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광부 '보건'이 좋아하는 것들

광산업으로 벼락부자가 된 노동자들

2014-08-26     막심 랑시엥

 

국가마다 엘리트로부터 지속적으로 조롱받는 대상, 즉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추장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국민 취급받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면, 그러한 부류로 미국의 화이트 트래시(White trash)가 “백인 쓰레기들”이고, 프랑스의 보프(beaufs)는 “편협하고 보수적인 소(小)부르주아들”이며, 영국의 차브(chavs)는 “맹목적인 유행 추종자들”이다.(1) 호주인들은 노동자들이 속된 취향과 꼴불견 사고를 지녔다는 전제하에 이들을 ‘보건(bogans)’, 즉 ‘개차반’이라 놀린다. 팔뚝엔 민족주의 문신과 손엔 1파인트(대략 0.568리터)짜리 맥주 그리고 해변용 샌들은 필수이고, 야구모자와 발광 조끼를 기본으로 갖춰 입은 이들은 토요일 밤이면 도심을 휩쓸고 다니며 이색적인 도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유머 또한 유행을 타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호주 서부 해안에 위치한 퍼스는 광산 활동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시인들은 퍼스 면적에 흥분하고 있고, 호주 정부는 광산의 고속성장에 혹하고 있다. 회사 간부의 봉급을 초과하는 이들 '광부'의 봉급은 선진국에서 흔치 않은 사회 갈등의 중심이 되고 있다. 

호주 서부 극단에 위치한 퍼스의 보건은 단순히 “보프”들이 아닌 부자들이다. 이들은 화려한 색상으로 도색한 값비싼 자가용이나 세단 유트(UTE) 트럭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본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대부분 광산 노동자인 이른바 “벼락부자 보프들”이라 불리는 이 돈 많은 ‘보건’은 사회적 처지는 보잘것없지만 광산 열기에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보건은 스포츠 경기 때 극단적인 방식으로 애국심을 표출한다. 2005년, 시드니 외곽 크로눌라에서 호주인과 원주민 간 스포츠 경기 때 발생한 인종 충돌은 보건이란 단어의 정의에 외국인 혐오자란 의미를 추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12년, 보건이란 단어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보통 사회적 지위가 낮고, 단순하고, 상스럽고, 구식인 사람을 일컫는 경멸적인 용어”로 등재되었다. 도시 외곽, 특히 호주 서부 대륙에서 자주 눈에 띄는 달갑지 않은 이들은 보수적인 호주사회의 역정을 돋우고 있다.

스완 강물은 퍼스 경제의 역동성과 풍요로움을 반영한다. 달케이스 또는 페퍼민트 그로브 등과 같은 강가의 멋진 지역에 위치한 주택들은 500만에서 3,000만 호주 달러(1호주 달러는 약 950원-역주)에 거래된다. 2013년 이후, 잡지들이 “스위스의 청결”을 자랑하는 이 도시(강가에 위치한 도시)는 호주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다.(2) 광산 부문이 호주 서부의 경제를 좌지우지함에 따라, 부동산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 호주의 광고회사 미어캣은 우스갯소리로 가장 부유한 주와 나머지 붉은 대륙을 구분하고 또한 호주 전국의 삶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주범으로 여겨지는 (가장 부유한 주에 거주하는) 국민들을 가두기 위해 감시 철책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3)

이런 농담과는 별개로, 실제로 상징적인 ‘철의 장막’은 연봉이 10만 호주 달러를 넘는 이 블루칼라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퍼스 커틴대학교의 문화학 교수 존 스트래튼은 농담조로 “중산층이 예전엔 자신의 동네에서 같이 살지 않던 부류와 함께 살며, 시끄러운 이들의 파티 소리를 듣고, 이들과 같은 곳으로 바캉스를 가고 수영장도 이들과 같이 쓰는 처지가 되었다”고 말한다. 연봉이 대략 6만 호주 달러인 중산층이 절제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는 돈 많은 보건의 씀씀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중산층은 분명 이들에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라! 우리 인생을 망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선 일반적으로 이 같은 마찰이 대도시에서 눈에 띄는 심각한 과소비로 인해 생기는 데 반해, 호주에선 이런 전례 없는 현상이 황량한 서부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곳 광부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임금(일당 500호주 달러)을 받는 사람들에 속한다. 보로 광산(4)은 사람들을 찌들게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금으로 칠하고 있는 셈이다. 이 휘황찬란한 경제 기계(광산)에 흥분한 영국 경제 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호주는 정치를 도탄에 빠트리는 잦은 국민투표에 목을 매며, 1991년 이후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미국 쌍둥이, “지구 정반대 쪽에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결함이 있는 도시가 아니란 칭찬과 함께, “교육을 받은 노동자가 서비스 부문이나 광산 부문에서 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부문에 신경을 쓰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5)

인도양과 에너지가 풍부한 아시아 국가들과 인접한 호주 서부 사막 사이에 위치한 퍼스는 자랑스럽게 최상급을 수집한다. 예를 들면, 호놀룰루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이며, 거주자 수 대비 백만장자 수가 가장 많고, 날씨 또한 가장 쾌청한 곳이다. 호주 일간 <텔레그라프>는 ‘럭스(luxe)’란에 “갑부들이 가고 싶어 하는 매혹적인 목적지이자, 최신 유행의 바와 식당들을 찾아 몰려드는 이른바 ‘버즈 글래머(buzz glamour)’가 바로 퍼스”라고 소개했다.(6)

2012년에 완공된 244m에 달하는 BHP 빌리튼 거대 광산회사의 본사, 브룩필드 팰리스 고층 빌딩은 엽서에 실려 전 세계에 팔리고 있다. 돈 많은 보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쥘 던컨은 퍼스를 “트럭 운전사건 노동자건 또는 용접공이건 간에 광산 덕에 큰돈을 번 최첨단 글로벌 대도시지만, 이 도시의 동쪽 해안은 언론계와 금융계가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드니에서부터 퍼스까지 4,000km를 촬영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샘 이건은 “퍼스는 서부 미개척지, 예컨대 카우보이들이 거리를 장악한 비약하는 광산 도시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시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퍼스가 문화 불모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호주 서부 도시는 호주 최고의 예술인, 음악인, 작가 중 일부의 요람이다”란 말을 덧붙인다.

LA와 도쿄를 합한 크기와 맘먹는 퍼스와 사방으로 연결된 퍼스 외곽도시들은 얀쳅과 맨두라 사이에 걸쳐 북서로 길게 형성되어 있으며, 길이 130km, 폭 50km, 총면적이 대략 530㎢에 달한다. 2011년과 2012년 사이, 퍼스에 정착한 인구만 해도 65,000명이나 된다. 호주 통계청(ABS)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퍼스는 매년 3.6%의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퍼스의 수많은 베드타운에 거주하는 돈 많은 보건의 수는 호주 대도시에 거주하는 보건의 수를 훨씬 앞지른다. 1세기 전 캐나다 클론다이크나 호주 서부 칼굴리를 향해 떠나던 골드러시 이후, 현재 퍼스 북쪽 2,200km에 위치한 필바라와 킴벌리에서 똑같은 현상(퍼스를 향한 골드러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초기 골드러시가 벌어지던 당시만 해도, 미국 로키 산맥 만큼이나 광부들에게 적대적이었던 이 척박한 땅(퍼스)엔 석유, 천연가스, 망간, 철광석 등이 매장되어 있다. 호주 서부의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10만 명 중 절반 이상은 이른바 ‘플라이인 플라이아웃(fly-in fly-out)’이라 불리는 정기적인 출근이동 시스템을 따르는 피포 노동자들(FIFO workers,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이다. 예컨대 이들(광산 노동자 중 15%만이 여성)은 가족과 멀리 떨어진 광산에서 몇 주 동안 파견되어 초라한 방갈로에서 생활하다가 교대기간 동안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

회사는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불해도 이 같은 지속적인 노동자들의 이동 덕분에, 수백만 달러를 절약한다. 하지만 2013년에 발간된 한 보고서는 노동자들의 정기적인 이동과 관련된 건강 위험을 지적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광산에서 일하며 살다보면, 도시환경에서 거의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또한 간헐적인 아버지의 부재가 자녀들과의 불화의 씨앗이 된다.” 호주 오지지역 정신건강 센터의 제니퍼 보워 박사가 광부들과의 면담을 통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가족 및 친구들과의 장기간의 이별은 종종 고립감과 소속감 상실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7)

하지만 호주 당국의 보고서는 FIFO 시스템에 의존하는 게 더 경제적인지, 혹은 FIFO 노동자들의 존재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손실 탓에 이 시스템이 ‘덤불속의 암’(8) 같은 존재는 아닌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초기 골드러시의 덕을 톡톡히 본 노동자들이 작업이 끝난 뒤, 도시 유흥가를 찾아 돈을 흥청망청 쓰던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돈 많은 보건은 호주 서부에서 자신들의 약속의 땅을 찾았다. 호주 전 영토의 3분 1에 달하는 이 땅은 이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 예를 들면 광산 일자리, 검문이 느슨한 고속도로, 카지노, 퍼스의 나이트클럽 등을 이들에게 제공한다.(9)

퍼스의 밤 문화는 술에 만취한 광부들이 도심에서 벌이는 난투극으로 인해 혼란스럽다. 사람들은 ‘여성 부족’ 때문에 난투극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호주 통계청(ABS)은 퍼스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35,000명이 더 많다고 말한다. ABS는 “광산 붐이 인구 통계학적 연령 균형을 낮춰, 이들 남성들 중 18,000명은 20~30세 사이에 있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균형 차이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선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10)

세계 최대 독립 여행안내서 출판사인 론리 플래닛은 여행 가이드북 최근판에 바가 밀집되어 있는 노스브릿지에서 드잡이가 발생할 경우 유리를 무기로 쓸 수 있으니 유리잔을 조심하라고 여행객들에게 당부했다. 호주 당국도 이 지역의 긴장완화를 위해 행동에 나섰다. 2008년, 호주 남부에 위치한 멜버른 시장, 로버트 도일은 자신은 “도심이 보건들의 소굴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문란하게 치러진 2007년 새해 축제 이후, 축제 기간 동안 모든 “반사회적인” 행동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도일은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해 교외거주자들을 통제할 목적으로 엄격한 보안대책을 도입했다. 멜버른의 외곽도시 스톤닝턴엔 한 무리의 익살꾼들이 시의회를 사칭해 길거리에 내건 가짜 공보 현수막이 있다. 이 현수막엔 “취향과 스타일 법에 저촉되는” 에드 하디(Ed Hardy) 브랜드 옷 착용을 금지한다는 문구와 “보건들은 천박한 옷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대신 그 돈으로 자신의 사생아들이나 돌보길 바란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호주 타스마니아 주의 최고급 맥주 무 브루(Moo Brew)에는 이 맥주는 “보건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2011년, 브리즈번의 유력지, <쿠리어 메일(Courier Mail)>의 폴 시브레는 냉소적인 어조로 동부 해안에 위치한 골드 코스트 해변 마을, 누사가 점점 보건이 선호하는 휴양지로 전락한다며 개탄스러워 했다. 그는 “해변용 샌들에 눈에 확 띄는 색상의 반바지 차림을 한 무리들, 예컨대 더블 라떼와 네스카페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촌놈들, 이른바 하층민 쓰나미가 하스팅 거리를 타고 올라온다”며, 이들이 “K-마트 브랜드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들이 “영원히 이 지역에 둥지를 틀 것처럼 보여”(11) 더욱 참을 수 없다고 했다. 2013년 말, 퀸즐랜드의 알렉스 더글러스 의원은 타스마니아를 ‘보건의 땅’이라 칭했다가 공식 사과를 해야 했다. 호주의 주(州) 중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히는 ‘부계혈족 중심의 섬’, 타스마니아 주의 사람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캔버라로부터 많은 경제 지원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이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상품 목록을 소개한) 풍자 카탈로그 서문엔 “보건은 임금, 계층, 인종, 성별 그리고 논리에 도전하고 있다”는 글이 실려 있다. 이 카탈로그는 유머를 빙자해, 일반생활 패턴 스펙트럼에서 소외된 채 살고 있는 유행의 첨병들(보건들)의 속물근성을 묘사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던컨은 “돈 많은 보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누군가를 경멸하는 짓이다. 사람들은 보건이 부자가 되더라도 그가 얼간이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그에게 이해시키려 한다”고 꼬집는다.

퍼스의 페퍼민트 그로브 로얄 요트클럽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엔 키위나나스트립 산업단지와 군부대 그리고 조선소가 조성되어 있어 수많은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 지역 옆으론 고속도로도 나있다. 이 도로는 풍자 신문 <펀치>가 선정한 호주에서 가장 전형적인 보건스러운 외곽도시 중 한 곳으로 랭크되어 있는 록킹햄과 연결되어 있다.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매일 밤마다 호주 서부지역 경찰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한다.” 주민들로부터 무척 사랑받는 록코(록킹햄)는 실업률, 주민들의 행동 양식, 독신부모의 수 때문에 낙인찍힌 조롱의 표적, 즉 그로기 상태에 빠진 해안 외곽도시이다.(12)

<퍼스나우> 인터넷판에 게재된 <펀치>의 이 같은 (호주의 보건스러운 외곽도시) 랭킹 순위에 네티즌들은 금세 반응을 보였다. 존은 “(록킹햄이) 보건스러운 외곽도시로 선정된 것은 화나는 일이다. 보건은 호주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록킹햄을 호주 다른 지역과 단절시켜 보건들만 거주하는 아름다운 섬으로 만들어 끼리끼리 서로 자동차나 자랑하며 자식 낳고 살게 하면 되겠네”라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한편, 짐은 반바지에 해변용 샌들 차림으로 선술집에 들러 “속물근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정상적인 사람들 속에서” 20달러짜리 괜찮은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록킹햄이) 좋다고 했다.

언론에 의해 시의 이미지가 고착될까봐 식겁한 록킹햄은 2012년 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 로고를 바꾸고 통신시설의 현대화하는 데 대략 2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마크 스토너는 풍자 신문 <펀치>가 보건스러운 외곽도시 랭킹 순위를 발표한 이후, 엉뚱한 브랜드를 하나 출시했다. 그는 “난 ‘보건이라 자랑스럽다’란 슬로건을 새긴 맥주홀더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만든 홀더 50개가 반나절 만에 다 팔렸다. 우리는 더 만들었고, 사람들은 우리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했다”고 했다. 이는 불명예스러운 보건 딱지를 일반 노동자들의 얼굴에도 붙인 꼴이다. 실제로 키위나나스트립 산업단지는 록킹햄 주민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스토너가 덧붙여 말한다. “시장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30년째 좋지 않은 평을 듣고 사는 것에 비하면, 4년밖에 되지 않은 내 브랜드가 욕먹는 것은 괜찮다.” 자치단체가 시와 해안도로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맥주홀더 창시자는 논란거리가 될 만한 모든 발언은 배제한 채, 차분하게 (보건을 옹호하는) 자신의 철학을 피력한다. “보건은 호주의 평균적인 노동자이다. 보건을 질투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속칭 돈 많은 보건이 근무하는 필바라 광산의 노동 환경은 끔찍하다. 이들은 가족과 떨어져 4주간 뙤약볕 속에서 산다. 이들은 합당한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매일 12시간을 먼지 속에서 보낸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지역 유명인사가 된 스토너는 퍼스에서 개최된 지자체 상품 전시회 때, 자신의 브랜드가 새겨진 제품(옷, 열쇠고리, 쿠션, 가방)을 판매하는 매장을 낸 데 이어, 현재는 페이스북을 활용해 자신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한 번도 록킹햄을 떠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어도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스토너는 “이곳은 우리 부모님이 성장한 곳이고,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다른 외곽도시와 마찬가지로 이곳만의 문제가 있다”고 항변한다. 그는 스스로 보건임을 밝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덧붙여 말한다. “내년 1월 26일 국경일, 우리는 캔버라 서머내츠 자동차 페스티벌에 우리 매장을 낼 것이다. 번아웃(burn-outs)(13)을 비롯한 가슴 노출자들과 보건이 몰려 재미날 것이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거주하는 이 도시에 15,000명의 보건이 몰려들 것이다!”

보건에 대한 거부 현상은 호주인의 특별한 정서, 즉 문화적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50여 년 전부터 존재하는 이 용어는 영국 식민지 문화를 필두로, 유럽 문화와 비교해 자신의 문화가 열등하다고 여기는 호주인의 우려를 반영한다. 스트래턴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엔, 문화적 열등감이 심했다. 당시, 호주 사회는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세계와 단절된 상태였다. 많은 지식인들이 이민을 갔다”고 말한다. 돈 많은 보건이 이런 콤플렉스에 다시 불을 지폈다.

기자이자 연구원인 멜리사 캠밸은 호주 대중문화의 프리즘을 통해 이 같은 문제(호주인의 콤플렉스)를 연구했다. 그녀는 이 같은 현상이 “호주의 전통 하위문화”(14)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보건이란 단어의 기원은 19세기, 즉 호주사회가 건국된 영국의 식민지 치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또 “보건의 편재는 논쟁의 대상이긴 해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영웅들 중 한 명인 범법자 네드 켈리를 비롯한 풍요로운 대중문화 유산의 산물”이라고 말한다.(15) 켈리는 자신을 부리던 주인들과 경찰에 반란을 일으켰던 아일랜드 노동자이다. 도시 부르주아가 좌지우지하는 언론은 “켈리는 사회의 적, 나쁜 도적, 살인자, 말썽꾼이었다”며, 그를 “아일랜드의 정체성”과 결부시켜 “반역과 반항심”을 드러내는 위험인물로 묘사했다. 캠밸은 자신의 논문에서 ‘보건’이란 말이 아일랜드 단어임을 환기시킨다. 캠밸은 “19세기에 가장 밑바닥에 속하는 극빈층인 룸펜프롤레타리아 출신의 아일랜드 불량배들이 대도시에 혼란을 야기시켰다”고 상기시키며, 당시에도 지금처럼 아일랜드의 정체성을 반란이나 불량배와 결부시켰다고 지적한다. 스트래턴은 “현재 호주 보건들을 둘러싼 정신적 충격은 당시 아일랜드 불량배들에 의해 야기된 충격의 재현”이라고 말한다.

1세기 전부터, 공공질서를 위협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탈선행위-때때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를 저지르는 그룹을 일컬어 보건이라 했다. 1950~60년대엔 호주에 주둔 중이던 미국 병사들의 아프리카풍 미국 음악을 들으며 일반인들에게 살벌하게 굴던 이른바 바지(bodgie)와 위지(widgie)라 불리던 불량배들이 존재했다면, 1970년대 초반엔 악커들(ockers)이 그리고 현재는 보건(bogans)이 그러한 존재다. 스트래턴은 “‘보건’이란 말은 언론이 탈선행위를 저지르는 모든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낙인찍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취향과 정신적인 측면이 서로 유사한 호주 중산층은 자신들의 특권과 거주지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서로 똘똘 뭉쳐 돈 많은 보건과 맞선다. 캠밸은 대부분의 호주인들이 보건이란 단어를 “호주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모든 것의 정체성을 점검하는 데”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이 단어가 “그들”과 “우리” 사이를 구분하기 위한 상상의 경계선을 구축하는 데 쓰이고 있는 셈이다. 호주 총리 존 하워드(1996~2007 재임)가 이끄는 자유당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치권에서 눈독 들이는 대상이 된 수백만 보건은 현재 호주인들로부터 호주 노동당 신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반항적인 저소득층 노동자들로 오인 받고 있다. 요컨대 스트래턴은 “보건이란 용어는 이를 지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우리에게 더 많이 들려주지만, 요즘 사람들은 게이를 ‘퀴어’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깜둥이’로 지칭하며 다시금 과거의 용어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이 같은 과거 용어로의 회귀 현상이 보건의 정치운동이나 실직적인 문화운동을 예고하진 않는다. 미개척 호주 서부의 먼지투성이 이미지 뒤엔, 최첨단 무대를 갖춘 예술계와 돈 많은 보건의 화려한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버즈 글래머’ 지역은 네드 켈리가 밤늦은 시각까지 장을 보던 호주 보건의 소비의 전당인 슈퍼마켓, K-마트와 타깃 문 앞에서 끝난다.

 

 

글·막심 랑시엥 Maxime Lancien

프리랜서 기자. 프랑스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오가며 활동 중이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Prussian Blue Magazien>, <Fish Eye Magazine>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Tony Wood, ‘하층민에 대한 영국의 정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9월호

(2) Alistair Walsh, ‘Peppermint Grove, home set to shatter price record’, Property Observer, 2013년 3월 10일, www.propertyobserver.com.au

(3) ABC, The Gruen Transfer et Meerkat Company, <Bogan Proof Fence>, YouTube.com, 2010년 7월 2일

(4) 에밀 졸라의 소설 <제르미날(1885년)>에서 나오는 광산 이름

(5) <Australia’s promise, The next golden state>, The Economist, 2011년 5월 26일, 런던

(6) Lydia Bell, <In praise of Perth>, The Telegraph, 2013년 10월 19일. «FIFO / DIDO Mental Health Research Report 2013», Edith Cowan University

(7) The Sellenger Center for Research in Law, Justice and Social Change, Perth, 2013년

(8) <Cancer of the bush or salvation for our cities?>, Parlement du Commonwealth d’Australie, Canberra, 2013년 2월

(9) Collectif, Things Bogans Like. Tribal Tatts To Reality TV, Hachette Australie, Sydney, 2011년

(10) Shane Wright et Kate Bastians, ‘Mining riches mean it’s a man world’, The West Australian, Perth, 2011년 12월 20일

(11) Paul Syvret, ‘Save our enclave and ban bogan’, The Courier-Mail, Brisbane, 2011년 5월 24일

(12) Rockingham makes The Punch “Bogan Top 10”, Perth Now, 2009년 8월 4일, www.perthnow.com.au

(13) 레이스 중에 자신들이 모는 차의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다시 가속페달을 밟아 차량 뒷바퀴를 회전시켜 타이어를 태우는 운전자들

(14) Melissa Campbell, <The order of Australia>, The Age, Melbourne, 2002년 7월 14일

(15) Catherine Dufour, ‘질주의 불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1월호

 

<박스 기사>

보건과 힙스터의 차이점

계급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호주인들은 갑자기 나타난 돈 많은 노동자들이 촉발시킨 문화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러한 대중적인 삶의 패턴을 번화가에서 접한 도시 문화인들은 참담해 한다. 호주의 거의 모든 문화 속에서 이 같은 문화충돌이 회절되고 있다.

퍼스 출신 작가 팀 윈튼은 “호주인들은 사회적 불평의 근원에 대한 토론을 기피하도록 훈련되어 있으며, 의견의 스펙트럼은 모든 다양성에 대한 거부부터 다윈설에 대한 찬성까지 넓다”고 말한다.(1) 윈튼은 2012년 9월 대선 때, 자유당 대표이자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지한 후보, 토니 애벗이 총리에 당선된 것은 사회 계층에 대한 모든 토론을 터부로 만들어 버린 “보수 세력의 이데올로기적 승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P.J. 호건의 감독의 일명 <뮤리엘의 웨딩>(1994)이라 불리는 영화 <뮤리엘>을 비롯한 많은 호주 영화들은 이 같은 문제를 몇 년 전부터 다뤘다. 이 코미디 드라마는 퀸즐랜드 외곽에 위치한 암울한 동네, 포르퍼스 스핏(돌고래의 침)이란 상상 속 마을에 사는 로맨틱한 뮤리엘의 운명을 묘사한다. 최근엔 데이비드 미코드가 멜버른 외곽도시에 거주하는 마피아 가정의 폭력을 다룬 영화 <동물의 왕국>(2010)을 선보였고, 저스틴 커젤은 1990년대 애들레이드 북쪽에서 벌어진 끔찍한 다양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 <스노우 타운의 범죄>(2011)를 제작 발표했다. 또, 텔레비전 시리즈물인 <캐스앤킴>은 멜버른의 돈 많은 두 여성의 일상을, 그리고 <중산층 보건>은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것과 친부모가 자동차 경주 애호가인 보건이란 것을 알게 된 의사, 베스의 일상을 아주 가벼운 톤으로 각각 그려내고 있다.

한편, 방송프로그램 <보건 헌터>는 자극적인 면을 보여준다. 록킹햄의 유명 보건인 마크 스토너는 별로 설득력 없는 말로 <보건 헌터>를 설명한다. “이 방송은 내가 도둑고양이형 보건들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잔인한 면을 보여준다. 이들은 정말 고약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욕지거리와 그 외의 모든 것들도 좋아한다.”

보건과 쌍벽을 이루는 용어는 앨런 긴즈버그(1950년대 비트 제너레이션을 주도한 미국 시인으로, 군국주의, 물질주의, 성적 억압에 반대했다-역주)의 시에 처음 등장하는 이른바 도시형 보헤미안 스타일을 뜻하는 힙스터(Hipster)이다. 영화 제작자 샘 이건은 “대부분 중산층에 속하는 힙스터들은 교육을 받은 자들로서, 제3자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비판하고 성찰하는 문화를 지녔다. 사람들은 이들을 예술 갤러리, 카페, 바 등이 밀집된 지역에서 만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들이 독립 언론 매체, 지속적인 라이프스타일, 언더그라운드 사회의 삶” 등과 자신들의 삶을 동일시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힙스터는 취향에 있어서 보건과 정반대의 취향을 지닌 셈이다. 이들은 “주류사회의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대중문화에서 탈피하려 애쓴다.

노스웨스트 주 출신 여성시인 켈리 리 히키는 “여행자들에게 불모의 황무지를 묘사하고 맥주와 원주민에 관한 불쾌한 고정관념을 전파하는 팝문화의 도상학(圖像學)”에 문제를 제기한다. 자신의 뿌리인 보건과 멜버른의 많은 힙스터 문제를 다루는 그녀는 호주가 식민지 기간 동안 야만적인 국경선 지역은 위협과 그리고 도심은 문명과 연계하는 사고방식을 상속했다고 판단한다. 그녀는 “이 같은 편협한 사고가 예술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표현 시스템에서부터 고용구조에 이르기까지 호주의 전반적인 문화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고 덧붙인다.(2)

히키는 2007년 뉴캐슬에서 개최된 ‘호주 젊은 작가들의 페스티벌’ 기간 동안 보건들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히키와 동료들-가수 미치 해리스와 동영상 제작자 샤이니 헨리-은 술 취한 척 연기하며 좌중에게 “호주는 호주인들에게서 땅을 강탈할 목적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파견한 다른 국가의 보건들에게 의해 건설되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헨리는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보건 마을, 험프티두를 회상하며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서민주택에 살 때, 그곳 계단 통로에선 사람들이 집안에서 서로 죽도록 치고받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고 했다. 가짜 콧수염을 단 해리스는 노동자 보건, 포스트 보건, 다시 태어나도 보건, 광적인 보건, 가족수당을 등치는 보건 등, 현대 보건의 수많은 유형을 나열했다. 노동자 가정 출신의 이 예술가들은 이런 토론을 통해 자신들의 뿌리와 자신들이 상속한 문화가 자신들의 예술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도시화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정관념에 갇힌 채 자신의 광대한 영토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이다. 하지만 멜버른 대학의 사회학자 브렌든 글리슨의 분석처럼,(3) 호주 중산층의 정체성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퍼스를 비롯한 여타 대도시들이다. 작가 피터 콘래드는 사람들이 산문을 통해 호주인들을 나무와 비교(4)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예술 평론가들이 튼튼한 유칼립투스가 발산하는 기운을 호주 남성의 힘으로 본다든지 혹은 1937년 사진작가 해롤드 카즈노가 ‘인내 정신’이란 제목하에 “가운데가 텅 빈 상처투성이인” 고무나무의 극기 속에서 붉은 대륙(호주)을 연상시킨 것이 그러한 발상인 셈이다. 그는 호주의 특징을 식물이나 토지와 빗대지 말고 차라리 그게 “케케묵은 생각이라도 좋으니 우리가 속한 그룹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를 써서 표현하는 게 좋을 성싶다”고 했다.

 

글·막심 랑시엥 Maxime Lancien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Tim Winton, <The C Word. Some thoughts about class in Australia>, The Monthly, Collingwood (Melbourne), 2013년 12월

(2) Kelly-Lee Hickey, <Smarter than your average bogan, on being a regional writer », The Wheeler Center, Melbourne, 2013년 7월 3일, http://wheelercentre.com

(3) Brendan Gleeson, Australian Heartlands. Making Space for Hope in The Suburbs, Allen & Unwin, Sydney, 2006년

(4) Peter Conrad, <Girt by picture frame>, The Monthly, 2013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