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정치적 자유권 보장해야

2014-07-28     김승환

 

 “교사의 정치적 자유권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시대착오적 헌법 조항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교사의 경우 ‘교단의 정치화’ 프레임에만 가둬 놓고 일체의 정치적 자유권을 불허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이후에도 전국 시도 교육감 중에 가장 먼저 노조 전임자 복귀 명령을 거부해 교육부와 각을 세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헌법학자답게 전교조 문제를 헌법이 보장한 자유권적 관점에서 바라봤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최근 선출된 민선 시도 교육감 중에 가장 먼저 김승환 교육감을 만난 것은 그가 나름의 교육철학을 지켜내기 위해 지난 4년간 1기 때 이명박 정권시절, 이주호 장관에게서 검찰에 7번이나 고발당하면서도 굴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교육부의 고발경고에도 노조전임자 복귀명령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지난달 23일 한자리에 모여, 교육부가 ‘시한을 정해 그 날짜까지 현직에 복귀하지 않는 전교조 전임자 32명을 직권 면직하라’고 내린 지시를 거부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복직 명령 이후에 어떤 절차를 밟고, 어떤 처분을 내릴 것인지는 교육감의 권한이므로 교육부가 더 이상 개입치 말라”고 합의성명을 냈다. 교육부는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교육감들을 직무유기죄로 형사고발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취임 이후 김 교육감께선 교육부와의 정면 갈등으로, 여느 시도 교육감보다도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실, 교육부와의 갈등 속에서 당위성과 현실성을 고민한다. 당위는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교사들도 당연히 합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전교조를 완벽히 보호해야 하고, 이것이 제가 지켜야 할 당위성이다. 따지고 보면, 교사들의 정치적 자유권을 법적으로 억압한 게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다. 교수들은 정치적 자유권을 거의 무한정 구가하는데, 교사라고 해서 그걸 억누르는 게 말이 되는지….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여러 제약이 있어 당위성만 밀고 갈 경우 충돌이 생기고 또 예상되는 불이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다.

-교육감 중에 가장 먼저 교육부의 직무이행 요구를 거부했는데.

전교조가 비록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고, 그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서울행정법원이 판결 선고를 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법적으로 전교조는 노조다. 그렇다면 노조 실체를 가지고 있는 전교조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다. 헌법에도 어긋나는 것이고 법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재정상의 압박 등 불이익이 예상되는데.

재정 압력의 여지는 크지 않다. 그리고 만약 직무유기죄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하면 사실은 교육부도 싸움에 따른 부담이 있다. 지난 4년간 1기 때 이주호 장관이 검찰에 7번 고발했다. 전북교육감에 대해서만 집요했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다. 그럼에도 한 번도 못 이겼다. 법적으로 떳떳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의미인가.

법적으로 판단해보면, 전교조를 완벽히 보호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충돌이 생기고 또 예상되는 불이익이 있다는 얘기다.

-6·4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언론은 ‘진보교육감의 승리, 압승, 싹쓸이’라고 표현했으나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결론은 진보교육감의 승리도 아니고 전교조의 승리도 아니다. 유권자의 서글픈 심정이 표출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가가 아이들 앞에 이렇게 잔인할 수도 있는데, 이런 후보자라면 내 아이를 맡겨도 될까, 좀 떠 따뜻하게 정중하게 내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까. 이게 선택 기준이었다. 진보니까 선택했다, 전교조니까 선택했다. 천만의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 해석을 잘못하면 상상할 수 없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전교조 전임자 복귀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데서 보듯 김승환 교육감이 너무 ‘왼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글쎄. 그런 말을 듣지만, 사실 제 머리 속에 진보 이데올로기가 없다. 굳이 말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상식주의자라 할 만하다.

-취임사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세월호 침몰 참사는 단순한 선박 운항상의 사고사가 아니라고 봤다. 그것은 국민의 생명권 보호를 제1책무로 하는 국가가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 노력을 국가가 했어야 한다. 앞으로도 국가가 제대로 챙길 것인가라는 불안이 남는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 분향소를 설치했고, 희생자 추모의 날을 지정하고 추모비로 건립하겠다고 했다. 다른 교육청에서는 하지 않는 일인데.

교육청 차원의 분향소 설치를 전북만 했다. 4월 16일을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그날은 학생들이 참가하는 교육도 할 것이다. 추념조형물도 설치할 것이다.

-전북은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역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에 대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죄인이라는 심정을 갖고 있다. 경기도 아이들은 동시에 전북의 아이들이다. 경기도 선생님들은 동시에 전북의 선생님들이다.

-학생 체벌 금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보면, 일선 교사들은 어느 정도의 체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는데….

우리 학생들이 체벌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다. 마치 군대에서 졸병들이 밤에 기합 안 받으면 잠이 안 오는 것처럼 체벌이 일상화되어 있다. 내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데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인권침해 불감증이다. 이 인권침해 불감증 상태에서 인권감성으로 옮겨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

-체벌도 문제지만 학생들 사이의 폭력이나 왕따, 이런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 아이들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른들이 어떤 원인을 제공했는지, 어른들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말 아침이 행복하고 저녁이 자유로운 성장을 해야 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나게 많은 짐을 지워놓고 압박을 하고 있다. 아침 일찍 학교 가야 되고, 늦게 와야 되고, 하루 종일 시달려야 하고, 학원에서도 시달려야 하고, 이런 구조를 만들어 놨다. 아이들도 인간인데, 한창 자유롭게 활동하고 성장해야 할 아이들을 누르고 압박을 하니까 감성이 풍부한 그때에 아이들이 가만히 있다는 게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폐지가 핫이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정양 시인의 시 중에 ‘불륜의 잉태’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자사고는 불륜의 잉태라고 본다. 그런데 애가 태어났다. 그렇다고 아이를 죽이느냐.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 역시 교육감 아이들이다. 평가 기준을 정확하게 설정해서 공정하게 평가를 하겠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문제가 없으면 통과시키겠다. 다만 평가를 하는데 교육감 머릿속에 평가 결과를 예단하면 안 된다. 엄밀하게 평가 절차를 거치겠다.

-선행학습 금지와 사교육 없는 학교가 화두다, 이게 가능하겠는가?

아이들 교과서는 딱 필요한 수준의 내용을 필요한 양만큼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적혀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백을 남겨놔야 한다. 거기에서 아이들 지적 활동이 일어나고 교사들의 교수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두 개 다 문제다. 교과서 수준이 너무 어렵고 양이 너무 많다. 가면 갈수록 이게 가중된다. 전형적인 예로 우리나라 중3 수학교과서를 미국에 갖다 놓으면 고3 수학교과서가 된다. 이렇게 어렵게 학습한 수학 지식이 수능시험 끝나면 다 증발된다. 왜 그러냐. 아이들의 삶과, 실생활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공식 외우기, 문제풀이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아이들은 우리 중3 수준의 수학 지식을 가지고도 평생 써먹고 있다.

-이런 사태의 주범이 누구인가?

대학교수들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은 똑같은 내용도 어렵게 쓰면 자기가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글은 누구든지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교과서 수준을 정상화시키고 분량을 정상화시키는 것, 그것을 저는 교과서 도덕성 회복이라고 부른다. 교과서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데에는 아마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교수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기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왜 대학교수들이 쓰는가.

그게 교육부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다. 그것을 뜯어고쳐야 한다. 교과서 만드는 데 대학교수들은 손을 떼어야 한다. 그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보통교육은 잘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공교육이 무너지다보니, 제도권 교육시스템에 신뢰를 갖지 않는 학부모들이 많다. 홈스쿨링, 대안학교, 독학, 검정고시 등에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교육의 정상화가 그 답이라고 본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제도권 밖의 교육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수행한다면 학부모들의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는데.

치졸하고 비겁하다. 좀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거 교육감 직선제 옹호론자들이었다.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의 표시가 아닌가. 그 불만은 누구에 대한 불만인가. 바로 유권자에 대한 불만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것이다.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고. 이런 논리대로라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 체육관 선거로 갈 것인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선거를 통해 ‘지금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시대적 소망과 당위를 담아낸 인물들이 교육감이 되었을 따름인데, 이를 진영 논리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마저도 정치논리로 파악하려는 세력의 못된 버릇”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환

고려대 법학박사.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냈고, 제16대 전북도 교육감(2010~14)을 거쳐, 교육감 재선에 성공해 지난 7월부터 제2기 임기 시작.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해 한국 인권영화제 위원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담·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