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시대가 잉태한 분쟁의 씨앗들

[특집/제국시대의 잔재들]

2009-05-05     <르몽드 세계사>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식민지는 전세계에 16군데뿐이다. 그러나 공식 통계에는 1천만 명이 살고 있는 식민제국의 무수한 ‘잔재’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식민지들은 주로 군사기지나 조세천국으로 활용된다. 유엔은 1945년부터 ‘비자치 영토’ 목록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50년대 말에 100여 개에 달했으나 1960~70년대 독립 물결이 인 이후 16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가장 넓은 비자치 영토는 서사하라(26만6천㎢)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다. 비자치 영토 중 10군데(인구 22만 명 거주)는 영국의 해외 영토로, 카리브해의 앵귈라, 버뮤다, 케이맨 제도, 터크스케이커스 제도, 영국령 버진 제도, 남대서양의 세인트헬레나와 포클랜드 제도(프랑스에서는 ‘말루인’이라 부르고, 1982년 재탈환을 노렸던 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라고 부른다)이다.

 

미국은 카리브해의 미국령 버진 제도(크루즈선박 기항지), 태평양의 괌(전략기지), 미국령 사모아(참치통조림 제조)의 주민 32만 명을 관할한다. 한편 프랑스는 누메아협약(1998년) 이후 점진적인 지위 격상을 보장하며 뉴칼레도니아(니켈 생산)의 행정을 맡고 있다.
 나미비아(1990년), 에리트레아(1993년), 동티모르(2001년)가 독립을 성취한 후, 1960년대부터 탈식민지화 과정을 함께해온 유엔 ‘특별위원회24’는 제2차 식민주의 근절을 위한 10년(2001~2010)이 선포됐음에도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원회의 활동은 비자치 영토가 지역 환경에 최대한 통합되기를 호소하는 데 그친다. 특히 프랑스의 해외 영토를 비롯해 수많은 섬과 영토들이 지위가 바뀌면서 유엔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17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레위니옹, 마르티니크, 과들루프, 프랑스령 기아나 등 소앤틸리스 제도와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의 식민지들은 1946년 이후에 ‘해외도’(海外道)가 되었다. 코모로 제도의 섬인 마요트도 같은 운명을 원했다. 이 영토들은 현재 ‘특별회원국 영토’의 지위로 유럽연합에 가입돼 있다. 아소르스 제도, 마데이라(이상 포르투갈령), 카나리아 제도(에스파냐령)도 여기에 포함된다.

 

 태평양의 프랑스 영토인 뉴칼레도니아와 폴리네시아(1996년까지 핵실험 기지)는 ‘해외 영토’의 지위를 누린다. 2만km나 떨어져 있는 프랑스 본토가 최소한 한시적이라도 독립적 지위를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와 아루바, 대부분 직접 통치를 받았던 영국의 영토들도 유럽연합의 ‘해외 영토 및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령 인도양 지역과 같이 몇몇 특별 영토나 ‘개인’ 영토는 이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다. 영국령 인도양 지역에 속한 디에고가르시아섬은 1970년대에 주민들을 모두 퇴거시킨 후 미군에 반환됐지만 모리셔스섬은 영유권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해협(영불해협)에 있는 맨섬, 저지섬, 건지섬도 영국 영토다. 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존스턴섬과 미드웨이섬, 콩고민주공화국 내에 있는 카빈다주(앙골라령)는 모두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국적인 천국 같은 이 영토들 가운데 일부는 25년 이상 조세면제와 역외금융을 이용한 불법 거래자금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버진 제도에는 사업자 등록을 한 기업의 수(20만 개)가 주민의 수보다 10배나 많다. 케이맨 제도에서는 그 비율이 2배 정도지만, 4만 개의 기업 본사와 900개의 역외 금융기관이 들어서 8천억 달러의 자본이 거래되고 있다. 1995년 버뮤다 제도 주민들은 자국의 외국인 계좌예금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독립에 반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버뮤다 제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한다.
 하와이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중간쯤에 있는 21㎢의 거대한 바윗덩어리에 불과한 나우루는 인광석으로 부를 축적했고, 주로 러시아 범죄조직의 자본을 받아들이는 역외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그러나 2005년에 쿡 제도(뉴질랜드령)와 함께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의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
 1990년대 말 태평양의 소국 투발루는 인기 많은 인터넷 도메인 ‘.tv’를 팔아 예산을 2배로 늘렸다. 1980년대가 되어서야 독립한 세이셸은 여권을 판매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르몽드 세계사>
번역/권지현 yein2007@gmail.com