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2014-07-28     에드워드 사이드

 

199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지 50년이 지나서야,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인으로 <오리엔탈리즘>을 저술한 위대한 지식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지난 팔레스타인 여행을 이해하게 됐다.

두 개의 대조적인 인상이 다른 것들을 지배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1948년에 이스라엘이 독립한 결과였다. 첫 번째 인상은 이스라엘이 처음 건국할 때부터 팔레스타인을 없애기 위해 또는 팔레스타인을 정치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여전히 그곳에 있다는 것이다. 기억과 현실이 묻히거나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간단히 말해서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민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모든 것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끊임없는 적대감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존재가 우리를 완전하게 없애버리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더 나아가 파기해버렸다.

베냐민 네타냐후(1996~1999년 이스라엘 국무총리 역임, 2009년에 다시 국무총리에 임명되어 재임 중-편주) 총리는 반아랍 인종차별주의를 표방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이스라엘의 잔인한 조치를 비롯한 부정에 맞서 투쟁하도록 도와준다. 그의 의도와 달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족을 헐뜯고 이들을 축출하기 위해 계속되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대하며 참을성을 잃어버린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바로 그곳에 있다. 때로는 보잘 것 없고 조용한 노동자(역설적으로 이들이 식민지를 건설했다), 레스토랑의 급사장, 요리사, 여타 미천한 직종에서 일하면서, 때로는 헤브론에서처럼 이스라엘인들이 우리의 삶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다함께 저항을 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지배적인 인상은 시간이 가면서 이스라엘이 점점 더 우리 땅을 잠식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갔던 거의 모든 길과 우회로, 작은 마을들은 모두 일상적인 비극의 장이었다. 토지가 몰수되고 농지가 훼손되고 나무와 풀이 뿌리 뽑히고 수확물을 빼앗기고 집들은 파괴됐다. 그 주인인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같은 공격을 멈추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 그곳에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정부는 아무 도움도 못되고, 훨씬 부유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들에게 관심조차 없다.

가족을 위해 자그마한 집을 지을 돈을 마련하고자 15년간 이스라엘에서 낮에 불법으로 일했던, 35세 나이에 비해 겉늙은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서글픈 무기력함밖에 느낄 수 없다. 어느 날 그의 집은 이스라엘 불도저에 의해 세간과 함께 밀려 폐허가 되어 버렸다. 유대인들은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바로 이것이 순수하면서도 단순한 아파르트헤이트(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역주)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1998년 5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이 글을 기고했다.)

 

글·에드워드 사이드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명비평가, 문학이론가. 미국 콜럼비아대 영미 비교문학 담당 교수를 역임했다. 명저 <오리엔탈리즘>(1978)에서 서구 사회가 창출해낸 동양에 대한 오랜 편견과 허위의식을 드러냈다. 이후 <문화와 제국주의>(1993), <박탈의 정치학>(1994),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2001) 등 2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2003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번역·조승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