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외곽에 사는 사람들의 세계

2014-07-28     마리 노엘 리오

2013년, 로마에서 너무나 대조적으로 그린 두 편의 이탈리아 영화가 제작되었다. 한 편은 2014년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게 되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더 그레이트 뷰티>이고, 또 한 편은 2013년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첫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성스러운 도로>다. 첫 번째 작품은 역사와 신화의 도시인 로마의 모습을, 두 번째 작품은 로마의 외곽 순환도로를 각각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 <성스러운 도로>는 해설이 따로 있지 않고 외곽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구급차 운전사, 창녀, 서민임대주택에서 달랑 TV만 갖고 사는 독신 여성, 뱀장어 잡이, 병든 월계수 나무를 고치는 정원사로, 로마 외곽에 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같은 제목의 책(1)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원작의 두 저자, 니콜로 바세티와 사포 마테우치는 로마를 둘러싸고 있는 외곽도로를 조사하면서 책을 쓰게 되었다. 두 저자는 책을 집필하기 위해 2년 반 동안 기차, 버스, 자전거로 외곽순환도로 주변을 구석구석 다니며 관찰했다. <성스러운 도로>는 가이드북, 에세이, 르포라기보다는 300km 정도의 도로의 모습을 담은 짧은 여행기라는 게 두 저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책은 로마 외곽순환도로에서 볼 수 있는 성당, 동굴 같은 유적지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게 묘사되는 것은 평범한 장소들이다. 두 저자는 외곽순환도로 쪽에 있는 장소와 사람들뿐만 아니라 공터, 서민임대주택 등으로 이루어진 주위 풍경도 관심어린 눈으로 관찰한다. 로마 외곽순환도로는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 공간으로 그려진다. 동시에 두 저자가 그리는 로마 외곽순환도로 주변은 언제나 변화하는 공간으로도 그려진다. 로마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문화유적지가 두드러지는 시내고 또 하나는 로마다운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외곽이다. 영화 <더 그레이트 뷰티>는 화려한 로마의 시내를 보여주고 있고 다큐멘터리 <성스러운 도로>는 평범한 일상이 있는 로마의 외곽을 보여준다. 로마다운 것은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시내와 외곽의 대조적인 두 가지 모습을 아우르고 있다.

 

(1) Nicolò Bassetti, Sapo Matteucci, <성스러운 도로>(Sacroromano GRA), Quodlibet, 마세라타, 2013년

 

글·마리 노엘 리오 Marie-Noël Rio

번역·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