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주의시대에서 21세기까지 살펴보는 의학

2014-07-28     가브리엘 발라즈

 18세기 치료사들이 남긴 문서기록은 현대 의학에 대해 전해주고 있는 것일까? 철학가였던 피에르 장 조르주 카바니, 자위에 대한 연구로 유명해진 사뮈엘 오귀스트 티소. 카바니는 의학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글(1)을 남겼고 티소는 치료 상담에 대해 편지 형식으로 쓴 책(2)을 남겼다. 최근에 재발행된 이 두 권의 책은 공공 의료 시스템,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얽힌 역사를 다루고 있다. 두 권의 책 모두 의학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상원의원으로 활약한 카바니는 특정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정신병자, 죄수, 노인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을 세우자고 주장했다. 의학이 더 이상 개인적인 자선 활동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로서 새로운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한편, 티소의 저서는 환자들이 자위와 건강에 대한 연구로 유명해진 스위스 로잔의 의사에게 상담하는 편지 1,300통을 담고 있다. 의사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편지는 환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관찰하는 입장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특히 흥미롭다. 환자들이 의사에게 원격으로 상담치료를 받는 편지글을 보며 독자들은 환자들의 경험을 보건 철학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현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면도 흥미롭다.

심장이식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그려 최근 의학을 분석하는 작품(3)도 있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일반 의학 노동 조건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사회학자 멜린다 쿠퍼와 카트린 왈드비(4)는 저서를 통해 장기 기증이 법률과 사회적인 면에서, 기술적인 면에서 어떻게 국가 간 거래 대상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기증자(조직, 장기, 혈액, 줄기세포, 생식세포)와 기증 받는 사람 모두 신체가 임상 실험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두 저자에 따르면 현대의 실험 조건은 투명하지 않기에 기증자와 환자 모두에게 위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까지 임상 실험이 병원이나 감옥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후 제약산업과 함께 연구 계약을 통해 임상 실험은 민간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임상 실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이 상품처럼 되는 상황이 방지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임상 실험은 취약 계층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 Pierre-Jean-Georges Cabanis, <의학 인류학과 정치 사상>, Editions du CNRS, 파리, 2014년

(2) Séverine Pilloud, <몸의 편지. 18세기 환자들이 의사에게 보낸 편지 속에 나타난 병의 경험 : 사뮈엘 오귀스트 티소>, Bibliothèque d’histoire de la médecine et de la santé, 제네바, 2013년

(3) Melinda Cooper et Catherine Waldby, <의료적 재생산 노동>, Duke University Press, 더럼과 런던, 2014년

 

글 ‧ 가브리엘 발라즈 Gabrielle Balazs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