단은 이 보고서를 300여 개의 미국언론 매체에 뿌려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매체들은 모두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었다. 아스나르 전 총리는 연간 20만 유로의 고문료를 받고 머독에게 ‘조언’을 하고 있었다.(6) 당시 미국의 기후변화 담당장관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반론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냈지만 헛수고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안과 관련하여 더 이상 스페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FAES 재단은 “재단의 설립이념이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단의 사무총장이며 아스나르 전 총리의 오른팔인 하비에르 사르살레오스는 재단의 이념보다 ‘정치, 문화, 도덕의 수호자로서의 서구’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다. 그는 “사파테로 전 총리의 특기였던 ‘정치연설의 과도한 감상주의’에 힘입어 FAES 재단은 신보수주의에 ‘함께 우는 가슴’, 다시 말해 온정주의의 옷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물론 사르살레오스가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무능, 라호이 총리로 대표되는 우파의 소심함과 함께 ‘평화주의, 다문화주의, 관용, 연대에 기반을 둔 경제’(7)를 풍자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 ‘온정주의’는 ‘대립을 무조건 피하고,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비겁한 것’이다. 한마디로 ‘현실부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한 사람 중의 한 명이 신보수주의자를 ‘현실의 공격을 받은 신자유주의자’라고 정의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신자유주의자’라기보다는 ‘신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르살레오스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서구 전통의 도덕적 수호자’가 국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결합된 ‘자유보수주의의 후계자’임을 자처했다.

아스나르 전 총리는 “정치무대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내 몫의 책임을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다. 나의 양심, 나의 당, 나의 국가를 위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책임도 받아들일 것이다.”(9)

글·기욤 볼랑드 Guillaume Beaulande

스페인, 중남미 전문기자

번역·임명주 myjooim@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Ana Capilla, Jorge Sainz, 'Dónde estàn los votantes?' <FAES>, 마드리드, 2009년 4~6월호

(2) Pablo Carmona Pascual, Beatriz García Dorado, Almudena Sánchez Moya, <Spanish Neocon>, Traficantes de sueños, 마드리드, 2012년

(3) Amtema 3, 2013년 5월 21일

(4) ‘El lobby neoliberal del PP boicotea a España en EEUU’, <Pùblico>에서 인용, 마드리드, 2009년 7월 19일

(5) Ibid.

(6) Vozpopuli.com, 2013년 7월 22일

(7) Valenti Puig, ‘Estrategias del buenismo’, FAES, 마드리드, 2005년

(8) Irving Kristol, <Neo-conservatism. The Autobiography of an Idea>, Elephant Paperbacks, 시카고, 1999년

 

(9) Antena 3, 2013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