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정권을 위협하는 국민의 분노

2014-07-28     필리프 르벨리

 

 최근 캄보디아 정부의 무력 진압 이후 섬유 노동자들과 노조는 최저임금 인상 실현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어제까지도 그들을 지지했던 야당은 이제 사회문제는 제쳐두고 정권과 선거에 대한 논의에 정신이 팔려있는 듯하다.

2014년 1월 3일 전쟁터로 변한 캄보디아 프놈펜의 벵스렝 대로에 아침이 밝았다. 이 지역에 밀집해 있는 의류봉제공장의 파업 노동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화염병을 던지고 투석전을 벌이며 진압대를 공격했다. 이에 진압봉과 최루탄, 소총 AK47 등으로 중무장한 경찰 수백 명도 무력으로 대응했다. 지난 12월 24일에 6개 핵심 노조연합이 월 80달러에서 160달러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고 공장 전체가 거의 마비되면서 캄보디아의 유혈충돌은 시작되었다.

1월 2일에는 캄보디아 최정예 911 공수여단이 급습해 약진통상 공장의 파업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진압대와의 충돌은 밤새 이어져 다음날 오후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5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파업 참가자 및 노조 간부 23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연행되었다. 이튿날 군의 장갑차는 벵스렝 대로를 정찰하고, 경찰과 괴한 무리는 몇 달 전부터 야당의 집회장소로 사용되어온 캄보디아 수도의 중심에 위치한 프리덤 공원을 봉쇄했다. 그리고 그 곳에 있던 활동가와 승려, 기자들을 몰아내고 연단과 텐트를 망가뜨리고 심지어 불교제단까지 부쉈다. 정부는 시위 및 집회의 무기한 금지를 발표했다.

정치 위기는 2013년 7월 28일 총선을 치른 다음날 촉발되었다. 부정선거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 인민당(PPC)이 48.83%의 득표율로 승리하고 전체 의석 123석 가운데 68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선거에 비해서는 22석이나 퇴보했다. 캄보디아 구국당(CNRP)은 44.46%로 55석을 얻었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구국당의 승리를 주장하고 조사위의 설치를 요구했다.

그 이후 9월부터 야당은 프리덤 공원에서 매주 시위를 벌이며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시위 참가자들과 함께 총리 사퇴와 재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구국당의 지도부는 인민당의 모든 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구국당 의원들은 의회에도 불참하고 있다.

지난 12월초부터는 곳곳에서 파업과 사회운동이 증가하고 있다. 툭툭(손님 좌석인 트레일러를 연결한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은 기름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사회정의를 위한 수도승 네트워크의 승려들은 시골을 순회하며 토지 독점에 항의하는 농민과 원주민들의 항의 사항을 모으고 있다. 또한 교원노조도 파업을 촉구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정권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섬유 노동자들도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캄보디아 구국당의 정치적 계산이 이번 투쟁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대규모 폭동에는 정부에 대한 깊은 불만이 담겨 있고,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분야로 시위가 확대되고 있다.

 

근무환경은 악화, 구매력은 저하

물론 캄보디아는 지난 10년간 7~8%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해오고 있다.(1) 프놈펜에는 쇼핑센터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고 거리를 메운 화려한 자동차들은 더 이상 UN 관리나 비정부기구 간부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툭툭 기사들은 핸드폰으로 서로의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도시의 젊은이들은 신제품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빈곤율이 감소했더라도 캄보디아 국민 3분의 1은 여전히 하루에 1달러 50센트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고, 의류나 관광, 농업 관련 산업의 두 자리 성장률은 결국 박봉과 토지 횡령을 위한 농민 추방과 심각한 자연 파괴로 이어졌다.

2013년에 55억 3천만 불의 영업 이익을 기록한 의류업계는 캄보디아 수출의 5분의 4를 차지한다. 4백 개 이상의 기업에서 50만 명의 노동자(여성이 95%)들이 근무하며 유명 기성복 브랜드와 해외 유통업체들의 옷을 생산하고 있다. 캄보디아 의류생산자연합이 불안한 국내 정세를 속인 덕분에 투자자들은 가을부터 계속된 파업이나 정치 소요사태에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임금상승으로 인해 캄보디아나 이웃국가들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급증했다. 이 덕분에 작년에는 의류 및 스포츠 신발 수출이 20%나 증가했다.(2)

이처럼 경기 호조와는 반대로 근무 환경은 더욱 악화되어 비위생적이다 못해 위험하기까지 하고 노동자들의 구매력도 오히려 감소했다. 포첸통 산업지구의 한 노동자는 “고용주들은 우리를 존중해주지 않는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생산량이고 우리가 죽더라도 그저 유감스러워할 뿐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세계노동기구(IL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자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를 고발했다. 기업의 85%가 매일 2시간 이상의 초과근무와 주 6일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작업장의 65%에서 근로자들이 혹서를 견디고 있고 비상구가 막혀있는 공장도 53%에 달했다.(3)

2013년 5월에는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사이에 공장 2곳에서 건물이 붕괴됐다. 방글라데시의 라나 플라자 붕괴사고(4)의 사망자 수보다는 적지만 어쨌든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사망했고 3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한 작년에만 과로로 쓰러진 근로자가 700명 이상 등록되었다.(5) 2014년 2월에 최저임금이 월 100달러로 인상되었지만 여전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하며 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생활임금 157~177달러에 한참 밑도는 수준이고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구매력이 3분의 1 감소했다.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의 분노가 작년 130여 건의 파업과 12월의 총파업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무력 진압을 통해 시위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1월에 연행된 파업 노동자 23명은 3월이 되어서도 여전히 억류되어 있다. 캄보디아에서 시위할 권리는 정권의 의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기업주들은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을 이용해 달갑지 않은 직원을 해고하고 파업기간 동안 공장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백여 명의 시위 참가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일으키기는커녕 불만만 더욱 고조될 것이다.

지방에서도 분노가 끓고 있다. 2001년 ‘경제적 토지양도(ELC)’(6)라는 미명하에 민영기업에 국유지 임대를 허가하는 부동산법이 채택되면서 3백만 헥타르-국토의 16.6%-면적의 토지가 국내외 기업의 손에 넘어갔다.(7) 국민의 80%가 농촌에 살고 있고 농업이 전체 일자리의 55.8%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이 같은 부동산 양도는 분쟁만 촉발시킬 뿐이었다.

 

부동산 재개발로 도시빈민 강제 퇴거

또한 캄보디아 설탕에 무관세 혜택을 주는 ‘무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라는 유럽 공동체 제도 덕분에 많은 농업관련 기업들이 설탕 생산에 몰려들었고 경제적 토지양도를 통해 7만5천 헥타르의 토지를 임대했다. 그 결과 캄보디아의 설탕 수출은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수천 명의 농민들은 그들의 땅에서 쫓겨나야 했다. 생계 수단을 빼앗긴 농민들은 이제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취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깨끗한 설탕 캠페인’을 벌이는 국내외 비정부기구는 이곳의 고된 노동 환경과 미성년자 고용 실태를 고발했다.

고무나무 재배산업도 호황을 누리자 정부 관료와 가까운 인사들과 결탁한 베트남과 중국 기업들이 이를 장악했다. 비정부기구인 글로벌위트니스에 따르면 120만 헥타르가 고무나무 기업들에 임대되었으며 역시 이를 위해 농가들의 희생이 강요되었다.

중국 톈진의 유니온 개발 그룹(UDG)은 경제적 토지양도 덕분에 캄보디아 남서부에 위치한 코콩 주의 보툼 사코르 자연보호지역 내에 4만5천 헥타르의 토지를 임대해 호화 호텔과 해변 관광시설, 골프장, 카지노, 공항, 고속도로 등을 갖춘 최고급 관광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아직 공사가 완공되려면 멀었지만 농·어촌 수천 가구가 이미 이주했고 환경운동가들은 장대한 프로젝트를 위한 불법 벌목 때문에 산림훼손이 자행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보툼 사코르 공원 내의 불법 삼림 개발을 규탄했던 환경운동가 춧 부티는 2012년 4월 26일 살해되었다.

도시지역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프놈펜의 벙칵과 보레이 케일라 지역에서의 강제 철거 반대 운동 중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캄보디아 인권연맹에 의하면 프놈펜의 빈곤지역에 거주하던 2만여 가구가 부동산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강제 퇴거 당했다.

집은 불도저로 밀려 불타버리고 농사지은 수확물은 짓밟히고 주민들은 연행되거나 구타당하고, 경비와 군인들은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던 중 2012년 5월 16일에는 15살 소녀 헹 첸타가 크라티 주의 브로마 지역에서 주민과 경찰 간의 유혈충돌 중 총에 맞아 숨졌다. 토지 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인권 단체들은 철거 과정에 자행되고 있는 폭력사태의 증가와 기업을 위해 투입되는 군경의 과잉진압을 고발했다. 또한 군경은 농기업들의 입구에서 야간 경비를 서주고 봉급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 인권개발단체(Adhoc)의 툰 사래이 대표는 “캄보디아 헌법과 정부가 서명한 국제협정, 부동산 법률은 상대적으로 농민과 원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대리인을 앞세워 양도에 승인하도록 만들어 결국 법률로 제한된 1만 헥타르보다 훨씬 더 넓은 토지 조성이 가능했다. 이렇게 관광이나 농업관련 기업들은 자연보호지역에 토지를 불하 받았다. 이들에게 불법 벌채나 지역 공동체에 대한 속임수는 더 이상 어려운 일도 아니고 강제 철거민들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로 한 계약도 지키지 않고 있다.

퇴진 생각 없는 훈센 총리

법원도 이에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 기자들이나 비영리단체의 활동가들에게는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한다.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했던 비하이브 라디오 방송국 소유주인 몸 소난도는 2013년 3월에 체포되어 ‘내란 음모죄’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고 지금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석방된 상태다. 벙칵 지역에서 철거 반대 운동을 벌이던 주거권 활동가 욤 보파도 1년간 억류되었다가 2013년 11월에서야 석방되었다. 사래이 대표는 “정부는 우리가 빈민촌 주민들에게도 권리가 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조직화되어야 한다고 인식시켜준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정에 끌려가는 우리 동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국내외 비영리단체들이 모호한 ‘시민 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정부에 매우 비판적인 이 단체들은 국민들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 그들의 사회활동과 해외 기자들과의 관계는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정치 분석가 켐 레이는 “야당 총수인 샘 레인시는 비영리단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권력 투쟁의 전략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크메르족의 반(反)베트남 감정에 영합한 그의 외국인 혐오증에도 불구하고 샘 레인시는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다. 1월 초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벵스렝 대로 주변의 베트남 상점들이 시위대에 의해 약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8)

철저한 자유주의자인 레인시 당수는 비영리단체에 자금을 대주는 서방국가들의 신임까지 받고 있다. 1월 유혈진압이 일어난 다음날 유럽 의회는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고 미국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원조의 일부 동결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서방국가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최대 해외 직접투자자인 중국은 개발원조에 있어서 캄보디아 왕국의 최대 파트너다. 지방통합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기업들은 캄보디아에 도로와 철로를 건설하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는 훈센 총리가 인민당의 유력인사들과 구축된 관계로 충성을 맹세 받고 있으며 아주 작은 시골 마을까지도 자신의 세력이 영향력이 뻗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예로 집권여당 의원 5명이 경제적 토지양도의 20%를 자신의 몫으로 챙겼을지도 모른다고 캄보디아 인권센터(CCHR)가 밝혔다. 훈센 총리는 군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어서 작년에만 군 예산이 17%나 증가했다. 장교 29명과 경찰서장 6명이 4성 장군으로 승진했고 2010년에 이미 캄보디아 병력은 미국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중국계 크메르족에 대해 다니엘 탄 연구원(9)은 “지방 대주주와 매판(10)인 이들은 국가의 재원 독점 논리가 지배하는 시스템 속에서 불가피한 파트너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1985년부터 캄보디아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훈센 총리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 올해 초 시위대를 진압한 후에 총리는 “모든 것이 정상이다. 국가도 기업도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11)고 말하며 구국당의 의원들에게 의회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구국당 지도층과의 협상을 제안했다. 사실상 논의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만 이루어질 뿐 임금 인상 및 토지 반환, 강제퇴거 중지 등과 관련한 국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사실 정부가 염려하는 것은 정치적인 대립보다 사회운동이다. 2013년 하반기 내내 구국당의 시위에 대해 보여줬던 관대함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섬유공장 노동자와 농민, 철거 반대 활동가들에 대해 벌인 강경진압이 그 증거다.

 

글·필리프 르벨리 Philippe Revelli

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Terres> 시리즈 연출 http://philipperevelli.com

 

번역·배영미 petite0222@hotmail.com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졸

 

 

 

(1) ‘Cambodia Overview’, 세계 은행, www.worldbank.org

(2) 통상부 발표, <캄보디아 데일리> 인용, 프놈펜, 2014년 2월 5일

(3) http://betterfactories.org

(4) 올리비에 시랑, ‘세계의 재봉틀 방글라데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6월호

(5) ‘Mass fainting at Kandal factory’, <프놈펜 포스트>, 2013년 11월 21일

(6) 경제적 토지양도는 경제적 성격을 띤 프로젝트로 임대기간은 99년까지 가능하며 이론적으로는 1만 헥타르까지만 임대할 수 있다.

(7) ‘Land in conflict’, 캄보디아 인권 센터 2013년 보고서, www.cchrcambodia.org

(8) 맷 블롬버그, ‘Rights group reaffirms stance on use of “yuon”’, <캄보디아 데일리>, 2013년 12월 19일

(9) 다니엘 탄, ‘캄보디아에서의 중국민족의 디아스포라, 재구성된 정체성의 역사’ 파리 정치연구원 연구 석사, 2006년

(10)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지방 유산계급

 

(11) 키 소부티, ‘Hun Sen says his face as good as any; situation is normal’, <캄보디아 데일리>, 2014년 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